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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 님의 서재입니다.

출소 후 거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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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
작품등록일 :
2024.02.22 09:04
최근연재일 :
2024.06.26 19:52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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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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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8,905

작성
24.03.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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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할머니와의 저녁

DUMMY

할머니가 요리를 하고 우리는 식탁에 음식을 올려두는 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식탁에는 음식들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둘 공간이 없었다.


“할머니, 그만!”

“아이고, 뭐여? 왜 자리가 없어. 아니다 이걸 이렇게..”


식탁 위에 놓인 밥솥을 바닥으로 내려놓는 할머니.


“할머니, 진짜 이제 그만 올려놓아도 돼요. 이거 어떻게 다 먹으라고..”

“얼른 앉어 얼른.”


할머니는 내가 의자에 앉자 밥솥에서 밥을 푸어 우리에게 주었다.

밥 그릇에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꾹 꾹 눌러 담은 고봉밥 위에 다시 성처럼 밥이 쌓여 있었다.


“와..이거 진짜 다 못먹겠는데..?”

“잉? 엄청 조금 풨는데 그거 못 먹으면 남자도 아니여! 먹고 또 먹어!”

“흐흐. 할머니도 얼른 앉아요.”

“그려. 얼른 먹자. 우리 강아지 배고프겠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집 밥이였다.

잡채와 불고기, 삼겹살, 갓 담은 듯한 김치, 두부전과 야채전, 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시원한 무 국, 성처럼 쌓인 현미밥, 어묵, 상추들과 깻잎, 크게 썰어 놓은 마늘과 쌈장, 양념게장 등

지금 죽어도 좋을 정도의 맛 이였다. 역시 할머니의 손 맛은 명품이다.

할머니는 내가 먹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시다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이걸 안꺼냈네.”

“할머니, 그만...”


할머니는 다시 냉장고를 열어 가지무침과 멸치볶음을 꺼내 오셨다.


“얼른 먹어.”

“할머니도 같이 먹어요.”

“그려. 그려. 흐흐.”


빈 그릇이 된 밥그릇에 할머니는 밥을 퍼주길 반복하였고, 그 많던 반찬들은 밑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얼마만에 느끼는 화목한 저녁시간인가.

몇 년 동안 교도소 밥만 먹다가 집 밥을 먹으니 호텔 음식 저리가라였다.

너무 행복해서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제가 할게요!”

“아녀! 강아지는 이제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어!”

“아이, 안된다니깐! 할머니나 얼른 쇼파에 앉아서 쉬고 있어요.”

“얼레? 뭐여? 안돼 어..?


나는 할머니를 뒤에서 안고 들어 조심스럽게 쇼파에 앉혔다.


“아이고, 힘도 장사여. 아주. 흐흐.”

“여기서 쉬고 계세요. 얼른 하고 올게.”


저녁 식사 후, 설거지를 하다보니 수개 교도소 생각이 났다.

참..막내인 현수랑 내가 밥을 먹고 매일 같이 식판을 정리했었는데..

다들 잘 갔을려나..


할머니가 조용해 뒤를 돌아보니, 설거지 하는 내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셨다.


“흐흐. 할머니 좀 쉬고 계셔요. 아니면 소화도 시킬겸 산책 나갈까?”

“우리 강아지, 쉬어야지! 안돼!”

“에이, 괜찮아요. 나도 오랜만에 할머니랑 돌아다니고 싶은데? 금방 끝나니깐 쉬고 계셔 봐요.”


설거지를 다하고, 편한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 계시는 할머니를 대뜸 업었다.


“뭐여! 무거워, 얼른 내려놔!”

“솜털같이 가벼운데 뭐가 무거워요?”

“불편혀! 얼른 내려놔!”

“됐어요. 추워서 이렇게 업혀야해!”


유모차가 없이는 걷지 못하시는 할머니.

언제 이렇게 가벼워 지셨는지..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할머니를 업고 중랑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가 걸었다.


“강아지, 많이 힘들었지?”

“에? 아뇨. 너무 편해서 좋았는데요?”

“고생했어, 참말로..”

“아니예요. 할머니가 고생했지!”

“흑흑..내가 뭔 고생을 혀!”


또 우신다.

우리 할머니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었나?

내가 교도소에 들어갔을때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까...


“이제 우리 강아지 괴롭히는 놈들 내가 다 혼내줄게! 다 할매한테 데리고 와!”

“든든한 장군님이 생겼네요? 흐흐.”

“당연하지! 나쁜년놈들 다 혼꾸멍을 내줄게! 어디 우리 강아지를 건드려?!

“흐흐.”


할머니와 같이 걸으며 웃고 떠들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 9시.

이제 옷을 벗고 씻으려고 할 때, 누군가가 할머니 집 문을 두드렸다.


“뉘슈?”


정체 모를 누구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할머니가 문 앞에 서서 물었다.


“할머니, 저예요. 똥개.”

“아이고, 우리 경찰똥개!”


문을 여니 비에 젖은 박스를 잔뜩 가지고 온 문혁수씨가 있었다.


“아휴, 이게 뭐여? 그새 비가 온겨?”

“그러니깐요. 저 나오니깐 딱! 소나기가 내리지 뭐예요!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문혁수는 할머니 뒤에 있는 나와 민학선에게 인사를 했다.


“어서, 들어와! 이런거 챙겨오지 말라니깐. 참!"

"아니예요. 소나기라서 금방 그칠 것 같은데..“

“그칠때까지만 여기 들어와서 몸 좀 녹이고 있어! 얼른!”

“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할머니가 내 방에 들어가 츄리닝을 가져왔다.


“비에 졸딱 젖었네. 자! 이거 입어. 우리 강아지가 입던건데 맞을라나 모르겠네..”

“아니예요. 진짜 괜찮아요.”


손사레를 하며 거절하는 문혁수.


“입어요. 괜찮아요.”

“그럼...감사히 입겠습니다.”


츄리닝을 가지고 화장실에 들어가 갈아입은 문혁수는 어색한 표정으로 화장실 앞에 서 있었다.


“아이고 저런거 안가지고 와도 되는디, 이거 어서 먹고 여기 앉어.”

“감사히 먹겠습니다.”


문혁수는 할머니가 준 귤을 들고 우리 옆에 있는 식탁 의자에 앉혔다.


“흐흐. 강아지들 보기 좋네! 얘기 좀 나눠봐. 나는 방에 들어가있을려니깐.”

“에? 아니예요. 할머니. 아이참...”

“떽!”


문혁수는 방에 들어가는 할머니의 손목을 잡았지만 할머니는 귤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우리 할머니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아, 아닙니다. 저희 할머니처럼 잘 대해주셔서..”

“제꺼 드세요.”


민학선은 귤껍질을 까 문혁수에게 건넸고, 우리 셋은 오랜 시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에 또 뵐게요. 형들.”

“그래, 들어가.”


자리에서 일어난 문혁수는 할머니가 잡을까봐 재빠르게 문을 열며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갔다.


“이 방에서 편하게 있어. 어처피 안쓰니깐.”

“이렇게 있어도 될려나...”

“괜찮아, 할머니도 좋아하시니깐, 잘자라.”

“그래, 고맙다.”


담소를 나누고 방으로 들어왔다.

4년간 쓰지도 않은 방에는 먼지 한 툴 안보였다. 허리도 안좋은 할머니가 매일 내 방을 청소했던 모습이 그려졌다. 서랍을 여니 역도 체육관 열쇠가 보였고, 열쇠고리에는 체육관 관원들과 찍은 스티커사진이 고리에 메달려 있었다.


코치님과 성훈이형, 현성이와 나.

덩치에 안맞게 양 머리띠를 하고 손가락 하트를 하는 우리의 모습.

코치님과 관원들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




킥복싱을 그만두고 다른 운동들을 해도 재미가 없었다.

헬스를 하고, 헬스장 앞에 있는 역도 체육관이 눈에 들어와 호기심이 생겨 올라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갈색 반팔에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하체를 소유하고, 상의는 검은 나시를 입은 남자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아..다름이 아니라, 구경 좀 하러 왔습니다. 괜찮을까요?”

“네. 뭐 별거 없을텐데, 천천히 구경하세요. 야! 현성이 새끼야! 그렇게 하면 네 도가니 다 나간다니깐?!”

“코치님, 이거 괜찮다니깐요? 성훈이형이 이렇게 알려준건데?”

“야! 내가 언제?”

“왜 송진은 안묻히고 하는데? 이 새끼야!! 다친다니깐!”


구경을 하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옆에서 운동하던 관원과 싸우는 남자.

코치님이라고 하는거 보니 이 체육관의 코치님인가 보다.


체육관 안에 있는 사무실 앞 벽지에 이 남자의 수상이 담긴 프로필이 걸려져 있다.


전국체전 역도 남자 일반부 75kg 이상급 용상 금메달.

아테네 올림픽 남자 역도 75kg 이상급 은메달.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75kg 이상급 인상 금메달.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75kg 이상급 금메달.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남자부 75kg 이상급 합계 금메달.




뭔 수상경력이 이렇게 많아?

이 헬스 좀 한 것 같은 아저씨가 국가대표였다고?


“뭐가 좀 많죠? 저거 다 읽으려면 10분은 걸릴텐데? 흐흐.”


남자가 다가와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메달 걸어둘데가 없어서 행거에 걸어뒀더니, 그게 넘어지는데..와,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하하”


농담을 하고 멋쩍게 웃은 코치님은 뒤돌아 서 다시 관원들이 운동하는걸 지켜 봤다. 코치의 수상경력에 놀라움을 감추고 유심히 관원들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봤다.


바벨을 지면에서 들고 무릎을 구부리고 스쿼트처럼 일어서면서 드는거?

쉬워보이는데?


“저 실례지만, 저분이 하시는거 한번 해봐도 되나요?”


옆에 있는 관원이 운동하는 모습을 가르키며 남자에게 물어봤다.


“뭐.. 하는건 상관없는데, 다치는건 모릅니다.”


내 몸을 위아래로 훑겨보더니 대답했다.


“네”


옆에 있던 관원은 내게 자세를 알려주며 뒤에서 팔장을 끼고 쳐다봤다. 바벨을 잡는건 너무 익숙했다.


손 뼉은 바벨을 잡고 들어올리고⋯이렇게 하는건가?


“흡.”


데드리프트를 하듯이 호흡을 하고 들었다.

처음으로 바벨을 들은거라 자세가 어정쩡 했지만 무리 없이 들었다.


“허리 안아파요? 아픈 자세인데”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괜찮습니다. 근데 이거 어떻게 내려놓나요?”

“아! 여기”


세이프티바에다가 다시 바벨을 내려놓자 남자가 의아한 눈빛으로 말했다.


“음, 자세도 완벽하고, 이게 초보자가 드는게 어렵거든요. 몸 보니 운동 좀 꽤 하신 것 같은데.. 어떤거?”


“킥복싱 좀 하다가 지금은 헬스하고 있습니다.”


“음, 헬스라.. 이게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밀리터리 프레스랑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 힘들거든요.”


밀리터리프레스 또한 어깨 운동이다.

바벨을 두 손으로 위로 들어 대략 인중 높이까지 천천히 내리며 다시 드는 방식의 운동이다.


“아, 네”


영업용 멘트를 할려고 칭찬을 하는 단계이다.

아마 관원으로 등록 시킬려는 개수작이 틀림없어 보였다.


“다 보셨나요?”

“네? 네. 다 봤습니다.”

“그럼 저희 훈련해야해서⋯”

“아,..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들어가세요.”


뭐지?

관원으로 등록 시키려고한게 아니였어?


머릿속에는 코치님의 행동애 물음표로 도배가 된 채 집으로 왔었고, 일주일 후, 나는 역도 체육관을 등록했다.




***




“흐흐. 참...그 양반..”


들고 있던 열쇠고리를 다시 서랍에 넣고, 침대에 누울려고 할 때, 옷걸이에 걸려 있는 신태현이 준 패딩이 보였다.


패딩 안 주머니에는 수개 교도소에서 내가 적었던 수첩이 있었다.

주머니를 뒤져 수첩을 꺼내 기록들을 살펴봤다.


김강 아저씨와 성수 아저씨, 이진수씨와 현수의 인적사항과 민학선과 문재호에 대한 기록, 묵산파 조직원들의 이름.


현수랑 심심해서 했던 오목과 빙고, 성수 아저씨의 칼자국 세기, 눈 감고 짱구 그리기 등 별게 다 적혀 있었다.


“흐흐. 재밌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장.


『17년 8월 21일 코치님 돌아가신 날...』


코치님이 돌아가신 날 옆에는 작은 눈물 자국이 남겨져 있었다.


“8월 21일이라..”


내일은 체육관에 갔다가 코치가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

교도소의 추억이 담긴 수첩을 서랍에 넣고, 침대 끝에 고이 접어둔 이불을 펴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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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묵산파 괴멸(1) +2 24.03.18 382 8 12쪽
27 관원들과의 만남 +1 24.03.17 379 7 12쪽
» 할머니와의 저녁 +1 24.03.16 399 7 11쪽
25 수개교도소 출소 +2 24.03.15 412 8 12쪽
24 내부의 미꾸라지 +1 24.03.14 398 9 11쪽
23 복수의 사냥(2) +1 24.03.13 404 7 11쪽
22 복수의 사냥(1) +2 24.03.12 421 8 11쪽
21 이진수의 죽음 +1 24.03.11 431 6 16쪽
20 이주임(2) +1 24.03.10 435 8 15쪽
19 이주임(1) +3 24.03.09 462 9 12쪽
18 코치님의 죽음 +1 24.03.08 488 9 13쪽
17 참교육 +4 24.03.07 473 9 12쪽
16 거구의 교도관(2) +3 24.03.06 486 12 14쪽
15 거구의 교도관(1) +2 24.03.05 515 14 16쪽
14 묵산파의 계획 +3 24.03.04 540 14 15쪽
13 수훈파 괴멸 +1 24.03.03 552 12 11쪽
12 교도소장의 분노 +1 24.03.02 576 14 15쪽
11 민학선의 수첩 +2 24.03.01 575 18 16쪽
10 따리방 +1 24.02.29 600 15 14쪽
9 242번방 죄수들의 죄명(2) +3 24.02.28 630 17 11쪽
8 242번방 죄수들의 죄명(1) +1 24.02.27 660 19 15쪽
7 코치가 교도소에서 사람을 죽였다 +3 24.02.26 689 20 17쪽
6 입소 후 첫 싸움 +1 24.02.25 706 19 13쪽
5 출역 +2 24.02.24 721 21 14쪽
4 수개 교도소 +1 24.02.23 748 21 12쪽
3 사회악 새끼들 +2 24.02.23 789 21 12쪽
2 징역 9년 +2 24.02.22 860 19 12쪽
1 아시안게임 선발전 우승자 +4 24.02.22 1,089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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