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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 님의 서재입니다.

출소 후 거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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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
작품등록일 :
2024.0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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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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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주임(1)

DUMMY

242번 방


“그럼 고졸이신거죠?”

“뭐...그쵸?‘

“그럼 잘됐네요! 아저씨가 성수 아저씨 가르치면 되겠네요.”

“야! 네가 그냥 한번에 딱 현수랑 나 같이 가르치면 되는거 아니여?”

“⋯⋯”


진수씨가 민학선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수씨는 성수 아저씨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


“어때요? 아저씨가 성수 아저씨 알려줘요. 알겠죠?”

“아...알겠어요.”

“너는 제대로 안알려주면 그냥 반쪽을 내버릴 줄 알어 알겠어?”

“알겠습니다..”


나는 관물대에 있는 수첩을 꺼내 다시 한 번 묵산파 녀석들의 이름을 눈에 담았다.


신태현이 죽인 죄수, 그리고 수감 중 죽은 죄수들.

수첩에 적혀 있는 그들의 이름 위에 X 표시를 그렸다.


“다음은 얘로 하는게 좋을거야.”


어느새 내 옆에 온 민학선이 수첩에 적힌 [김석현] 이름 위로 손가락을 가르키며 말했다.


“문재호가 가장 아끼는 새끼다. 다른 새끼들 나가 뒤지는건 눈 하나 깜빡 안하는데, 아마 저새끼가 황천길 건너가면 눈 돌아갈거야. 내가 장담하지.”

“뭔데, 이새끼는?”

“김석현 저새끼는 문재호가 많이 아껴. 다른 조직에서 문재호 칼침 놓을려던걸 저새끼가 대신 맞아줬거든.”

“크크. 깡패새끼들, 아주 드라마를 찍어라.”


“크흠...형님, 그냥 저새끼부터 묻는게 나을 것 같은데요?”

“됐어. 흐흐. 어른이라면 가끔 앞담도 참고 들어줘야 해.”


심기를 불편하게 한 발언을 들은 성수 아저씨와 김강 아저씨.


“죄송합니다. 그런게 아니라...”

“우리는 괜찮으니깐 계속 해요. 흐흐 그치 성수야?”

“...네. 맘놓고 한 번 계속 씨부려봐라.”


“흠..그럼 계속 하지..”

“응. 괜찮으니깐 말해.”

“김석현은 묵산파에 들어온지 2년밖에 안된 막내였어. 근데 술집 사건 이 후, 문재호가 항상 챙기고 다녔지.”

“너 저 김석현이라는 새끼 때문에 문재호한테 팽 당해서 질투난거냐?”

“질투는 무슨...어쨌든 쟤부터 죽이면 문재호새끼 눈 돌거다.”

“그래, 참고할게.”


난 펜으로 미리 김석현의 이름 위에 X자를 그렸다.


그리고 잊으면 안되는 날에 대해 적어 내려갔다.


『17년 8월 21일 코치님 돌아가신 날...』


코치님의 웃는 모습이 점점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매일 같이 장난을 치며 웃었던 코치님.

공과 사는 확실하여 훈련을 할 때는 호랑이 표정으로 빡세게 시키던 코치님.

술을 마시고 묵산파 애들에게 당당하게 맞섰던 코치님.

성훈이형과 면회를 갈 때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환하게 맞이해줬던 코치님의 얼굴.


그리고 마지막 면회를 갔을 때 모든걸 포기한 듯한 코치님의 얼굴.


뚝.


코치님과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니 눈시울이 붉어지며 종이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행여 누가 볼까 얼른 얼굴을 옆으로 돌려 수첩을 관물대에 넣었다.


17년 8월 23일. 그렇게 새하얀 종이 위에 눈물을 남겼다.


“형님, 점마 저거 사고 한 번 거하게 칠 것 같은데요? 야. 우냐?”

“울긴 뭘 울어요? 눈썹 들어간건데.”

“저새끼 저거 드디어 헤까닥 한 것 같은데요?”


배식-


어느덧 저녁시간이 됐다.

오늘의 메뉴는 육개장과 멸치볶음, 해파리무침이 나왔다.

장례식장 음식이다. 교도소장이 의도한건지, 아니면 우연찮게 오늘 식단이 이런지 알 수는 없다. 식판에 음식을 담고 저녁을 먹다가 입 안 가득 음식을 때려 넣은 성수 아저씨가 말했다.


“키야, 맛죽이네. 그나저나 오늘 누구 뒤졌나? 딱 장례식 음식이네.”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성수 아저씨를 째려봤다.


“어메? 이새끼 눈 보소. 왜 새꺄? 먹다 체하겠네.”

“아..아닙니다.”


당연하다.

성수 아저씨는 모를 수 밖에 없다.

내가 너무 에민했다.


“이새끼는 가끔 가다 이런다니깐 꿈에 나올까봐 무서워 뒤지겠어.”

“에이, 무서운건 형님 아닐까요? 흐흐.”

“너는 좀 맞아야 돼. 새끼야.”


숟가락을 들며 현수를 위협하는 성수 아저씨.


저녁을 먹은 후, 식판을 한 곳에 모아두고 화장실을 가려고 몸을 일으켰다.

어김없이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화장실 앞에 누워있는 김강 아저씨.


“아저씨, 밥먹고 바로 누으면 체해요.”

“흐흐. 이제 건선수가 내 걱정을 다 해주는구먼...”

“넌 왜 갑자기 우리 형님한테 오지랖부려?”

“뭔...말을 못하겠네..됐어요.”


김강 아저씨는 변함없이 매일 화장실 앞에 누워있는다. 몇 년동안 사계절 상관없이 방에서 저리 누워만 있으니 지겨울 법도 한데 저 폼을 유지중이다.


요즘 성수 아저씨, 진수씨가 현수는 재미난 이야기를 나눈다.

조용했던 진수씨가 이렇게 말이 많았는지 몰랐고, 가오만 챙기던 성수 아저씨가 현수와 서슴없이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친형제와 다를바가 없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관물대에 기대 팔짱을 끼고 세 명을 바라봤다.


“그러니깐, 진수형 주먹이 매워서 애들이 다 기절하는거예요?”

“그건 아니지. 뽀록으로 터진거야.”

“성수 형님 말이 맞아. 흐흐.”

“이새끼 이거 웃는거 봐라? 야! 주먹을 날릴 땐 큰동작으로 날리면 안돼! 형처럼 딱 깔끔히 직선으로 뻗어야 되는거야!”

“오, 형님! 그럼 한 번 보여줘요!”

“한번이다! 잘 보고 기억해 둬!”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잡고 오른손 잽을 뻗었다. 제법 자세는 나오지만 약간 어설프다.

성수 아저씨는 잽을 뻗은 후, 앉아 있는 민학선에게 다가가 발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야, 너도 해봐.”

“네? 아 저는 그런거 못해요.”

“뭘 못해? 아 이새끼 이거 싸움도 못하는 잡종이라서 칼빵만 놓고 다닌거여? 흐흐.”

“에이...제가 누구덕분에 눈도 이렇게 됐는데 뭘 합니까?”

“크흠..야 해보라니깐.”

“괜찮습니다..”

“싱거운 새끼.”


성수 아저씨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진수씨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진수야, 일어나서 딱! 보여줘봐. 너는 동작이 너무 크니깐 내가 잡아줄게.”

“아, 뭘 일어나요. 흐흐. 전 괜찮아요.”

“형, 그러지말고 한번 보여줘요. 형 싸우는 걸 본적이 없어서..아 있나? 하여튼 보고싶어요.”

“형이 자세 잡아주는거 이거 1대1 PT 100만원 짜리여. 여기서 받을게 뭐가있.. 음..나중에 너 밀키스 나오면 그걸로 퉁 치자. 많이 봐줬다.”

“크크. 영광이네요. 아, 그럼 우리 현수를 위해서 뭐..별거 없지만...”


진수씨가 바지를 툭툭 털며 일어나 가드를 올린 상태에서 오른손 잽을 날렸다.

성수 아저씨의 자세가 100점 만점 중에 50점이라면, 진수씨는 90점이다.


“오, 형. 주먹이 안보이는데?! 완전 빠른데?”

“너는 참 보는 눈도 없다. 빨라봤자라니깐..이 파워! 파워가 중요하다고!”

“맞아. 흐흐 난 아직 성수 형님한테 못비비지.”

“형 복싱 좀 배웠었어요?”

“음...예전에 여기로 이감되기 전에 같은 방에 복싱 선출이 있어서 걔한테 좀 배웠었어. 그나마 걔랑은 조금 친했거든.”

“오, 선출...역시 우리도 선출이 있긴한데...”


현수는 말 끝을 흐리며 날 바라봤다.


“야! 성찬, 너도 일어나서 한번 해봐라. 역도 선출이잖아. 선출!”


관물대에 기대 세 명의 대화를 흥미롭게 듣고 있던 내게 성수 아저씨가 말했다.


“에이. 제가 뭘 해요?”

“너는 그 파워! 파워가 있는거 아니냐? 한 번 보여줘 봐.”

“됐어요. 먼지 날리게 뭘.”

“저거 폼 안나오니깐 빼는거 봐라. 남자 새끼도 아니야 저건. 못하더라도 딱! 일어나서 보여저야 되는⋯엇?”


성수 아저씨는 말을 하다가 내 옆에 복도가 보이는 아크릴판으로 눈을 돌렸다.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보니 교도관 이 주임이 아크릴 판에 얼굴을 대고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이 주임님, 거기서 왜 소름끼치게 웃고 계십니까?”

“목청이 떨어져라 시끄럽게 떠드는데 누가 그냥 지나쳐요? 뭔 얘기를 그리 재밌게 하고 있어요?”

“에이, 좀 봐주쇼.흐흐. 남자다운 얘기 좀 하구 있었구먼.”

“아, 뭐 복싱?”


성수 아저씨는 가드를 올리고 스텝을 밟으며 복싱 자세를 취한 채 이주임에게 말을 했다.


교도관 이 주임.

다들 이름은 모른다. 신태현이 이 주임이라고 불렀던 순간부터 이 주임이라고 불린다고 하고, 신태현 다음으로 수개 교도소에서 얼굴을 많이 마주쳐 온 교도관이다.

자연스레 장난을 칠 정도의 사이가 된 교도관이며, 신태현 다음으로 힘이 쏀 교도관이다.

신태현과 이주임 외 다른 교도관들도 몇 번 마주쳤지만, 제일 얼굴을 많이 본 건 이 두명의 교도관이다.


이 주임은 흥미를 느꼈는지 우리가 있는 242번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주임님, 주임님도 한 번 자세 잡아보소.”

“음..이렇게?”



준비 자세를 보니 영락없는 오서독스(orthodox)였다.


복싱에서는 오서독스(orthodox)와 사우스포(southpaw)의 두 가지로 대별된다.

전자는 오른팔을 잘 쓰는 복서가 취하는 자세로서 왼발을 상대쪽으로 향해 내딛고 오른발은 뒤로 벌리고 뒤꿈치를 들고 몸의 중심을 양 발 중심에 두고, 상체는 약간 비스듬히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얼굴은 정면으로 향해 상대를 바라본다.

왼팔은 가볍게 내놓고 오른팔은 턱 아래, 즉 가슴에서 약 10㎝ 정도로 떨어져 유지한다. 사우스포의 준비 자세(방어 자세)는 오서독스와 대칭적인 반대 형태의 자세를 취한다.


“오~ 주임님, 짜세 좀 나오는데요?”


옆에 앉아 있던 현수가 일어나 이 주임의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


“주임님, 거기서 딱 이 오른손 이거, 이거를 딱 직선으로 뻗어봐요.”


성수 아저씨가 이 주임 옆으로 가 자세를 잡아줬다.


“음...이렇게?”



슉 -



순간적으로 오른손 주먹을 허공에 뻗은 이 주임.

짧게나마 호흡을 뱉는 소리와 함께 나간 주먹.


자세를 잡았을떄부터 알았지만 너무 간결했다.


김강 아저씨를 빼고 우리 방에 있는 사람은 모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와...이건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주임님 방금 주먹이 너무 빨라서 보지도 못했는데요?”


현수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주임님, 뭐.. 복싱 배우셨습니까?”


이번에는 진수씨가 일어나 이 주임에게 물었다.

질문도 잘 하지 않던 진수씨가 물어볼 정도면 일반인이 봤을 때도 진짜 잘하는거였다.


“이 주임님, 주임님도 뭐 복싱? 그런거 국대 출신입니까? 아 배웠으면 배웠다고 하지! 가오 떨어지게 참.. 와.. 진짜 여기 교도관들 무서워서 뭘 못하겠네.”

“국대라...하하. 국대 출신이긴 하죠.”


이 주임이 말을 하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봤다.

응? 왜 나를 쳐다보는거지?


“이 주임! 여기서 뭐해?”


보안과장이 열린 문 사이로 뒷짐을 지고 들어와 말했다.


“뭐하는거야?”

“아, 과장님. 아닙니다. 여기 있는 772번한테 복싱 자세 좀 배우고 있었습니다. 흐흐”

“예? 배우는건 우리가 배우고 있었던..”

“쪽팔리게 어디 범죄자 새끼한테 자세를 배워? 야 김성수! 가만히 있어 너 따위가 뭔 자세를 알려줘?”

“에? 과장님. 아닙니다. 제가 뭘 했다고...”

“닥쳐! 이 주임 나가자.”

“넵!”


보안과장과 이주임은 문을 닫고 나가 보안과로 들어갔다.


“야, 내가 뭐 잘못했냐?”

“흐흐. 좀 떠들긴 했죠.”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본 이 주임.

뭘까..?

나는 아크릴 판으로 가 이 주임이 들어간 보안과 문을 바라봤다.




***




“거기서 뭔 자세를 배워 자세를?”

“네? 아 흐흐. 복싱 연습 좀 하는 것 같길래...”

“뭐하러 거길 들어가?”

“하하...”


머쓱한지 뒷 머리를 긁으며 말하는 이주임.


“너, 박성찬 보면 속 뒤집어 지는 놈 아니였어?”


보안과장이 미심쩍다는 듯이 물었다.


“아닙니다. 다 지난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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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복수의 사냥(2) +1 24.03.13 398 7 11쪽
22 복수의 사냥(1) +2 24.03.12 413 8 11쪽
21 이진수의 죽음 +1 24.03.11 423 6 16쪽
20 이주임(2) +1 24.03.10 424 8 15쪽
» 이주임(1) +3 24.03.09 453 9 12쪽
18 코치님의 죽음 +1 24.03.08 477 9 13쪽
17 참교육 +4 24.03.07 462 9 12쪽
16 거구의 교도관(2) +3 24.03.06 475 12 14쪽
15 거구의 교도관(1) +2 24.03.05 503 14 16쪽
14 묵산파의 계획 +3 24.03.04 529 14 15쪽
13 수훈파 괴멸 +1 24.03.03 541 12 11쪽
12 교도소장의 분노 +1 24.03.02 565 14 15쪽
11 민학선의 수첩 +2 24.03.01 566 18 16쪽
10 따리방 +1 24.02.29 590 15 14쪽
9 242번방 죄수들의 죄명(2) +3 24.02.28 618 17 11쪽
8 242번방 죄수들의 죄명(1) +1 24.02.27 651 19 15쪽
7 코치가 교도소에서 사람을 죽였다 +3 24.02.26 679 20 17쪽
6 입소 후 첫 싸움 +1 24.02.25 697 19 13쪽
5 출역 +2 24.02.24 710 21 14쪽
4 수개 교도소 +1 24.02.23 737 21 12쪽
3 사회악 새끼들 +2 24.02.23 779 21 12쪽
2 징역 9년 +2 24.02.22 850 19 12쪽
1 아시안게임 선발전 우승자 +4 24.02.22 1,07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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