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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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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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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53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0.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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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이버 대학에 다니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DUMMY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플루의 재판이 끝나고, 여름방학의 마지막 주 화요일이 되었다.


현재 메모리아부서는, 너무 오래된 나머지 시끄러운 소음을 일으키는 에어컨과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선풍기로 겨우 더위를 나고 있는 중이었다.

인간 황대근이 더위를 타면 탈수록 대근건설 역시 그가 느끼는 더위를 그대로 느낀다.

메모리아부서의 에어컨은 25도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았고, 선풍기는 약풍으로 돌았다가, 미풍으로 돌았다가, 강풍으로 돌았다가 하며 순 제멋대로였다.


메모리는 제 하고싶은 대로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평택 사이버 대학에 다니고~♪ 내 인생이 노래졌다~♪"


그는 이비인후팀에서 받은 자료를 훑어보고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인간 황대근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빨간 어플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계속해서 같은 광고가 떠오른 것이다.


인간 황대근은 자신이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자신도 모르게 그 광고의 노래를 머릿속에 주입 시켜버렸다.

이렇게 인간 스스로도 모르게 기억된 광고는 메모리아부서로 즉시 이동하게 된다.


"무슨 노래 가사가 그 모양이에요?"


혜윰이 황대근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메모리에게 물었다.

메모리는 이비인후팀에서 음악파일을 하나 보내왔다면서 노래를 들려주었다.


[평택 사이버 대학에 다니고 나의 미래시대 시작됐다~♪ 평택사이버대학에 다니고 나를 찾는 인간 많아졌다~♪ 평택사이버 대학에 다니고 내 인생이 노래졌다~♪]


황대근은 이게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노래인지, 그래서 평택사이버대학에 오라는 뜻인지 아니면 오지 말라고 돌려 까는 것인지 헷갈렸다.


"이거 대학 광고예요?"


그의 질문에 메모리는 이빈인후팀에서 보낸 자료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은데요, 자료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자기 대학 오라고 광고하는 거래요. 멜로디가 단순하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자꾸 따라 부르게 되네요. 저도 모르게 막 부르고 있어요! 하하! 내 인생이 노래졌다~♪"


확실히 십 분전부터 메모리는 '평택사이버대학'광고 노래를 쉴 새 없이 부르고 있었다.

메모리아 부장 컨트롤은 그런 메모리에게 제발 입 좀 닥치라고 소리쳤으나 소용은 없었다.

메모리는 마치 기억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노래를 불렀다.


"평택사이버 대학에 다니고~ 나를 찾는 인간 많아졌다~♪"






(대근건설 - 뇌부서 - 광고팀)



뇌부서가 있는 제 1건물 브레인의 구조는 아주 복잡하다. 뇌부서 직원들조차 이곳에서 길을 잃을 정도니까, 얼마 전 마이크로가 뇌부서 드림팀에서 길을 잃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관자놀이 근처에 있다고 전해지는 광고팀 사무실은 측두엽 부근에 위치해 있다.

광고팀 안에는 해마가 있는데, 광고팀의 해마는 인간 황대근이 무언가를 듣고 기억하려 할 때마다 춤을 춘다고 전해진다.


"선배님, 쟤는 뭔데 자꾸 춤을 추는 건가요?"


광고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 선배로 추정되는 직원에게 묻자, 선배가 대답했다.


"자극에 반응하는 거야. 기억을 하려고 하는 거지. 얼마 전부터 인간 황대근이 들었던 그 대학 광고 있잖아? 그 광고 소리에 반응하는 거야. 그나저나 메모리아부서에서 뭐 안 보내 주든? 지금쯤이면 장기기억으로 전환됐을 텐데?"


신입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작업이 완료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전 전서혈로 메모리아부서의 메모리가 현재 광고를 열심히 받아 적고, 또 계속해서 되새기고 있다고 전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 이 기억을 맷돌팀에도 보낼까요?"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맷돌팀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억인출기에서 알아서 인출해내겠지 뭐. 그리고 기억인출기가 아니라도, 아마 무의식이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제멋대로 빠져나올 가능성도 커."


신입은 불안해 보였다.


"무, 무의식이요...? 그, 그럼... 그냥 둬야 하는 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중에 영화관에서 싱어롱(singalong)으로 나올 거야. 그때 같이 불러주면 된다고. 걱정마라, 이런 건 늘상 있는 일이야.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별 거 아니다. 광고라는 건 원래 이런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거지.”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메모리는 여전히 '평택사이버대학교'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황대근과 혜윰은 직원휴게실 소파에 앉아 사이좋게 백혈구 모양 감자칩을 나눠 먹으며 나름 심각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바로 리콜을 어떻게 구하는가에 대한 토의였다.


망각의 호수로 다시 가야 하는가? 하지만 리콜이 호수에 빠져 이미 죽어버렸다면 어떻게 하는가?

만약 죽지 않았다면.... 리콜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살아는 있을 것인가?


혜윰은 심각한 표정으로, 하지만 그런 표정과는 반대로 그녀의 입은 백혈구 모양 감자칩을 신나게 씹어 먹으며 말했다.


"리콜씨가 사라지면서 대근이가 구영원하고 영부에 대한 걸 잊어버렸어요. 영부가 분명 범인일 텐데, 얼마 전에 구영원 신도 7명이 동반자살했다면서요? 그런데 대근이는 범인이 영부라는 걸 잊은 것 같아요."


황대근이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아뇨, 잊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약 일주일 전, 황대근이 재물산 근처에 가면서 구영원과 영부를 의심했어요. 그 말은 즉, 아직 리콜씨는 살아있다는 겁니다. 만약 리콜씨가 정말 죽었다면, 구영원과 영부에 대한 의심 역시 사라졌겠죠."


다만 리콜이 현재 행방불명 상태이기에, 인간 황대근은 영부나 구영원, 혹은 범인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떠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심 가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안타까운 상황과 비슷하다.


[평택사이버대학교~♬]


밖에서는 메모리가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황대근과 혜윰은 그가 부르는 노래가 조금씩 지겨워지려 하고 있었으나, 한여름날 매미가 단체로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나름 견딜만 했다.


허나 컨트롤은 아닌 것 같았다.


[입 좀 닥치십시오! 제발! 그! 입 좀! 그만좀 부르라고!]


컨트롤의 절규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직원휴게실 내에 있는 골수에 전서혈 하나가 도착했다.

혜윰이 가까이 다가가 전서혈을 펼쳐보니 그 안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잠깐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좀 와 봐라. - M.C]


혜윰이 보여준 전서혈을 읽던 황대근은 의문이 들었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뇌부서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완전히 탄압한 것일까?

그가 이런저런 가정을 늘어놓으며 혜윰과 가벼운 토론을 하는 동안, 바깥에서는 메모리의 신난 노랫소리와 컨트롤의 역정이 한데 섞여 정겨운 배경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 인생이 달라졌다~♬ 평택사이버대학교~♬]

[그만 좀 부르라고!!!!]






(대근건설 - 제 1건물 브레인 - 사장실)



컨트롤의 정신머리가 가출을 하려 하고 있는 동안, 쉐도우는 웃고 있었다. 그의 기분은 매우 좋아 보였다.


신도들 7명도 죽었고, 자신의 현재 계획이 척척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약 일주일 전 황대근이 재물산 근처에서 자신을 봤다는 것이다.

다행히 녀석이 다가오기 전에 도망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꺼림칙했다.


허나 13년 만에, 정말 오랜만에 황대근을 만나는 것인지라 옥상 위에 메세지를 남겨두기는 했는데, 녀석이 자신의 편지를 부디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휘잉—


한편, 헨리는 사장실의 한 가운데 서서 한창 테니스 서브 연습을 하고 있었다.


쉐도우가 검은 약을 강제로 먹인 후로는, 헨리는 단 한 번도 쉐도우에게 반항을 한 적이 없었다.

헨리 지킬의 자아가 약해지고 에드워드 하이드의 자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에드워드 하이드는 현재 권력의 맛에 취해, 놀러다니거나 골프와 테니스를 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쉐도우는 처음에는 그를 매우 못마땅해했으나, 결국 생각을 바꾸었다.


'어쩌면 이런 게 다행이지. 왜냐면 1인자가 멍청해야 2인자인 내가 인간 황대근을 더욱 쉽게 손에 넣을 테니까. 헨리녀석은 그저 내 이용물일 뿐이지. 내가 필요할 때까지만, 그 날이 올 때까지 녀석은 내 곁에 있어야만 한다.'


부웅— 쨍그랑—


허공에 대고 신나게 플랫 서브를 넣은 시늉을 하던 헨리는 그만 라켓으로 천장에 달린 형광등을 깨고 말았다.

쉐도우는 헨리가 깨진 형광등을 치우기 위해 미생물 한 명을 부르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아쉽단 말이야. 확실한 증거인멸을 위해서라도 김철환이 새천년 마차에 올랐으면 했는데, 정말 아쉽군.'


1분도 채 되지 않아 미생물이 사장실에 도착했고, 그 미생물은 자신이 깬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헨리의 폭풍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뭐, 상관없지. 어차피 경찰들은 날 범인으로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흠... 그나저나 강도윤 이 새끼는 피니시를 제대로 감시하는 거야, 뭐야? 얼마 전에는 앵거 새끼가 쓸데없는 걸로 고소를 하질 않나! 하여간 요즘 다들 너무 풀어졌어. 마음에 안 들어.'


깨진 유리조각을 치우던 미생물의 작고 여린 손이 유리조각에 베였다.

그 탓에 미생물의 손에서 나온 피가 사장실 바닥을 일부 적셔버렸다.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 황대근은 마지막 주짓수 수업을 듣기 위해 도복과 물병 등을 챙기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순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두통에 그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으으... 갑자기 이게 뭐지? 누가 내 머리를 야구배트로 가격하는 기분이... 마치 머릿속에서 뭔가 깨진 것 같단 말이지...."


그는 거실에 있는 화장실로 걸어갔다. 찬물로 세수를 하면 이 찌르는 듯한 두통이 조금 나아질 것 같았다.

캄캄한 화장실의 불을 켠 후, 그가 거울을 쳐다봤을 때였다.


"....이게 뭐야?"


황대근의 이마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심한 것은 아니었고, 다만 조금 깜짝 놀랄 정도였다.

깜짝 놀란 그가 오른손으로 이마에 묻은 피를 지우려 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분명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이마에 묻어있던 피가, 마치 마법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경기도 평택시 - P아파트)



김철환은 집에서 아내와 함께 참외를 먹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그가 구영원을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가 새천년 마차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도 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조금 전, 김철환은 새천년 마차에 관해 아내에게 모든 것을 들려주었다.


아내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말했다.


"정말 다행이네요!"


그러자 김철환이 씨가 많이 들어있는 참외를 오독오독 씹으며 물었다.


"뭐가 다행인데요?"

"까딱 잘못했다가는 당신도 저승길 갔을 거 아니에요? 난 그 영부라는 사람이 왠지 의심스러워요.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새천년 마차에요? 지금이 무슨 기원전 시대예요?"


그의 아내는 그와 나이 차이가 제법 난다. 띠동갑이니까.

평소 모습을 생각한다면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지만, 김철환은 생각보다 아내에게 잡혀사는 남자였다.


물론 바깥에서는 절대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기는 하지만.


"너무 그러지 말아요. 우리 영부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신데? 신도들이 7명이나 죽었다고 하니까 영부님의 그 인자한 눈망울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시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팠다구요! 솔직히 그날이 결혼기념일만 아니었어도....."


그의 아내가 눈을 부릅떴다.


"뭐예요? 지금 우리 결혼기념일 가지고 핑계 대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아, 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됐어요! 그날도 좀 분위기 괜찮은 곳에서 먹자니까 이상한데로 데려가 놓고!"

"아니, 여보....."

"용돈 지금에서 더 줄여버릴 거예요!"

"아, 안 돼! 여기서 더 줄이면 난 어쩌라구? 당장 내일이 용돈 받는 날이잖아?"

"몰라요!"


그러게 왜 말실수는 해서.


"여보! 제발! 교사월급 쥐꼬리라고!"


다음 날 아침, 김철환은 급다이어트를 한 지갑을 보며 자신이 했던 말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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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부바와 키키 (3) 21.11.04 1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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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추격자 (3) 21.10.31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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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기억을 걷는 시간 21.10.27 20 1 13쪽
95 검은약 21.10.26 21 1 11쪽
94 완전 내로남불이랑께 21.10.26 2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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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치킨이 좋냐? 21.10.25 1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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