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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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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252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1.0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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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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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그 여자의 사정 (2)

DUMMY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수요일 저녁, 플루는 날아가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날아가는 게 아니라 대롱대롱 매달려 가고 있었다.

그녀는 초파리 모양의 비행선의 끝 부분을 잡고 있었는데, 그 끝 부분이라는 것이 바로 초파리의 궁둥이였다.


"내가 왜 이런 걸 잡고 가야 하는 거예요?!!"


플루가 소리치자, 운전대를 잡고 인간 황대근을 향해 날아가던 케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잡기 싫으면 놓으면 된다~"

"누가 놓고 싶대요? 대장님은 초파리 거시기 잡고 날아가면 좋겠어요?"

"안 잡아봐서 모르겠다~"


연료가 얼마 없는 탓일까, 케어는 제대로 운전하려 애를 썼지만 비행선은 곡예를 하며 날아갔다.

그 탓에 플루는 몸의 이곳저곳을 마구 부딪혀 별을 보고 있었다.


에엥—


거미를 피해 공중으로 날아오르던 바로 그 때부터 플루를 노리던 존재가 하나 있었다.

바로 모기였다.


"대장님! 모기가 쫓아와요! 빨리 달려요! 더 빠르게!"


케어역시 아직 무사한 나머지 사이드미러로 모기를 발견한 지 오래였다.

케어가 사이드미러를 확인하자, 초파리의 꼬랑지에 매달려있던 플루는 순간 몸을 떨었다.

자신이 한쪽 사이드미러를 부숴 먹은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도, 조금 둔한 면이 있는 케어는 눈치채지 못했다.


"야! 나도 빨리 가고는 싶은데, 이게 말을 안 들어!"


에엥—


모기가 주둥아리로 플루를 공격했다. 길고 날카로운 주둥아리에 플루는 식겁하며 소리쳤다.


"으악! 아까부터 왜 죄다 나한테만 그러는데!"


조금만 더 날아가면 인간 황대근에게 도착할 수 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푹—


모기가 좀 더 빨랐다. 모기는 플루의 가늘고 하얀 팔에 주둥아리를 꽂아버렸다.


"플루!"

"으으... 어지러워..."


인간은 모기가 살짝 문다고 크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플루는 아니다.

인간의 혈액 보유량과 플루의 혈액 보유량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아니 목성과 지구의 거리 수준이다.

혼미해져 가는 정신을 애써 붙잡으며, 플루는 모기의 주둥아리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마구 흔들었다. 있는 힘을 다해서.


"이거 빼! 이거 빼라구!"


플루가 힘이 센 것일까, 아니면 식사 도중에는 힘이 조금 약해지는 것일까?

모기는 주둥아리가 뽑힌 채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수요일, 조금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친 인간 황대근은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당장 내일부터 2학년 2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맑은 정신으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그는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한 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기로 결정했다.


그가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새 잠옷을 들고 방의 문을 나서려는 순간, 그는 코의 한쪽이 약간 막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크허억!"


아니 아주 작은 자갈돌이 코 속으로 역류하는 기분이다.

무언가 콧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황대근은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대근건설 - 소화기부서 - 구강팀)



케어와 플루는 무사히 대근건설에 도착했다. 연료는 이제 겨우 10% 남았다.

문제는, 둘은 분명히 코로 들어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구강팀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크허억!]


케어와 플루의 비행선이 코 속으로 들어오고, 황대근이 이상한 짐승 소리를 내면서 비행선은 구강팀으로 떠내려갔다.

인간 황대근이 찜찜한 입 속을 헹구자, 구강팀은 잠시 동안 물에 잠겼다가 다시 물이 빠졌다.


"대장님, 어쨌든 제대로 도착한 건 맞죠? 그쵸?"


여전히 초파리의 거시기를 붙잡고 있는 플루가 케어에게 묻자, 케어는 운전대에 있는 버튼 하나를 누르며 대답했다.


"그래, WBC로 어서 가자고."


케어가 버튼을 누르자, 비행선의 바닥 부근에서 진동소리가 나더니 곧 '야외 모드'에서 '대근건설 모드'로 주행스타일이 바뀌었다.

그들이 최대한 빠르게 구강팀을 빠져나갈 수 있는 뒷문을 향해 가는데, 무언가가 뒷문에 서서 길을 막고 있었다.


"에엥?"


구강팀의 악어새였다. 악어새는 초콜릿을 상자 째 펼쳐놓은 채 우걱우걱 먹고 있었는데, 케어와 플루를 목격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상자를 입 안에 쑤셔 넣어버렸다.


"마, 마우스 팀장님한테 이르심 안 됩니다! 마우스 팀장님은 초콜릿 싫어하세요!"






(대근건설 - WBC)



악어새를 잘 달래준 후 구강팀을 빠져나온 케어와 플루는 며칠 만에 겨우 WBC에 도착할 수 있었다.

케어는 WBC본부의 뒷문을 통해, 다른 대원들 몰래 대장실로 들어갔다.

플루는 괜찮다는 케어를 말리며 자기가 비행선을 처리하겠다고 떼를 쓴 후, 비행선을 끌고 정문으로 들어갔다.


다른 대원들은 비행선을 타고 있는 그녀를 보며 질문했다.


"왜 그걸 꺼냈어? 그건 창고에 보관해두었던 거 아니야? 대장님이 꺼내지 말라고 하셨잖아? 너 설마... 대장님 없다고 마음대로 하려는 건....!"


뻔뻔한 표정으로 플루가 대답했다.


"대장님께서 시범 운전 해보라 하셨어! 아무리 자주 안 쓰는 물건이라고 해도, 종종 움직여줘야 굳지 않지!"


끼이익—


그때, 대장실 문이 열리고 케어가 걸어 나왔다. 그의 옆에는 키가 있었다.

그의 모습은 며칠 씻지 않은 것처럼 꼬질꼬질했으며, 대장복은 찢겨져 있었고 얼굴에는 검은 탄이 잔뜩 묻어있었다. 누가 봐도 아파 보이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대원들은 그런 그에게 일제히 달려가 그의 안부를 살피며 앞다투어 괜찮으시냐 묻기 시작했다.

대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케어를 보면서, 플루와 키는 서로 마주 보더니 싱긋 웃었다.


플루가 키에게 속삭였다.


'키, 비행선 창고에다 잘 모셔뒀지?'

'그럼요, 플루대원님!'

'부서진 그건? 대장님 모르게 잘 처리했지?'

'그것도 잘 처리했어요! 플루님께서 부셨다고는 전혀 생각하시지 못할 거예요!'

'정말? 어떻게 했는데?'

'그냥 수건으로 덮어뒀어요!'


플루가 비행선을 굳이 굳이 자기가 정리하겠다고 했던 것은, 초파리 모양 비행선의 사이드미러를 박살 내버렸다는 것을 은폐하기 위한 둘만의 공작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키의 대처가 제법 어설프다는 것일 뿐이다.


'수건으로 덮어뒀다고? 그렇게 하면 어떡해! 내가 한 줄 아실 거 아냐!'

'그래도 당분간은 저거 타고 밖에 나갈 일 없지 않을까요?'


키의 질문에, 플루는 바깥 세상에서 목격했던 거미와 모기를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없어야지.... 절대 없어야지.... 무조건 없어야지....'






(경기도 평택시 - 구영원)



플루와 키가 창고로 들어가 수고한 비행선을 살피려는 케어를 극구말리고 있는 동안, 시연엄마는 구영원에 있었다.

영부가 구치소에 수감되어도 1년 365일 내내 문이 열려있는 구영원은 나름대로 잘 굴러갔다.


시연엄마는 예배실로 걸어 들어갔다. 불은 꺼져 있었다.


탁—


불을 키자 백색의 형광등이 일제히 켜지며 예배실을 밝혔다.

그녀는 예배실 앞으로 걸어가 가장 맨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함께 기도를 올리던 영부를.


'영부님... 우리를 위하여 온갖 모욕과 수난과 고통을 당하시는군요...'


분명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되었거늘, 시연엄마는 여전히 맹목적이었다.

그녀는 예배실 정중앙에 있는 십자가를 올려다 보았다. 십자가는 평범했다. 누군가 매달려있지도 않았고 그저 잘 깎은 나무로 만든 평범한 십자가다.

기타 다른 교회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구영원의 십자가의 윗부분에는 라틴어로 'INRI'라 적혀있었다.


INRI. 풀어쓰면 lesus Nazarenus Rex ludaeorum, 즉 유대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뜻이다.

이 문구는 분명 '신의 아들'을 가리키는 문구일 텐데, 구영원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였다.


'INRI, INRI.... 영부님, 저는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 남자처럼, 당신을 세 번이나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영부가 잡혀가기 전, 시연엄마는 영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부님, 우릴 괴롭히고 적대시하는 이들을 언제 까지고 두고 보실 건가요?'

'.....'

'영부님, 큰하늘님께 부탁해 그들에게 벌을 내리세요!'

'자매님.'

'.....'

'자매님, 저는 이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큰하늘님의 명을 받아 이 세상을 구원하러 왔습니다.'


영부가 경찰에게 잡혀간 뒤, 시연엄마가 영부의 면회를 갔을 때였다.


'영부님,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어디 편찮으신곳은....?'

'전 괜찮습니다, 자매님.'

'영부님, 이건 아니에요. 증거도 없는데 함부로 사람을 잡아가다니요!'

'자매님.'

'제가 신도들을 모아 탄원서를 제출할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자매님!'

'....?!'

'자매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저 믿고 기다리십시오. 저는 무사할 겁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자매님. 두고 보십시오. 저들이 제 성전을 허물어뜨렸지만, 제가 3일만에 다시 지어 보이겠습니다.'


그러나 3일은 고사하고, 영부가 구치소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훨씬 초과됐다.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지껄이는 영부를 보며 신앙심이 조금은 사그라들 법 하거늘, 시연엄마의 신앙심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영부가 돌아오리라 믿었다.


"마태오 복음서 28장 20절...."


그녀는 영부가 직접 큰하늘님의 말씀을 받아 적었다는 검은 책을 보고 있었다.


"내가 이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


같은 구절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그녀는 예배실 정중앙에 매달린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언제나 아니라고 스스로 되뇌었지만, 그녀는 영부를 신으로 생각했고 또 그렇다고 굳게 믿었다.

약 두 시간 뒤, 그녀의 기도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였다. 어디선가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웅성웅성—


구영원은 밤과 낮, 혹은 새벽을 가리지 않고 신도들이 찾아왔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시연엄마는 '다른 신도가 왔구나'하면서 별 신경 쓰지 않고 예배실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희미했던 목소리가 조금씩 선명해지더니, 시연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자매님."


예배실 문 앞에 그대로 굳어버린 채, 시연엄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문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어 밖도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다. 이곳엔 시연엄마 혼자 뿐이다.


"자매님, 당신의 기도를 큰하늘님께서 들으셨습니다."


목소리는 목욕탕에서 말을 하는 것처럼 웅웅거리고 울려 퍼지는 느낌을 주었다.

시연엄마는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 누구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자매님, 큰하늘님께서 제게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저에게 이 세상 끝날 까지, 언제나 너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저와 한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예배실에 매달린 십자가에 등을 진 채 문 쪽을 바라보고 있던 시연엄마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녀의 고개가 조금씩 십자가 쪽을 향해 돌아갔다. 그녀의 눈에 하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보였다.


"영부님.....?"


영부다. 영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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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부바와 키키 (3) 21.11.04 18 1 13쪽
111 부바와 키키 (2) 21.11.03 18 1 13쪽
110 부바와 키키 (1) 21.11.03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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