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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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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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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1
추천수 :
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2.11.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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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화

DUMMY

봉인된 열쇠를 가져오기 위해 로안과 엘레니아 그리고 추가된(?) 세리스는 바람의 제단에 도착했다.

제단의 크기는 로안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거대했다.

이곳은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엘프의 성역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 금지된 성역에 근 수백 년간 인간의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 금역에.

로안과 엘레니아가 첫발을 디뎠다.


“뭔가 으스스하네요.”


오랫동안 발길이 닿지 않았던 탓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세리스는 로안을 찌릿 노려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뭐라 중얼거리자 갑자기 앞을 비춰주는 작은 불빛이 나왔다.


“그건 뭐지? 마법이라고 하는 건가?”

“다른 바람의 엘프들은 정령 마법을 사용할 수 없지만 나는 가능해.”


신비로운 힘이 담긴 정령 마법은 어두운 길을 쭉 따라 그들에게 길을 안내했다.

어두운 회랑을 지나 거대한 공간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정말 제단이 있네요···”


엘레니아는 거대한 공간 앞에 정갈하게 놓인 제단을 보았다.


“당연하지. 이거나 받아.”


냉랭한 태도로 쏘아붙인 세리스가 로안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팔찌처럼 생겼는데? 내 손목에 끼우면 되는 건가?”

“당연한 거 아니야?”

“믿을 수가 있어야지···”


로안의 말에 세리스의 아름다운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


“미안미안.”


심심한 사과와 함께 팔찌를 착용했다.

팔찌를 바라보니 이걸 만든 장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아름답게 세공된 팔찌는 인간의 솜씨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정교했다.

귀중품에 대해 일면식이 전혀 없는 로안이 봐도 그게 얼마나 소중하게 만들어졌는지 느껴질 정도다.


“중앙에 박혀있는 이 구슬 같은 건 뭐지?”

“저기···”


세리스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길 뭐?”

“딱 보면 모르겠어? 가져다 대라고.”


새침하게 말한 세리스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 장면을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인간에게 의식을 허락해야 한다니 이건 정말 엘프의 수치야!’


정령의 기운을 팔찌로 옮겨 담는 과정은 엘프에게는 신성한 의식이었다.

인간들이 그 의식을 진행하는 선례가 없을 정도였으니, 세리스는 엄청난 수치심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우왓!”


로안이 비명을 질렀다.


팔찌의 의지인지. 알지 못하는 힘에 이끌린 로안의 팔이 저절로 세리스가 가리킨 방향으로 이끌렸다.

순간 제단에 장식되어 있던 빈 구슬이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쫌! 조용히 해! 의식이 시작하고 있잖아!”


로안이 궁시렁거리는 걸 참다 참다 못해 그녀가 고개를 홱 돌리며 꽥 소리를 질렀다.


“자기가 제일 시끄럽게 해놓고선···”


로안이 중얼거리자 세리스의 도끼눈이 로안을 째려봤다.


“크흠···”


로안은 헛기침을하며 다시 푸른 빛이 흐르는 걸 지켜봤다.

그 구슬은 빛의 잔해로 분해된 로안의 작은 구슬이 담긴 팔찌로 스며들었다.

곧 색을 잃었던 팔찌의 구슬이 푸른색을 되찾고 은은한 빛을 내었다.


“···다 된 건가?”

“······.”


세리스는 울먹이던 표정을 감췄다.


“그래. 다 됐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하는 거지?”


팔찌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로안이 물었다.


“이제 영토로 들어가야 해.”


세리스는 뒤돌아 걸으면서 대답했다.


“생각보다 간단하네.”

“그렇지 않아. 서쪽으로 들어가야 해 엘프들의 왕국 드리노어로. 험난하고 어려운 여정이 될 거야.”

“···그래?”

“우리들의 영토는 서쪽 제일 끝에 있어. 물과 물, 그리고 대지의 엘프들은 우리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생각을 넘어서는 어려움이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고민에 빠졌다.


“흠···”


엘레니아는 로안의 고민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제가 걱정돼서 그런 거라면 괜찮아요.”

“하지만···”


로안은 뭐라 말하려 했지만 해줄 말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알겠어요 엘레니아.”


결국 머리를 끄덕거리고 대답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


세리스는 혼자 앞질러 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인간에게 엘프의 운명을 맡겨도 되는 걸까.

그녀는 잡생각에 빠져들었다.

바로 위에서 덮쳐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봐! 위험해!”


로안의 짧은 경고에 퍼뜩 고개를 들은 세리스는 순간 바닥을 차오르며 허리를 유연하게 뒤로 꺾었다.

그 순간 올려지는 발의 힘으로 늑대의 턱을 올려 찼다.

동시에 매끈하게 바닥으로 착지한 세리스가 자세를 낮추었다.


“······.”


화려하고 강력한 공중제비에 로안은 감탄했다.


“마수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마수에 세리스는 등 뒤로 장착한 단검 두 개를 동시에 빼 들었다.

화려한 회전과 함께 등장한 단검이 한번 날카롭게 번뜩 움직였다.

서걱-

다른 쪽에서 덮쳐오던 늑대 뿔 달린 늑대 하나가 그대로 힘을 잃고 바닥에 처박혔다.


“강하네요···”


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로안 또한 발검하여 동시에 늑대의 목을 베어냈다.

깔끔하게 떨어진 늑대의 머리를 그대로 발로차 세리스를 덮치던 늑대를 격추했다.


“······.”


로안은 세리스의 시선을 느꼈다.


“고맙다는 말은 됐다.”


그녀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공중으로 뛰어올라 손이 어지럽게 휘둘러졌다.

늑대들의 품으로 파고든 그녀가 검을 털어내자 세 마리의 늑대가 동시에 픽 쓰러졌다.

크르릉-

셋이 힘을 뭉치자 늑대들은 부리나케 도망가기 시작했다.

세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단검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강하네요.”


로안이 옆에서 걷던 엘레니아에게 말을 붙였다.


“강할 수 밖에요. 엘프들은 인간들보다 뛰어난 육체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쪼만해 보여도 역시 엘프는 엘프인가 보네요.”


앞질러 걷던 세리스가 발을 멈췄다.


“다 들리거든?”


작다는 소리에 반응한 세리스가 고개를 돌려 로안을 째려봤다.


“미안미안.”


로안의 재빠른 사과에 그녀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귀까지 좋은 줄은 몰랐지···”


그 말을 들은 세리스는 다시 한번 멈춰서 노려봐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깨달은 것이다. 대응하면 자신만 피곤해진다는 것을.


*


며칠 동안 이어진 행군 끝에 본격적으로 드리노어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섰다.

위태로운 조합이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기에 참고 넘어갈 수 있었다.

로안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고, 엘레니아는 엘프를 싫어한다.

그리고 세리스 또한 인간을 불신하는 성격이었다.

한 번 엘레니아와 세리스가 대립하는 구도에 로안은 그녀들을 말리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이곳부터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해. 다른 엘프들과 정령들이 우리를 싫어할 것이 분명하니까.”


그녀는 경고를 주었다.


“음··· 그래 보이네.”


평화로워 보이는 숲이었지만, 로안의 검은 그에게 경고 하듯 검신을 떠는 중이었다.


[바람의 아이여···]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하여 이곳을 찾아왔느냐.]


그 목소리는 굉장히 불쾌한 듯 우리들의 등장을 반기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인간의 이방인도 있구나. 바람의 아이여 정녕 이 인간들과 함께하기로 작정한 것이더냐.]

“시끄러워. 나라고 좋아서 그러는 줄 알아? 이곳을 지나가야겠어.”


그녀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건 불가하다. 너희들은 세계수의 규약을 어겼다. 이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 돌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

“우리는 들어가야만 해.”

[들어가서 드리노어를 뒤집어 놓겠다는 소린가? 오호라 바람의 제단에서 열쇠까지 가져왔구나···]

“맞아.”


그녀가 사실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소롭군. 그런다고 해서 봉인된 정령들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절대 너희들은 드리노어에 발끝을 올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무의 정령은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리스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로안은 꿀틈거리는 뿌리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말해서 뭐 해 뚫고 들어가야지.”


흙바닥을 뚫고 날아오는 뿌리들이 사방에서 쏘아졌다.

세리스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쏘아지는 뿌리를 회피했다.

그녀가 가볍게 바닥을 차올리자 그 틈을 노렸다는 듯 뾰족한 여러 뿌리가 그녀에게 쇄도했다.


[죽어라!]


순간 눈을 빛낸 세리스는 그대로 단검을 뽑아 들었다.

순식간에 모조리 잘려 나간 뿌리들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어림없다!]


바닥으로 떨어진 나무뿌리들은 그 자리에서 다시 나무가 되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성장(?)에 놀란 세리스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빠졌다.

그때 로안이 순식간에 검을 뽑아 자라난 나무들을 베어냈다.


[어, 어떻게 정령의 나무들을!]


나무의 정령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그 검은...!]


정령은 로안의 검에 대해 알고 있는 듯이 소리쳤다.


“이봐 이 검을 알고 있나?”


로안이 허공에 대고 외쳤다.


[그런가··· 그렇다면 더더욱 이곳에 들어가는 걸 허락할 순 없지.]


원하는 건 알려주지도 않고.

더더욱 죽이려 들었다. 세리스와 엘레니아를 노리던 뾰족한 뿌리들은 어느새 로안에게 집중되었다.


“세리스 이놈들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해!”

“핵이다! 정령의 핵을 공격하면 돼.”


핵이라니.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핵처럼 보이는 곳은 없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그 순간 세리스가 던진 단검이 선을 그리며 쭉 이어졌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급소를 방어하듯 뿌리가 정령의 핵을 보호했다.


‘저걸 어떻게 뚫지...?’


로안은 저 단단하고 두꺼운 뿌리를 뚫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곳까지 다가갈 방법은 더더욱 떠오르지 않았고.

그렇다면 원거리에서 저 방어를 뚫어낼 강력한 공격이 필요하다는 소린데.

빙 둘러봐도 아무도 그런 공격이 가능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웅-


‘이런 상황에서···’


검이 몸을 떨어댔다.

자신만 믿고 의지라하는 검의 감정이 고스란히 로안에게 전해졌다.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도대체!”


눈이 바쁘다.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뿌리들이 공격해왔다.

세리스와 엘레니아가 붙어 뿌리를 처리해준다고 하지만 그녀들도 절대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10초만 버텨줘요!”


로안이 큼지막하게 뒤로 물러났다.


“뭐라고?”


세리스는 고개를 뒤로 돌리며 외쳤다.

로안이 정신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린 그녀는 뿌리를 베어냈다.

촤악-

엘레니아는 순간 세리스의 사각으로 찔러 들어오는 뿌리를 베어냈다.


“······.”


엘레니아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동자로 그녀를 한 번 흘깃 보고 자신에게 향하는 뿌리를 피해 뛰어올랐다.

그 한 번의 도약으로 로안에게 착지하고 그녀는 로안을 보호했다.


“지금이다. 피해!”


정신을 집중하면서 검의 힘에 대해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검은 마력 그 자체를 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역량에 따라서 검의 힘이 달라진다. 즉 내가 성장하지 않으면 검은 그저 장식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검과 역경을 헤쳐나오면서 충분한 성장을 했다.


“가라!!”


순간의 밝은 선이 세상을 눈부시게 했다.


[마, 말도 안 된다!]


하얀 백광이 작열하여 쭉 이어진 그곳에는 뿌리도 방어하지 못하여 작은 구멍이 뚫린 채 타들어 갔다.


[내, 내가 인간에게···]


정령의 목소리가 그 힘을 잃어간다.


[마, 말도 안 된다··· 아아··· 죽고 싶지 않아···]


작가의말

월요일의 시작이네요.

주말은 잘 보내셨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이 일기장처럼 쓰여지는 것 같습니다.

부디 주말 동안 좋은 기운 받아 월요일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따듯한 것 같기도 더운 것 같기도 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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