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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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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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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1
추천수 :
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2.11.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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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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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DUMMY

아침이 되었다.

로안은 예정 시간보다 이르게 눈을 떴다.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난 엘레니아가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눈을 뜬 로안을 발견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로안 일찍 일어났네요! 좋은 아침이에요.”

“이른 아침부터 대단하네요. 진짜. 엘레니아의 이런 모습은 배워야 해요.”

“늘 하던 일이니까요. 그보다 고마워요. 덕분에 편하게 잘 수 있었어요.”


어젯밤 둘은 당황했다.

침대가 하나밖에 없었던 탓이다.

서로 어색한 모습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로안은 손바닥이 축축해져 땀으로 젖은 손을 바지에 여러 번 문댔다.

결국 로안은 엘레니아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자신은 바닥에서 잤다.

그걸 갖고 그녀는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일찍 일어났구나? 나와서 아침 먹으렴. 둘이 그렇고 그런 건 아니겠지?”


바토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색한 기운에 그녀의 눈빛에 장난끼가 감돌았다.


“절대! 아니에요! 그, 그런 말씀하지마세요!”

“아니면 아닌 거지 왜 강하게 부정하고 그래?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인 거 모르니 엘리?”


엘레니아는 얼굴이 빨개졌다.

훈련을 열심히 하고 검을 열심히 수련해도 이런 면에서는 어린 여자였다.

그건 로안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그렇게 얼굴이 벌게진 채로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아 바토리가 차려준 아침을 먹었다.


‘불편하다 불편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로안은 검을 아주 천천히 휘둘러보았다.

무거운 검의 무게를 버티며 검 끝이 흔들리지 않게 최대한 집중하여 휘둘렀다.

그게 휘둘렀다는 표현 보다는 선을 그린다는 표현이 맞았다.


예전에 무협지에서 본 적이 있다.

극한을 추구하는 쾌의 검술을 추구하려면 검술을 느리게 펼쳐보라고.

지금 로안의 상상에서 무공이란 것이 그려지며 엘레니아에게 배운 기초적인 동작을 그대 느리게 표현했다.


“그건 뭐하는 거예요?”


그 모습을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던 엘레니아가 물었다.


“아, 기본 훈련을 느리게 해보는 거에요.”

“왜요? 이유가 있는 건가요?”


로안에게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다면 유별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검술에는 정도가 없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곧 길이다.

로안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건 엘레니아에게 검술을 처음 배울 때도 갖고 있던 로안의 생각이었다.


“빠름을 추구하려면 가장 느려야한다는 걸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어서요.”


엘레니아는 로안에게 한 방 먹었다.

가끔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척 하면서 때론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그냥 대충 넘겨들으세···”

“아뇨 로안이 맞아요. 빠름을 추구하려면 가장 느려야 한다는 걸요. 왜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녀는 다시 한 번 로안의 말에 감탄했다.


“정말 로안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요.”


검을 뽑아 손에 쥔 엘레니아의 표정은 초집중 상태였다.

그녀는 그대로 검 그 자체가 되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처음엔 그녀는 억지로 검을 천천히 펼친다고 봐도 무방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한 치의 떨림조차 없는 그녀의 움직임은 실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이게 아니야.’


하지만 아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좋아 보여도.

그녀가 생각하는 검세는 이런 게 아니었다.

의식하지 말자.

나는 지금 한 자루의 검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검에 몰입하며 그녀는 순간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온 듯 멍한 표정이 되어 검을 움직였다.


유려하게 펼쳐지는 그녀의 검을 로안은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입이 쩍 벌어진 것도 모른 채 로안은 그녀의 검에 점점 빠져들었다.


엘레니아의 동작이 멈추었다.

그녀의 풀린 동공 또한 제힘을 되찾고 그녀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정말 대단하고도 아름다운 검술이었어요.”

“그런가요? 아름답게 봐줘서 고마워요. 그보다 아침엔 바토리 아주머니 때문에 기분 나빴죠...?”

“아! 저는 괜찮아요 엘레니아. 엘레니아야 말로 저 같은 사람이랑 비교당해서···”

“그, 그럴 리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로안은 멋진 사람인 걸요?”


이러다간 서로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둘은 웃음이 터져버렸다.


*


로안은 마을 주민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들은 반응조차 해주지 않았다.

안에 사람이 있는 인기척은 느껴지는데 인정이 없어 보였다.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네요··· 그렇게까지 차가울 필요가 있을까요?”


사람들의 냉소적인 태도에 조금 지친 로안이 깊은 한숨을 뱉었다.


“아무래도 안개가 끼어있다 보니 농사도 짓지 못하고 날도 우중충하니까. 예민해져 있는 탓이겠죠.”


한 노인이 둘에게 천천히 어렵게 걸음을 떼는 중이었다.


“안녕하시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이곳 감비아 마을의 촌장 고븐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그들에게 인사했다.


“고븐이라 하오. 여러분에 대한 이야기는 바토리에게 전해 들었는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고···. 마을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바이네.”


그가 깊게 허리를 숙이는 바람에 로안도 절로 허리를 숙였다.


“어르신 괜찮습니다. 혹시 마을에 이상한 점이 있지는 않나요?”

“최근 들어 갑자기 마을에 잔병치레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네. 나만 해도 전에는 건강했는데 지금은 기침을 달고 살고있지. 쿨럭 쿨럭.”


그의 상태는 심각하게 안 좋아 보였다.

얼굴에 피어오른 검버섯과 눈 밑에 축 늘어진 검게 변한 피부까지.

엘레니아는 과거의 고븐을 기억한다.

그때는 검버섯도 눈 밑에 까매진 피부도 없는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


“그렇습니까··· 문제는 제가 꼭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푹 좀 들어가 쉬세요.”


로안은 그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여주었다.

그 작은 위로가 고븐에게 힘이 되었으면 싶은 마음이었다.


“나는 요 앞마을 광장 옆에 살고 있네. 혹시 필요한 일이 있다면 불러주시오.”


다시 한 번 깊게 허리를 숙이는 고븐을 보며 로안은 안절부절 못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로안의 행동을 의아하게 느낀 엘레니아가 물었다.


“그, 그게 종특? 이라고 해야하나요···”

“종특? 그게 뭔데요?”

“그런 게 있어요 그런 게. 하하.”


로안은 멋쩍은 듯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


진전이 없는 로안과 엘레니아는 조금 더 알아보다 지친 나머지 오랫동안 앉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의자가 보였다.

그 의자에는 이끼가 소복하게 쌓인 상태였다. 그들은 이끼를 걷어내고 자리에 앉았다.


“로안 저들에게 모험가란 존재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아니면 절망이 될 수도 있어요. 모험가라는 건 그런 존재인 거예요.”

“오늘 대화해보니까 뼈저리게 느껴지네요. 반드시 이 사건을 해결 해야 겠어요.”


로안은 고븐을 보며 엘레니아의 말이 더 크게 다가왔다.

고민이 깊 어보이는 로안을 보며 빙그레 웃은 엘레니아가 말했다.


“일단 아픈 사람부터 찾아보는 게 어때요.”

“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


엘레니아의 제안에 로안이 수긍했다.


“그럼 가보죠.”


로안은 마을의 문을 온종일 다 두들겨 볼 기세였다.

그러다 한 곳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나오면서도 기침을 연신 뱉으며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누구세요···”

“모험가 로안이라고 합니다. 이번 안개 사태를 해결하려고 찾아왔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로안의 대답에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 그 녀석 때문이에요...!”

“그 녀석?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천천히 말씀해 주십시오.”


갑작스럽게 발끈하는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그 사람이 오고 난 이후로 마을이 이상해 졌어요. 왜 다른 마을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어요.”


로안의 손길에 진정이 된 그녀는 차분해진 말투로 설명했다.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녀는 그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로안과 엘레니아는 집중하며 그녀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


마지막 사람의 말을 듣고 바토리의 집으로 다시 돌아온 로안은 그녀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엘레니아 혹시 이 운무가 사람들을 아프게 했던 건 아닐까요? 갑자기 사람이 나타난 것도 이상하고 혹시 이 운무를 조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음··· 저도 의심하고 있었어요. 분명 이 운무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운무를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최소 마탑의 마법사가 필요할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불가능이라는 걸 로안도 잘 알거라고 생각해요. 마탑에 등록된 마법사는 고급 인력으로 취급돼서 이런 일을 잘 안 하려고 하거든요.”


도대체 마탑의 마법사가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지 낯짝이 보고싶을 정도였다.


‘그럼 방법이 없나···’


로안의 표정이 굳었다.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냥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덧 이 일은 마을 사람들의 목숨과 연관된 일이 되어버렸다.


“걱정하지 마요. 로안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엘레니아. 그런데 있잖아요···.”

“···로안?”


갑자기 숙인 머리에서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엘레니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로안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이 마치 미친놈을 쳐다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엘레니아 아무래도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그게 정말인가요?”


엘레니아가 반색하며 되물었다.


“확신은 없지만, 아마 제대로 걸려들 거라 생각합니다.”


촌장에게 부탁해 로안은 마을 광장 게시판에 무언가를 붙이고 있는 로안의 뒤에서 엘레니아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창성 기사단의 이름을 이렇게 팔아먹어도 되는 건가요?”

“엘레니아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거예요.”

“하지만 저는 기사단에서 나온 자유 기사인데 만약 이걸 왕궁에서 알기라도 한다면···”


엘레니아가 크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로안은 이렇게 당황한 엘레니아의 모습을 처음 봤다.

웃기기도 했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던 엘레니아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도 아마 자주 볼 수 없는 모습일 것이다.


“괜찮아요. 어차피 우리는 거짓을 적어놓은 게 아니잖아요. 엘레니아는 창성 기사단의 기사단장이고 그리고 기사단장의 명령으로 이곳을 떠나가 달라는 대자보까지··· 아주 완벽한데요?”


*


로안의 생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이것이 만약 마법이라면 끝까지 유지할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마을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로안의 생각이었다.


대자보의 효과는 확실했다.

바토리는 이게 뭐냐며 날뛰었지만 마을에 애정이 식은 사람들은 지원금이라는 소리에 마을을 떠나 다른 성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완전히 비어버린 마을에 단 한 사람만이 남아있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나무 문을 슬쩍 열고 눈만 보인 채로 까칠한 태도로 로안을 흘겨보았다.


“나는 더는 할 말이 없을 거라했을텐데.”


그가 문을 닫으려 하는 것을 보고 로안이 닫히는 나무 문을 잡았다.


“우리는 아직 당신에게 볼일이 있습니다. 드레이씨.”


그는 아무리 힘을 주어 문을 닫으려했지만 로안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한숨을 푹 내뱉으며 당기던 힘을 풀었다.


“그럼 들어오던가.”


작가의말

항상 봐주시는 독자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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