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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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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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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2,771

작성
22.11.0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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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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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화

DUMMY

“엘레니아님···”


엘레니아가 무섭게 가라앉은 눈으로 눈앞에 있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옆에 있던 부관이 화가 치밀어오르는 그녀를 말리며 안절부절못했다.


멀뚱히 서 있으며 멍청한 표정으로 투박한 검을 들고 있는 남자, 백무진은 멍청한 얼굴이 되어 엘레니아라 불린 여자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자신을 죽일 듯 보는데 겁을 먹지 않는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네놈은 누구지? 어째서 네놈이 이곳에 있는 거냐.”


엘레니아는 처음부터 가진 의문을 그에게 망설임 없이 물었다. 경계심 어린 그녀의 얼굴이 볼만했다.


백무진의 표정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에 찬 모습이었다. 분명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고 특별한 일 없이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순간 버스가 급제동 하여 맨 뒤 중앙에 타 있던 그가 고꾸라졌던 것을 마지막 기억으로 그 뒤 기억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감았던 눈을 뜨니 이곳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여자가 눈앞에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뭐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로안이 대답을 머뭇거리는 것을 느낀 엘레니아는 곧바로 검을 뽑아 백무진의 목에 갖다 댔다. 그 순간 백무진은 바로 두 손을 들어 공격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엘레니아님 적의는 없어 보입니다···”

“일케이드 부관, 저자가 들고 있는 검이 무엇인지 아는가?”

“저 투박하게 생긴 검 말씀이십니까?”

“맞네.”


엘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은 백무진이 두 손을 들 때 일부러 놓은 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잘 모르네.”


일케이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꼭 그 표정이 모르면서 왜 물어보냐는 볼멘 얼굴이었다.

그녀는 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검에서 느껴지는 신비한 기운은 도무지 알 수가 없군···”


엘레니아가 천천히 백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지레 겁을 먹은 그가 바닥을 기어 뒤로 바짝 붙었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백무진이 놓친 검을 손에 쥐었다. 그 순간 엄청난 전격이 그녀의 손을 불태울 듯 작렬했다. 크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검을 놓쳤다.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는 검인가? 너는 누구지?”

“백무진···”


그가 천천히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 석 글자를 말했다.


“류···백무진? 신기한 이름이로군. 너는 어디서 왔나?”


백무진은 지금 이 상황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만 보던 이세계에 떨어진 이방인이 이세계인들을 만나 낭만 어린 모험을 즐기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소설이 떠올랐다.


“···멀리서 왔습니다.”


터무니없는 변명이 통할 리 없다는 생각에 백무진이 두 눈을 감고 말했다. 어차피 한 번 죽은 몸 여기서 두 번 죽나 똑같은 죽음이라 생각했다.


“이런,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군. 아무래도 기억을 잃은 것 같군 일케이드 부관 이자를 성으로 데리고 간다.”


엘레니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고는 화상을 입은 그녀의 손을 백무진에게 내밀었다.


“백무진이라고 했나. 내 이름을 엘레니아. 창성 기사단의 단장이다.”


백무진은 얼빠진 표정으로 엘레니아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어느 정도 현실감각이 돌아왔다. 이곳은 이세계였고, 자신은 이방인이었다. 그리고 이 검은 자신을 살려준 목숨과도 같은 검이었다.


“멀리서 온 백무진입니다.”

“검은 안 챙기나?”


그녀를 따라 그냥 걸어가려던 것을 백무진이 아-하고 탄성을 내지르고는 검을 들었다. 백무진이 검을 든 모습을 보고 엘레니아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다시 한번 묘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백무진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는 엘레니아는 표정을 지우고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


“자네를 성으로 데려가주겠네 멀리서 온 이방인 백무진이여.”


백무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동굴 밖으로 나온 백무진은 또다시 멍청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마차를 탄 백무진은 마차가 이동하고 배경이 바뀌면서 설레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어린아이가 꼭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같이 백무진은 어렸을 적부터 상상해 오던 판타지 세계에 들어온 것이라 피부로 느꼈다.


“백무진, 이곳이 바로 에스티제오르 왕국의 엘카사디아 성이오.”


백무진은 멀리서 조그맣게 보였던 성이 가까워짐을 느꼈다. 그는 입을 쩍 벌린 채 아름다움과 그 크기에 매료되어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충성! 엘레니아 단장님을 뵙습니다.”


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엘레니아를 발견하고 군기가 바짝든 자세로 그녀를 맞이했다. 곧바로 성문이 열리고 엘레니아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성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백무진은 마을사람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그들의 모습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차를 끌고 기사단이 행렬하는 터라 온 시선이 그들에게로 집중되었다.


“엘카사디아 성은 모난 구석이 없는 사람들이네!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정이 있는 사람들이지.”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영주님을 만나 봬로 들어가는 길일세 자네에 대한 처우가 필요하니 말이야.”


자신의 처우라는 말에 덜컥 겁을 먹은 백무진을 본 그녀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네. 자네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저 검이 증명하지 않았나. 영주님에게 잘 말해 자네가 살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려는 것뿐이네.”


엘레니아의 티 없이 맑은 웃음을 본 백무진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였다. 만약 본래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하여도 여기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면 미친 놈 취급 받을 게 분명했다.


그만큼 지금 백무진에게 닥친 일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고, 백무진은 그 상황에 묘한 희열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꿈꿔왔다. 이런 모험과 낭만이 있는 판타지의 세계를 그렸던 그 꿈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었다.


“자 다 도착했네 내리도록 하지.”


어느새 영주의 성까지 들어온 백무진은 화려한 건물의 모습에 영주가 살만하겠구나 고개를 끄덕거렸다.


엘레니아가 걸음을 옮기고 사람들을 지나칠 때마다 칼같이 인사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엘레니아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졌다.

그녀의 마음이 기본적으로 선을 지향하고 있으니 그 안에서 백무진을 보고 그를 구할 수 있었다. 만에 하나 검에 욕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를 죽이고 검을 차지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엘레니아의 뒤를 따라 걷던 백무진은 그녀가 옆으로 비켜선 것을 보고 의문을 가진 표정이 되었다.


“들어가도록 하지. 요렌츠 영주님이네.”


로안이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고 엘레니아가 백무진의 뒤를 따라 들어갔고 자신의 심장 부근에 주먹을 가져다 댄 그녀가 영주를 향해 인사하였다.


“엘레니아인가? 이 시간엔 어쩐 일이지? 그리고 자네는 처음보는 얼굴이로군.”


요렌츠가 방긋 웃었다. 그의 물음에 백무진은 입을 오물거렸다. 뭐라 말해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벙어리를 데려온 건 아닐 테고. 혹시 말을 못 하는 건가?”

“그 말이 그 말입니다. 영주님.”


그가 말하고 난 뒤에도 웃긴 것인지 하하-웃으며 찔끔 나오던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그래, 이제 정말로 저자가 누군가. 엘레니아 경?”

“속사임의 숲을 지나 던전이 발견됐다는 곳에 공략을 위해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던전 끝에 백무진이 있었고, 신비스러운 힘이 느껴지는 검을 들고 있더 자였습니다.”


엘레니아의 간단명료한 설명 끝에 요렌츠는 신비스러운 힘이 느껴지는 검에 흥미를 느낀 그가 되물었다.


“신비스러운 검?”

“그렇습니다. 그 증거로 제 새까맣게 타버린 제 손이 증거입니다.”


요렌츠의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향한다. 그의 표정이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 신비롭다는 검을 걸 볼 수 있겠나?”


그가 로안에게 말했다.


백무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뒤에 가지고 있던 검을 탁상 위에 올렸다. 투박한 롱소드다. 한 손으로 들기 편할 정도의 길이었고, 가끔 양손으로 사용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을 정도.


요렌츠가 검을 만지려고 하다 잠깐 손을 멈칫하고 백무진을 바라보았다. 방금 보았던 엘레니아의 손이 떠올랐다.


“검신을 보여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그는 탁상 위에 있던 검을 들어 안에 잠들어있던 검신을 뽑았다.


“호오···”


처음 검집 안에 들어있었을 때는 그저 투박한 롱소드였지만, 그 날카로운 자태를 뽐냈다. 슬쩍 보기만 해도 베어버릴 것 같은 예리함은 보는 사람마저 섬뜩함을 느끼게 할 정도로 서늘한 감각이었다.


“말 그대로 신비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군. 룬 문자가 새겨진 터라. 아무래도 강력한 마력이 서려 있는 것 같구나.”

“룬문자?”

“마법의 기초가 되는 문자일세, 마법사들이 평생 룬문자들을 연구하면서 살고 있지. 물체에 룬문자를 새겨넣는 건 고대 시대에나 할 수 있었던 기법인데···”


그가 바라보던 검에 집중하며 중얼거리다가 백무진을 보았다.


“나는 요렌츠라고 하네, 류···백무진? 입에 그렇게 착착 붙는 이름은 아니군그래? 멀리서 온 그대를 환영하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백무진은 요렌츠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셋은 백무진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다 왔는지 자신이 이계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소리를 말이다. 처음에는 믿지 않는 구석이었지만, 결국에 백무진의 진심을 본 그들은 그의 말을 믿어주었다.


“그 지구라는 곳이 궁금하군그래? 우리들의 이야기가 글로 쓰여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말이야. 다른 이계에서 온 너와 우리가 말이 통하는 것도 신기하군 신의 은총을 받은 자라 할 수 있는 건가?”


요렌츠가 턱을 문지르며 백무진과 말이 통한다는 게 신기한 듯 보였다.


“신의 은총? 그게 뭡니까?”

“말 그대로 신의 은총을 받은 사람이라 볼 수 있지. 지금 네가 그 검을 손에 쥘 수 있는 것도 신의 은총이라 생각하면 편할 거다.”


백무진은 꺼내놓은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엘레니아가 검을 들다 전격이 작렬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보다 무진, 검은 다룰 줄 알고 있나?”

“아뇨 처음 사용해보는데요?”


무진의 대답에 그가 허허 웃었다.


“하이랜드 대륙은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치명적인 가시도 많은 법이네, 자기 몸은 지킬 줄 알아야 하니···”


요렌츠가 재밌다는 듯 엘레니아를 바라보았다. 가늘어진 그의 눈길에 엘레니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말 안 해도 알겠지? 무진의 훈련을 부탁하겠네.”


요렌츠의 명령에 그녀가 허리를 곧게 펴고 주먹을 쥐어 심장에 가져다 댔다.


“며, 명을 받들겠습니다!”


요렌츠의 여유 있는 미소가 한동안 떠나가질 않았다. 마치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 기대감이 가득 차오른 모습이었다.


작가의말

잘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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