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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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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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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9
추천수 :
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2.11.0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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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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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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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9화

DUMMY

로안은 약을 사기 위해 마을의 유일한 약사를 찾아갔다.


“어서오시오.”


그는 번들거리는 안경을 매만지며 무심하게 인사했다.


“약 보러오셨으면 오늘은 장사 안 하오.”


그는 귀찮다는 손을 털며 로안과 엘레니아를 보고 나가라 시늉했다.


“저기 언덕 부근에 사는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여자애가 찾아오지 않으십니까?”

“음··· 아, 그 소녀 말하는 것이오? 요즘 들어 자주 오지 않아서 잠시 내가 잊어먹고 있었구먼. 그래도 약을 줄 순 없소. 이미 약초는 다 팔리고 없소.”


약초사의 완강한 태도에 로안은 그의 앞까지 걸어갔다.


“무, 무슨 일이오?”

“놀러온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저희도 해야할 일이 있어서요.”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이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 소녀에게 팔았다던 약초를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단순히 약초값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싼 금액과 넬리에게 찾아온 달콤한 유혹.

이 정황들이 너무 딱딱 들어맞지 않은가.


‘저 눈빛 뭔가 구려.’


그리고 굉장히 구린내가 나는 약초사의 말투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지금 나를 돌팔이라 몰아가는 거 같은데! 지금 실수하는 것이오!”


그는 장부를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데 보여주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소란스러움에 다른 손님들이 찾아왔다.


“무슨 일이야!”


건들거리는 양아치들을 보고 로안은 옳다구나 손뼉을 쳤다.


“빙고.”


로안은 잔뜩 쫄아버린 그들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걸었다.


“나 알지?”


이 악물고 로안과 엘레니아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나 알잖아.”

“···알고 있습니다.”

“근데 왜 눈을 피해. 너 저 녀석이랑 무슨 관계야.”

“그, 그게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그냥 저도 약초를 사러왔을 뿐입니다.”


로안이 주위를 빙둘러본다.


“이렇게 많이? 누가 아파?”

“그, 그게··· 저희 형님이 저 누님에게 잡혔던 손목이 많이 아파서···”

“굳이 한 명만 와도 되는데··· 설마 약초도 양아치처럼 뺏어가려고?”

“저, 절대 아닙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낀 약초가 뒤로 슬글슬금 자리를 피했다.


“동작 그만!”


엘레니아의 쩌렁쩌렁한 호령에 깜짝 놀란 약초사가 뒤로 자빠졌다.


“바른대로 이야기해. 너 저녀석이랑 무슨 관계야.”


거친 말투의 엘레니아가 약제사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저, 정말 아무사이도 아닙니다.”


두려움에 떠는 것이 말투에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 장부를 내놔.”


잡았던 멱살을 풀어주었다. 그는 연신 기침을 뱉어대며 가진 장부를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지금까지 팔았던 약초들과 거래 내역 입니다.”


약초사는 그러면서 데릭의 일행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얼른 이틈에 없애버리라고 눈짓했지만 엘레니아의 무력을 알고 있던 그들은 쉽사리 두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게 뭐지···”


장부를 들여다보던 그녀가 중얼거렸다.


“문제있어요?”

“이 새끼들···”


엘레니아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창성 기사단장 엘레니아 엘르바토르, 당신을 기사단장의 권한으로 직접 심판하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저, 저는 그냥 저 사람들이 시키는대로만 행동했을 뿐입니다.”


눈치를 보던 그가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걸 느끼고 모든 걸 실토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약초꾼이었을 뿐입니다. 저 녀석들이 약초를 속여팔면 어떻겠냐고 협박을 하는 바람에···”

“야! 이 새끼야 네가 먼저 동업 제안 하고 형님을 꼬드긴 건 너잖아 이 버러지같은 새끼야!”


그들중 하나가 어이없다는 듯 당장이라도 약초꾼을 패버릴 기세였다.


“가만히 있어!”


로안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말 그대로에요 이 자식들이 치료에 필요한 약은 주지도 않고 쓰잘때기 없는 약을 다 속여팔았어요.”


엘레니아의 눈이 도끼눈으로 변했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이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썰어버릴 기세가 느껴졌다.


“일단 진정해요. 일단 치료에 필요한 약 부터 정제하는 게 우선이에요. 그 뒤에 벌해도 늦지 않아요.”


로안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알겠어요··· 로안의 뜻대로 하죠.”


그녀는 한 숨을 길게 뱉고는 약초사를 보았다.


“들었으면 움직여.”


짧은 말 한마디에 그가 즉각 반응했다.


“더러운 새끼들···”


*


“만들어왔습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능글맞게 만들어왔다고 거짓말 하는 모습을 보고 기가찼다.


“이 약 제대로 지은 거 맞아?”

“저, 정말입니다. 회복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제 지금의 약초꾼의 이름을 걸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로안이 눈을 찌푸렸다.


“야, 그러니까 더 못믿겠잖아. 뭘로 만들었는지 설명이나 해봐.”

“그, 그게 그러니까. 그 아이 어머니의 병은 열병입니다. 몸 안에 있는 뜨거운 기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생긴 병이죠. 제가 지은 그 약은 그 뜨거운 기운을 제대로 배출 시켜 줄 겁니다.”


손을 비비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기꾼처럼 보였다.


“정말이야?”

“그, 그렇다니까요?”

“너희들의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려 굉장히 시끄러워 졌다.


“모두 그 자리에서 멈춰라!”


이제 등장할 때가 되긴 했다. 꽤나 큰 소란이었으니까.

마을을 관리하던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이곳 주변을 순찰하다 이 장면을 본 것이다.


“마을에서 왠 소란이냐! 또, 네놈들이로군···”


병사의 표정이 상당히 굳었다.

그리고 데릭의 부하들의 표정은 그에 반해 상당히 밝아졌다.


“아이고, 기사나리들 저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려했다니까요.”

“그, 그게 정말이냐?”

“그렇다니까요! 막 저 칼을 빙빙 휘두르는데 목이 달아날 뻔했습니다.”


그녀는 한숨을 푹 쉬고 병사를 보았다.


“창성 기사단장의 엘레니아다. 지금은 그 신분을 증명할 순 없지만 이걸 대신하도록 하지.”

“······.”


엘레니아가 던진 걸 받은 병사의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크흠, 이곳에서 불법으로 약물을 제조하고 또한 선량한 시민들의 등쳐먹는 이 자들을 직접 심판하려 했으나. 자네의 모습을 보니 자네도 그들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이는군.”


병사는 엘레니아의 서늘한 눈도자가 자신을 훑는 것을 보고 몸이 굳었다.


‘크, 큰일 이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성과 마을을 위해 수고하는 자네의 노고를 안다. 하지만 이놈들은 마을의 치안을 망치는 주범일진데, 혹 귀하도 이놈들의 범죄행위에 가담한 것은 아니겠지?”

“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데릭의 부하들은 눈동자를 굴리기에 바빴다.


“뭣들하고 있어 어서 저놈들을 연행해!”


병사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데릭의 부하들을 포박했다.

또한 옆에 있던 약초사도 같이 몸을 결박하고 무릎을 꿇렸다.


“이 녀석들의 처리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자네들만 믿겠네.”


폭풍이 지난간 듯 적막이 찾아왔다.


“결국 한 패였네요 저녀석도.”

“그러게요. 어떻게 알았던 거에요 로안은?”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감이라고 해야하나? 냄새가 났어요 눈을 찌푸리게 할 정도의 구린내가.”


*


넬리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거리기 시작했다.


“돌아오셨어요?”

“그래 일은 잘 마무리 됐어요, 더는 그 사람들이 넬리를 괴롭히지 못할 거에요.”


그 뒤로 엘레니아는 직접 병사들을 관리하는 자에게 찾아가 거의 횡포를 부리다시피 그곳을 털고 나왔다.

그들이 다른 마음을 먹는 것은 아마 힘들 것으로 보였다.


“저, 정말 고맙습니다.”


로안은 우는 넬리를 보고 어떻게 해야할지 머뭇거렸다.

뭐라 위로의 말을 건네줘야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껏 울게 내버려뒀다.


“흐끅··· 정말 감사해요.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할지···”

“정말 괜찮아요 저희는 따듯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옆에 있던 엘레니아가 보다 못해 그녀를 끌어 안아주었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죠?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돼요.”


따듯한 모습에 로안은 머쓱한 나머지 인중을 좌우로 쓸었다.


“아! 그보다 약을 가져왔어요, 아무래도 넬리는 그동안 그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한 것 같아요. 이번엔 제대로 된 약을 챙겨왔으니 많이 호전될 거라 믿어요.”


로안은 품 속에서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약을 보았다.


“사기라뇨?”

“일단 그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약을 우선 먹이는 걸로 하죠.”


로안은 넬리에게 약을 건넸다.

그리고 그녀를 뒤따라 약을 먹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숨 쉬는 것이 조금 불편해 보였던 넬리의 어머니는 약을 먹자 조금 편안한 숨을 내쉬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넬리가 감격한 듯 눈물을 흘렸다.


“넬리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뜬 넬리의 어머니가 엘리의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못난 어미를 만나 네가 고생이 많구나.”


울먹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둘은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로안은 코를 한 번 먹고 고개를 돌렸다. 더 보고 있으면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저 분들은···”

“인사해요 엄마, 우리를 도와주신 분들이야.”


넬리의 말에 그녀가 힘겹게 시선을 옮겼다.


“고맙습니다. 딸아이가 폐를 끼쳐드렸네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더 도움을 받았습니다.”


로안이 손을 흔들자 그녀는 웃으며 다시 딸을 보았다.

그녀가 딸은 보는 눈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겨있었다.


“며칠 더 약을 먹으면 기운을 회복하실 거예요.”


로안은 품에서 남아있는 약을 더 꺼내어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두고 밖으로 나왔다.


“괜찮아요?”


뒤따라 나온 엘레니아가 물었다.


“뭐가요?”

“아까 울려고했던 거 같은데요?”

“설마요. 그냥 감동적이잖아요. 힘들게 버텨온 어머니나 딸이나. 지금은 둘이 있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네요.”


대답하면서 로안의 옆에 앉았다.

생각이 많아보이는 표정이었지만 구태여 그녀는 묻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좋았으니 말이다.


“그보다 이제 움직여야죠. 저희의 일은 다 끝난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


로안과 엘레니아는 갈 준비를 마쳤다. 그동안 체력을 많이 회복한 넬리의 어머니는 이제 거동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완전히 안에 있던 열기를 배출한 그녀는 한결 편해보였다.


“이제 위험한 숲을 더 들어가도 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로안과 엘레니아 그리고 넬리는 서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고맙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당연하죠. 돌아오는 길에 들릴 테니 그때동안 잘 살고 있어야 해요.”


로안은 그녁에게 말을 건네주었다.


“잘 살아야 해요.”


넬리의 두 손을 모아 꽉 잡은 엘레니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덕분에 인생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어요. 부디 로안님과 엘레니아님도 원하는 것을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였다.

는 멀어지는 로안의 등을 향해 그들이 지평선을 넘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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