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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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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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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2.11.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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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화

DUMMY

로안과 엘레니아는 숲 깊은 곳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엘레니아와 함께 숲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상태였지만 우거진 나뭇잎들이 빛을 막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대형 몬스터라도 있는 걸까요?”

“마을과 거리가 꽤 가까운데 대형 몬스터라···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다만 있다고 한다면 그게 있어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생겨야만 해요.”

“이를 테면요?”

“상위 몬스터가 갑자기 나타나는 건 대부분 한 가지밖에 없어요. 이곳에 먹을 것이 많다는 것.”


엘레니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쿵-하고 땅이 흔들렸다.

그 이변에 둘은 단번에 표정이 굳었다. 설마 했던 게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둘이 깊은 곳으로 달려갈수록 진동의 세기는 더욱 강해졌다.

그만큼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오우거···”

“오우거? 설마 그 제가 아는 오우거인가요?”

“맞아요···”


오우거는 덩치에 맞지 않은 눈치를 갖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나무 기둥같은 것을 휘둘렀다.


“엘레니아!”


그녀가 곧바로 로안을 밀쳐내고 충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얼마나 강하던지 몸이 공중에 붕 떠 날아갈 정도였다.


“엘레니아!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 보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이미 정신을 잃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당하는 건 오히려 자기가 되었을 거란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이게 모두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엘레니아를 들쳐업었다. 그대로 오우거의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오우거는 그대로 몇 걸음 뛰다가 발끝에 힘을 모아 훌쩍 뛰어넘었다.

거대한 체구가 도약하여 착지하니 로안의 몸이 공중으로 살짝 떠오를 만큼의 충격이었다.


“이건 위험한데···”


오우거와 마주 선 로안이 중얼거렸다.


“이정도 위급한 상황이면 써도 되는 거죠?”


엘레니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로안은 그대로 신비스러운 검을 뽑아 들었다.

오우거는 그 행동을 비웃더니 들고 있던 것을 내리찍었다.

쾅- 콰득-

공격을 막았다. 온몸이 터질 것 같은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엄청난 충격에 코피가 터져나온다.

힘에서 밀리면 끝장이다.

젖 먹던 힘을 다해 그 무식하게 큰 나무 몽둥이를 옆으로 흘렸다.


“이런...!”


실수다. 몽둥이를 신경 쓰다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압도적인 체구가 곧 무기다.

오우거의 발길질을 맞고 날아간 로안이 바닥을 굴렀다.

정신이 혼미했다.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대로는 죽을 수 없지.”


뭐라 중얼거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없는 와중에도 검을 놓지는 않았다.

그것으로 된 거다.

검이 로안의 마음을 안 것일까.

의문 덩어리의 검이 순간 푸른 빛을 머금었다.


“이, 이건···”


시퍼런 빛이 번뜩인다.

마치 검이 당장 저것을 쓸어버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푸른 빛을 보자 없던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로안은 그대로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기절한 엘레니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곧 잠에서 깨어날 신호였다.

그녀가 일어나더니 로안을 보고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피 칠갑을 한 로안의 몸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저 오우거를 단신으로 쓰러트렸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그녀 혼자서도 오우거를 잡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습당한다면 아무리 엘레니아라도 무사하지 못했다.

그 순간 마력으로 내장을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정신 차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엘레니아는 조심스럽게 로안을 업었다.

오우거의 머리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로안이 오우거를 홀로 처리했으니 이를 증명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왔던 길을 돌아 넬리가 있는 집으로 향했다.

오우거를 처리했으니 이제 늑대들도 제 보금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넬리는 다시 어머니의 약초를 캐러 숲으로 향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이 오우거를 물리친 로안의 얼굴을 바라봤다.

로안을 들쳐업은 그녀의 어깨의 흔들림에 따라 로안의 머리가 흔들거렸다.


넬리의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엘레니아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터라 남은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저 멀리서 엘레니아가 돌아오는 것을 본 넬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녀 역시 다 도착해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고마워요.”

“고맙긴요. 그보다 저게 뭐예요?”

“늑대들이 여기까지 몰렸던 이유죠.”


넬리는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로 흉측하게 생긴 오우거의 머리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설마 저걸 상대하다가 다치신 건가요?”

“저는 멀쩡한데 로안이 조금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요.”


아직도 피를 뚝뚝 흘리는 로안을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제, 제가 상처를 치료할 약초를 구해올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넬리가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금은 안 된다고 늑대가 아직 있을 거라고 외쳤지만 그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엘레니아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로안을 넬리의 집으로 데려가 그를 눕혀놓았다.


“로안 형? 어디 아픈 거예요?”

“지금 많이 다쳐서 로안은 많이 아파요.”


한스가 문을 끼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프면 안 되는데···”

“걱정하지 말렴. 넬리가 약초를 가져오면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녀로서도 장담할 수 없었다. 오우거의 힘은 사람을 초월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큰 나무 기둥 같은 걸 손쉽게 휘두를 정도니, 말이다.

그 힘을 인간은 절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떤 능력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로안이 오우거를 죽인 것은 저명한 사실이었다.


“검···”


로안이 희미하게 정신을 차렸다. 앉아있던 그녀가 튀어 오를 정도로 놀랐다.


“뭐라구요?”

“제 손을 검으로···”


로안의 입에 귀를 바짝 가져다 댄 그녀는 말을 알아듣고 로안의 손을 검으로 옮겨 주었다.


“이, 이럴 수가···”


온몸에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기 시작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아물어져 가는 상처를 보고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엘레니아 고마워요.”


말끔하게 회복한 로안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꺄악-!”

“조용히 안 해?”


순간 넬리의 비명이 들렸다.

엘레니아는 넬리가 벌써 돌아온 건가 싶었지만 그 뒤에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표정이 굳었다.


“로안은 누워있어요.”

“아니에요 이제 살만한 걸요 뭐···”


밖으로 나가자 웬 남자가 넬리의 손목을 아주 강하게 붙잡고 나타났다.


“넌 뭐지?”


그가 불량한 태도로 말했다.


“로안이고, 이쪽은 엘레니아다.”

“난 델릭 이라고 하지 삼자는 빠지는 게 좋지 않겠어? 괜히 끼어들었다가 피보지 말고.”


금발이 꽤나 매력적인 여자였다.

델릭은 그 옆에 있는 남자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넬리의 손목을 풀어주며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


“건강하게 잘 지냈니 넬리? 어머님 건강은 조금 괜찮으시고?”


가식적으로 묻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녀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그보다 저 사람들은 누구니? 혹시 넬리의 친척 분들이신가? 친척들은 없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아, 저분들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넬리가 입을 달싹거리자 보다못한 로안이 나섰다.


“근방을 지나가던 모험가입니다. 넬리씨가 잠자리를 제공해주어서 이곳에 하룻밤 묵었습니다.”

“그렇군요 모험가 나리셨군요. 그 옆은 철딱서니 없는 도련님을 지켜주는 뭐 기사라도 되시는 건가?”

“엘카사디아 성의 창성 기사단장 엘리니아다.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냉기가 풀풀 흐르는 목소리에 놀란 로안이 그녀를 보았다.

그는 엘레니아의 처음 보는 냉소적인 태도에 조금 놀랐다.

로안이 곰곰히 생각해보니 첨음 보는 건 아니었다. 자신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너무 따듯한 미소만 봐서 잠시 그 모습을 잊어버린 탓이다.


“진짜 기사 나리셨구만···”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인 델릭이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요 앞마을에 전당포를 하는 델릭이라고 합니다. 뭐 물건을 돈으로 바꿔주기도 하지만 돈을 빌려주기도 하지요. 오늘은 넬리에게 빌린 돈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것이니 신경 쓰지 마시오.”


엘레니아가 기사라는 소리에 그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델릭이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넬리 쪽으로 돌렸다.


“동작 그만.”


그녀의 낮게 깔린 서늘한 목소리에 델릭이 행동을 멈췄다.


“뭡니까? 저는 정당한 추심을 진행하는 것 뿐입니다.”


그 순간 이었다.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온 넬리의 동생 한스가 달려와 델릭의 허벅지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한스는 울고불고하면서 ‘누나를 괴롭히자 마!’ 라면서 델릭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건방진 새끼가!”


델릭이 화를 내며 한스를 떨어뜨려 놓으려고 손을 올릴 때 멀찍이 떨어져있던 엘레니아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로안은 그저 옆에서 뭔가 바람이 슬쩍 불었다 정도만 느꼈다.


“···기사 나리가 끼어드실 일이 아닐 텐데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정당한 추심을 하는 거라고.”

“어린아이를 때리는 게 정당한 추심이라고 볼 수 없지.”

“놓으십시오.”


거칠게 그녀의 손을 뿌리친 그가 흐트러진 머리를 가다듬었다.


“오늘은 곱게 가겠어. 당장 다음 주까지 돈을 만들어놔야 할 거야. 그렇지 않다면 그 몸이라도 팔던가.”


거칠게 쏘고 뒤를 돌아가려 했지만, 델릭은 컥-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소녀한테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엘리니아의 분노가 델릭을 향해 쏘아졌다. 미약한 살기가 담겨 있었기에 그 마력에 저항할 다른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에 델릭은 몸을 벌벌 떨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사나운 엘레니아의 모습에 바로 꼬리를 말아 넣은 델릭이 살려달라 빌었다.


“나는 어젯밤 넬리공 덕분에 차가운 바닥에 서 잘 뻔한 것을 넬리공의 도움으로 따듯한 집안에서 잘 수 있었네. 기사는 그 공을 잊지 않는 법.”


그녀의 일장 연설이 이어졌다.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아직 유추하지 못한 델릭이 끙끙거리며 앓고 있을 뿐이었다.


“무, 무엇을 원하십니까?”

“기사의 목적은 선량한 사람들은 구하는 법, 그리고 불의는 보면 참지 않는 것이지 네 목숨값을 불러보아라.”


델릭은 장사치라 그런지 엘레니아의 숨은 의도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제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걸 찾는 게 자네가 살 방법이라니까. 혹시 목숨을 보전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목소리를 완전히 내리 깐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로안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 몸을 부르르 떨었다.


“최, 최대한 강구해보겠습니다. 제발···”

“마차는 빌리도록 하지.”

“예? 자, 잠시만 그게 무슨···”


로안은 조용히 오우거의 머리를 들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넬리에게 살짝 눈인사한 뒤에 엘레니아를 따라 언덕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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