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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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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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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0
추천수 :
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2.11.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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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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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4화

DUMMY

04화


기분 좋은 시간이 무르익어 간다. 술과 음식을 먹고 마시자 셋 모두 시간이 지난 만큼 그들의 볼도 붉게 물들었다. 기분 좋게 취한 요렌츠가 로안을 향해 물었다.


“자네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요렌츠의 말에 술잔을 든 로안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겠으나, 이왕 이렇게 온 거 그곳에서 못 보던 것을 보고 못 듣던 것을 듣고 맛보지 못한 것을 맛보고 싶습니다.”


로안은 그대로 술을 털어 넘겼다.


로안의 대답을 들은 요렌츠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검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여정은 어떤가? 길어질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짧을 수도 있지.”

“검의 비밀?”

“그래, 우리들은 만지지도 사용하지도 못할 그 검을 오직 자네만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야.”


로안은 요렌츠의 표정을 보고 취기에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자신 또한 이 검이 미치도록 궁금하였다. 왜 이곳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마치 선물이라도 되는 듯 검을 손에 쥐고 있었으니까. 궁금하지 않다고 하면 비정상이다.

이 검은 인간의 손에서 태어날 수 없는 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일부러 검에 대한 능력도 완전히 다 말해주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저는 어디로 향해야 하죠?”

“남부일세.”

“남부?”


요렌츠가 슬며시 미소 지으며 로안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남부 최하단에 위치한 드워프 왕국이 있네, 대륙의 영웅들이라 불리는 자들의 무기는 오직 그들의 손에서 태어났으니 그들이 그 검에 대한 비밀을 풀어줄 가능성이 있네.”

“그렇군요.”


로안은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가? 꽤 구미가 당기는 듯한 의견인 것 같네만, 다른 세계에서 왔으니 이 세계를 여행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저도 같은 생각이긴 합니다.”


로안은 이 세계가 궁금했다. 처음 본 날 그는 매력적인 자연경관에 빠져들었다. 매일 꿈 꿔 오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 판타지 같은 세계가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사람들을 구하면서 가슴 깊숙한 곳에 묘한 호승심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지금껏 멈춰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정에 대한 여비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게 자네가 언제든 준비되었다면 지원을 해줄 터이니.”


로안은 이 자리에서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도 잘 모르겠고 일단 가장 궁금했던 것을 그에게 물었다.


“왜 제게 잘해주시는 겁니까?”

“그야 물론 궁금해서네.”


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어조였다.


“궁금해서?”

“그래, 자네의 검도 궁금하고 또한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했네, 그리고 내 성격상 그런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사람이고 이 위에서 자네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와 엘레니아는 그 모습을 충분히 지켜봤지.”


요렌츠의 말은 로안에게 감동을 주었다. 괜히 한 성의 영주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가벼우면서도 진정성 있는 말은 로안을 감동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맞아요 무진, 아니 로안. 당신은 충분히 노력했어요. 이 낯선 세계에서 먼저 진실로 다가와 주었고 저 또한 마찬가지일 거예요.”

엘레니아는 처음 로안을 봤을 때 느꼈던 그 순수한 눈빛이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었다.


“엘레니아, 요렌츠··· 다들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숙이는 로안을 보며 두 사람은 환한 미소를 띠며 로안의 감사를 받아주었다.


“그래, 자네의 마음이 정해지면 미리 알려주게나, 미리 지도와 다른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해주어야 할 테니.”


그렇게 말한 요렌츠가 두 팔을 위로 뻗어 기지개를 쫙 켰다. 시간이 벌써 자정을 넘어 새벽이 깊었다. 슬슬 피곤함을 느낀 그들은 자리를 마무리하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로안이 먼저 그들에게 인사하고 방으로 돌아갔고, 로안이 떠난 자리에는 두 사람이 남아있었다.


“자네도 들어가야지.”

“영주님···”


요렌츠가 창문 위로 떠 있는 밤의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안 그를 가르치느라 고생했군그래.”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를 가르치면서 저 또한 배울 점이 있었으니까요.”

“어떻던가?”

“그가 말했던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던 자와 다르게 담력도 있었고 위기에도 능했습니다.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고.”

“멋진 사람인가?”


부연 설명을 막 덧붙여 가던 그녀의 말을 막은 요렌츠가 웃었다.


“예,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하군.”


뒷짐 진 그는 엘레니아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와 함께 떠나도록 하게.”


요렌츠의 파격적인 말에 그녀의 두 눈이 커졌다.


“여, 영주님 말도 안 됩니다. 기사가 어찌 주인을 버리고···”

“그런 말이 아닐세, 그의 여정에 드워프 왕국까지 그를 인도하라는 말일세. 그가 가진 검의 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걸세.”

“혹, 뺏으라는 말씀처럼 들리십니다?”

“자네 농담도 할 줄 아는가?”


그가 가볍게 웃고 넘긴 뒤 다시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뺏으라는 말이 아닐세, 그를 도와 그의 여정을 지켜보라는 것이지..”

“저에게는 이곳을 지키고 영주님을 지켜야 할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사명을 가진 자가 나한테는 여럿이네, 자네가 필요 없단 뜻이 아니야. 후일을 위해 그를 지원하는 게지. 그러면서 어렸을 적 자네의 꿈에 또 한 발짝 다가가 보기도 하면서 말이야.”


요렌츠를 바라보는 엘레니아의 표정은 매우 난잡해 보였다.


* * *


방으로 돌아온 로안은 증서를 바라보았다. 생각만으로 단어를 떠오르자 이곳의 문자로 로안이라고 쓰였다.


“글자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됐구나···”


로안이 증서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휘적휘적 그어진 그림같은 문자가 모두 이해해버렸다. 언어에 관련된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그냥 스스로 납득했다.


증서에는 기본 인적 사항이 적혀있었다. 이름, 나이, 성별 등 세분화 된 정보들이 담겼다. 그리고 그게 기본이 되어 이곳의 신분을 증명하는 신분증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 증서가 없다면 안 되는 것이었다. 사람들 대부분 그저 농부나 잡일꾼으로 끝났지만, 영웅라 일컫는 자의 증서는 테두리가 금빛으로 빛난다고 했다.


“모험이라···”


요렌츠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자연스레 눈길이 옆에 둔 검으로 향했다. 투박한 모형의 짧은 한손검이었다. 그리 무겁지도 않았고, 다루기도 쉬었으며 그리고 오로지 로안에게만 허락된 검이었다.


검의 비밀을 풀 수 있다면 자신이 왜 이곳으로 왔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로안은 그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겠군···”


이러다 밤을 지새울 것 같았다. 로안은 얼른 상념을 털어버리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 되었고 어느새 시간은 지나 닭이 울었다.


결국 한숨도 못 잔 로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검을 쥐었다. 거짓말같이 피로감이 사라졌음을 느끼고 그는 방문을 열었다. 문 앞에서 엘레니아와 마주쳤다.

아무래도 자기가 나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린 것 같다.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음, 얼마 안 기다렸어요? 한 20분?”

“오래 기다리셨는데요···”


그녀가 싱긋 웃어 보인다.

여전히 부지런한 여자였다. 항상 이보다 이른 시간에 나와 로안을 깨웠다. 로안과 마주친 그녀가 그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하였다.


“아무튼 좋은 아침이에요 로안.”

“이 녀석 덕분에 컨디션이야 뭐, 안 좋을 래야 안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너무 신물의 힘에 의지하면 사람은 피폐해지는 법이에요. 로안 안 되겠군요. 아침 식사가 끝나면 저와 함께 마을 시장으로 가야겠어요.”

“시장?”


로안이 묻자 엘레니아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그 검은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닐 때만 사용하는 걸로 하고 앞으로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철검으로만 사용해야 할 거예요.”


일리 있는 그녀의 말에 설득당한 로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둘은 갈라져 로안은 아침 식사를 엘레니아는 아침 훈련을 하면서 각자 시간을 보냈다.


그녀를 만날 시간이 된 로안은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미 그녀는 마을 중앙 광장 어귀에서 로안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일찍 나오셨네요?”

“버릇이라서요, 그러면 출발해보도록 할까요? 먼저 대장간부터 들려봐요.”


시장의 대장간은 진한 쇳내를 풍기며 땀과 열기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한 장인이 엘레니아를 발견하고 버선발로 나와 그녀를 반겼다.


“오, 엘레니아님 납품 기한까지는 시간이 꽤 되는데 어쩐 일이십니까?”

“한스, 납품 건 때문에 온 게 아니에요. 오늘은 이 사람의 검을 사러 왔어요. 로안 인사하세요 한스라고 해요. 우리 성의 제일가는 대장장이죠. 그의 실력은 의심할 수 없이 진짜예요.”

“하하! 엘레니아님의 칭찬에 몸 둘 바 모르겠군요. 어디 그럼 애송이 한 번 골라보시게.”


엘레니아의 칭찬에 한스가 크게 웃으며 호탕하게 소리쳤다.


“망설이지 말고 원하는 걸 쥐어봐요.”


엘레니아가 빙그레 웃으며 로안의 등을 슬쩍 밀었다. 얼떨결에 밀려 나온 로안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순간 그의 눈에 무언가 이끼가 낀 듯 파란 빛무리들이 로안의 눈을 어지럽혔다.

순간 당황한 그는 눈을 비비며 빛무리를 없애보려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엘레니아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로안을 불렀다.


“아, 저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지는 중이다.

파란 빛무리들이 서로 연결되더니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연결점 끝에는 날이 잘 서 있는 검을 가리켰다.


“이걸로 할게요.”

“보는 눈이 있구먼. 자네···”


한스의 말에 엘레니아가 물었다.


“보는 눈이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저 검은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누군가가 이 검을 맡겨놨죠. 저 검을 가장 먼저 찾는 사람에게 주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어놔도 달라는 사람이 없길래 구석에 넣어놨습니다.”


엘리니아와 한스가 로안을 바라보는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쨌든 자네가 선택한 거고, 나도 부탁 받은 것이니 그 검은 그냥 주도록 하겠네.”


로안에게 검을 받은 그는 검집에 그 검을 넣어 로안에게 다시 건넸다. 검을 받아 든 그는 신기한 듯이 훑었다.

정말 별 볼 일 없이 투박한 검이다.

하지만 검을 쥐어 본 로안은 마음을 단번에 고쳐먹었다.

그 이유인즉슨 손에 착 감기는 것이 아주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그거면 충분하겠어요?”


엘레니아가 로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미 과분한 것을 많이 받았는걸요. 충분합니다. 마음에 들어요.”

“정말이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군요. 한스의 대장간을 자주 들렸지만 이런 검이 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니까요.”


둘이 대장간을 나오며 담소를 나누었다. 언덕을 내려가는 도중 로안이 말했다.


“저는 한 달 뒤에 이곳을 떠나려고 해요.”

“그게 정말인가요?”

“네,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모험이 설레기도 해서요.”

“그렇군요.”


그녀가 고개를 살짝 떨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들어 로안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 여정에 저도 동참해도 될까요?”


작가의말

유의미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진짜 저도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됐었는데, 그래도 더 열심히 해볼 겁니다.

사정이 있더라도 연재는 계속 할겁니다. 독자님들 모두 저

랑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가 뜬 아침입니다.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 잘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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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2 미터
    작성일
    23.01.15 09:20
    No. 1

    난잡이 뭐냐? 그건 해서는 안되는 생각이나 행동이고.
    이경우는 복잡이나 알수없는 또는 미묘한 정도로 표현해야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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