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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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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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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3
추천수 :
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2.11.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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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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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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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5화

DUMMY

“준비는 다 됐나요?”

“아, 개인적으로 챙길 건 다 챙겼고 마지막으로 영주님을 뵙고 가면 될 것 같아요.”

“빠뜨린 거 없나 조심해야 해요 알겠죠?”

“네, 한 번더 확인해 보도록 할게요.”


엘레니아에게 묘하게 보호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일주일 전 그녀 또한 같이 가도 되냐는 통보 비슷한 물음에 로안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과 실전 그리고 이 세계에 관해서 공부하다 보니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로안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요렌츠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요렌츠는 그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작은 선물도 준비했다.


“음, 보기보다 잘 어울리는구먼.”

“그렇습니까?”

“숙련된 모험가 같아 보이는 구만, 속은 초보 중의 초보 모험가지만 말이야. 엘레니아가 함께한다고 했을 때는 많이 놀랐겠지?”

“놀랐습니다. 그녀는 기사단의 단장 아닙니까? 그렇게 보내셔도 되는 건가요?”

“성을 지키는 기사단이 그녀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린 괜찮네, 자네의 앞길을 인도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호의를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나중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로안의 진심 어린 마음에 요렌츠가 미소 지었다.


“괜찮네! 그땐 그저 자네의 시선으로 보았던 우리의 세계를 그저 술 한잔과 함께 나누어주면 된다네. 저기 오는구먼그래.”


슬쩍 눈길을 준 시선을 따라가자 편한 모험가용 복장으로 갈아입은 엘레니아가 걸어오는 중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와 찰랑거리는 그녀의 금색 머리카락이 복장을 한층 더 빛내주었다.


“제가 조금 늦었죠? 더 챙길 건 없나 한 번 더 확인하고 오느라고···”

“아닐세 엘레니아 아주 최고의 타이밍이었어, 그러면 이제 정말 떠날 일만 남았구먼. 그래.”


나란히 선 둘을 본 요렌츠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떠올랐다.


“자, 자네의 여정을 축복하면 주신 그레이스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바라네.”


그녀는 자기를 따르는 수많은 기사단원이 양옆으로 도열하여 그녀를 위해 검을 꺼내 하늘을 높이 찔렀다.


“이건···”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떠나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나. 내가 모두 불러 모았다. 창성, 금빛, 은빛 너나 할 것 없이 말이야.”


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아직도 남아있었다.


“엘레니아. 자네가 이곳에 와 해준 일은 절대 적지 않네. 어려서부터 자네를 봐온 나는 알 수 있네, 자네는 존경받아 마땅할 기사일세.”


“단장님···”


누군가가 그녀의 앞으로 달려와 숨을 헐떡거렸다.


“일케이드···”

“말도 안 하고 가셨으면 조금 많이 섭섭할 뻔했습니다.”


엘레니아의 부관을 맡고 있던 일케이드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인사했다.


“단장님 부디 조심히 잘 다녀오시지요. 기사단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돌아오셨을 때는 한 층 더 성장한 기사단의 모습으로 재회하겠습니다.”


믿음직한 일케이드의 말이었다.


“고맙네 일케이드, 네 실력과 열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러니 창성 기사단은 너에게 일임할게. 기사단을 잘 부탁한다.”


엘레니아가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이케이드의 시선은 로안을 보는 중이었다. 그가 다가와 말했다.


“저희 단장님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장님에게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그런가요? 로안님 다음에 만났을 때는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실 거라 믿겠습니다.”


비록 일케이드와 접점을 별로 없었지만, 그의 인사에 로안은 미소로 답했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할 때가 왔다.


“창성 기사단!”


일케이드의 외침이 성 전체를 울렸다.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끌어올리나 신기할 정도였다.


“단장님께 검을 받들라!”


힘찬 기합과 함께 하늘에 축복을 빌기 위한 기사들의 의식이 시작됐다. 하늘 높이 뻗은 검이 휘황찬란하게 빛을 머금었다.


이에 질세라 금빛 기사단과 은빛 기사단 또한 창성 기사단과 똑같이 검을 들어 올리며 로안과 엘레니아의 앞길에 대해 축복을 빌어주었다.


길이 열리고 로안과 엘레니아는 사람들의 환대와 함께 성을 떠났다. 모험이라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마을에 못 들리는 날은 노숙을 준비해야 하고, 먹을 것이 떨어지면 사냥을 해와야 한다.

엘레니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주의를 줬다.


“저희는 남쪽으로 쭉 가야 해요. 최소 반년 이상은 걸리는 일이 될 건데 마음을 단단히 잡으셔야 할 거예요.”


반년 이상 걸리는 여정이기에 일단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포괄적으로 계획하였다.


“그렇군요. 그래도 엘레니아와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혼자서 떠났다면 마냥 웃으면서 떠날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아무리 학습했다지만 인생은 실전이다. 실전에서 언제나 변수는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다행히 노련한 엘레니아가 있어 로안은 큰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일단 여정에 대해 간단하게 축약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저희는 일단 국경을 지나 아르바토스 공국을 넘을 겁니다.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최소 은장 등급 이상의 증명패를 발급받아야 해요. 하지만 받는다 하더라도 공국의 국경을 넘기 힘들 수도 있어요.”

“···왜죠?”

“아르바토스 공국 오래전 국경의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인원만 들어갈 수 있게 됐어요. 왜 은장패가 필요한지 감이오나요?”

“그 이유는 은장패가 최소한의 자격이라는 소리군요.”


모험가의 구분은 흔히 금, 은, 동장 순으로 크게 구분되어 분류된다. 물론 금, 은, 동장에서 세세하게 더 분류되어 관리하고 있지만 일단 크게보아 로안은 은장 증명패가 필요했다.


“맞아요. 역시 공부를 열심히 하셨네요.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은장패를 입수해야해요. 하지만 은장패를 얻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기한을 왜 반년으로 잡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죠.”

“그 시간 동안 은장패를 발급받기 위해 발 벗고 뛰어야겠네요.”

“맞아요. 직선으로 꽂아 최대한 빨리 가면 최소 반년 정도 걸릴 거예요. 로안의 등급을 은장등급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러면 엘레니아는 어떻게 되는 거죠? 같은 모험가로 시작해야 하는 건가요?”


로안의 질문에 그녀가 은은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는 기사단을 떠나면서 자유 기사 증서를 받을 수 있었어요. 요렌츠님의 친필 서명이 담겨 있는 것이니 은장패는 필요 없어요.”


로안은 머리를 끄덕였다.

자유 기사라 하니 뭔가 낭만 있어 보이는 직업이다.

하지만 말이 자유 기사지 그냥 동네를 돌아다니는 양아치들과 다름없다.


로안과 엘레니아는 한참을 걸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젠 걸음을 멈출 수도 돌릴 수도 없다.

그들에게는 오직 직진뿐이다.


“힘들지 않아요?”

“괜찮아요. 할 만한 거 같은데요?”


로안이 물주머니에서 목을 축이고 엘레니아에게 건넸다.


“로안의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엘레니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로안의 과거가 꽤나 어둡다는 건 그에게 얼핏 들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동안 친밀감을 쌓았다고 하지만 조심스러운 건 조심스러운 거다.


로안은 개의치 않고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일단 움직이면서 이야기할게요.”

“좋아요.”

“사실 제가 살았던 곳에도 군대가 있어요. 그 군대는 남자라면 모두 다녀와야 하는 것이고 또 훈련받기도 하죠. 저도 병사 출신이었거든요.”

“다른 사람들 모두 말인가요?”

“네,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가는 편이죠. 사실 다른 사람들은 군대를 안 가려고 하지만요.”

“그건 왜죠? 군대에 들어가는 건 명예로운 일인데···”


엘레니아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응당 군대라면 모두가 되고 싶은 일종의 직업이었다.

국가의 군인이 된다는 건 가문 대대로 명예로운 일이기도 하다.

만약 군대에서 공적을 쌓는다면 귀족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로안과 엘레니아는 사는 곳이 다르다. 단지 그 차이일 뿐이다.


“그렇죠. 여기는 농민들이 군대에 들어와 출세를 노리기도 하는 곳이지만, 사실 제가 살던 시대에는 전쟁이라는 게 거의 없었거든요. 평화의 시대가 너무 오랫동안 유지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군대를 기피하게 되고 또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 바에는 차라리 다른 것들로 시간을 채우는 게 좋으니까 그런 거예요.”

“로안이 살던 곳은 좋은 곳인가 보군요. 저도 궁금하네요 로안이 어떤 곳에서 살고 있었는지 말이에요.”

“사실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에요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곳에 와있었고, 엘레니아를 만날 수 있었죠.”

“그래도 로안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정말로 신기한 것들이 많아요.”


엘레니아는 로안이 말했던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기가 떠올랐다. 그녀의 입장에선 가히 충격이었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처음엔 그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


“로안은 그런 걸 만들 수 있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비행기는 엄청난 시행착오와 발전을 거쳐 만든 기계시대의 산물이에요. 그런 위대한 물건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을리 없을 거예요.”

“그렇군요···”

“그리고 저는 제가 살던 시대의 물건들을 이곳에 재현시키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로안을 쳐다보았다.


“이유가 뭐죠?”


로안은 딱히 이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생각을 거치지 않고 그저 마음에서 올라오는 말을 전달했다.


“지금 이곳은 이 시대에 걸맞은 변화를 추구할 거예요. 그게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발전하고 더 발전해서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손에서 말 없는 마차가 나올 수도 있겠죠. 저는 이 시대에 존재해서는 안 될 이방인이니까 저로 인해 무언가 새롭게 발견되는 건 바라지 않아요.”

“그게 로안의 생각인가요? 맞는 말인 거 같아요. 그리고 멋진 말이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몰랐어요.”


그렇게 둘은 한동안 말없이 길을 따라 걸었다.


“꺄야악-!”

무언가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방향을 알 수 없이 들려왔다.


“방금 그 소리?”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렸어요 쫓아가볼까요?”


엘레니아가 물었다.


“예, 몬스터에게 습격당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요.”


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로안이 먼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뛰었다. 엘레니아 또한 로안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숲속에서 한 번 들렸던 외마디 비명을 가지고 추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더 들리기를 바라던 순간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뭉개진 소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소리였다.


로안은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의 근원을 추적했다. 그리고 들개 무리들이 원을 그리며 조금씩 한 사람을 포위하는 것이 보였다. 로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늑대무리가 좁혀오는 중심으로 뛰어내렸다.

가볍게 착지한 로안이 눈을 매섭게 떴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로안이 검 자루를 꽉 쥐었다.


“혼자서도 괜찮겠어요?”

“예, 사람들을 부탁하겠습니다.”

“그런 걱정하지 마세요.”


로안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뒤는 든든한 엘레니아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자신은 지금 이 전투에 집중해야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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