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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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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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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2,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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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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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DUMMY

미로처럼 이어진 엘프의 숲은 길고 복잡했다.

길잡이들도 쉽게 쉽게 길을 잃어버리는 이곳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곳이었다.

엘프의 생명력을 받아 성장하는 덩굴 식물들은 그 성장 속도가 가히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그 내일이 달랐다.


“아무래도 같은 곳을 뺑뺑이도는 기분이 들어요.”


한숨 쉬는 엘레니아의 말투에는 확신이 찬 모습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무래도 길잡이가 길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요?”


이따금 사람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고 길잡이는 걱정하지 말라며 불난 집에 물을 붓는 행위도 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언제나 머릿수가 많아지면 불나방이 끼기 마련이었다.

로안과 엘레니아의 사이를 질투하는 자들이 쑥덕거리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씹어댔다.


“저런 녀석이 뭐가 좋다고 저러는지···”

“아주 저 여자가 데이브, 네 혼을 송두리째 뽑아먹었구만. 정작 저년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말이야.”

“닥쳐 마르티스 네놈 혀부터 뽑아버리기 전에.”

“어이쿠! 역시 여자라는 동물이 무서운 법이라니까? 흐흐···”


데이브가 날이 바짝 선 반응을 보이자 마르티스는 손을 들어 항복하는 척했다.


“봐달라고, 저 녀석이 그렇게 실력이 좋다며?.”

“장난 아니다. 우리 둘이 붙어서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아니야.”


데이브는 로안의 능력을 인정했다.

그는 강하다.

허드렛일만 해온 자신과 비교했을 때 30년이 넘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너도 봤을 거 아니야.”

“보긴 봤지··· 강하긴 하던데, 딱 그 정도던데. 우리가 어떻게 해본다면 한 번 재껴보는 것도 가능할 수 있지 않겠어?”


마르티스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들썩 움직였다.


“됐다···”


돌연 그가 모든 걸 포기하는 한숨을 뱉었다.


“여기서 포기한다고?”

“어차피 오래 볼 놈도 아니잖아. 모험가라며, 우리도 우리지만 어차피 저 녀석도 제 명에 갈 놈은 아니야.”


마르티스는 갑자기 변해버린 데이브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


부우웅-

검이 공명하는 빈도가 점점 좁아졌다.

분명히 이 숲에 무언가 있다는 뜻인데, 자신은 그걸 잘 모르겠다.

이 놈이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연신 진동만 울려대고 있으니 알아차리는 게 더 신기하겠지만.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한숨 쉬는 로안을 본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검이 공명하고 있어요. 무언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군요. 예사롭지 않은 검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옛 문서에 보면 고대 왕국을 세운 왕은 검의 명령을 따를 정도로 신격화하기도 했어요.”

“그런 사실이 있었군요.”


검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로안은 한숨을 내뱉고는 다시 걸음에 집중하였다.

숲은 더 깊어져 갔다. 길잡이는 이제 완전히 길을 잃은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원성이 하늘 높이 찌를 때 날카로운 살기가 로안의 감각에 걸렸다.


“전투다! 모두 전투를 준비해야 합니다!”


로안이 앞으로 뛰어가며 큰 소리로 반복해서 외쳤다.


‘안 돼...!’


로안은 몸을 날렸다.

바스텔을 노리는 화살이 아깝게 바닥에 꽂혔다.

다행이었다. 뒤를 돌아보고 나서 갑작스럽게 로안이 등을 떠밀어 살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엘레니아가 급하게 뛰어와 검을 뽑아 든 채로 옆에 섰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포위당한 것 같아요···”


울창한 숲을 이용해 은, 엄폐를 한 알 수 없는 자들의 화살을 보고 엘레니아가 중얼거렸다.


“···엘프. 저들은 엘프에요 로안.”


로안은 그 순간 화살 하나가 날아오는 것을 쳐냈다


“엘프라구요?”

“그래요. 저 화살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나뭇가지가 아닌 줄기를 엮어 만든 화살이에요. 이런 걸 다룰 수 있는 자들은 엘프밖에 없죠.”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화살은 공기의 저항을 받아 제대로 날릴 수 없을 터.

엘프는 그런 제약 따위는 없나 보다.

화려한 곡선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다시 한번 쳐낸 로안은 혀를 내둘렀다.


“이게 말이 됩니까?”


황금용 상단주 바스텔은 굳은 표정으로 두 손을 위로 올렸다.


“나는 황금용 상단의 단주 바스텔이라고 하오. 엘프들과 가급적 전투를 피하고 싶소...!”


바스텔의 간절한 외침에 그들은 화살로 응대했다.

로안이 그 화살을 쳐냈다.


“다시 한번 말하겠소. 우리들은 전투를 원하지 않소.”


이번엔 화살이 날아오지 않았다.

저쪽에서도 고민하는 듯했고, 바스텔은 협상의 종지부를 찍었다.


“무기를 내려놓겠소. 그게 우리들의 뜻이오···”


엘프들과의 전쟁은 끝났다.

아무리 영역을 침범했다 하더라도 고의가 아닌 이상 저들도 함부로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화살은 쏘아졌지만, 이 중에 다친 사람 하나 없었다.

그저 화살은 눈감으면 그만이다.

바스텔은 엘프들의 놀이터에서 노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돌아가라, 인간.”


엘프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주었다.


“우리들의 길잡이가 길을 잃었소. 부디 조금의 자비를 베풀어주면 안 되겠습니까?”

“목숨을 살려주는 것으로 이미 자비를 베풀지 않았는가? 네놈들이 여기서 굶어 죽던 짐승에게 물려 죽든 우리가 알 바가 아니다. 썩 꺼져라.”


로안은 엘프의 말에서 다시 한번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평화의 숲의 종족인 줄만 알았던 그들도 욕도 하고 거리낌 없이 사람에게 화살을 발사하기도 하고.

인간과 다를 바가 없는 자들이다.


* * *


“내가 길 안내를 해주겠다.”

“아버지!”


한 엘프가 세리스에게 언성을 높였다.


“길잡이가 길을 다시 찾게 도와주기만 할 거다. 그 정도는 괜찮겠지.”

“저들은 어떤 놈들인지 몰라서 그러시는 거예요? 인간이에요! 우리 영역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죽여 마땅하다구요..”

“딸아, 이미 전쟁은 끝났다.”


부녀 사이인 그들은 모두 전쟁을 겪은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저 녀석들을 믿을 수 없어요.”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입술도 깨물었다.


“세리스··· 저들 중에 제사장님이 말한 자가 있지 않으냐. 그를 데리고 와야 우리의 문제를 막을 수 있단다. 만약 우리와 전투를 벌인다면 그는 우리를 절대 도와주지 않을 게야.”


그가 재촉하자 세리스라 불린 엘프는 알겠다는 듯 한숨을 뱉었다.


“알겠어요··· 길잡이가 길을 찾을 때까지만이에요.”


숲속에서 한 엘프가 튀어나왔다.

위급 상황인 것도 모른 채 화려한 은발 엘프의 등장에 모두 넋을 잃었다.

그 엘프의 외모는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큼 아름다움을 소유했다.


“말도 안 돼···”

“저게 엘프라고?”

“허어···”


저마다 각자 감탄사를 내뱉으며 엘프가 움직이는 대로 시선을 움직였다.


“나를 따라오시오.”


엘프는 숲을 잘 아는 듯한 움직임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길잡이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이제 아는 길이 나온 것이다.

그는 곧바로 종이에 그 길을 기억나는 대로 받아 그리기 시작했다.


“적어도 소용없소.”


그 엘프는 그 행동을 흘깃 보고 말했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나아서요. 감사합니다. 이제는 길을 알 것 같아요.”


바스텔이 의심스러운 듯 눈매가 좁아졌다.


“저, 정말이에요. 이젠 길을 압니다.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가 정말이라며 억울하다 했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큰 소리 뻥뻥 치더니 진짜 거짓말일 줄이야.


“하하, 로안 것 보게 이젠 정말 나갈 수 있게 되었군.”


바스텔은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잠깐···”


그때 은발의 미남자가 바스텔과 로안을 불러세웠다.


“우리는 그자에게 볼일이 있소.”

“···볼일?”


당황한 건 바스텔이 아닌 로안이었다.


“그렇소, 우리와 함께 동행해줄 수 있겠나 인간이여.”

“로안이라고 합니다.”


로안은 먼저 인사했다.


“인사가 늦었군··· 세스토라고 하네.”


인사를 들은 그가 아차 하는 표정과 함께 자신을 소개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구요?”

“그렇네, 우리가 이들의 길잡이를 도와준 이유도 자네를 위해서일세. 빚을 지어놔야 자네도 우리를 따라오지 않을 텐가.”


그의 말은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다.


“이보게 로안, 별로 좋지 않아 보여 그냥 거절하고 우리와 함께 가지.”


바스텔이 옆에서 재촉했지만, 로안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검이 공명한다. 엘프를 만났을 때부터 엄청나게 진동을 떨어댔다.


그게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이만 헤어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뭐라고? 저 엘프들을 따라가겠다고?”

“이제 적의는 없어 보입니다. 화살을 쏜 거야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넘어가죠.”


로안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바스텔은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그를 보고 정말 아쉬워했다.

또 이렇게 가니 서운하기도 했다. 바스텔은 로안을 안아주었다.


“이보게 반드시 황금용 상단에 들려주게나. 자네에게 도움만 받고 제대로 된 보답 한 번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네.”

“알겠습니다.”


로안은 미소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엘레니아 자네도 잘 지내게나.”

“저희 걱정은 하지 마세요.”


바스텔은 떠나는 길이 아쉬운 듯 선두를 고집하던 그가 가장 뒤쪽에서 가장 많이 뒤를 돌아보았다.


“좋은 인간 친구를 두었군.”

“아닙니다. 이제 어째서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대화가 시작되었다.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들어가서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세스토는 로안과 엘레니아에게 안으로 들어올 것을 권했다.


“알겠습니다.”


로안은 머리를 끄덕거렸다.


“······.”


그리고 그는 아까부터 말이 없어진 엘레니아의 눈치를 살폈다.

엘레니아의 기분이 상당한 저기압이다.

혹시 뭔가 실수한 건 아닌지 로안은 골똘히 생각했다.

그래도 뭐 실수한 건 없었는데···


“엘레니아 괜찮아요?”

“···아, 괜찮아요. 가도록 하죠.”


그녀가 로안과 세스토를 앞질렀다.


영문 모를 그녀의 행동에 로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조금 전 대치했던 곳으로 돌아오자 다른 엘프들이 한데 모두 모여있었다.

모두 다 같은 매력적인 은발과 뾰족한 귀가 특징이었다.

엘프는 엘프였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로안은 엘프들을 따랐다.

엘프들은 인간들을 경계하였고, 엘레니아는 그들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한 단발의 꼬마 엘프가 로안을 상당히 부담스럽게 노려보는 중이었다.


“···왜 자꾸 그렇게 보는 겁니까?”

“잔말 말고 걷기나 해.”


그녀의 강압적인 말에 로안은 군말 없이 걸었다.

그들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나무와 덩굴들은 이용한 문명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세스토가 대표로 나와 말했다.


“들어가라.”


마을 중앙에 거대한 나무를 중심으로 퍼진 엘프들의 마을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로안은 나무줄기를 따라 올라가면서 신기한지 머리를 두리번거렸다.


“우리의 제사장님을 만날 겁니다.”


세스토는 길을 걷다 중간에 말을 꺼냈다.


“제사장?”

“우리 바람의 엘프들을 관리하시는 분입니다. 무례한 언행은 삼가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도착한 듯 그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앞에는 큼지막한 문이 보였다.


“어서 오시오. 여행자여.”


세스토가 문을 열자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안이 잘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밖은 환한데, 안은 촛불 하나로 의지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로안이라 합니다.”


로안은 천천히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내 이름은 시르파 부족하지만, 이곳 엘프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 순간 로안의 손목에 은은한 황금빛이 맺히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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