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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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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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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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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누가 감히 움직여도 좋다고 했지?

DUMMY

43.


부지런히 복도를 가로지르던 강지석은 신경질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뭐? 습격?”


총총걸음으로 작전실에 들어선 강지석은 직원들의 인사를 대충 받아들였다.

한창 회의를 진행 중이던 협회의 간부들이 강지석을 반기며 고개를 숙였다.

강지석을 옆을 줄줄 따라오며 백이준은 계속해서 보고를 이어나갔다.


“연루된 건 태엽 길드의 도재준 팀장입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그의 스킬을 노린 습격 같습니다.”

“도재준 팀장이면······ 미래시(未來視)?”

“네.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놈들의 잔당을 포획해 심문한 결과, 분명합니다.”


강지석은 미간을 팍 구겼다.


“결국 협회에도 놈들의 끄나풀이 있다는 건 확실해졌군.”


도재준이 미래시를 가졌다는 사실은 극비로 알려진 비밀 중에서도 비밀.

특히 도재준은 전생에서도 그다지 활약한 적이 없는지라 쉽게 알려질 수도 없는 인물이었다.

미래를 본다는 사실 또한 오직 전생의 동료였던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는 정보였다.


“걱정하진 마십시오. 반드시 색출해내겠습니다.”


굳은 각오를 보내오는 백이준을 일별하며 강지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도재준은 살아있나?”

“확인하려고 노력 중입니다만······.”

“모른다는 거로군.”


장내로 묵직한 침묵이 뒤따랐다. 도재준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도재준을 여기서 잃을 수는 없어. 반드시 구해내야만 해.”

“다른 길드로 지원 요청을 보낼까요?”

“당장 응답할 수 있는 길드가 얼마나 되지?”

“10분 이내로 작전 지역까지 갈 수 있는 건 파이오니어, 아마존, 황금 길드입니다.”

“전부 연락 돌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재준을 지켜.”


백이준이 뛰쳐나가고도 작전실 안에선 회의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갑작스런 습격을 감행해온 적들의 정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예상대로 그들은 성모의 광신도 중 하나였다.

수시로 테러를 일으키고 사람들을 납치해가곤 했던 놈들의 특수 부대.


“적들의 리더로 파악된 놈은 강희찬입니다. 발푸스의 이식이 완료됐고 추가로 하급 마물을 이식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설마 배런을 소환했다던 그놈인가?”

“네. 지난번 여의도 탈환 작전을 망쳤던 그놈입니다.”


무저갱에서도 발푸스의 손윗 단계에 이른 배런은 가고일을 닮은 마물이었다.

시선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정신을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린다던 공포스러운 괴물.

발푸스의 무지막지한 힘에 더해서 배런의 눈으로 사용하는 환각은 더할 나위 없이 위험했다.

설마 도재준 한 명을 잡고자 놈들의 가장 유력한 에이스 중 한 명을 꺼내들다니.


“혀, 현장 영상 도착했습니다!”


지원 요청을 위해서 뛰쳐나갔던 백이준은 황급한 얼굴로 작전실로 돌아왔다.

그는 작전실의 한쪽에 있던 모니터를 조작해 바깥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KBC?”


놀랍게도 멸망 이후로도 살아남은 한 방송국의 카메라가 그곳에 있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기자라고 합니다.”

“미친······ 당장 촬영 정지하고 몸을 피하라고 해!”

“네?”

“지금 저쪽에 있는 게 누군지 몰라서 물어? 빨리······!”


하지만 강지석의 말이 기자에게 닿기도 전이었다.


타아아앙!


총격이 울리며 몰래 현장을 찍던 카메라가 크게 회전했다.

몇 번이고 돌고 돌아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는 한 사람을 비추었다.

미간에 총구멍이 난 기자가 눈을 크게 뜬 채 쓰러져 있었다.


“빌어먹을······ 현장 관리 똑바로 안 해?”


강지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을 치는 한편 종전의 영상을 되돌려보도록 했다.

송출되던 생방송의 앞부분으로 돌리고 나니 현장의 풍경이 고스란히 찍혔다.

국군의 복장을 하고 일대 도로를 점거한 가증스러운 광신도의 모습이 보였다.

힘이 없는 시민들은 양손을 머리 위로 감싸 쥔 채 도로의 한복판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몇몇 헌터들은 강제로 무장이 해제되었는지 한쪽에 볼품사납게 널브러져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이······.”


욕지거리를 내뱉던 강지석은 광신도들이 포위하고 있는 한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저들의 목적인 도재준 팀장이 그곳에서 갖은 고문이라도 당하는 모양인······.


“뭐야? 도재준이 왜 여기 있어?”


강지석은 일반 시민들 틈에서 힘없는 인질인 척 양손을 머리에 감싸 쥔 도재준을 발견했다.

그는 연신 주변을 살펴보며 다른 방법이 없는지 애써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럼 이 사람은 누구야?”


멀리서 찍힌 영상이고 뒷모습만 보이고 있어 그 얼굴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지석은 머지않아 그곳에 선 사내가 누군지 알아차리고 말았다.

새삼스럽게도 그 옆에 선 여자의 정체를 몰라볼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한예리? 그럼 이놈은.”


강지석은 터무니없게도 사태의 중앙에 선 남자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


총구를 겨누고 있는 군인들을 응시하면서 차도윤의 시선은 더욱 침잠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지만 상황에 대한 이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도재준 팀장은 태엽 길드 소속입니다. 아무래도 이들은 도재준 팀장의 스킬을 노리는 듯해요.

-도재준······ 기억 나. 미래시를 가진 사람이지?

-네. 선지자 중 한 명이요.


헌터 중에는 특정한 조건만 갖춘다면 미래를 볼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선지자는 1회 차의 세계에서도 주요한 VIP로 자리매김했고 2회 차에서도 그 위치는 다르지 않았다.

설령 회귀자들이 판을 치는 세계라 할지라도 미래를 본다는 메리트는 여전히 대단했으니까.

차도윤은 쓰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이놈들은 날 선지자인 도재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단 얘기란 거네.

-그런 셈이죠.


그리고 더는 한예리와 전음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예리의 스킬인 ‘한여름 밤의 밀회’는 생각보다 방대한 마력을 잡아먹는 스킬.

1차 각성에 이르지도 못한 그녀가 다루기엔 너무나도 소모되는 마력이 많았다.

괜히 전음을 주고받다가 마력이 고갈되면 안 그래도 귀찮은 상황이 더 골치 아파진다.

그때 총구가 등에 바짝 닿았다.


“허튼 수작 부릴 생각도 하지 마. 이곳에 있는 사람들 전부 죽여버리기 전에.”

“······가만히 있었는데.”


차도윤은 궁시렁대면서도 그들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움직여주었다. 당장 죽이진 않고 납치할 속셈이었는지 놈들은 차도윤의 손목에 웬 족쇄도 착용시켰다.


[장비 ‘마력 봉인구’를 착용했습니다.]

[일정 수준 이하의 마력을 봉인합니다.]


물론 차도윤의 마력이 봉인되는 일은 없었다.

1차 각성에 이른 그의 마력을 봉인하기엔 아이템의 수준이 너무 저급했다.

차도윤은 문득 한예리와 시선을 마주쳤다.

전음을 보내오진 않았지만 시선의 의미를 모르진 않았다.

어떻게 바로 급습이라도 할 거냐는 질문.

차도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놈들··· 뭔가 더 있다.’


눈을 가늘게 뜬 차도윤의 시선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군인들에게 향했다.

그저 ‘도재준’ 한 명을 노리고 벌인 일치고는 사건의 규모가 너무 컸다.

그리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지금도 저들은 쫓기듯 뭔가를 계속 해대고 있었다.

애초에 이렇듯 그를 납치하는 데에 성공했으면 냅다 도망쳐야 정상이 아닌가?


“준비됐습니다.”

“바로 시작하도록.”


상급자로 보이던 군인의 말을 끝으로 놈들의 수작이 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이······.”


군인들의 뒤편으로 쇠사슬로 온몸을 묶어둔 한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그녀의 앞으로 일련의 헌터들이 무기를 빼앗긴 채 바닥에 포박되어 있었다.

군인들의 경고에도 한예리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저거 설마······.”

“맞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그거.”


이내 쇠사슬이 풀려나가자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은 새빨갛게 물들인 아이로부터 가공할 만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억······ 그어억!


괴물이나 낼 법한 소리가 아이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분명 열 살 무렵으로 보이던 아이의 몸이 점차 커다랗게 변하고 있었다.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군인들은 괴물이 되어버린 아이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또한 그 앞에 선 헌터들을 향해서도 총구를 겨누었다.


“가동한다.”


그리고 놈들의 목적에서 도재준 포획은 그저 부가적인 임무에 불과하단 걸 알 수 있었다.


“한예리 씨?”


걸음을 멈추어 선 차도윤은 그저 포효하는 괴물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뒤를 부탁합니다.”


동시에 손에 있던 봉인구가 아주 간단하게 부서져 바닥에 널브러졌다.


“너, 뭐······!”


당황하는 눈을 뜬 군인의 얼굴을 붙잡은 채 차도윤은 크게 도약했다.

도달 지점은 괴물을 앞에 둔 채 황망히 몸을 떨고 있던 헌터들의 앞.


“커헉······!”


아귀힘만으로 얼굴이 함몰된 군인을 차도윤은 대충 옆으로 던져버렸다.

차도윤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내가 너무 늦게 돌아온 거지.”

-그어억······.

“내가 너희들을 너무 오랫동안 살려둔 거야.”


천천히 검을 빼어든 차도윤을 향해 군인 중 한 놈이 다급하게 외쳤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이 사람들 전부······ 커헉!”


하지만 채 말을 잇기도 전에 그의 목에 실선이 생겨나더니 뎅강 잘려나갔다.


“조용히 하세요. 화가 난 건 그뿐만이 아니니까.”

“뭐, 뭔······!”

“그 더러운 입 다물란 말입니다.”


한기가 풀풀 풍겨나는 목소리에 이어 군인들의 얼굴에 실선이 생겨났다.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냥하던 군인들의 머리가 남김없이 잘려나가고 있었다.


“하던 일··· 마저 하세요.”

여전히 정중한 한예리의 말을 뒤로하고 차도윤은 자신을 향해 침을 질질 흘려대는 괴물을 올려다보았다.

울퉁불퉁한 피부와 작은 하체에 비해 쓸데없이 비대해진 근육질의 상체.

머리에 달린 뾰족한 뿔은 아마도 ‘데이도스’라는 이름을 가진 마물의 것이었다.


“오래 기다리게 했구나.”

-그억······.

“미안하다.”


그 순간 눈앞으로 녀석의 손이 마치 촉수처럼 길게 자라나더니 차도윤이 선 자리를 내리찍었다.


-그거어어억!


포효가 이어지면서 공격은 더욱 다채롭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로 이루어진 촉수는 두 개가 되고 곧 네 개로 분열해댔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차도윤의 옷깃조차 스칠 수 없었다.


서걱! 서거어억!


빠르게 휘둘러진 일격은 다가오던 손을 모조리 잘라내는 데에 이르렀다.

다음 호흡이 이어질 때엔 이미 그는 녀석의 지근거리에 도달해 있었다.


“편히 쉬어.”


창졸간에 휘둘러진 검으로 비대한 녀석의 몸을 단칼에 양단할 수 있었다.

단 일격.

몸이 이등분 된 괴물은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괴로운 신음을 흘려대었다.

뭐라고 중얼대는 것도 같았다.


-그억······ 아.

-아, 그억··· 파.

-걱··· 아파······.


괴로워하는 괴물의 입모양은 ‘아빠’라고 하는지 ‘아파’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차도윤은 그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사나운 눈을 뜬 한 놈을 노려볼 뿐이었다.


“도재준······이 아니었군.”

“보다시피.”

“넌 뭐지? 뭐하는 놈이지?”


군인들 중 상급자로 보이던 놈의 몸은 서서히 부풀고 그 형태가 드러나고 있었다.

어깻죽지로 자라난 날개는 박쥐와도 같았고 머리의 양쪽으로 뾰족한 귀가 만들어졌다.

키만 벌써 3미터를 넘어섰다.


-과연 어머니가 이런 하찮은 임무에 날 보낸 이유가 있는 거로구나!


날갯짓을 잇자 녀석의 몸은 조금씩 허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알겠는 것은 녀석은 완성형에 이르렀단 사실이다.

발푸스의 손윗 단계의 마물인 배런.

일찍이 봉원사 인근에서 겪었던 발푸스는 비교조차 안 될 수준의 적이었다.

과연 한 달이란 시간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잡아먹었고 또 성장했을까.

녀석은 2회 차에 이른 헌터 중에서도 비정상적인 성장을 거듭한 놈이었다.


“누가.”


차도윤은 서슬 퍼런 눈을 떴다.


“누가 감히 움직여도 좋다고 했지?”


움켜쥔 검에 일렬로 정렬한 마력이 그대로 목을 그대로 잘라버린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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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감히 움직여도 좋다고 했지? +2 23.01.21 1,310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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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라헬 스트로디아 +2 23.01.15 1,537 57 12쪽
36 너도 마음이 급했나봐? +2 23.01.14 1,612 51 12쪽
35 저게 왜 난쟁이야 +3 23.01.13 1,709 48 12쪽
34 음식은 멀쩡하다니까 +5 23.01.12 1,765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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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냥 받아들이세요. 무엇이든 23.01.10 1,940 55 12쪽
31 증명해보이면 되겠지? 23.01.09 1,955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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