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45,954
추천수 :
3,321
글자수 :
283,832

작성
23.01.02 21:15
조회
2,343
추천
58
글자
12쪽

저들이 너희들의 원수다!

DUMMY

24.


황무지.

생존 땅따먹기에서 인간들의 영역을 침탈하고자 하는 몬스터들의 본거지.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최종 승자가 되려면 반드시 잡아먹어야만 하는 노다지.’


몬스터들은 황무지로 나타난 헌터들을 향해 가소롭다는 듯 울음을 토해냈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는 말은 황무지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인간들의 영역은 길드 연합이 고래의 역할을 한다면, 여긴 몬스터가 바로 고래였다.

이미 수십, 수백에 이르는 몬스터 군단은 황무지 저변의 깃발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땅에서 땅따먹기를 하려면 필연적으로 녀석들의 군단을 공략해야만 한다.


‘그게 어디 쉽냐고.’


숫자 앞에선 장사 없는 법이고, 개인의 무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전생이 아무리 화려해도 작금의 그는 아직 탑의 1층조차 도달하지 못한 애송이였다.


‘거기다 땅따먹기는 그 땅을 유지할 줄도 알아야 해.’


어떻게 몬스터를 토벌해 그 땅을 먹는다고 해도 다시 지키는 건 별개의 일이다.

겨우 다 사냥해놨더니 옆 동네에 있던 몬스터 군단이 쳐들어오면 그땐 어찌한단 말인가?

뭐 빠지게 고생해놓고 옆 동네에서 꿀 빨던 놈들에게 냅다 헌납하는 꼴이다.


‘개인의 무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게 현실이야.’


하지만 차도윤이 알고 있는 사실은 그가 최종 우승을 해내기 위한 전제 조건이 바로 ‘개인’이어야 한다는 거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그렇기에 해냈을 때의 리턴은 그 어느 것보다 커다랄 테니까.


‘방법은······.’


눈을 번뜩인 차도윤은 언덕 아래에 모여 있던 리자드 군단을 내려다보았다.

숫자만 수백에 달하는 리자드는 색깔부터 그 모습까지 상당히 다양했다.

황무지의 한쪽을 먹은 리자드 군영!

모르긴 몰라도 인간들의 땅으로 움직인 리자드는 고작 이놈들의 선봉에 불과했다.

그 수준도 당장 이곳에 있는 놈들에 비해 한참은 못 미치는 조무래기격의 말단들.


‘이놈들이 본대다.’


특히 차도윤의 시선을 잡아끄는 몬스터가 깃발을 뒤로하고 떡 하니 그 위엄을 자랑했다.


‘보스 몬스터··· 플레임 리자드.’


콧김마다 불꽃을 뿜어대는 모양새가 마치 드래곤처럼 무지막지한 위압감을 선보였다.

크기는 어찌나 큰지 안 그래도 코뿔소 같던 놈들이 녀석 앞에선 강아지 같다.

그리고 그가 할 일은 하나였다.


‘이놈을 사냥해야 한다.’


생존 땅따먹기에서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그 등을 터트리지 않은 채 살아남는 방법.

이 게임의 가장 특수한 규칙.


[땅의 주인을 사냥하면 일대의 땅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땅의 주인은 깃발에 각인된 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른바, 대장잡기다.


*


물론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차도윤이 가진 고질적인 약점은 보완되지 않는다.

깃발의 주인이란 작자가, 그러니까 리자드 군단의 왕이 어딜 혼자 나돌아 다니겠는가.

녀석의 주변엔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에 이르는 리자드가 득실거린다.

녀석들의 대장을 치려면 너무나도 두껍고 높은 벽을 넘어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밑작업부터 시작해야지.’


차도윤은 피식 웃으며 리자드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애초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방법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은 이미 마련해뒀다.


‘내가 이걸 위해 그 고생을 했지.’


회귀 이후로 공략했던 수많은 던전이 머릿속으로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중 첫 번째로 도전했던 꽤나 뜨거웠던 인기를 끈 신촌역에 생성되었던 던전.

‘여왕의 요람’에서 파생된 히든 피스는 단순히 성능만을 따지고자 구한 게 아니다.

성능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해당 특성이 당장 이곳에서 발휘하게 될 영향력이다.


‘이 특성이라면······.’


조심스레 황무지를 수색하던 차도윤은 머지않아 익숙한 형상을 가진 놈들을 찾았다.

허리는 가늘지만 그 이빨은 콘크리트마저 갉아먹을 정도로 강력한 곤충들.


병정개미.


차도윤은 거두절미하고 특성을 꺼내들었다.


[특성 ‘개미 정복자’를 발동합니다.]


그러자 개미들이 일제히 고개를 바짝 들어 차도윤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한 번에 돌아보는 게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이라 다소 소름이 끼쳤다.

더욱 존재감을 발산하니 땅 아래가 들썩이며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도 느껴졌다.

왜 반응했는지조차 스스로도 모르는 개미들을 향해 차도윤은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키익?


신촌역에서 구한 [개미 정복자]는 오직 ‘여왕개미’를 사냥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히든 피스.

특성의 이름대로 이미 개미를 정복한 차도윤에게 있어 개미들은 더 이상 쓰러트려야 할 적이 아니었다.


“움직여라, 너희들이 가야할 곳은 저쪽이다.”


키이잇?


실제로 차도윤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몇몇의 개미들이 나타났다.

특성이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물론 이걸로 전부를 조종하진 못하겠지.’


개미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따르는 이유는 저도 모르게 상위 존재의 기척을 느낀 탓이다.

차도윤은 놈들을 정복했을 뿐이지 그들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진 못한다.

얼떨결에 명령을 따르는 놈들이 생길 수는 있으나, 모두를 복속시킬 순 없다.

당장 차도윤의 명령을 따르는 개미는 그중 십 분지 일도 안 되는 숫자였다.

얼추 열 마리 정도?


‘그걸로도 충분하다.’


차도윤은 얼토당토않게 명령을 따르게 된 개미들을 모조리 리자드 군영으로 보내었다.

리자드의 군영에 진입한 개미들이 퍼뜩 정시을 차렸을 때는 이미 되돌아가기엔 너무 깊숙이 들어간 시점.


키이이익?

크아악!


개미들의 포효에 리자드 군단의 울음이 맞물리며 순식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리자드 군단은 그들의 군영으로 스며든 개미들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됐다.’


전쟁을 일으킨다.


키아아앗!


차도윤은 리자드에게 무참하게 찢겨 죽은 개미들의 사체를 내려다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놈들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땅이 흔들리고 멀리 먼지 구름이 일어났다.

먼지의 정체는 보지 않아도 안다.


키아아앗!


개미들이 죽으면서 남긴 페로몬은 일대의 개미들을 완전히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여기에 양념을 더해서.’


또 한 번 특성을 꺼내든 차도윤은 리자드 군단을 향해 더욱 큰 목소리를 냈다.


“공격해라! 저들이 너희들의 원수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여왕을 죽여 얻은 특성을 빌려.


“저놈이 너희들의 원흉이다!”


뻔뻔한 차도윤의 말에 개미들의 눈이 뒤집혔다.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개미들은 우후죽순 땅 위로 솟구쳤다.

인근에 개미굴이 있었는지 몰려든 개미의 숫자만 물경 수백!


“······더 할 건 없겠네.”


몇 번 큰 목소리를 내던 그는 바로 특성을 거두어들이며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개미 정복자]가 개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만큼 유용한 특성이지만 남용해선 안 된다.

아무렴 이 특성을 얻은 과정을 망각하지 말자.

자꾸 꺼내어 쓰다보면 개미들도 차도윤의 존재를 인식하고 말 것이다.

그때가 되면 놈들은 과연 차도윤은 ‘아군’을 볼까, 혹은 ‘숙적’으로 인식할까.

그 순간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


쿠우우웅!


무엇보다도 확대된 전장에서 차도윤이 해야 하는 일은 굉장히 명확했다.


“거칠게도 싸워대네.”


일찍이 봐뒀던 자리로 숨어든 차도윤은 호흡마저 조심한 채 전장을 둘러봤다.

산만 한 덩치를 가진 플레임 리자드가 불덩어리를 쏘아내며 모종의 여왕개미를 상대하고 있었다.

날개를 가진 여왕개미는 허공을 선회하며 마치 벌처럼 떨어져 리자드의 몸통을 갉아먹었다.

적어도 신촌역에서 마주했던 여왕개미와는 그 수준부터 달라 보이는 괴물이었다.

크기도 엄청 컸다.

속도도 아무래도 여왕 개미가 더욱 빨라 플레임 리자드를 압도하는 듯했다.


‘문제는 상성이겠지.’


뿌리가 곤충에 불과한 여왕개미는 당연하게도 불꽃에 취약한 특성이 있다.

열기가 주변을 장악할수록 비행도 어려워지고 조금만 그을려도 치명상이다.

게다가 여왕개미는 자신의 군단을 조종해 전투를 이끌어가는 사령관 타입의 몬스터다.

장군개미조차 플레임 리자드의 불꽃에 감당하질 못하고 타들어가는 판국에 뭘 더 할까.

여왕개미가 발악하고 있지만 전혀 승산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여왕개미는 플레임 리자드에게 사냥당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눈앞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숨 죽여 기다려왔던 순간이다.


“기다려. 이건 내꺼야.”


순식간에 달려든 차도윤은 여왕개미를 향해 노도와 같은 기세로 검을 꽂아 넣었다.

타들어간 날개는 녀석이 하늘로 날지 못하게 만든 지 오래였고, 이미 지쳐버린 놈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특히 [개미 정복자]엔 은연 중에 개미들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효과도 있다.


[‘메마른 땅굴’의 주인, ‘여왕개미’를 처치했습니다.]

[‘메마른 땅굴’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다 죽어가는 놈의 막타를 뺏어 먹은 차도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검이 향하는 건 여태껏 여왕개미와 열심히 드잡이를 벌여주던 플레임 리자드.


“뭘 그리 멍청하게 보고만 있냐? 적이 나타나면 일단 공격부터 해야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을 때리던 놈에게 선제공격부터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놈은 여왕개미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질 않았다.

속도는 느려도 뿜어대는 불꽃은 조금의 접근도 허락하질 않았다.

불 저항력이 대단히 낮은 편인지라 결코 맞아서도 안 될 공격이었다.

하물며 녀석이 사방에 불을 질러댄 탓에 주변으로는 매연이 생겨나고 있었다. 숨도 쉽기 어려웠다. 갈수록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상에선 말이지.”


차도윤을 향해 불꽃을 내뿜던 플레임 리자드가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진 건 그때였다.

괴로운 신음을 흘리는 놈을 보며 차도윤은 입꼬리를 올려 웃을 수 있었다.


“같은 힘을 가졌어도 어떻게 다루는 지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오거든.”


자지러지는 플레임 리자드의 등짱을 파고나오는 건 일련의 몬스터 군단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속수무책으로 불타버렸던 여왕개미의 병사인 장군개미들.


“땅굴을 그리 잘 팔 줄 알면서 그걸 활용하질 않으면 대체 뭔 소용인데?”


물론 고등의 지능을 갖질 못한 여왕개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차도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빠른 속도로 플레임 리자드에게 접근했다.

당황하며 꼬리를 휘둘러댔지만 느릿한 공격을 맞아줄 생각은 없었다.


채애앵!


휘둘러지던 꼬리는 그저 간결한 움직임으로 펼쳐낸 퍼펙트 패링이 튕겨내었다.


“억울하게 생각할 거 없어. 조만간 네 친구들을 잔뜩 보내줄 테니까.”


뒤이어 차도윤의 명령을 받은 개미들은 일제히 플레임 리자드를 향해 내달렸다.

리자드들이 개미들을 공격해댔지만 그들은 그 어떤 방어도 도외시한 채 오로지 왕을 치고자 움직였다.

땅의 주인이 된 차도윤의 명은 절대적이었고, 개미 정복자 칭호를 가진 그에게 감히 불복이란 있을 수 없었다.

시간은 금쪽같이 흘렀다.


[‘황량한 협곡’의 주인, ‘플레임 리자드’를 처치했습니다.]

[‘황량한 협곡’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완연히 걸레짝이 된 채 허물어져버린 왕의 사체.

그 위로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단신으로 두 개 이상의 땅을 점령했습니다.]

[숨겨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차도윤에게 복속된 리자드들이 통일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죽여야 살 것처럼 굴던 개미들도 더는 포악하게 굴지 않았다.

모든 건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좋아, 첫 단추는 꿰었다.’


이제는 완연한 팀이 되어버린 몬스터 군단을 향해 차도윤은 나지막이 명을 내렸다.


방향은 황무지의 전역으로.

목적은 오로지 정복으로.


“진군한다.”


일대를 장악한 몬스터 군단을 향해 본격적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100층 회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3.01.29 325 0 -
50 채운 뒤엔 덜어내야 하니까 +1 23.01.28 809 32 12쪽
49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겠네 23.01.27 813 29 13쪽
48 뭐든 물어보면 알겠지 23.01.26 896 33 12쪽
47 이다미 23.01.25 981 37 13쪽
46 네놈이 얼마나 음흉한지 잘 알 뿐이지 +1 23.01.24 1,070 37 13쪽
45 곤란하군요 +1 23.01.23 1,117 41 13쪽
44 질긴 악연을 잘라내려면 무딘 칼로는 부족하거든 +1 23.01.22 1,306 43 12쪽
43 누가 감히 움직여도 좋다고 했지? +2 23.01.21 1,307 44 13쪽
42 네가 도재준이야. 그렇지? +1 23.01.20 1,354 42 13쪽
41 도전자 님의 건승을 빕니다 +2 23.01.19 1,395 49 13쪽
40 근데 이걸 어쩌나 +3 23.01.18 1,427 51 12쪽
39 나머진 당신들 몫이라고 23.01.17 1,425 48 12쪽
38 미안하지만 타임 오버야 +3 23.01.16 1,474 51 13쪽
37 라헬 스트로디아 +2 23.01.15 1,535 57 12쪽
36 너도 마음이 급했나봐? +2 23.01.14 1,610 51 12쪽
35 저게 왜 난쟁이야 +3 23.01.13 1,705 48 12쪽
34 음식은 멀쩡하다니까 +5 23.01.12 1,763 54 12쪽
33 돈값은 해줄 테니까 23.01.11 1,885 52 13쪽
32 그냥 받아들이세요. 무엇이든 23.01.10 1,938 55 12쪽
31 증명해보이면 되겠지? 23.01.09 1,952 57 12쪽
30 그때랑 지금은 시세가 다르지 +1 23.01.08 2,008 57 13쪽
29 줄래야 줄 것도 없어 23.01.07 2,055 50 13쪽
28 주변을 둘러보는 눈을 기르래도 +1 23.01.06 2,113 58 13쪽
27 차도윤입니다 +1 23.01.05 2,166 55 12쪽
26 그럼 해 봐. 감당할 수 있으면 +1 23.01.04 2,196 64 14쪽
25 안 돼. 저건 못 먹는 감이야 +1 23.01.03 2,227 59 12쪽
» 저들이 너희들의 원수다! 23.01.02 2,344 58 12쪽
23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23.01.01 2,583 57 12쪽
22 난 여기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22.12.31 2,777 6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