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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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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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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3,832

작성
23.01.0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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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13쪽

줄래야 줄 것도 없어

DUMMY

29.


상황에 대한 이해는 빠르게 이어졌다.

김희우가 말한 2회 차에 따른 난이도 변화란 추측은 사실이었다.

별안간 눈앞에 나타난 인간들이야말로 그 증거였다.


‘미로는 말하자면 싱글 게임 같은 개념이었어.’


10명의 헌터가 뭉쳐서 싸우긴 해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한 팀으로 구성된다.

미로를 공략해 보스 몬스터까지 쓰러트리는 과정에서 그 이외의 헌터가 개입하는 경우는 없다.


‘근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갑자기 10명의 헌터가 튀어나왔다.

그게 무얼 뜻하겠는가?

2회 차가 되면서 그 장르가 바뀐 것이다.

싱글 모드에서 멀티 모드로.


‘문고리를 잡은 순간 저쪽의 공간과 이쪽의 공간이 연동되었다고 봐야겠지. 흐음······.’


하물며 이대영이 문고리를 잡자마자 자신의 눈앞으로도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련이 주어집니다.]

[선택지를 골라 공략하시오.]


+

1. 10명을 죽여 숫자를 맞춘다.

2. 10명분의 벌금을 지불한다.

+


차도윤은 메시지에 숨겨진 숨은 의도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1층에서 겪어본 일은 아니었지만 상층에선 비슷한 시련을 왕왕 겪어봤으니까.


‘하필 여기서······.’


때문에 이게 얼마나 더 상황을 복잡하게 꼬아놓을지 모를 수가 없었다.

상대편 측 인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연 것도 아마 그 즈음이었다.


“어? 너는······.”

“엥?”


마찬가지로 이쪽에서도 화들짝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름이 ‘박성우’라고 하던가?

겁이 많아 칼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던 파티원 중 한 명.

그는 솥뚜껑처럼 커진 눈으로 상대의 파티원 한 명을 알아본 채 말했다.


“서, 성준이 형?”

“박성우! 너 맞구나!”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본 채 경계를 잇던 대치점으로 무작정 달려 나갔다.

가까이 붙여놓고 나니 두 사람이 묘하게 닮아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겠지.


“아는 사이야?”


상대편의 누군가가 말하자 성준이라 불린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박성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제 친동생입니다. 여기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리고 차도윤은 두 사람의 감동적인 재회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분명 저들에겐 좋은 일이겠지만 상황은 더욱 골치 아파질 게 빤했으므로.

······왜냐고?


‘이 시련의 가장 큰 특징은 팀의 구분이 없다는 거야. 첫 번째 조건만 봐도 그저 숫자만 채우라고 했으니까.’


시련이 언급한 내용은 다른 부연 설명도 없이 ‘10명’을 죽여 숫자를 맞추랬다.

그리고 10명에 해당하는 인원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쪽에서 다섯, 저쪽에서 다섯······ 이렇게 섞어 죽여도 조건은 달성된다.

차도윤은 침음을 삼켰다.


‘거기다 지인과의 재회는 안 그래도 모호하던 팀의 경계를 허물기에 충분해.’


차도윤은 쓰게 웃었다.


‘즉 박성우와 박성준의 재회도 이곳의 시련을 위해 마련된 필연적인 장치란 거겠지.’


수백 만 명이 동시에 진행하는 미로에서 지인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여긴 처음부터 지인을 만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곳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으로 벌어질 일이 무언지는 누구보다 가장 먼저 눈치 챌 수 있었다.


‘선별.’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건 벌금을 지불하지 않는 한, 10명의 헌터로 한정된다.

그리고 팀의 경계가 무너진 마당에 기존의 팀을 고집할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것도 노인이나 제 구실을 제대로 못해 짐짝 같던 몇몇 헌터들을 데리고.


“이거 얘기가 필요하겠군.”


상대 측 대표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며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었다.

그 눈빛을 보고 있으려니 차도윤은 앞으로의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갈 거라는 걸 깨달았다.


‘조용히 지나가긴 글렀군.’


적어도 이 시련의 특징을 자신만 간파하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으니까.


*


사람들의 시선이 오가는 가운데 가장 먼저 입을 연 남자는 스스로를 ‘김태하’라고 밝혔다.


“우리도 굳이 피를 볼 생각은 없다. 살인은 원치 않아. 여자랑 노인까지 죽였다간 꿈자리가 사나우니까.”


장비도 그렇고 풍기는 분위기부터 다른 이들과 차원이 다른 사내였다.

몇 층에서 회귀했는지는 알려주질 않았지만 생각보다 꽤 높이 올라간 것만은 알았다.

적어도 20층에 올랐다던 이대영보다도 신중했고 더 높은 층에서 회귀한 사람이다.


‘아무리 떠올려도 김태하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걸보면 특출난 사람은 아닌 모양이지만.’


그는 으스대듯 말했다.


“그래서 기회를 주고자 해. 마침 시련에도 ‘두 번째 조건’이 있잖아?”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너희들이 우리 쪽 코인까지 지불해주면 순순히 보내줄 의향은 있다 이 말이지.”


그는 당당히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이에 차도윤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우리라고······.”

“그래. 우리다.”


우리라는 말을 강조하는 사이 김태하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곁으로 모여든 헌터들은 김태하 측 인원과 이쪽의 인원이 반반 섞여 있었다.

아까부터 저들끼리 무어라 속닥대더니만.

그새 20명의 인원 중 자신들의 입맛대로 사람들을 콕 집어다 팀을 편성한 모양이다.

물론 그것 가지고 무어라 따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능률이 좋은 헌터를 팀원으로 데려가는 건 상식에 가까운 선택이다.

어느덧 저쪽에 달라붙은 이대영은 눈살을 찌푸린 채 큰 목소리로 말했다.


“김희우랑 안유리······ 너희들도 이쪽에 붙어. 너희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잘 말해뒀다.”


근데 약간 의외인 건 두 사람이 하나같이 이대영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점이다.


“진심이야? 거기에 있으면 당신들은 십중팔구 죽어.”


김희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도 전 여태 함께 해온 이들을 배신할 수 없어요.”

“배신? 속 편한 소리를 하고 앉았네.”


이대영이 혀를 차며 말했다.


“네가 그러니까 저층에서 죽은 거야. 실력이 모자라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이대영을 뒤로하고 김태하가 혀를 찼다.


“이렇게 되면 두 자리가 비는군. 나머진 내가 알아서 채워도 되겠지?”

“······그렇게 하시죠.”


별 수 없이 이대영도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한사코 거절하는 두 사람을 설득해야 할 정도로 특별해보이진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말만 해도 저쪽으로 헐레벌떡 건너갈 사람들이 이곳에 널렸다.

다소 실력이 애매하다 판단되었는지 김태하나 이대영에게 간택되지 못했던 헌터들.


“거 참, 함께 올라갈 기회를 줘도 거절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됐어.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어.”


혀를 끌끌 차는 이대영을 뒤로하고 김태하가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하지만 코인을 지불해준다면 순순히 보내줄 의향은 있어. 나도 그리 못난 놈은 아니거든.”


하물며 김태하란 놈은 거기서 그치질 않았다.


“너희들을 해치질 않고 살려줬으니 생존비용도 지불해야 마땅하겠지? 인당 1만 코인씩만 내. 아, 돈 걱정은 마. 언제든 대출이 가능한 거 알지?”


미로에 어디에 있든 코인 상점의 베스티를 호출해 코인을 대출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마주친 시련처럼 ‘코인’이 필요한 장소가 왕왕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라도 헌터를 빚더미에 앉히고 싶은 마스터의 의도가 훤히 드러났다.

차도윤은 혀를 차며 웃었다.


‘날강도가 따로 없군.’


그리고 차도윤은 이 상황이야말로 부득이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강자들만을 선별해 팀원을 꾸려놓고 저리 말한다면 나머지 약자들은 뭘 어쩐단 말인가.

돈을 내질 않으면 죽는다. 그런 단순한 결론 앞에서 해야 할 결정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댔고.


“너무 비싸잖아요! 1만 코인이라니······ 저희들에게 그런 거금은!”


약자인 그들이라고 눈 뜨고 코가 베일 수는 없는지라 일단 항의를 하는 눈치였다.

물론 김태하는 그저 검을 한 번 빼어드는 걸로 모든 불만을 일축시켰다.


“그럼 해보든가. 첫 번째 선택을 해도 우린 아쉬울 게 하나도 없어.”

“크흠.”

“호의를 저버리는 바보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어.”


그가 휘두른 검이 멀리 있던 사내의 앞바닥을 긁었다.

차도윤은 김태하의 검을 알아보았다.

어쩌면 고든의 단검을 ‘따위’라고 말할 정도의 상위 아이템.


‘······카탈로그를 아는 놈이다.’


카탈로그에서만 구할 수 있는 다소 특별한 검이었다.

마력을 꽤 잡아먹겠지만 이 검을 활용한다면 ‘야생의 참격’과 비슷한 스킬을 쓸 수 있다.

가격도 무려 20만 코인에 버금가는 물건이니 저걸 구했다는 것 자체가 그 실력을 증명한다.


“크윽······.”


직접 무력시위까지 펼쳐 보이니 사람들은 그저 신음을 흘려야만 했다.

두 번 말해 입 아픈 얘기였지만 이쪽은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약자들.

앓는 소리를 낼 뿐 그들의 거친 행보를 따져 물을 힘도 없는 자들이다.


“그럼 모두 동의한 거다?”


김태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던 김희우가 겨우 주먹을 움켜쥔 채 말했다.


“그래도 너무 비싸요. 조금만 깎아주시면······.”

“말했잖아? 후회해도 그땐 늦는다고.”


으스대듯 말을 가로챈 이대영이 김희우의 이마를 콕콕 집으며 말했다.


“뭣하면 그 방패라도 내놓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 몫까지 네가 대신 내주던가.”

“그건······.”

“쯧. 난 너처럼 착한 척하는 새끼들이 싫어. 동료들은 배신할 수 없다면서······ 뭐? 본인은 희생하긴 아깝다는 거지?”


그러더니 침을 칵 뱉었다.


“너희 같은 벌레 새끼들을 살려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길 줄 알아야지. 어디서 목숨 값을 흥정하려고 들어?”


이대영의 살벌한 말투에 헌터들은 몸을 움찔 떨었다. 분한 듯 입술을 꽉 깨문 김희우는 표독스러운 눈만 뜰 뿐 그 이상의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뭐 어쩌겠는가. 이젠 약한 게 죄가 되어버리는 세상이다.

김태하는 재촉하듯 말했다.


“앞으로 10분을 주지. 그 이내에 결정을 못 내리면 생존비용을 2만 코인으로 올리겠다.”

“······!”

“그래도 못 내겠다면 어쩔 수 없지. 직접 내가 상대해줄게. 언제든 말해.”


약자에 속하는 헌터들이 눈치를 보듯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몇몇은 금방이라도 베스티를 소환해 코인을 대출받을 분위기였다.

그리고 외관 상 약자 측에 속한 노인······ 차도윤도 눈치껏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는 저들에게 단 1코인도 바칠 생각이 없었다.


‘흠.’


어떻게 모은 코인인데 이런 데에서 쓸데없이 헌납한단 말인가.


‘줄래야 줄 것도 없어.’


코인 상점에서 가진 코인을 탈탈 털어낸 뒤였다. 저들이 요구하는 바를 이루려면 코인 대출은 필수였다.

하지만 코인 대출을 하게 된다면 이후로 벌어지게 될 일은 죽는 것보다 못하게 된다.

제아무리 급해도 그런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차도윤은 이죽이면서 입을 열었다.


“그보다 좋은 방법이 있는데.”

“음?”

“내 말을 잘 들으면 여기서 무사히 살아나갈 방법을 알려주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일 거야.”


느닷없이 꺼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단숨에 차도윤에게 집중되었다.


“노인네?”


영문을 모르겠다는 19명의 눈초리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차도윤은 천장을 살펴봤다.

익숙한 문양이었다. ‘싱글 게임’에서 ‘멀티 게임’처럼 변해버린 현 상황보다도 더욱 그에게 낯익은 그림이었다.


‘저게 있으면 얘기가 다르지.’


2회 차에 이르러 1층의 난이도는 다소 변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 구조까지 모조리 변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남았다.


‘아직 이걸 시도하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뭐 세상일이란 게 늘 계획대로 될 리가 있나.’


그러니 지금부터 주도권은 완전히 뒤집어지고 말 것이다.

차도윤은 서늘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강의비용은 5만 코인. 살아남고 싶으면 일시불로 지불하라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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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라헬 스트로디아 +2 23.01.15 1,537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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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냥 받아들이세요. 무엇이든 23.01.10 1,940 55 12쪽
31 증명해보이면 되겠지? 23.01.09 1,954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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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래야 줄 것도 없어 23.01.07 2,058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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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난 여기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22.12.31 2,780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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