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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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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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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3,832

작성
23.01.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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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2쪽

저게 왜 난쟁이야

DUMMY

35.


어릴 적 명절마다 찾아뵙던 외할머니 댁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특유의 느낌이 있다.

한 겨울임에도 이상하게 따뜻했고 낡은 황토벽은 묘하게 포근하기까지 했다.

설날이면 아침마다 끓여주시던 떡국은 어딘가 정겨웠고, 추석이면 모락모락 김이 풍겨나는 송편은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난쟁이들처럼······.

어? 난쟁이?


“으아아앗!”


저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 안유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솜털이 오소소 돋는 기분에 몸이 떨려왔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위기를 알리는 경종이었다.


‘분명 여긴······.’


미로의 틈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몬스터 집단을 따라 오두막으로 들어왔다.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뷔페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잔칫상을 난쟁이로부터 선물 받았더랬다.


‘그러고 나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픽픽 쓰러졌고, 그녀 또한 밀려오는 수마를 견디질 못해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뭐, 뭐야?”


안유리는 제 머리카락을 그네처럼 놀고 있는 난쟁이를 본능적으로 쳐내었다.

튕겨나간 난쟁이들이 잔뜩 시무룩한 얼굴로 멀어졌지만 그딴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탑에서 저도 모르게 정신을 잃은 것이다.

목숨이 여러 개여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하물며 2회 차에 이른 그녀에겐 더더욱 벌어져선 안 될 상황.

안유리는 일단 몸 상태를 확인해본 뒤 바로 머뭇거리지 않고 움직이기로 했다.

시간이 관건이었다.


“다들 정신 차려 봐요! 저기요!”


김태하의 배 위를 미끄럼틀 타던 난쟁이를 밀어냈다.

그녀의 요란에 난쟁이들이 슬쩍 멀어지는 게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김희우도 그렇고 다들 슬슬 몸을 뒤척이면서 잠에서 깰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으음······ 여긴.”

“치키인······ 피자.”

“흠냐.”


안유리는 그나마 상층 회귀자인 김태하의 볼을 몇 번이나 세게 두드렸다.

한 대.

두 대.

세 대······.


“······뭐냐.”


뒤늦게 신경질적인 눈을 뜬 그가 약간 무섭기도 했지만.


“이럴 때가 아니에요. 정신 차려봐요.”

“흠.”

“응급상황이라고요!”


하나 둘 정신을 차린 헌터들은 황급하게 각자의 무기를 찾아 움켜쥐었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상황이 영 좋지 못하다는 건 알았다.


“그 꼬맹이는 어디에 있지?”

“차도윤 씨?”

“······미치겠군. 이게 대체 뭔.”


김태하는 짧게 혀를 찼다.


“일단 여길 빠져나가야겠어. 자리 잡아. 정면은 내가 맡는다.”


일행은 난쟁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더욱 긴장한 채로 자리를 잡았다.

선두로 나선 김태하는 검을 빼어들고 한껏 긴장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종전까지만 해도 외할머니 댁의 그것처럼 포근하던 오두막은, 무시무시한 마녀의 집처럼 싸늘하게 느껴졌다.


“셋하면 나간다. 하나, 둘······.”


하지만 김태하가 문고리를 돌리기도 전에 누군가가 활짝 문을 잡아당겼으니.


“뭐하는 거야?”


안유리는 느닷없이 문을 열고 나타난 차도윤을 보고 기함을 지르고야 말았다.


“차도윤 씨? 여태 어디 있다가······ 그럴 때가 아니에요. 지금 우리!”


차도윤은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의 얼굴을 쭉 둘러보더니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됐고 일어났으면 나와. 할 일이 태산 같으니까.”


황망한 눈초리를 한 그들을 뒤로하고 차도윤은 휘적휘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웬 주머니를 하나 쥐더니 다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벙찐 얼굴을 한 헌터들에겐 일언반구의 설명도 하질 않은 채.


*


큼지막한 늑대는 고개를 숙였고 엘프와 오크는 말을 더듬어가며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연신 재잘대던 난쟁이들도 눈치를 봤고 참새도 미안했는지 짹짹거리며 날개를 흔들었다. 요점은 굉장히 단순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잠든 사이 기억을 빼앗아갈 생각이었다는······ 그런 얘기인가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안유리의 말에 매드릭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우리도 살고자 그런 것이니 너그러이 용서해주기 바란다.

“흠.”

-그대들의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가져가진 않았을 것이다.


콧김을 내뱉으며 묵직한 목소리를 내는 매드릭은 거진 용서를 강요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일행 중 그 누구도 그 태도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지는 못했다.

아니, 지적할 수 없었다.


“······.”


아무렴 이들의 숫자나, 수준이나, 겉보기엔 너무나도 강해보이는 이들이었다.

숫자가 깡패였고, 힘이 권력이었다.

김태하는 괜히 매드릭을 노려보다 입술을 짓씹었다. 차도윤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이냐?”


지난 밤 망령들이 기억을 뺏으려는 걸 차도윤이 막았다는 이야기까지 진행됐다.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은 이곳의 공략을 알고 있는 차도윤에게 향했다.

차도윤은 어깨를 으쓱했다.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아. 던전을 공략하고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야지.”


그리고 오두막 너머를 가리켰다.


“망령들의 이름과 기억도 전부 저 성의 주인이 갖고 있어.”

“성의 주인이라면······.”

“물론 쉽지 않을 거야. 지금 저길 장악하고 있는 놈이 보통 놈은 아닌 지라.”


차도윤은 오두막에서 가져온 주머니를 뒤적여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러니 다들 이걸 몸에 품고 있어야 할 겁니다.”

“이건······?”

“난쟁이 특제 휴대용 부적입니다.”


하나씩 부적을 나눠 준 차도윤은 잃어버리지 않게 호주머니에 푹 집어넣었다.

아이템의 성능은 단순했다.


+

[난쟁이의 요술 부적]

난쟁이가 자랑하는 수호 마법이 걸려있다.

효과 : 소지하는 동안 신체에 유해한 기운을 배제합니다.

+


이건 오두막에도 걸려있던 수호마법을 이동용으로 개조한 물건.

어지러운 미로의 틈이 가진 특성을 막아줄 유일한 아이템.


“평상적인 유효 시간은 12시간이지만 성에 가까워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차도윤은 덧붙여 말했다.


“어림잡아 1시간······ 그 안에 공략해야 해요.”

“난이도가 너무 높은 거 아니에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걸요. 저 안쪽에 뭐가 있는지 알고?”


차도윤은 일행에게 성 내에 자리 잡고 있을 몬스터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바깥을 떠도는 쉐도우 따위는 사실 미로의 틈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아니라고.

놈들은 그저 현상에 불과하다.


“그놈들은 그저 가진 걸 모조리 빼앗겨 주변을 배회할 뿐입니다. 우린 아직 이곳의 몬스터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

“그런······.”

“그렇다고 너무 쫄 것 없어요. 다들 우리가 몇 층에서 떨어진 건지 잊었나본데.”


제아무리 힘들고 난이도가 난해해보여도 여긴 고작 1층의 틈으로 진입한 공간이다.

물론 2층, 3층······ 나아가 10층에서 떨어져도 하나같이 이곳으로 떨어지겠지만.

그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


‘거기서 거기니까.’


탑에서 마주하는 첫 번째 테마, 기껏해야 입문 과정이나 다름없는 장소다.

차도윤이 보기엔 똑같았다.


“그리고 망령들도 우리랑 함께 움직일 겁니다.”

“호오?”

“성에서 우리가 할 건 크게 두 가지. 보스 룸으로 잇는 길을 뚫는 것과 망령들의 이름을 회수하는 겁니다.”


이름을 잃은 망령은 지난밤에 겪었듯 온전치 못한 상태라 할 것이다.

전투 실력도 너프되었고, 체력도 볼품없어서 단발적인 싸움만이 가능했다.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려면 우선 망령들의 전력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름은 어떻게 되찾죠? 물리적으로 그 형태가 드러나기라도 해요?”


김희우의 질문이었다.


“이름은, 몬스터의 형태로 성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네?”

“미로의 틈의 정규 몬스터가 바로 이들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모름지기 미로의 틈은 그곳에 떨어진 자들을 잡아먹는 게 특징인 곳이다.

약할수록 더 빨리 빼앗기고, 강할수록 더 오래 버티게 된다.

차도윤처럼 공략법을 알아 대처할 수 있거나 망령들에게 도움을 받는 게 아닌 이상······.

하루가 지날수록 그들을 둘러싼 어둠은 짙어지고 쉐도우의 숫자는 늘어난다.

그리고 눈앞의 망령들은 아무런 공략도 없이······ 다른 망령의 도움도 없이 살아난 생존자들.

즉, 그만큼 강한 헌터들이다.


“어둠에 삼켜진 기억은 성의 중심부로 모입니다. 그중 수준에 따라 기억은 하나로 뭉쳐지죠.”


그렇게 탄생한 게 망령의 기억으로 빚어진 성의 몬스터였다. 그들은 성의 주인이 내린 명을 따라 감히 성으로 접근하는 이들을 말살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우리가 잘해줘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망령들이 되레 잡아먹혀요.”

“그건 좀 끔찍하네요.”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우리 쪽 힘을 확보하고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느냐가 될 겁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일행을 둘러보며 차도윤은 조를 편성할 수 있었다.


“동시에 좌측과 우측을 치죠. 김태하, 넌 좌측을 담당하고 안유리 씨와 김희우 씨는 우측을······ 그리고.”


차도윤은 난쟁이를 제외한 망령들 전부를 조 편성에 넣을 수 있었다.

공략 개시는 머뭇거릴 것도 없이 바로였다.

준비되는 즉시 성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잊지 마요. 작전의 유효 시간은 성에 진입하고 최대 1시간입니다.”

“끙······ 안 그래도 어려운데 타임어택이라.”

“그만큼 공략했을 때 돌아오는 보상도 좋겠지. 안 그래?”


김태하는 심드렁한 얼굴로 답했다.


“퍽이나······.”


차도윤은 그를 일별하고 한쪽에서 털을 고르던 매드릭에게 다가갔다.

한 눈에 봐도 털이 삐죽 선 걸보면 긴장하는 게 훤히 느껴졌다.

기억도, 이름도 잊은 주제에 하는 짓은 그가 알던 모습과 똑같았다.


-정말······ 내가 매드릭이란 존재인가?


매드릭이 그르렁댔다.


-그대는 나를 안다고 했다. 분명 날 기억한다고 했어.

“알지. 아주 잘 알지.”

-난 어떤 존재였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잘했으며 뭘 더······.


끝없이 질문을 늘어놓던 매드릭은 차도윤의 시선을 마주했다.

꾹 다문 입은 열리질 않았다. 아무렴 답해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나는 누구였는가.


황망히 중얼거리는 그를 향해 차도윤은 겨우 입을 열었다.


“그건 앞으로 네가 찾아야 할 일이지.”

-흐음.

“너라는 존재의 정의는 오직 너만이 가능해. 기억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매드릭은 다소 감명 깊었는지 그 말을 한참이나 곱씹는 눈치였다. 차도윤은 그게 다소 씁쓸하게 느껴졌다.

다름 아닌 이 말을 해준 당사자가 눈앞의 매드릭이었으니까.


‘기억이 있든 없든 넌 매드릭이다.’


2회 차에 이르러서도 매드릭을 향한 대우는 똑같을 것이다.


-느, 늑대!


한편 매드릭이 심도 깊은 고민에 빠졌을 무렵이었다.


-큰일이야!


수시로 바깥을 경계하며 주변을 비행하던 참새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돌아왔다.

매드릭이 고개를 들었다.


-뭔데?


하지만 무어라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 큰일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주변을 지키던 한쪽 벽인 단번에 무너지고 말았으니까.


-이건······?


매드릭을 비롯한 망령의 시선이 한 곳에 닿았다.

헌터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거짓말이 아니라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마치 해일과도 같은 모습으로.


-습격이야! 습격이라고!


참새가 뒤늦은 보고를 잇자 곧 어둠 속에서 커다란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약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크기의 거인은 손에 웬 망치를 쥐고 있었다.


“저건······.”


거인은 어마어마한 포효를 터트리며 마을을 가리던 결계를 한 번 타격했다.

휘두른 망치가 땅을 흔들었고, 묵직한 일격에 오두막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즈음 메시지가 나타났다.


[엘리트 몬스터 ‘난쟁이’를 마주했습니다.]


실낱처럼 남은 난쟁이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다시 재구성된 괴물.


“저게 왜 난쟁이야······.”


타이탄의 세계인 프레티스의 도전자, 난쟁이의 98%가 포효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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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왜 난쟁이야 +3 23.01.13 1,707 48 12쪽
34 음식은 멀쩡하다니까 +5 23.01.12 1,764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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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냥 받아들이세요. 무엇이든 23.01.10 1,939 55 12쪽
31 증명해보이면 되겠지? 23.01.09 1,953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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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줄래야 줄 것도 없어 23.01.07 2,056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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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난 여기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22.12.31 2,779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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