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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46,065
추천수 :
3,321
글자수 :
283,832

작성
23.01.08 21:15
조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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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3쪽

그때랑 지금은 시세가 다르지

DUMMY

30.


“노인네가 지금 뭐라는 거야?”


이대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움을 지었다.

강의 비용? 5만 코인?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지금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도 잘 모르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왠지 모르게 슬슬 화가 났다.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지?”


이윽고 이대영은 스스로도 왜 이렇게까지 승질이 나는지 알 수 있었다.

저 눈.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노인의 저 눈깔이 문제였다.

저 재수 없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기억하기도 싫은 과거가 떠올랐으니까.

노인은 이죽이며 말했다.


“진심이야. 더 이상 회귀도 없는 마당에 너희들도 이런 데에서 죽긴 너무 아깝잖아?”

“하, 노인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는 걸 이렇게 명을 재촉해서 어쩌자는······.”


하지만 이대영은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김태하가 그의 어깨를 콱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무어라 반문하기도 전에 김태하는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수작을 벌이는 거지?”


노인은 의외라는 듯 놀란 눈을 떴다.


“알고 있나보네. 과연 상층 회귀자란 말은 거짓이 아닌 모양이야.”


입술을 짓씹은 김태하는 뭣도 모른 채 눈만 껌뻑이던 동료들에게 냅다 소리쳤다.


“저 노인을 죽여! 당장!”

“네?”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죽여야 해!”


김태하 본인도 소리치면서 칼을 뽑아들고 냅다 정면으로 달려 들었다.

영문은 몰라도 일단 리더의 말이니 다들 무기를 뽑아들고 노인에게 쇄도했다.

전투는 순식간에 벌어졌고.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달려들던 김태하의 앞으로 빛살처럼 나타난 무언가가 그들의 진입을 방해했다.


“이, 이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소 괴팍하게 생긴 곰 인형이었다.

거대한 망치를 움켜쥔 게 어찌나 폭압적이던지.

곰 인형을 비롯하여 여러 동물 인형을 늘어트린 여자, 안유리는 냅다 노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뭔가 있는 거죠?”


고개를 주억거리는 노인을 향해 피식 웃음을 흘린 안유리가 다시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럼 뭐든 해봐요. 막아줄 테니까.”


이대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안유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곰 인형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의 단검을 막기란 무리였다.

곰 인형의 목을 쳐버린 이대영은 살벌한 눈을 뜬 채 물었다.

안유리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다라 있었다.


“여태 연기였던 거냐?”


이대영이 기억하기론 마법 하나를 시전하기에도 오래 걸리는 조악한 마법사였다.

유사시엔 쓸모가 있지만 화려한 외모에 비해선 그다지 유용하지도 않았던 여자.

안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연기라니. 내가 언제 당신을 속인 적이나 있다고.”

“흠?”

“그저 마법이 전공이 아닐 뿐이야.”


이대영은 황급히 거리를 벌려 뒤로 물러났다.

분명 머리를 잘라냈을 곰 인형은 버젓이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계집년이.”


그때 곰 인형에 가려져 있던 토끼 인형들이 냅다 그를 향해 뛰어들었다.

겉보기엔 우스워 보였지만 들고 있는 건 죄다 날카로운 단검인 지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안유리가 미간을 구긴 채 말했다.


“전부터 느낀 건데 넌 말투가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예쁘다고 귀엽게 봐줬더니만!”

“하여간 수준이 보인다니까.”


이대영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뒤로 연신 물러나야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토끼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크기도 작은 것들이 어찌나 사방을 껑충껑충 뛰어대던지.

아래에서 뛰고, 옆구리를 찌르고, 후방을 점하고 단검을 던져오고 있었다.

이대영은 이를 악물었다.


“크악! 네년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그의 검으로 약간의 불길이 치솟았다.

그가 가진 스킬 중 ‘발화’가 발동된 것이다.

그리고 닿는 즉시 불길이 옮겨 붙은 탓에 토끼들도 금방 무용지물이 되었다.

성난 감정을 보여주듯 마력이 다소 강하게 들어갔기에 화력은 더욱 거칠었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토끼를 일별하고 이대영은 그대로 안유리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안유리에게 공격을 퍼붓기도 전에 그 앞으로 나타난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이게 우리한테 유리한 거겠죠?”

“아마도.”

“거들겠습니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한사코 약자들 무리로 붙었던 위선적인 꼬맹이.


“김희우······ 비켜!”


김희우는 방패를 높이 들어 이대영의 검을 모조리 튕겨내는 위엄을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발화는 의미가 없었다.

탱커 전형인 그는 어지간한 속성방어력도 나름 갖추고 있는 모양이니까.

고든의 단검의 날카로움도 소용이 없었다. 녀석의 방패도 그에 준하는 코인 상점 템이다.


“이것까지는 안 쓰려고 했는데.”


이대영은 미간을 팍 구긴 채 숨을 꽉 들이마셨다.

동시에 숨겨뒀던 스킬 하나를 더 꺼내들었다.


[스킬 ‘거대화’를 발동합니다.]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한 순간에 그의 키가 3미터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팔뚝이나 다리도 굵어졌고, 높아진 시야로 주변이 훤히 보였다.

그가 20층에 이르도록 도와준 그만의 전매특허 기술.

고작 이런 놈들을 상대로 쓸 생각은 없었지만······ 상황이 영 좋질 않았다.

김태하가 왜 그렇게까지 노인을 죽이고자 혈안이 된 건지 이젠 알 것 같았으니까.


‘저건······ 위험하다.’


노인으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솟구치고 있었다.

마력량만 따지고 보면 자신과 견줄 정도였다.

수상한 노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뭔가를 숨기고 있던 걸까?


‘무슨 수작인지는 몰라도 막아야 해.’


눈을 번뜩인 이대영은 높이 점프하는 걸로 김희우를 껑충 뛰어넘었다.

안유리가 호랑이 인형을 꺼내들어 정면을 막았지만 잠깐의 시간을 벌 뿐이었다.

거대화 한 이대영은 일시적으로 그 수준이 2배는 껑충 뛴다.


‘이 스킬을 쓰고 난 뒤엔 지독한 피로와 허기에 시달리겠지만······.’


그조차 전투력 자체를 증강시켜주는 효력에 비해선 썩 나쁘지 않은 부작용이다.


“비켜라!”


하지만 놈들은 끈질겼다.


“뭐든 당신들 뜻대로 되도록 놔둘 것 같아?”


선별되지 못했던 약자 놈들이 죄다 몰려들어 정면을 막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 하나는 우스웠지만 놈들이 죄다 방어에 전념하니 보통 귀찮은 게 아니었다.

제아무리 약자로 취급되더라도 모두가 2회 차의 인생을 살아가는 자들이다.

저들에게 질 자신은 없었다. 문제는 마땅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벌레 같은 새끼들이······!”


거기다 놈들이 발목을 붙잡는 동안··· 땅이며 천장이며 사방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다 죽어! 뛰어!”

“크윽!”

“저 미친 늙은이를 죽이라고!”


이를 악문 김태하도 더는 봐줄 것 없다는 듯이 숨겨둔 스킬을 꺼내들었다.

그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정면을 가로막던 안유리의 인형이 터져 나갔다.

두 사람을 비롯해 한층 수준이 높은 파티원이 합을 맞추니 승기는 더욱 이쪽으로 넘어왔다.

시간은 걸렸지만 당연한 결과가 그들의 앞에 떡하니 늘어져 있었다.


“지금이다! 공격해!”


쏜살같이 정면으로 내달린 김태하가 활처럼 구부린 팔을 펴내며 참격을 날렸다.

동시에 노인 하나를 두고 이대영도 가지고 있는 최고의 절기를 꺼내기로 했다.

눈앞이 번쩍이며 노인을 향한 여러 헌터들의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격돌했다.

하지만.


“이걸 어쩌나.”


숱한 공격 속에서도 어떻게 한 건지 노인은 상처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데.”


그리고 두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빛 무리와 함께······ 바닥은 무너져 내렸다.


*


발판이 사라지고 허공으로 추락하는 건 익히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주변이 어둠으로 잠식되고 마치 게이트를 건너가듯 걷잡을 수 없이 나타나는 부유감 또한.


‘모두 예상한 일이다.’


시간이 흐르고 현실 감각이 돌아왔다. 발에 닿는 감촉과 시야로 보이는 흐릿한 풍경에 일단 호흡을 가다듬었다.


[‘미로의 틈’에 진입했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리고 차도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덩그러니 내던져진 사람들을 둘러봤다.

종전까지만 해도 선택지를 고르고자 한 방에 밀폐되었던 20명의 헌터들.

김태하가 멱살을 잡아왔다.


“당신······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기나 해?”


물론 멱살이 붙잡힌 동시에 김태하의 목으로는 뽑아든 검이 겨누어져 있었다.

차도윤은 서늘한 눈으로 말했다.


“이런다고 이득이 될 건 없을 텐데?”

“빌어먹을 늙은이가······!”


부들부들 떨다가도 김태하는 결국 차도윤의 멱살을 놓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놈이다. 당장 무엇이 중요한 건지 모르진 않겠지.

김태하는 차도윤을 노려보았다.


“죽을 때가 되어서 이런 미친 짓을 벌인 건 아닐 거고······.”


그가 말했다.


“정말 이곳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있다는 거야?”


주변을 둘러보면 새카만 어둠 속에 처박힌 것처럼 불빛 하나 보이질 않았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밀실이 아니라는 사실만을 알려주는 공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디선가 번진 흐릿한 불빛에 시야가 완전히 가려진 건 아니라는 걸까.

섣불리 누군가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플래시를 킨 건 그 즈음이었다.


“······미쳤어?”


김태하는 냅다 달려들어 스마트폰을 빼앗아 멀리 던져버리고 말았다.

스마트폰을 빼앗긴 이대영이 황망한 눈초리로 김태하를 돌아보았다.

김태하는 성난 목소리로 그에게 일갈했다.


“너······ 정말 20층 회귀자 맞아?”

“뭐요?”

“그게 아니면 그런 버러지 같은 실수를 해?”


영문도 모른 채 혼쭐이 난 이대영은 눈에 쌍심지를 켰다.

하지만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김태하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지금부터 그 어떤 행동을 하려거든 허락부터 받아. 내가 뭐라 말 꺼내기 전엔 함부로 숨도 내뱉지 말라고.”


사람들의 시선은 멀리 날아간 스마트폰으로 향했다.

플래시가 번진 그곳으로 어두컴컴한 무언가가 몰려들고 있었다.

마치 악마 같기도 한 무언가가 순식간에 스마트폰을 부숴먹었다.


“······저게 뭐죠?”


난생 처음 보는 몬스터인지 황망한 눈초리를 한 헌터들이었다.

김태하는 미간을 구긴 채 차도윤을 돌아보았다.


“물었다. 정말 이 지옥에서 살아나갈 방법이 있냐고.”


차도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간단히 답해주었다.


“말했을 텐데?”


그리고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강의 비용을 지불하면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노인네가 미쳤나, 진짜······.”

“10만 코인.”


차도윤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선택해. 여기서 죽을지, 나한테 10만 코인을 바칠지.”


잠시 눈만 깜빡이던 김태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아깐 분명 5만 코인이라며?”

“그때랑 지금은 시세가 다르지.”

“뭐?”

“너희들은 날 공격했잖아.”


차도윤은 주변을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계획대로 ‘미로의 틈’에 도달했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진 건 아니었다.

시간만 좀 더 주어졌더라면 그는 ‘원하는 공간’으로의 이동도 가능했을 거다.

벽화에 보이는 좌표를 수정하는 것쯤은 그에겐 일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공격을 해온 탓에 그 과정을 모조리 생략하고야 말았다.

이렇듯 대책 없이 미로의 틈 한복판에 떨어진 것도 이유였다.


‘슬슬 그것도 오네.’


차도윤은 머리가 살짝 지끈거리고 눈앞이 조금씩 멀게 보이는 감각을 느꼈다.

코도, 입도, 귀도, 어쩌면 모든 감각이 점차 이상하게 변질되고 있었다.

이것도 겪지 않았어도 될 미로의 틈만의 아주 고질적인 특징이었다.


‘그러니 어쩌겠어.’


손해를 봤으니 어떻게든 다른 보상이라도 챙겨야지.


“10만 코인이야. 10분 후엔 20만 코인으로 올릴 테니까. 알아서들 하라고.”


김태하를 비롯한 헌터들의 얼굴이 뭐 씹은 듯 구겨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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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라헬 스트로디아 +2 23.01.15 1,536 57 12쪽
36 너도 마음이 급했나봐? +2 23.01.14 1,611 51 12쪽
35 저게 왜 난쟁이야 +3 23.01.13 1,706 48 12쪽
34 음식은 멀쩡하다니까 +5 23.01.12 1,764 54 12쪽
33 돈값은 해줄 테니까 23.01.11 1,886 52 13쪽
32 그냥 받아들이세요. 무엇이든 23.01.10 1,939 55 12쪽
31 증명해보이면 되겠지? 23.01.09 1,953 57 12쪽
» 그때랑 지금은 시세가 다르지 +1 23.01.08 2,010 57 13쪽
29 줄래야 줄 것도 없어 23.01.07 2,056 50 13쪽
28 주변을 둘러보는 눈을 기르래도 +1 23.01.06 2,114 5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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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럼 해 봐. 감당할 수 있으면 +1 23.01.04 2,197 6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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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저들이 너희들의 원수다! 23.01.02 2,346 58 12쪽
23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23.01.01 2,585 57 12쪽
22 난 여기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22.12.31 2,779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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