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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36
최근연재일 :
2024.05.05 21:1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686
추천수 :
32
글자수 :
450,701

작성
24.02.20 21:55
조회
190
추천
2
글자
13쪽

목소리

DUMMY

찰랑거리는 물결이 살과 닿는 느낌이 든다.


익숙한 공기가 스며드는 것이 느껴져 우강은 눈을 떠보려 했으나 떠지지 않는다.


누워있는 몸도 속박되어있는 느낌은 없었으나 움직여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우강은 말을 해보려 했으나, 입술조차도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우강은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먹이다....'


'넌.....죽인다...'


소름끼치는 검은 눈동자. 그리고 검붉은 손들.


난생 처음 겪어본 끔찍했던 기억은 상기되어 다시 또 우강의 몸 전체에 공포를 스며들게 했다.


'난 그 눈동자에게 죽은건가?'


그러고보니 눈동자가 촉수 같은 걸로 자신을 찌른 것 또한 기억났다.


공포 속에 숨어들었었던 고통스러웠던 기억에 우강은 가슴이 저릿했다.

'그럼 그때 죽었다면....'


그때, 우강의 머릿속에 기억 하나가 스쳐지나간다.


피를 잔뜩 흘리고 있던 자신의 어깨를 붙잡아주었던 손.


자신을 구원해주었던.....여자.


'...괜찮냐.'


.....검은 모자를 쓰고 있던 여자.


그 여자는 어떻게 됐을까. 살아있는건가.


분명 그 여자가 더 괴물처럼 변해버린 눈동자에게 달려든 것까진 기억난다.


그리고.....그리고...... 그 후에.....



'직접 도와주는건......이번만이다?'




.

.

.





"헉!"


우강이 눈을 번쩍 뜨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보드라운 감촉이 그의 피부에 닿았다.


말끔한 환자복과 푹신한 침대. 손목에 꽃힌 링거. 온통 하얀 방.


우강은 곧바로 자신이 있는 곳을 알아챘다.


"....병원인가."


"잘 아네."


우강은 갑자기 튀어나온 목소리에 옆을 휙, 돌아보았다.


여자가 옷걸이에 모자와 가죽점퍼를 걸어놓은채 벽에 기대어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 여자였다.


"....그렇군요."


"....."


여자는 잠시 우강을 응시하더니 폰을 내렸다.


그녀는 우강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신기하네, 너."


"뭐가요?"


"보통은 다들 일어나면 기겁하거나 울거나 둘 중 하나던데."


우강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제가 당황을 좀 안하는 편이라서요."


"따지려는건 아니야."


여자는 갑자기 우강에게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그의 바로 눈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여자가 눈앞까지 들이밀고 오자 우강은 잠시 주춤했으나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바다처럼 매우 깊어보이는 남색 눈동자는 마치 그림 같았다.


'이런 눈은 처음 보네....'


여자도 우강의 눈을 보고 있었다.


반면 평범한 우강의 눈을 바라보던 여자는 중얼거리며 이내 시선을 돌렸다.


"....역시, 잘못봤나."


여자가 뒤돌아 다시 문쪽으로 걸어가 옷걸이에서 점퍼와 모자를 집었다.


여자는 모자를 다시쓰고 점퍼는 어깨에 걸친채 문을 열었다.


여자가 가버리려는 것 같아 우강은 황급히 물었다.


"잠시만요, 지금 무슨 상황인지 설명은..."


"내가 해주도록 하지."


그 순간, 우강의 눈앞에 거꾸로 천장에 매달려있는 회색머리의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깜짝이야."


우강의 차디찬 무미건조한 반응에 남자는 누가봐도 김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안놀랄 것 같았다니깐."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얘 아직은 민간인 아니야? 이걸 보고 어떻게 안놀란데?"


여자는 우강을 힐끗 보더니 답했다.


"....당황을 안한다잖아. 자기가."


"그런 것 치곤...."


남자는 우강을 물끄러미 보더니 천장에서 내려와 웃으며 말했다.


"꽤 일을 벌려주셨단 말이지..."


그는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우강의 옆을 지나쳐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래 뭐, 첫인상은 좀 이상하게 잡혔지만 통성명부터 할까? 넌 신우강. 맞지?"


"예...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대충 찾아보면 얼추 다 나와. 저기 저 삐딱한 친구는 이하림. 전에 만났지?"


여자는 어느새 다시 폰을 보고 있었다.


"저거 봐 저거. 어휴. 아무튼 나는 인현이라고 한다. 반가워?"


남자가 손을 내밀자, 우강은 얼떨결에 손을 잡았다.


"예 뭐..."


그 순간, 무언가 찌릿한 기분에 우강은 손을 바로 빼냈다.


정말 찰나였으나 무언가가 자신의 손을 타고 흘러든 기분이 들었다.


우강은 손을 살펴보며 물었다.


"뭐에요 방금....?"


인현은 웃으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감도 깡만큼 좋네."


그는 우강에게 따라오라며 손짓한 후 열린 문밖으로 나갔다.


폰을 하던 하림도 인현을 따라나가자, 우강은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따라갔다.


'뭐지......?'


우강은 문 밖으로 나가기 위해 복도에 발을 딛었다.



사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복도가 새하얘졌다.


끝없이 이어진 복도는 그저 온통 새하얀 벽만 존재했다.


우강이 조심스레 복도로 들어서자, 그의 바로 뒤에서 문과 방 또한 사라져버렸다.


"저기요?"


충분히 목소리가 복도에 울릴만큼 불러보았으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우강은 일단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우강의 발걸음 소리만 옅게 울려퍼지는 복도는 천장도 바닥도 모두 하얬다.


얼마나 걸어오고 있는지 거리감이 체감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강은 어째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는.... 그곳 인가."


어제부터 그가 눈을 감고 의식을 놓을때면 매번 오던 그곳.


모든게 하얀, 마치 백도화지 속으로 스며들어가 있던 것 같은 그 공간이었다.


우강은 무언가 생각난듯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여기도 비슷한 공간이긴 하지만 복도 형태야..... 그럼..... 무언가랑 이어져 있다는 뜻인가? 설마 그때 그거랑......'


우강은 발이 점점 빨라지더니 아예 뛰기 시작했다.


혹여나 놓치는게 있을까봐 손으로 복도의 보이지 않는 양옆 벽을 짚어가며 뛰었다.


복도의 앞도 전부 하얗기만 했기에 얼마나 가고 있는지는 몰랐으나 우강은 일단은 계속해서 뛰었다.


확실하진 않았으나 어째 직감상 분명 끝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딯는 바닥이 찰팍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점점 물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우강은 계속 달리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이 속도는 매우 느리나 물이 서서히 차오르고 있었다.


허나 상승 속도가 정말 느렸기에 수면이 아직 얕아 우강은 계속해서 뛰었다.



스스스스스스스-



그 순간, 손으로 짚던 보이지 않던 벽이 갑자기 사라지며 우강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차가운 물이 찰팍 소리를 내며 우강의 얼굴에 닿았다.


"뭐야.."


물을 닦아내며 일어나던 우강은 멈칫했다.


그의 눈앞엔 분명 방금 전까진 멀리서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 바로 앞에 떡하니 있었다.


거대한 문.


그가 전에 보았었던 거대한 문이 다시 눈앞에 있었다.


허나 그전과는 다른 형태였다.


전에는 쇠사슬이 감겨있던 형태였으나, 이번엔 감기다 못해 아예 쇠사슬이 문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꼭 문이라는 존재 자체를 보이지 않게 감추려던 것처럼.


"왜 이렇게 된거지..?"


우강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쇠사슬로 뒤덮힌 문은 나무재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우강은 쇠사슬을 만져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쇠사슬 틈 사이로 하늘색의 다이아몬드를 비춘 것처럼 반짝거리는 빛이 새어나왔다.


우강은 순간적으로 얼굴에 비춰지는 빛에 눈을 가렸다.


그리고, 빛과 함께 우강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구나?"



우강은 순간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야."



목소리의 근원지는 문 너머였다.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허나 이번엔 우강이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너....누구야?"


"민감한 질문을 하네."


어째 문 너머에서 웃는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건 극히 한정적이야. 시간도 많지 않고. 거기다 이렇게 만나는건 이제 힘들지도 몰라. 그러니 잘 질문해봐."


우강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말의 의미를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바닥에서 매우 천천히 올라오던 물이 갑자기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물은 어느새 우강의 발목까지 올라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우강은 서둘러 질문했다.


"그... 그때 그 괴물은 뭐지?"


"아, 그건 내가 굳이 말 안해줘도 곧 알게될거야. 보아하니 너한테 재밌는 사람이 몇명 붙은 것 같더라고."


물은 종아리까지 올라왔다.


"그럼..... 그때 난 어떻게 살아남은거지? 분명 무언가에 몸이 뚫린 것 같았는데."


"음...."


목소리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내 그저 별일 아니었다는 듯 말했다.


"내가 죽였어. 그 괴물."


"죽였다고....?"


우강의 잠시 스쳐지나간 기억 속의 그 끔찍한 괴물은 재앙 그 자체였다.


게다가 애들을 잡아먹고 난 후엔 그 여자마저 막기 힘들어 보였는데, 어떻게 죽였을까.


어느덧 물이 무릎까지 올라오자 우강은 곧바로 질문을 이어갔다.


"어떻게 죽였지?"


"자세히는 말 못해줘. 그냥 내가 좀 센편이야."


큰일이었다.


최대한 중요한 것 들만 질문하고 있었으나 어째 저 문 너머의 존재는 쉽사리 대답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우강은 어떻게든 질문을 쥐어짜냈다.


"그.....그럼 나중에 괴물이 또 나타나도 죽여줄수 있는거야?"


"하하. 그때 내가 분명 말하지 않았나? 마지막이라고. 아마 다시는..."


문 너머의 목소리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피식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


"뭐, 너 하는거에 따라 마지막은 아닐수도 있겠네."


대체 계속 대답이 왜저럴까.


지금까지 얻은 대답들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물은 이제 그의 허리까지 올라와있었다.


우강은 머리를 손으로 쥐어쌌다.


"이제 곧 끝나가는데, 빨리 하지 그래."


우강은 최대한 신중하게 질문을 하려 애썼다.


목소리의 말대로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


마지막에라도 정보를 얻어가야했다.


하지만 머리는 지금 이 공간처럼 새하얘져 갔다.


이상하게 하필 이럴때 침착함이 유지가 되지 않았다.


물은 이제 그의 명치까지 올라와있었다.


"아쉽게 됐네."


그 순간, 우강은 머리를 감싸던 손을 스르륵 내렸다.


절대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가장 궁금한, 그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른 질문을 했다.


"너.....이름이 뭐야?"


물은 목까지 차올랐다.


목소리는 이번엔 조금도 웃지 않았다.


그저 어째 많은 감정이 담긴 듯한, 이전과는 다른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



작별인사말을 들을 것 같았던 우강은 그 대신 처음으로 진정한 대답을 듣자 문에서 눈을 뗄수 없었다.


그는 무언가 더 물으려는 듯 입술을 움직였으나, 야속한 시간은 이를 허용해주지 않았다.


우강의 시야는 물로 가득차기 시작하며 눈앞의 빛은 점점 흐려져갔고,


이내 문과 함께 사라져갔다.


수면 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볼 수 있으면 또 보자고."



사아아아아아아악.....



문이 완전히 사라지며 하얗던 공간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보였다.


이내 끝없이 차오르던 물 또한 점점 증발하기 시작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시야가 다시 선명해지며 현실의 공기가 돌아온 것이 느껴졌다.


우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야 이거..."


그는 복도에 있었다. 아까전 문 밖으로 막 나섰던 그 상태로.


그의 뒤에는 그가 방금 나온 병실 문이 열린채 있었다.


우강은 여태 문 밖에 나선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그때 박수소리가 들려오며 누군가가 뚜벅뚜벅 다가왔다.


"좋아. 아주 좋아. 합격이다."


인현이었다.


그는 우강에게 다가오더니 어깨를 잡으며 신난 듯한 투로 말했다.


"간만에 쓸만한 애 하나 구한 것 같네. 만족스럽다 야."


허나 우강의 귀에는 인현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스'



목소리의 짧지만 헤아릴수 없을 만큼 깊었던 그 한마디는 어째 우강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울렸다.


인현은 우강의 표정을 살펴보더니 뒤돌아 복도를 걸어가며 말했다.


"목소리 듣고 왔지?"


우강은 고개를 번쩍 들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인현은 씨익 웃으며 그에게 손짓을 했다.





"따라와봐. 너한테 해줄 얘기가 정말 많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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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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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계단 (1) 24.03.09 21 0 11쪽
22 난잡한 예비 소집 24.03.08 32 0 16쪽
21 신규 처리원들 24.03.07 24 0 13쪽
20 변수 24.03.06 24 0 12쪽
19 현장 테스트 (fin) 24.03.05 26 0 12쪽
18 현장 테스트 (4) 24.03.04 30 0 10쪽
17 현장 테스트 (3) 24.03.03 36 0 12쪽
16 현장 테스트 (2) 24.03.02 30 0 11쪽
15 현장 테스트 (1) 24.03.01 33 0 12쪽
14 훈련 24.02.29 32 0 14쪽
13 내면의 존재 24.02.28 42 0 12쪽
12 능력 확인 불가 24.02.27 40 0 11쪽
11 결과 발표 24.02.26 47 1 11쪽
10 입단 테스트 (fin) +1 24.02.25 47 2 11쪽
9 입단 테스트 (4) 24.02.24 43 2 10쪽
8 입단 테스트 (3) 24.02.23 50 3 11쪽
7 입단 테스트 (2) 24.02.22 54 1 11쪽
6 입단 테스트(1) 24.02.21 80 1 10쪽
5 실현몽(實現夢) +1 24.02.20 135 3 13쪽
» 목소리 24.02.20 191 2 13쪽
3 죽음? 24.02.20 231 3 16쪽
2 악몽, 그리고 구원 24.02.20 333 5 11쪽
1 +1 24.02.20 48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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