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연재한담에 올라온 파르나르님의 글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댓글을 쓰려고 했지만.
파르나르님이 논의가 그쪽으로 빠지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 것 같아 따로 씁니다. +거기에 엔디디와이님과 체셔나옹님이 던진 화두에 대해서도 잡담좀 하려 합니다.
판타지는 신비해야 합니다.
일상 같다면 판타지가 아니죠. 해리 포터의 경우에도 일상적인 소재들을 마법이라는 설정 하나로 '낯설게' 한 겁니다. 판타지의 신비감은 잘 알지 못하는 것, 미지의 것, 낯선 것에서 옵니다.
마법은 판타지의 꽃입니다. 그 체계를 작가님들마다 다르게 정의하시니 간단하게 '인간의 의지와 초자연적 현상이 관련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마법이라고 치고 이어가 보겠습니다. 마법은 판타지에서 가장 판타스틱한 부분이며 따라서 낯설고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과 같은 분위기를 풍겨야 할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작가님들의 필력에 따라 구현되는 종류가 다르겠지만 제 생각에 언어를 달리함은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입니다.
우리말, 한글, 한자는 어떨까요. 우리가 매일 봅니다. 매일매일 씁니다. 분위기를 잘 묘사한다면 한글 한자로도 충분히 분위기 납니다. 그러나 신비감을 풍기는 장치로써는 별로입니다. 이런 말을 쓴다고 해서 마법이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우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지 먼지를 말하는 겁니다.
영어로도 충분한 시대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영어는 단어의 뜻을 안다해도 여전히 낯선 것이었고 충분히 신비감이 났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죠. 이제는 유치원생들도 영어를 합니다. 매일매일 보게 된 영어는 더 이상 신비한 그 무언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별 게 다 나옵니다. 아까 언급한 해리 포터 시리즈는 당연히 영어를 마법으로 못 썼습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국 사람들은 영어를 아주 익숙하게 느낀다고 하네요. 그래서 라틴어를 썼습니다.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스와힐리어 등등. 세상에 언어는 많고 우리는 대부분 두 개 쓰는 것조차 어려워합니다.
그리고 아예 세상에 없는 말들도 나왔죠. 사실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톨킨도 엘프어를 만들었잖아요.
영어를 마법 쓸 때 쓰게 하는 것. 글쎄요. 제 짧은 소견입니다만 영어는 지금 우리와 친밀도가 심각하게 올라간 상태입니다. 물론 마법이라고 하는 게 매직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만 매직이라고 해도 다들 알아먹습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우리말을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둘 중 뭘 써도 효과가 같으면 당연히 우리말이죠. 우리말 사랑해야죠. 저는 전민희 작가님이 아룬드 연대기에서 쓰신 것처럼 노래를 부르게 하든 시를 쓰게 하든 우리말로 하게 하는게 보기 좋던데요.
말에 대한 상상력은 아주 넓게 펼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쓸 수 있는 발음이 얼마나 많은데요.
예를 들어서 제 소설에서는 앙귀스나가어로 댐을
잠바담 크레피도
라고 말합니다.
잠을 봐요. ㅈ으로 표기할 수 있는 발음이 얼마나 많습니까.
영어 dsh,z 한글 ㅈ 중국어 zh 좀 앞에서 발음하는 ㅈ 등등
ㅏ? 뭐 여러가지 있겠습니다만 아프리카의 어떤 언어는
숨을 들이마쉬면서 발음한답니다.
그러니까 잠도 잠(하아)와 (허어어어억)잠, 뭐 이렇게 두 개가 생깁니다.
그 외에 엄청 많아요. 찾아보면 잔뜩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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