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뭐라고하죠. 아, 미리니름이라고 하나요. 흑야에 휘할런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패스하시길 권해드려요.
어제 오후, 견마지로님의 흑야에 휘할런가를 읽었습니다.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참 좋은 글을 만났구나 하고 감탄했더랬죠. 오랜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은 글이었어요.
그렇게 뿌듯한 마음을 뒤로하고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가만히 술을 마시고 있던 중, 문득 문득 이유도 없이 모개용의 마지막이 떠오르며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글을 읽고 있을 때에는 그저 하나의 장면으로 여기고 지나쳤던 부분인데도요.
많은 이들의 죽음 중 하필 모개용의 죽음이 왜 이렇게 자꾸 떠오르는가 따져보았더니, 흑야의 캐릭터 중 모개용이 저와 참 많이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불의에 한 순간 불타올라 용감하게 일어서지만 곧 현실의 벽에 겁먹고 돌아와 순응하는 것을 택하는 비겁한 모습. 스스로의 비겁함을 외면하려 하지만 끝끝내는 외면하지 못하고 돌아보는 모습. 한순간의 용기에 힘입어 옳은 길을 택해보려 노력하는 모습.
흑야의 많은 기개있는 주인공들에 밀려, 뒤에서 순위를 꼽아야 할 것만 같은 나약한 모습을 지닌 모개용인데, 나름대로 제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려 하는 저는 간신히 모개용의 마음을 닮았을 뿐이더라구요. 그래서, 비겁하고 싶지 않은데 비겁하고 순응하고 싶지 않은데 순응하고야 말았던. 저와 비슷한 모개용의 마지막 용기가 그렇게 마음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술먹고 좀 감상적이 된 것 같아 쑥스러운데요. 그냥..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자기반성이 좀 아쉬워서 문피아에 끄적여봤습니다. 어쩐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가슴 먹먹한 새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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