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을 보고 ‘나는 전설이다’의 오마쥬 냄새를 맡았습니다.
확실히 기존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들이 생존자의 시점에서 긴박한 느낌을
서술했다면, 좀비의 시점으로 진행하는건 드물었던 것 같네요.
(좀비에게 사고력이라는게 남아있을리 만무하니까요.)
이 글의 기본 뼈대는 ‘세나’라는 가상 국가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혼란과 전쟁입니다.
이 소설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 그 지점은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거나 몰입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 같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좀비입니다. 좀비이기에 악입니다.
그 좀비의 시점이기에 여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일단 읽기 힘들듯 하구요.
그렇다고 인간 시절의 주인공이 선한 인물이었냐고 하면
글쎄요. 자만심으로 똘똘 뭉치고 폐쇄적이고 배려심 없는 성격이죠.
천재 생물공학자 주인공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좀비 바이러스는 탄생하고
세상은 지옥으로 변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실수로 이 모든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혹은 기억을 조작해서라도 회피?) 남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결국 본인조차 추악한 좀비로 떨어졌지만 주인공은 좀비 중 유일하게
자아와 기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삐뚤어진 성격은 인간측의 경계심과 맞물려서
인간과 유일하게 소통 가능한 좀비로서 화합이나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이 아닌
지능과 전략을 활용하는 좀비 군대라는 인간으로선 최악의 결과를 도출해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찌질하든, 추잡하든, 악질적이든
혹은 반대로 선하고 긍정적이든
똑똑하거나 멍청하든간에 전개 자체가 흥미롭고 설정만 탄탄하다면
상관없다는 주의입니다. 그건 그것대로 다 재미가 틀리거든요.
근래 문피아에서 보는 몇 안되는 글 중 하나고
타 사이트에서 연재되던 흔한 좀비 아포칼립스 물보다 퀄리티나 신선함에
있어 한 수 위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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