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로서, 종으로서 살고 싶다고 바라는 소망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옳다고 바로 긍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옳고 그름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기준은 나중에 만들어져나간 강고하고도 미약한 '환상'일 뿐이며, 자신의 옳음이 상대의 그름이 되는 것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무언가를 속이고, 추하게 발버둥치며, 죄를 짓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거 자체는 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도에 따라서는 눈쌀을 찌뿌릴 수도 있고, 당사자가 되면 당연히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자체는 논리로서 반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살아남기 위한 행위가, 그를 위해 타인을 해하는 행위를 어떤 이유로든지간에 [정의]라는 식으로 포장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포장에 대하여 한 점 의심도 하지 않는 거 같은 경우를 보면 그런 존재에 관해 혐호감까지 들 지경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굳이 자기자신만이 아니라, 자신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키고서 그것을 정당화시키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희생시키지 않고 모두를 구하겠다고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 외의 것들의 희생을 만들어가면서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신념'이나 '정의'니 하는 녀석들이 너무나 싫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소설에서는 한 예언에 의해 세계가 멸망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이 예언이 종말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 시기 내로 인류가 멸망해야 합니다. 그러면 '세계'와 그 세계 안에 살고 있는 '다른 종족'들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세계와 다른 종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거 자체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에 옳고 그름을 묻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고, 정말로 어찌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때문에 여기서 인류가 자신이 사는 세계와 다른 종족을 희생시켜가며 살아남기 위한 행위가 정의, 라고 포장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살아남기 위하여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다른 종족들의 경우도 정의라고까지는 할 수 없을지언정 악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감정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명확한 적을 설정하고 자신을 정의로 하여 상대를 악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마음이 무너져내릴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나아가 인류를 지키는 행위에 한점 의심도 없이 '정의'라고 단언하며 상대를 악이라 매도하고 분노를 터트리며 욕하는 것은 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주인공이 등장하면 필연적으로 비호감이 듭니다. 아주 욕하면서 글을 봅니다. 그런 주인공이 나중에 자신의 행동의 결과가 쌓여 생겨난 '업'에 의해 압살당하는 절망이 가득한 장면을 상상해보면서 글을 봅니다. 뭐, 그런다 해도 보통은 모두가 어찌어찌 해피엔딩, 지난 일은 어찌어찌 타협과 화해로 흐지부지 매듭짓는 결말로 끝나는 거 같지만 말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요?
이런 감상과 글을 쓰는 제가 삐딱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저이기 때문에 때로는 인류보다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 인류를 소멸시키는 주인공과 엔딩이 있을 소설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가장 웃거나 승리하는 것은 인간, 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소설을 원합니다. 그런 소설이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보고 싶습니다만, 정말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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