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일단 제 소설이 그러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전혀 안 그렇게 보이겠지만요.
아, 다른 얘기지만 예를 들어볼까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마법소녀를 빙자한 동심파괴물이지요. 그곳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인큐베이터'는 인간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엔트로피를 역전시키기 위해 너희의 영혼이 필요해. 그래도 난 너희들이 가축에게 하는 행동보다는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최소한 같은 지성생명체로서 대우해 주고 있으니까. 하나 물을게. 너희가 가축에게 하는 일이 우리가 너희에게 하는 것보다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4초에 한명씩 늘어나고, 지금 70억을 향해 달려가는 너희 인류가 왜 단일개체의 생사에 연연하지?"
일단 하나 물을게요. 이 말에 공감이 가십니까? 우주를 위해 희생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렇다고 하면, 키르기스님은 엄청난 성인이거나, 현실을 못 보고 게신 거고, 그렇지 않다고 하신다면, 그냥 정의를 외치는 주인공에게 질리거나, 스스로 부정적이고 싶어하는 걸로 보입니다만...
좀 더 스케일을 작게 보고 치환하면 답이 나옵니다. 세계를 국가로 바꾸고, 인류를 개인으로 바꿉시다. 이제 국가는 국민들의 복지와 안전,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해 한 개인에게 자살할 것을 강요합니다. 여기서 개인이 무슨 선택을 할 것인가?
과연 그는 국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부당한 요구를 하는 국가에 맞서 싸울 것인가?
이것은 오로지 사회와 개인의 가치관에 달린 문제입니다. 만일 사회가 국가를 위한 희생에 커다란 가치를 두고 있고, 개인도 애국심이 투철한 자라면 공포를 이겨내고 스스로 자살하겠죠.
하지만 사회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을 우습게 여기고, 개인도 국가가 무엇이길래 내게 이런 부당한 요구를 하냐고 생각한다면 도피하거나 필사적으로 저항할 겁니다.
이외에도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지녔다면 자살강요에 응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선과 악이 끼어들 여지는 없습니다. 물론 희생을 강요받은 개인이 도피하거나 저항함으로써 다른 국민들이 그를 향해 뭐라 욕은 하겠죠. '이기적인 녀석'이라며, '자신밖에 모르는 녀석'이라면서. 그렇다 해도 개인의 행동이 악은 아닙니다. 그는 살고 싶다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니까요.
이제 다시 스케일을 키워 치환해보면 됩니다. 이종족들은 자신들의 번영과 존속을 위해 인류에게 자멸할 것을 강요합니다. 여기서 인류가 무슨 선택을 할 것인가?
과연 인류는 이종족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요구를 하는 이종족들에 맞서 싸울 것인가?
인류는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살길 원합니다. 글쓴이분이 말씀하신 '세상을 위해서 동족을 희생시키는' 주인공이 나온다 해도 공감을 얻지 못할 겁니다. 사람의 대부분은 그런 희생을 별로 달가워 하지 않거든요. 하물며 한 명의 영웅심에 의해 희생당해야 한다면 필사적으로 발버둥칠 겁니다.
인류의 가치관이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윗분 생각대로 글쓴이 분이 계속되는 클리셰에 지쳐서 기존의 내용을 부정적으로 보신다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중2병의 향기도 짙게 나는군요.
세상을 위해 희생한다. 듣기엔 좋은 말이죠. 현실에도 이런 비슷한 게 있었습니다. 국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
바로 파시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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