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헤밍웨이나 스타인벡 같이 어려운 단어 쓰지 않고 건조한 묘사만으로 배경은 물론 심리 상태까지 묘사해버리는 작가들은 간결하고 꾸밈없는 표현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식어를 과장해서는 곤란하죠.
저도 잉크블루 님 저 위에 쓰신 것처럼 (두 문장으로 끊는다면) "노인은"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든 하고도 나흘이나"라는 표현은 84일이 아주 긴 시간이었다는 해석이 포함되어 있네요. 더 건조하게, 그냥 "84일째"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노인은 멕시코 만류에서 혼자 조각배를 타는 어부였다. 그는 84일째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한 문장 안에 주어 He가 두 번이나 나오니 두 문장으로 끊는 게 헤밍웨이 문체에 더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고" or "~인데" 같은 접속사를 써서 한 문장으로 쓰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이고, 굳이 억지로
"멕시코 만류에서 혼자 조각배를 타는 그 늙은 어부는 84일째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처럼 한 문장으로 쓰면 "멕시코 만류에서 혼자 조각배를 타는"이라는 긴 수식어구가 생겨버리네요.
헤밍웨이라면 저렇게 긴 수식어구는 쓰지 않을 것 같고, 문장이 너무 길면 두 문장으로 나눌 것 같습니다.
번역문 선호도 조사글을 볼 때마다 느끼는데 다들 정말 취향이 달라요.
극도로 간결하게 한 걸 좋아한 사람도 있고, 우리말처럼 해야 직성이 풀리는(보통 소설가) 사람도 있고....
이건 그냥 잠이 안 와서 해봐요 ㅋㅋ
간결하게 : 노인은 걸프 해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낚시를 했다. 84일째 아무 것도 낚이지 않았다.
장황하게 :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그만 돛단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그는 여든 하고도 나흘 동안이나 아무 고기도 잡지 못했다.
직역체 : 그는 멕시코 만류에 있는 작은 배에서 낚시하는 늙은 남자였고, 아무런 물고기도 낚지 못하고 지금 84일이 지났다.
의역체 : 노인은 멕시코 만 해류에서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그는 아무런 고기도 낚지 못한 채 여든 나흘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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