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씀으로 인해 저를 보이콧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문피아에서 매장당할 지도 모르죠 네
장르소설에 입문하여 자작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 말을 들었습니다. 요즘 장르소설은 침체기다 뭐다 해서 많은 분들이 신랄하게 비판해 놓은 걸 봤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도 ‘다수’의 의견에 감화되었는데요. 그런 말을 하더군요 ‘지뢰 제거는 장르 발전에 도움이 된다.’라고.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를 사실이라고 믿고 있네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왜 장르소설의 질이 점점 떨어지며 그 인기 또한 줄어들고 있는 지를.
1. 첫째. 애초부터 시작이 잘 못되었던 겁니다. 소설을 인터넷 같은 곳에 업로드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삐걱거리는 자동차로 달리기 시작한거나 다름 없다는 뜻입니다. 왜냐? 작가와 독자간의 불필요한 소통이 늘기 때문이죠. 많은 분들이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다 이러시는데, 작가가 독자와 소통하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출간된 작품’을 통해서. 이 것밖에 방법이 없으며, 아니 이 방법만 통해야 진정한 소통입니다. “댓글들을 통해 소통할 수 있지 않냐?”라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절대 아니오’입니다.
책은 옛날 부터 존재해온 매체입니다. 저명한 작가들이 댓글들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했습니까? 그분들은 그저 작품을 출판했을 뿐이고, 독자들은 이를 읽음으로써 작가와 수 많은 대화를 시도한 겁니다. 완성되지 않은 작품의 진행형을 독자들이 댓글을 달며 소통해나간다는게 애초에 잘 못된 겁니다. 不通이라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만, 생각해보십시오. 댓글을 통해 ‘작가에게 힘이 된다’거나, ‘충고를 통해 작품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든다’라고 하시는데, 작품이 금이든 똥이든 다 만들고 나서 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겁니다. 일본이 맨날 개소리하는 건 다들 알고 계시죠? 이번 아베 총리의 발언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게 놀랍나요? 양심에 손을 얹어 보세요. 놀랍지는 않죠? 왠줄 압니까? 바로 그게 컨셉이라 그래요. 소설도 똑같습니다. 금이든 똥이든 컨셉이 잡히면 어떤 새로운 요소가 등장해도 놀라지를 않아요. 그저 받아들일 뿐이죠.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취향에 안 맞는다고 글을 멋대로 정의하고 던져버리면 그건 책임 회피입니다.
난 이런 쓰레기를 읽을 의무가 없다라.... 그건 동시에 권리를 스스로 박탈하는 겁니다. 쓰레기 읽기 싫으면 장르 소설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지양하세요. 현실 비판의 자격은 그 현실을 완전히 경험한 자들에게만 허락된 권리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이유와 밀접한 요소가 등장합니다.
2. ‘장르소설’을 ‘장르소설’로 보는 독자들에게도 문제가 존재합니다. 장르소설이 장르소설이지 뭐냐?라고 묻지 마십시오. ‘장르소설’이라 해도 일단 ‘소설’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겹칩니다만, 장르소설이 발전하고 싶다면 조아라, 문피아 다 닫아버리는게 훨씬 이롭습니다. 사람들은 그러겠죠. 이런 사이트 닫아버리면 작가 발굴 어떻게 하냐고. 비참한 작가 대우는 어떻게 하냐고. 여러분. 저렇게 말하는 건 이미 독자들의 위선입니다. 사서 보세요. 출판되면 사서 보세요. ‘나는 여태까지 모든 장르소설을 구입해서 읽었다.’라는 거짓말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실컷 시장 죽여놓은 주제에 왜 이제와서 작가 대우 해줘라, 질이 떨어진다 이러십니까.
‘장르소설’도 소설로 보십시오. 장르소설이라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된다라는 고정관념도 버리세요. 그러지 않으면 독자들 스스로가 분야를 폭삭 가라앉히는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장르소설은 대리만족, 재미 만을 위한 소설이 아니에요. 그냥 수 많은 소설들 중 조금 비현실적인 요소 등등이 좀 더 많이 등장하는 소설이에요. 거기에 정형화된 형식을 강요하는 순간 이미 끝난거죠 뭐.
3. 마지막. 많은 분들이 발전을 무조건 ‘좋은 작품만 나오는 것’이라 보시는데. 그거 아십니까? 정체되는 순간 발전은 이미 끝났다는 거? ‘좋은 작품만 나오는 것’은 발전이 아니라 정체에요. 이게 바람직한 정체든 아니든 그건 장기적인 입장으로 봤을 때 절대로 좋은게 아니에요. 이미 세상이 달라졌어요. 사람들은 소위 ‘쓰레기’ 소설들을 돈을 내면서 봐요. 이게 시장 추세에요. 출판사들이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왜 양판소를 막 찍어내겠어요. ‘돈’이 되니까에요. 아니 정확히 말해서 ‘손해가 아니니까’.
그런 추세가 너무 싫다. 이거 생업으로 하십니까? 쓰레기 소설들이 나온다고 손해가 가나요? 안 읽으면 그만입니다. 진짜 좋은거 읽고 싶으면 출판된 소설 돈 주고 사세요. 이 분야를 그렇게 살리시고 싶으시면 문피아 조아라 탈퇴하시고, 한 달마다 서점가서 판타지 신작들 고심해서 구매하고 읽으세요. 이러는 독자들의 태도가 작가들에게 훨씬 더 실질적인 힘이 됩니다.
결론 : 장르소설 침몰의 주범은 ‘독자’입니다. 쓰레기 같은 소설을 무작정 읽는 ‘독자’가 아니라, 장르소설을 장르소설로 국한시키는 ‘독자’들 때문.
더 쓰고 싶은 말도 있지만 제가 여기서 뭐하나 싶어서 관둡니다.
글이 조금 과격해졌는데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 글 쓰시는 분들 많으니까 딱히 잘 못된거 같지는 않네요.
‘나는 여기에 해당사항이 없다’라는 분들은 그냥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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