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기 드문 현실적이고 정치적 갈등이 두드러진 글입니다. 마법이나 이종족 등 판타지 요소의 비중이 거의 없는, 유럽 중세 시대상이 짙게 반영된 순수 픽션에 가깝습니다.
남부가 푸르스맨이라는 이민족에게 유린당하고 남부의 변경백 가문인 페르세의 두 후계자가 죽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위 사건으로 인해 북부의 대가문인 플랑베르크 가문의 장남인 ‘칼’은 외가인 페르세의 후계자로 지목되었고, 칼은 자신의 동생인 에릭과 순순히 플랑의 지배권을 포기하고 페르세로 떠나는 조건에 대해 협상하는 것으로 이 글은 시작됩니다.
주연급 인물인 칼은 초반 3화정도 까지는 약간 무능하고 철없어 보이기 때문에 몰입도가 약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사실은 그가 가슴 속에 날카로운 비수를 숨기고 있음이 드러나고, 칼을 인정하지 않는 남부의 페르세의 귀족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여러 가신들, 그리고 또 다른 주연인 칼의 아들 ‘장’이 등장하게 되면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글에서 ‘맹목적’으로 주연들 내지 타인을 따르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일례로 칼의 조언자 페릭은 소설 상에서 그 누구보다 칼을 따르며 칼 또한 가장 믿고 있는 인물이지만, 본디 남부인인 페릭은 권력분립만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고, 칼은 오히려 남부의 패배가 권력의 분산에 있다고 보며 푸르스맨에게 복수하기 위해선 힘을 집결시킬 절대적인 하나의 힘이 필요하다고 보았기에 잦은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무능한 왕과 푸르스맨 침공의 책임을 왕에게 묻는 귀족들 아래 왕권은 약화되어 중앙은 풍전등화와 같고, 중앙에서 천재적인 교섭 능력과 철학적, 문학적 재능을 뽐내는 동생과 달리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전장으로 내몰려진 ‘장’과 아버지인 칼 사이는 무언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남부의 귀족들은 대대로 북부인 사이에서 왕이 나오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자기들 스스로는 분산된 권력을 유지하며 평화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칼의 등장으로 남부의 전통과 이념이 깨질 것을 엄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칼이 남부를 규합하고 공통된 적 푸르스맨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을지는 작가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선작수가 저 포함 1(.....)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사실상 연중된 ‘금으로 쌓은 성’을 쓰신 분이며, 이 글이 전작처럼 연중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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