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무런 공지없이 연중한 유료연재 작품에 대해 말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봅니다. 100원이라도 그 돈은 땅파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물론 길가다 100원 혹은 1000원짜리도 줍긴 하지만 어쨌건 자기 주머니에 들어온 이상 소중한 내 돈이니까요. 그래도 작가님께서 미리 언질을 주거나 공지를 하고 반드시 완결한다고 약속해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배째라는 식으로 무단연중하는 경우지요.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독자, 소비자로서 충분히 불만을 표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역지사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솔직히 말해 저도 골드결제했고 기구하게도 완결까지 본 작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무슨무슨 영주도 결제했었습니다. 그래도 무턱대고 화내기보단 건설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게 나을 듯 하여 어떻게 해야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봤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나온 답은 해결책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요, 없어요! 문피아 운영진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문피아가 완전한 갑이고 작가에게 물리적인 간섭을 할 수 있다면 이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완결까지 강제로 글 쓰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작가가 안 쓴다고 버티면 어쩔 건데요? 계약서를 들이밀어도 도저히 못 쓰겠다고 버티면 어쩔 건데요? 여러분! 이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드려 죄송하지만 문피아 운영진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고 내세우기보다 차라리 문피아가 이런 점은 인정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저는 최선책이 작가가 책임감 있게 완결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쨌건 우리는 그 상품이 매력적이라 생각해서 구매를 했고 시간이 걸려도, 할부로라도 완제품을 사면 기분이 좋으니까요. 다만 최선책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은 문피아가 환불을 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유감스럽게도 이것도 안 될 일입니다. 문피아의 도덕성 운운하기 이전에 글이란 재화의 특성을 보면 그렇습니다. 글은 정보재입니다. 물체를 지닌 상품이 아닙니다. 문자를 매개로 하여 거기에 담긴 정보가 재화인 것입니다. 따라서 정보재를 구매했다는 것은 문자를 매개로 한 그 정보를 구매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한번 본 이상 무를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첫번째 문제로 돌아가게 됩니다. 환불이 안 되면 글을 완결해서 상품을 온전하게 만들어줘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앞서 말했듯 작가가 배째라고 눕거나 심지어 잠적해버리면 문피아 운영진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연중과 환불불가는 무한히 순환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피아를 뜰 수가 없는 것은 완결을 하는 양질의 작품, 그런 작품을 써내는 작가님도 다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글에도 있듯 완결작품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여기서 복권의 문제가 생깁니다. 내가 사는 글이 연중할 거냐, 완결까지 갈 거냐? 이걸 알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이건 문피아 운영진도 알 수 없고, 독자는 더더욱 알 수 없고, 웃긴 건 작가 본인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 좌절하지 마십시오. 우리에게 두 가지 해결책이 있습니다. 개인의 양보 혹은 모두의 노력으로 이 무한히 순환하는 문제사태의 맥을 끊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습니다.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선 첫째로, 개인이 양보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다렸다가 완결되면 결제하고 보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사실 저도 연재되는 작품만 결제했지 E-BOOK 결제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뭐랄지, 연재되는 작품을 100원씩 결제하면 기다리는 묘미가 있달까요. 게다가 한번에 1000원 빠지는 것보다는 100원 빠지는 게 덜 쓰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계산해보면 100원씩 30번 결제하는 것보다 한 번에 1000원 결제하는 게 더 싸게 듭니다. 요지는 하루하루 기다리면서 보는 묘미를 포기할 수 있다면, 완결되고 E-BOOK을 결제하면 되리라 봅니다.
두번째 방법인데, 이게 정말 중요한 거라고 봅니다. 솔직히 위에서 E-BOOK 결제 이야기했지만 저는 정말 연재작품 보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다른 독자분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요지부터 말해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해당 작품에 대해, 작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물론 이 시스템으로 작가에게 글을 쓰도록 강제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 작가가 과거에 어떤 글을 썼는지, 잘 썼는지, 반응은 어떤지, 완결은 몇 질이나 해봤는지 알 수 있다면 선택에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리뷰 게시판이나 감평 게시판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그런데 지금 한담 게시판으로선 그러한 기능을 담기에 무리라고 봅니다. 물론 리뷰 게시판, 감평게시판 지금도 있지만 사람들이 한담, 정담에 몰려있다 보니 그다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오히려 여기에 몰린 사람들이 이 소리, 저 소리 하다보니 시끄러워지기만 합니다. 좋은 게시글도 있지만 금방 묻혀버립니다. 과격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해서 차라리 한담을 폐쇄하거나 기능향상을 위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독자들이 보다 선택을 잘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요. 이 부분은 문피아에서 신경써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스템이 구축된 뒤에도 금방 해결되긴 힘드리라 봅니다. 정보가 축적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여기서 우리 독자들이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귀찮다고 마우스 휠만 돌리고 있지 말고, 내가 아는 정보, 내가 재밌게 읽은 글,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글에 대해 하나하나 적으면 시스템은 보다 빨리 축적될 것이고 상황은 급진적으로 개선되리라 봅니다.
다시금 밝히지만 저는 문피아가 폐쇄되거나 우리가 문피아를 뜨는 것보다 문피아가 문제점을 개선해 더 나은 컨텐츠로 도약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긴 읽을 글이 많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정액제로 하는 곳엔 글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대신 질이 좀 떨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과제가 아니니까요. 예전 대여점 시장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피아가 회당 결제를 하면서 야, 이런 작품이 있나? 그런 작품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추천이 될 테니 작품은 밝히지 않았지만 진짜 뭔가 아주 신선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뭔가 그럴 듯 한게 준비도 철저히 한 걸로 보였습니다. 하기야 자기가 잘 쓰는 만큼 돈이 되는데 그럴 테지요. 저는 이런 글들의 공급이 끊기기보다, 더 많이 나오고 또 완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겁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입에서 나오는 말을 그대로 쓰다보니 글이 늘어지고 많이 횡설수설했네요. 스크롤이 많이 작아졌을 듯 한데, 만약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있으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 매듭지으며 했던 말 한 번 더 하자면, 문피아에서 환불은 안 해주더라도 독자들이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정보를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한담을 쪼개거나 혹은 한담을 없애고 새로 게시판을 만들어주거나 했으면 좋겠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독자 동지들은 리뷰도 쓰고 정보도 공유해서 시스템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럼 날도 추운데 이만하겠습니다.
추신 -
아래에 영화 배급 문제에 대한 답글이 있어 제 생각을 추가합니다.
영화는 중간에 상영 중단하면 환불해주는데 문피아는 왜 안 하냐...이 문제를 따지고 들어가자면 시스템적인 문제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의무,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실제'를 먼저 논하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가 따라주지 않으면 그 다음으론 모든 게 불가능하니까요.
영화, 드라마는 제작에 강제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상태로 배급합니다. 배급사는 그걸 가지고 상영하거나 방송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극장이나 방송국에서 생긴 겁니다. 100% 걔네가 잘못한 거고, 또 해결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문피아는 작가가 자기가 쓴 걸 자기가 올리게 합니다. 권리, 의무 말하기 이전에 '실제'로 그 문제가 생기면 해결이 안 됩니다. 환불 문제에 대해선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정보재입니다. 보면 끝나는 겁니다.
아울러 한 가지 또 짚고 넘어갈 점은 극장에서 지불하는 8000원은 영화 90분에 대한 8000원이고, 우리가 보는 글은 5000자가 100원입니다. 문제가 생기는 건 이 5000자에 100원이 단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결되는 거라는 겁니다. 근데 이 연결되는 게 끝까지 안 가니까 문제인 거죠. 근데 문피아는 이걸 강제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스스로 거스를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해서 이런 글을 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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