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학교의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던 임선호,
같은 학교의 투수였지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문형규.
선호가 상무에서 제대하고 돌아와 보니 둘의 상황은 어느새 역전돼 있었다. 국가대표까지 선발된 적이 있는 문형규에게서 선호는 묘한 라이벌 의식을 느낀다.
과연 임선호는 문형규를 뛰어 넘어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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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호는 아이싱을 받으며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 고교야구. 최선을 다했지만 자신이 끝까지 마무리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이 황금해태기에서 우승하고 화려하게 프로 마운드에 서겠다는 자신의 목표. 그것을 확신하기엔 1점이라는 점수차는 너무 적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말이었다. 그때 타자가 1루로 천천히 걸어가는 게 보였다. 볼넷. 문형규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담담하다기 보다는 들뜬 표정.
1사 주자 1루. 8회 말. 만약 여기서 동점이나 역전을 당한다면 다시 뒤집을 수 있을까. 임선호는 마운드에서 내려온 것이 이제와 후회됐다. 차라리 계속 던지겠다고 할 걸. 그런 후회가 들 때 커다란 타격음이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이어서 터져 나온 관중석의 환호성. 주자와 타자가 여유롭게 베이스를 돌고 있었다.
역전 투런 홈런. 양선고 더그아웃에선 탄식이 퍼져 나왔다. 문형규는 공이 넘어간 담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임선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야구란 어떻게 될지 모른다. 8회까지 한 점도 주지 않고 이기다가 9회에만 몇 점 씩 주고 역전 당할 수도 있는 것이 야구다. 고작 1점 차였다. 1점 차라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점수. 결코 문형규를 탓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점수를 내지 못한 타선을 탓할 수도 없었다. 자신을 내린 감독을 탓할 수도 없었다.
임선호는 짜증이 솟구치는 듯 길게 숨을 내쉬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바둑에 부득탐승(不得探勝)이라는 말이 있다. 승리를 탐하면 승리를 얻을 수 없다는 말. 임선호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었다. 승리를 원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황금해태기 결승. 그 어느 때보다 이기고 싶었던 경기에서 임선호는 이기지 못하고, 그렇게. 임선호의 마지막 고교 야구가 끝났다.
--프롤로그 中
그닥 이름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미리보기까지 해봤던 작품이라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후속작까지 쓰게 됐네요.
이번엔 전작인 Home in보다 길게 끌고 갈 생각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굳이 Home in을 읽지 않으셨어도 읽는 데 지장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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