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좀 끌어보려고 종종 논란거리로 등장하는 책 이름을 끌어다 썼는데, 몇 분이나 낚이실지 모르겠습니다. -.-;)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927
제가 한단고기를 대하는 관점은 <도를 넘은 상상력과 지나칠 만큼 세심한 계산을 결합한 환상소설> 정도입니다. 이게 정말 우리 역사라면 제법 즐겁겠는데, 주관적인 문헌 비교 외에는 증거가 없다고 할 만큼 부족하니 믿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아무리 그래도 학생 때 배운, 삼국시대 초기 언저리를 서술한 정사正史보다는 한단고기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모친과 임신한 아내를 다 놔두고 도망쳐야 할 만큼 다급하고 무력한 인간이 낯선 동네에 가자마자 훌러덩 왕이 됩니다. 도망칠 때 따라온 셋과 도피 중에 배가 맞은 셋을 부하로 삼고 초막을 궁전이라 부를 만큼 황당한 나라니까 그렇다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 때 ‘버린 자식’이 아빠 찾아 X천리를 감행해 오니까 대뜸 후계자로 삼아버립니다. 자기 엄마 죽었을 때 멋지게 장례 치러줘서 고맙다고 사신까지 보내는 와중에도 외면한 자식인데 말이죠. 게다가 그때까지 왕과 함께 나라를 세우고 유지해 온 기득권자들은, 왕의 다른 아들들은 다 성인군자나 핫바지인가 봅니다.
겨우 다섯 달 만에 왕이 죽자 기득권자들은 굴러온 돌인 후계자의 권리를 순순히 인정하고는 낯설고 물 설은 타향으로 고난의 엑소더스를 감행합니다.
이 양반들도 가자마자 뚝딱뚝딱 나라를 잘도 세우지요. 그 동네에서 왕 먹던 아저씨는 인심 좋게 땅을 뚝뚝 떼어줍니다.
원래 나라로 돌아가서, 왕이 된 아들은 친아버지를 기리는 사당을 나 몰라라 걸음도 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왕으로 만들어준 아버지가 고심 끝에 지은 성도 안 씁니다.(이 부분은 논자에 따라 주장이 다르니 정사에 포함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나라를 건국한 시조나 쓰는 태조라는 왕호를 6대 왕께서 날름 챙기십니다.
예.
위에 나열한 의문들에 대해 여러 합리적인 주장들이 있는 거 압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각각 빈틈이 있고, 그래서 그 틈들을 메워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제 생각이 역사적 진실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국사 시간에 배운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니까 혹시라도 정사로 착각하는 분이 생길까봐, 배경을 2천여 년 전이 아니라 시공간적으로 모호한 차원의 모호한 미래로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SF입니다.
지금까지 책 한 권 분량에서 조금 빠지는 정도 연재했고, 여태까지는 거의 일일연재였지만 앞으로는 격일 혹은 사흘에 두 편 정도로 갈 예정입니다.
<이 글은 SF입니다!> 하고 도장 쾅 찍겠다는 생각으로 첫 두 편에 우주 관련 기초상식을 좀 과하게 풀었더니, 그거 읽다 지쳐서 과감하게 워프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그 부분만 어찌 잘 넘어가시면 읽어볼 만하다고 자부합니다.
아!
주인공이 데미갓demigod 수준이기를 바라시거나, 기분 트릿하면 곧바로 ‘다 죽여 버려!’ 하는 화끈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봐야 실망만 하실 겁니다.
명색이 주인공이니 남들보다 좀 뛰어나긴 합니다. 그래도 뭐 하나 하려면 이리저리 거치적거리는 게 많아서 재고 따지고 눈치 보고 명분 내세우고 해야 합니다.
나반이라는 필명으로 처음 연재하던 시절처럼 한 사람이 대사 한 번 치고 상대가 한 번 치면 연재분 하나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너나없이 잔머리를 굴리느라 걸핏하면 궁뎅이 붙이고 앉아 주절대는 장면도 많습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신 후에도 선택해 주시는 분들께는 최선을 다한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927
뱀발) 인터넷 연재를 시작한지 만 7년입니다. 종이책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한 다섯 질을 포함해 열한 가지 소설을 연재해 오면서 단 한 번도 홍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 자신을 칭찬하는 쪽에는 의외로 소심한지라,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창피하다는 생각에 이내 접고 말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 보니 뭐, 크게 어렵거나 부끄러운 일은 아니군요. 다시 할 거냐고 묻는다면 한 일 년쯤 고민해 봐야겠습니다만……. ^^;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