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와우를 했었는데, 문피아에서 활동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대외적으로 길드에는 '대학생'이라고만 말해둔 상태라 그 분도 평범한 대학생, 또는 여대생, 이렇게 보시더라고요.
말하는 것보다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해서, 이런 저런 말을 듣다 보니 그 분께서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게임판타지는 쓰레기라 하셨습니다. 팔란티어 외에는 모두 쓰레기라고.
딱히 말을 보탤 것도 더할 것도 없어서 알았노라고 하고 로그아웃을 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단어입니다.
게임판타지는 쓰레기다.
양판소>>>>넘4벽>>>게임판타지다.
처음 게임판타지를 시작한다는 말을 했을 때, 많은 분들이 뜯어말렸습니다. 얕은 물이라고, 어린 애들 밖에 보지 않을 거라고, 다른 작가들도 그렇듯 너도 쉬이 잊혀질거라고......
뭣 모르고 쓴 첫 작이 게임판타지였기에, 이미 그 시각은 겪을 만큼 겪었다고 생각했건만, 요즘들어 많은 분들이 게임판타지를 장르 문학 중 한 수 아래인 장르로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건, 공상과학이라는 장르가 처음 나왔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지요.
'깊이가 얇다. 철학이 없는 책이다.'
그렇지만 결국 공상과학은 한 세기를 풍미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무협지, 판타지, 심지어 낭만주의 시대 때 현재 로맨스 소설의 기초가 된 가정소설조차 그 저주 아닌 저주를 삼켜야 했지요.
현재 게임판타지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식층의 전유물이 되었던 모더니즘에 탈피하기 위해 만든 포스트 모더니즘은 보다 쉽고, 보다 서민적인 글을 요구했습니다. 해리포터, 일본의 라이트 노벨도 이 포스트모더니즘에 강한 영향을 받게 되어 나온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게 보면 게임 판타지 역시 이 기류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게임판타지는 많은 문제점을 품고 있습니다. 글이 숙련되기 전, 그러니까 학생 층의 작가들이 많이 쓴다는 것과, 이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게임 회사의 운영, 지휘체계, 인사이동 및 벨런스 조절)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겠습니다.
더구나 레벨 업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 주인공의 본래 목적은 가려진다는 것도 큰 문제겠네요. 마치 더 큰 내공을 얻기 위해 달리는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수단때문에 목적을 잊는......
작가 자신이 과도하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한 나머지, 주인공만이 마치 특별하게 타고난 캐릭터인 것 처럼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물론 주인공이 특별해야 재미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 인과 관계가 있는 쪽이 더 생명력이 있겠지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나?' 라고 한다면, '재미가 있다.' 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게임판타지에는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어린 싹이지만, 대부분의 장르문학이 그렇듯 조금씩 진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레벨업, 히든 클레스를 주장하던게, 돈 때문에, 혹은 사랑때문에 시작하게 되죠.
레이센이라는 소설에서는 '백수를 탈출하기 위해'라는 절절한 이유가 들어있기도 했습니다.
게임판타지도 역시 사람과 사람간의 이야기고, 그 역시 '소설'이다. 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연륜, 필력의 평균을 젠다면 흔히 말하는 '양판소'라는 경계보다도 낮을게 게임판타지입니다. 작가들의 평균 연령 자체가 낮으니까요. 그러나 '아이디어'의 평균을 제라고 한다면 결코 어느 장르에도 뒤지지 않는 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젊은 피가 많은 글이니까요.
가장 역사가 짧은 장르가 바로 게임판타지이지만, 뛰어넘을 시련과 깨야할 틀이 존재하고, 그 틀을 깨려고 도전하는 작가가 있다면 언제고 미래가 열려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기에 오늘도 게임판타지를 씁니다.
P.S 게임판타지는 쓰레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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