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소설은 모든 종류의 장르문학 가운데 가장 그 역사가 짧은 소설 장르입니다. 게임 소설은 게임이 있기 전에는 당연히 존재할 수 없었고, 그 게임이 생겨난 후에도 여러 사람이 참여하여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생겨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이야기입니다.
게임 소설은 현대 장르 문학의 특성상 캐릭터의 입체화가 보다 용이하며 계속해서 이야기 진행이 빠르고 캐릭터의 강함에 쉽게 몰입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 구조가 까딱하면 설득력을 잃기가 쉽고 또 뚜렷한 목적이 없이 방목되어져 가는 구성을 갖추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판타지나 무협의 세계에서는 게임 소설과 달리 진중한 분위기가 보다 쉽게 연출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현실에서는 도피처가 없기 때문이죠. 주인공은 실수하면 죽거나 혹은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이 주어지는 삶의 외줄을 걷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독자는 그들에게 주어진 비극 속에서 그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당위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 비극은 주인공이 여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주인공의 역할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을 자극하여 대리만족을 느끼고 통쾌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런 구성은 즐거움을 주기 위한 모든 소설에 똑같이 적용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비극이라는 극의 구성은 언제나 '시련은 극복되는 것이며, 이윽고 그 시련에 의해 영웅은 고결성을 부여받게 된다'의 주제를 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르문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독자가 시련을 극복하는 영웅과 그 현실에 몰입할 수 있는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소설에 몰입 할 때 가장 중요한 비극성의 실종이야말로 게임 소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요?
게임 소설 속 주인공은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 받습니다. 하루에 오랜 시간을 게임을 하려면 은근히 부대비용이 많이 발생하게 되죠. 생활비부터 해서 설정에 따라 가상현실 캡슐부터 온갖 것들이 다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유산이죠. 그 외로는 블랙머니라는 경우처럼 현질을 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구도도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경우는 게임이 주가 아니라 사건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지는 경우라던가 아니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없어진 형을 찾기 위해서라던가 하는 형태의 설정입니다. 이런 경우는 다루기도 힘들고 현실과 연동해야 하기 때문에 극의 짜임을 맞추기가 정말로 힘들죠. 실력이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글입니다. 어쩌면 이런 글들이 게임 소설의 미래일지도 모르겠군요.
제 경험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원래 판타지 소설만 습작으로 쓰던 사람으로 판타지와 무협을 가리지 않고 읽었고 게임 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게임 소설은 쓰기가 어딘가 쉬워 보이고, 또 글 쓰는데에 무리가 없다고 여겨져서 원래 만들어 놓았던 세계관을 약간 고쳐 게임 소설을 써보았습니다. 제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랬던 면도 물론 있었습니다.
근데 판타지 소설보다 오히려 만만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비극성의 실종 때문입니다. 현실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 게임을 한다. 라면, 현실에서 도피하여 게임 속 세계서 사는 것이지요. 이건 비극적이지 않습니다. 만약 비극적이라면 그것은 현실을 포기한 그의 삶인데, 그런 부분에 촛점이 맞춰지는 소설이면 그건 게임 소설이 아니겠죠. NHN에 어서오세요와 같은 형태의 글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문제에 대해서 그 이야기를 비극으로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돈이 필요해서 게임을 한다' 라면, 현실의 돈을 위해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게임 속 손해가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게임은 거의 '영속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 속에서의 손해가 비극을 불러오고, 그 사실에 독자들이 동의할 수 있을 만큼의 글을 쓰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게임 속에서 죽거나 손해를 보았다고 엄청난 분노를 가진다면 어떻게 그걸 다른 사람에게, 특히 독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요. 물론, 분노라 하더라도 개인간의 갈등 관계 속에서만 증명할 수 있고 장르문학의 특성상 힘이 개입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면에서 강한 주인공이 힘으로 압도하는 게임 소설이 쓰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저도 싫어하는 편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건 그것에 몰입할 수 있느냐 입니다. 게다가 게임 소설은 부활하면 다시 시작합니다. 언제든지 캐릭터를 다시 키울 수 있습니다.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기에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무엇인가를 얻어서 행복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얻는다면 행복하겠지만, 행복의 정도가 다른 장르의 소설들과 다릅니다. 이것은 제가 글을 쓰면서 느낀 점 보다도 오히려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입니다. 순간 피케이에서 지면 아 내가 템이 모자라서 지는구나 하면서도 정작 템을 얻었을 때 이상하게 기쁘지를 않았습니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 흔히 가지고 있는 욕망을 게임 속에서 표현하려니 도저히 쉽지가 않았습니다. 보통 주인공들은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죠. 물론 수련을 오래 한 후에 하산하는 경우 목적을 딱히 가지지 않고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글도 주인공의 욕망의 수레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고 그 경우 주인공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죽거나 겨우 얻은 행복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끝나버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하지만 게임 판타지에서의 주인공은 퀘스트를 통해 이루어져 있는 길을 걷고, 자신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잃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도전합니다. 단 한번뿐인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건곤일척을 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문제점이 이러하다 하며 대충 인식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강호정담이며 한담이며 할 것 없이 게임 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요즘 솔솔 나오기 때문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막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까 해서 쓴 글입니다. 게임 속 컴퓨터에 불과한 NPC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감정이 이입되어야 독자들이 정상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까요? 필사적으로 주인공이 무언가를 할 당위성이 있을까요, 히든을 얻었으면 자신의 힘을 증명해 강함을 과시하는 정도 이상의 행동을 할 당위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순수 게임 소설이 이 이상 표현, 진행할 수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이런 형태가 다른 장르문학들처럼 어떤 형식을 갖추고 글을 쓰는데에 도움이 될 만한 긍정적 형태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캐릭터가 죽으면 삭제되는 형태로 글을 쓴다면 이런 당위성을 더 강화할 수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캐릭터간의 전투나 미지의 동굴을 탐험하게끔 유저들을 유혹하는데 얼마만큼의 당근이 필요할까요? 게임 소설을 쓰는데 있어 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많은 말을 해야 할까요? 띠링-이라는 발신음이 과연 필요할까요?....
아, 물론 희극에 대해서는 별 걱정 안합니다. 희극은 유머러스하고 코믹하면 완벽하니까요. 그리고 게임소설이든 다른 장르든 별로 가릴 필요가 없죠. 다만 유머라는 거, 조금 과하면 어색해지고 모자라면 웃기질 않으니 저 같은 사람에겐 힘들더라구요. 보다 연습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 글에서는 비극적이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하는 형태의 게임 소설에 관해서 몇 글자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문피아 여러분들의 현명한 댓글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이거 쓰다보니 진지해졌네요.
댓글이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무난하게 요플레를 먹으면서 썼습니다. ^^; 게임 소설을 쓰시는 분이나 읽으시는 분이나 한번 이야기 나눠보도록 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쓰는 글도 죽으면 캐삭되버리는게 어쩌면 정답일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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