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관련된 글 자체를 제 게시판 내지 연무를 제외한 다른 곳에 올리는 것을 꺼려 하는 편이지만.... 가끔씩 작가분들이 한담란에 글을 올리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생각해보니 올리고 싶은 글이 연무에도 올린 적이 있어서 가져와 수정하겠습니다.
글 그린이 또는 글쟁이 - 노경찬의 이야기.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때 혼자 퇴마록 팬픽으로 시작해서(오로지 제 짝만이 봤었던;;) 군대가기 전까지 글을 깨작거리다가 군대 제대 후 투고했지만 답변은 오지도 않았습니다
아! 세상은 나를 몰라봐! 이 바닥은 나의 재능을 몰라줘. 제대로 된 출판사는 없는 것인가? 내가 써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
26살 때까지 이랬습니다. 이런 의식을 가지고 글을 썼으니 제가 천재가 아닌 이상 꿈을 이룰 수가 만무였지요.
직장생활을 하고 삶에 대해 고민하다 이런 생각이 그야말로 철부지 소년의 반항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많이 써보지 못해서 발생한 일입니다.
누구에게 글 이야기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쓴 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야기를 100장 이상 끌어본 습작이 한 손에 꼽습니다.
그렇게 습작도 아닌 글을 끄적거리다가 04년에 정말 눈물나게 쓰고 싶은 글로 이 길에 들어섰습니다. 27살 때 일입니다.(그녀의 수호기사라는 이름의 책이었고, 출판사 망해서 글이 표류해도, 기어코 우겨서 다른 출판사에서 낸 글이었습니다.
작가로서의 노력?
누구나 노력은 합니다.
이 바닥에 들어와 글을 쓰시는 분들 치고 대부분 독서량 1만권이 넘지 않는 분이 계실까요?
7살때부터 한 인쇄소에서 세계문학전집 읽기 시작하고, 책 볼 돈 없어서 읽었던 책 읽고 또 읽고(대여점이 없던 시기에는 정말 내 마음껏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지금은 우스개소리로 이야기 하지만 처음으로 가진 동화책 바보 한스 이야기는 천번 이상 읽었고, 중학교때 고모님이 사주신 영웅문 2부는 30번 이상 읽은 듯 합니다.
만화책을 빼더라도 1만권이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만화책포함하면 배는 되겠지요.
많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독서를 게을리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 책 3권씩 읽는 분들 많으니까요. (잘 나가는 작가중 재미 없더라도 꾸역꾸역 책읽는 작가를 알고있습니다. 잘 나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재능이나 운이 아닙니다.)
네. 다 이 정도는 읽었고 한 때 문학소년. 소녀 이야기 한번쯤은 들었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경쟁해서 내 이름 박힌 책을 가지는 겁니다.
사내대장부라는 두번째 글이 시장에서 바닥을 치고 세번째로는 오기로 썼습니다. 그래서 또 출판했습니다.(레드스톰이라는 책이었습니다.)
같은 작업실에 있던 선배 형님과 후배에게 참으로 욕 많이 먹었습니다. 다 받아드렸습니다. 그들이 저보다 훨씬 많이 팔고, 훨씬 더 많은 글을 쓴 분들이니까요.
네번째. 다섯번째. 여섯번째 쓰면 쓸수록 글이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여섯번째부터는 이제는 정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아니라 창작을 해서 써야 했으니까요.
결혼도 했는데 와이프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그래서 다시 취직했습니다. 말 그대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지만 그 간의 걱정은 한 번에 풀 수 있었습니다. 먹고 살 수는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글을 놓지 않은 이유는 쓰면 쓸 수록 내 필력은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고, 그 덕분인지 지금 일곱번째 출간작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제가 글그린이라는 호칭과 더불어 초보를 붙여서 작. 가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고 있습니다.
제 기준에 작가라는 창작.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아! 이게 창작이라는거구나!' 라는 느낌을 받고 있으니까요.
이 작은 자신감을 얻기까지 6년의 시간과 원고지 40여만장을 썼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얻었더라도 여전히 두려운 건 사실입니다.
저만 재미있으면, 저만 작가라고 생각하면 뭐합니까? 읽어줄 독자분들이 있어야 하는데요.
노경찬이라는 글쟁이가 작가로서 산다는 건 이렇습니다.
항상 두려움을 가지고, 내 글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과 거기에 따르는 자존심으로 삽니다.
사실 지금도 이렇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글인데 이걸 보는 분이 기분이 나빠지면 어쩌나?
작가는 내내 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 같습니다.
덧붙임 - 원래는 모 선배님의 주옥같은 글을 그대로 가져오려 했지만 연무에 있는 글이라 가지고 오질 못했습니다. 나중에 쪽지주시면 무슨 글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진작 그 글을 접했더라면 6년의 시간을 조금 더 단축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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