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종 시점에 관한 이야기가 정·한담에 보입니다. 이 올바른 그대들의 열정을 저는 기쁜 마음으로 지지합니다. 하지만 지지는 지지고, 할 말은 해야 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시점론의 허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위 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시점론을 조금 자세히 풀이한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으시죠? 그럼 익숙한 말로 한 번 바꾸어 볼까요?
① 1인칭 주인공 시점
② 1인칭 관찰자 시점
③ 3인칭 관찰자 시점(작가 관찰자 시점)
④ 전지적 작가 시점
조금 감이 오시나요? 위 표는 바로 이 네 가지를 풀어 설명한 것입니다. 시점별 특징을 명확히 나열한 것이라 보셔도 무방합니다.(우리는 사실 3번과 4번을 매우 헷갈려 하는데, 위 표를 숙지·이해하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잠깐, 여러분은 이 표를 숙지하고 이해하기 전에 한 가지 아셔야 합니다.
그건 바로 이 시점론이 (무려) 1959년 생이란 사실입니다. 무려 반백 년도 더 된, 아주 낡은 이론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 교과 과정은 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그냥 가르치죠.)
55년의 세월.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것은 작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낡은 시점론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앗, 3인칭 소설에서 1인칭 시점을 써 버리다니. 난 대체!’라며 자책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기존의 시점 이론을 들어 위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려는 이도 있습니다. (그들은 이를 복합 시점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실상 우리가 ‘시점’이라 부르는 것이 혼재되는 양상, 즉 소위 복합 시점이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시금 언급컨대 작법이 그만큼 발전한 탓입니다. 예전과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죠. 그럼에도 굳이 이를 시점 이론의 틀 안에서 설명하려는 것은, 마치 최신 3D 게임들을 굳이 DOS ver으로 돌려보려는 노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복합 시점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시점 이론이 가진 오류 혹은 한계를 학계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이론이 여럿 나왔습니다. 물론, 평범한 대한민국의 고교 교과 과정에선 이를 한 글자도 다루지 않았죠. 덕분에 우리는 글을 쓴다면서도, 그 바닥 트랜드도 모르는 바보가 됐습니다. (솔직히 저도 대학 가서 관련 학과 안 다녔으면 평생 몰랐을 겁니다.)
아무튼 그 여러 시도 가운데, 그나마 최근 소설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시점의 복합 양상을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이론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G. Jenette란 인물이 주장한 서술자(Narrator)와 초점자(Focallzer) 이론입니다. (다시금 솔직히, 제가 시점 이론 대신해서 배운 게 이거 하나 뿐입니다. 헿)
오, 그럼 이게 뭐냐! 대체 어떤 이론이냐?
……몰라요. 어려워요, 이거.
복합적이고 혼재된 양상의, 소위 시점 이론의 입장에서 보자면 예외적 경우의 소설마저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인 만큼, 해당 이론은 상당히 모호한 면이 많습니다. 정확히 숙지하지 않으면 이론이 아무 쓸모가 없을 정도로요. 그리고 전 아직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습니다. (고로 상세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흑흑.)
하지만 느낌만 대략 말씀드리자면, 그러니까 영화 기법으로 소설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의 초점자가 카메라와 그 개념이 비슷하거든요.
즉 기존 시점 이론은 초점자, 즉 이야기를 보고 전달해주는 존재가 작 중의 인물이냐, 작 밖의 작가냐로 나누었지만, 서술자와 초점자 이론은 아예 이를 부정합니다. 초점자는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개체를 의미합니다. 소설 속 상황을 보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이, 그것이 초점자입니다.(아마도)
그리고 서술자는……, 네, 여기서 막혔어요. 이론상으론 묘사, 요약, 설명 모두가 서술자라고 하는데,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위의 이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저것은 여러분을 설득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니까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시점 이론은 아주 낡았고, 대체 이론은 그 품이 매우 넓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그저 아시면 됩니다. 이제 더는 시점 이론의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걸. 간단하죠? (용두사미 같지만 착각입니다! 어쨌든) 이로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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