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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내 일상] 장욱진 회고전을 보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장욱진 회고전에 다녀왔다.

2월12일이면 끝난다고 빨리 가야 한다는 바람에 말 나온 김에 바로 덕수궁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림에 별로 진심은 아니지만 어쩌다가 전시회에 들러 그림을 보면서 예술가의 마음을 짐작해 보고 있으면 편한 시간이 된다.

장욱진 화백은 한국의 2세대 서양화가로 아주 유명하신 분인데 불초했던 나는 이름을 듣고도 잘 몰라봤다. 작년에 용인 마북리의 장 화백 생가가 있는 곳을 걸어서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이름을 들었는데도 그냥 잊어버렸었다.

하지만 그림들을 보니 전에 몇 번 본 듯 제법 익숙했다. 알고 보니 장화백의 그림은 우리 젊은 시절에 보던 ‘현대문학’ 등 문예지의 표지 모델로 수십회나 출연하였고 수많은 잡지와 신문의 삽화에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장욱진 화백은 집이나 가족, 아이, 나무, 새 등 가정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들을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대담하고 간결한 구도와 자신만의 독특한 색감으로 표현해내서, '동심의 화가'로 불린다고 한다.

실제로 만화 같은 간단한 그림을 보면 나도 백 번쯤 연습하면 비슷하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방자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일부 작품에 한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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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면서 아이, 새, 나무 같은 소재를 상형문자 느낌이 나도록 거의 아이콘화하여 배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추상적인 그림인데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장화백은 말년에는 수묵화도 그렸는데 결국은 동양화 서양화 구분이 없는 자신만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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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화백은 법명이 있다고 한다.

통도사 경봉스님이 대뜸 장 화백에게 “뭘 하는 사람이냐” 고 묻자 장욱진은 “까치를 잘 그리는 사람” 이라 답한다.

이에 스님은 “입산을 했더라면 진짜 도꾼이 됐을 것인데” 라고 하자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같은 길” 이라 대답한다.

그 대답을 듣던 스님은 “쾌(快)하다” 라며 그에게 ‘비공(非空)’이라는 법명을 지어주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일상적인 소재인 나무, 까치, 달, 아이 등을 문자 수준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단순한 구도에 넣는 장 화백의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시간을 내서 들러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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