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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내 일상] 덕숭총림 수덕사

예산 수덕사는 우리가 자라오면서 친숙하게 듣던 사찰이다. 나는 아직 못 가본 곳이다. 수덕사는 고려시대때 축조한 목조건물인 대웅전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잠시 수덕사에 대해 찾아봤더니 덕숭총림이라고 한다. 총림이라 하니 대단한 사찰인 것 같았다. 알아보니 총림이라 승려들의 참선, 경전, 계율을 교육할 수 있는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사찰로 총 8개 총림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유명한 사찰인데도 아직 방문을 못 했던 곳이라 다소 송구한 듯한 마음으로 바로 출발했다.

 

수덕사를 안고 있는 산은 덕숭산이다. 495m의 그리 높지 않지만 산세가 수려하여 나름 한국 100대 명산에 들어가 있다.

 

사찰 입구에 있는 주차장과 근처 상가 규모가 제법 컸다. 평일에 온 만큼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는데 식당의 수가 방문한 사람 숫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하고도 쓸데없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상가를 벗어나 수덕사 입구로 들어서니 가을 냄새가 흠씬 묻어나는 숲길이다. 물론 넓은 2차선의 아스팔트도로로 이어지는데 맑은 날이지만 숲속이라 햇빛이 들지 않는다.

 

조금 올라가니 수덕여관이 보인다. 수덕여관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초가집 여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곳이라 한다. 고담 이응로 화백이 1944년 구입하여 부인이 운영했던 곳인데 2002년에 돌아가시고 폐가로 방치되다가 수덕사가 사들이고 예산군에서 복원했다고 한다. 오래된 초가집 여관이 내게는 아주 친숙하게 느껴졌다.

    

 

좀더 올라가서 금강문 사천왕문을 지나니 현재 박물관으로 쓰고 있다는 황화정루가 나오고 거기를 통과하니 바로 대웅전이 눈앞에 펼쳐진다.

 

대웅전 앞의 3층 석탑도 고려 시대 세워진 제법 오래된 것인데 보물이 아니고 충남 유형문화재다. 석탑 부문은 고려시대 제작품은 보물로 지정되기에는 조금 딸리는 것 같았다.

 

드디어 대웅전. 배흘림 기둥을 보며 참으로 오랫동안 견뎌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308년에 건축한 것이라니 700년이 훌쩍 넘었다. 기둥 표면에 깃털같은 무늬가 생겨 거칠고 주름이 깊이 패여 있어 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현재 고려시대 목조건물이 3개가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안동 봉정사 극락전이다. ‘배흘림 기둥은 부석사에만 있는 것 아녜요?’ 할 정도 부석사 배흘림 기둥은"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란 글에서 언급된 덕분에 많이들 알고 있지만 다른 두 사찰의 건물도 마찬가지로 배흘림 기둥을 사용했다.

 

700년이 넘게 건물을 지탱해준 대웅전의 목재 기둥이 보여주는 세월의 흔적이 마음에 와 닿았다.

 

 

대웅전을 뒤로 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보기와는 달리 바위가 많은 산이라 듬성듬성 만든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곳이 무척 많았다. 가파르지만 계단으로 되어있어 많이 편했던 산행이었다. 왕복 2시간의 산행이 아주 쾌적했다. 맑은 가을날의 산행은 나에게 세상일을 잊게 하고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내려와서 수많은 식당 하나에 들어가서 산채 비빔밥을 먹었던 것도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계산하니 2000 무료주차권을 준다. 나가면서 주차료를 내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게 주차료를 해결해주니 그것도 나름 좋았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 섭섭한 사람에게는 해미읍성 방문을 추천한다. 수덕사에서 20 거리인데 읍성이라 시내에 있어 가볍게 방문하기 좋다. 동헌과 죄인을 가둬두는 옥사 보존이 돼있고 성안의 조경도 아주 좋았다.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나무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다.

 

 

오늘 오래된 고찰인 수덕사를 방문해보니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덕사는 늦가을 단풍이 한참인 지금이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시간 되시면 일차 방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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