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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내 일상] 해파랑길, 남파랑길

얼마 전에 부산을 다녀오고 나니 전부터 걷고 싶었던 해파랑길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졌다. 거의 매일 동네 오산천변을 7km정도 걷고 있는데 가끔 TV나 인터넷에서 접하는 그림 같은 바닷가길을 보면 어차피 하는 운동인데 그런 길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해파랑길은 동해안을 따라 50개 코스 750km, 남파랑길은 남해안을 따라 90개구간 1470km로 부산의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서 해파랑길은 북쪽으로, 남파랑길은 서쪽으로 이어진다.

 

그 중 내가 우선 가보고 싶었던 곳이 해파랑 1코스였다.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해변 절벽을 오르내리며 걸어서 광안리 해변을 거쳐 동백섬을 돌아 해운대 비치가 끝나는 미포까지 가는 코스로 17.8km.

 

평소 운동량을 감안하여 풀코스 대신 일박이일로 가서 첫날은 해파랑길 다음 날은 남파랑길을 10km이내로 잡아 걷기로 하였다.

 

호텔을 예약하고 SRT를 예약하려 하니 좌석이 거의 매진이고 647분 차만 몇 자리 있었다. 9시 이후 출발하여 오후에 걸으려 했던 계획은 무산되고 새벽 기차를 끊게 되었다. 앞으로는 SRT를 이용할 때 적어도 며칠 전에는 예약해야 할 것 같다.

 

부산 역에 도착하니 9, 돼지국밥으로 늦은 아침을 먹었다. 부산역 부근 유명한 본전돼지 국밥집에는 벌써 열댓 명이 줄 서고 있다. 그 옆의 신창국밥집으로 갔는데 내 다음 번 사람부터 대기표를 받았다. 식당 안에 써 붙여 놓은 것을 보니 신창국밥도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돼지국밥집인데 본전돼지국밥에 조금 밀렸나 보다.

 

시내버스를 두 번 타서 오륙도 달맞이 공원에 도착하여 해파랑길을 걷기 시작했다.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었지만 절벽 아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걷는 길은 제법 운치가 있었다. 구불구불 걷다 보니 농바위가 나온다. 해녀들은 옷 따위를 넣어두는 농()을 닮았다고 농바위라고 하는데 부처의 앉은 모습과도 닮았다. 그 뒤에 오륙도가 멋지게 다가온다.

 해파랑길1.jpg

 

한참 걷다보니 해운대의 고급 아파트들이 멀리 보인다. 사진에 내 등 뒤에 보이는 해운대 아파트들은 그 높이로 한국에서 1,2,3위를 차지한다. 오른쪽부터 101LCT, 그 다음이 80층 두산 더제니스, 왼쪽 특이한 형상이 72층 아이파크다.

 해파랑길2.jpg

 

 

광안리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하려고 둘러보니 언양불고기집이 두개 마주 서있다.

한집은 1981, 다른 집은 1982년에 세운 전통있는 언양불고기집이라고 한다. 좀 떨어져 있던지 왜 서로 붙어서 경쟁하는지 슬쩍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1981년에 만든 곳에서 맥주 한잔을 곁들여 먹었는데 아주 깔끔하고 맛있었다.

 

오늘 묵을 호텔은 자갈치시장에 있는데 해수탕도 있었다. 체크인하고 목욕재계를 끝내고 광복동 번화가로 출동했다. 늦은 점심 탓에 오늘은 회 메뉴를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부산 남포동, 광복동은 서울의 명동 같은 거리로 우리 학교 다닐 때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거리에는 젊은이뿐만 아니라 나이드신 분들도 많이 다녀 사람으로 가득하다.

 

남포동, 광복동 거리에는 백여개가 넘는 포장 마차가 여기저기서 성업 중이다동남아에서 흔히 보는 야시장과 다를 게 없고 여행 중인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술 한잔하는 곳부터, 떡순김을 파는 곳, 심지어는 생과일쥬스와 커피를 파는 포차도 있었고 어느 골목에는 겨울임에도 팥빙수를 파는 포장마차가 대여섯개나 있었다.

 

아직 배가 충분히 꺼지지 않아 간단하게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옛날 그 매운 맛에 고생한 적이 있던 할매집 회국수에 다시 도전했다. 회국수는 여전히 매웠지만 전에 고생한 것이 이상할 정도로 부담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은 자갈치 시장 한쪽에 줄지어 있는 수구레 선지해장국으로 해결했다. 수구레는 수구리로 써 있는 곳도 있는데 소의 피부 밑에 붙어있는 지방덩어리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있는데 열심히 씹어도 제법 질긴 것이 남았다.

 

두어 개 씹다가 포기하고 다 건져내고 말았는데 건져낸 수그레가 빈 밥공기에 반 이상 찰 정도로 많이 들어 있었다. 다른 손님들은 잘들 드시던데 우리에게는 무리였다. 그러나 해장국 국물과 우거지(부산에서는 시래기, 시락이라고 함)는 입맛에 잘 맞았다.

 

아침 식사 후 전철로 신평역까지 가서 몇 분 걸으니 낙동강변이다. 오늘은 낙동강변을 따라 올라가다가 낙동강 하구댐을 따라 을숙도를 횡단한 다음 다시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는 남파랑5코스의 일부를 걷는다.

 

바다와 맞닿은 곳이라 바다인지 강인지 모를 드넓은 물을 따라 걷고 있으니 마음이 아주 편안해진다. 중간에 조망좋은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수확한 김을 하역하느라 바쁜 주민들의 일상도 보면서 걸었다.

 남파랑길1.jpg

 

낙동강 하구는 백수십종에 달하는 철새가 도래한다는 곳으로 많은 종류의 새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닭하고 아주 똑같이 생긴 물닭과 백조로 알려진 고니가 기억에 남는다. 고니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왜가리보다 두배는 족히 커 보였다.

 

8km 정도 걷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는데 남파랑5코스는 하구댐을 따라 걷는 부분에서 차도와 가까워 너무 시끄러운 것이 흠이었다. 가능하면 낙동강 하구댐을 거치지 않도록 코스를 잡을 것을 추천한다.

 

이번 여행의 만족도는 제법 높아 앞으로도 가끔씩 해안 길을 걷기로 했다.

 해파랑1코스.jpg

남파랑5코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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