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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님의 서재입니다.

맛있는 위로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writer0kim
작품등록일 :
2019.08.21 19:57
최근연재일 :
2019.08.25 15:16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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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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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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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화 <맛있는 위로> 첫 방송

DUMMY

청담동 골목 안에 있는 아기자기한 쇼콜라 가게 <오초콜릿>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프랑스 유학파 쇼콜라티에들이 예술적인 초콜릿을 만들어서 매일 매일 전시를 하기도 하는 가게다. 오희우 대표는 쇼콜라 가게로 하니을 초대한다. 하니가 연출하는 <맛있는 위로>에 출연자로 출연하기로 하고 약속한 데이트의 일부다.


퇴근을 한 하니가 <오초콜릿> 앞에 차를 대고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문을 닫은 시간. 캄캄하던 가게에 갑자기 불이 켜지자 하니는 놀라고 만다. 가게 천장에 몽글몽글 둥둥 떠 있는 풍선, 입구에서 테이블로 가는 길에 놓인 촛불, 로맨틱한 영화 속에 프러포즈할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해놓았다.


“이게 뭐에요?”

“저...이런 거 해보고 싶었는데...하니 피디가 데이트 상대로 딱 걸린 거죠,”

“나...라서 이런 이벤트 데이트를 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이런 이벤트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내가 딱 걸린 거란 말이죠?”

“연애의 제일 조건은 타이밍! 아니겠습니까? 그게 맞았다는 것만 해도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하니는 이진욱과 연애할 때에도 기념일을 챙긴다거나 이벤트를 하거나 하는 일은 질색이었다. 한 번은 하니의 생일에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데리고 간 이진욱이 친구들을 동원해서 폭죽을 터트리고, 야외 빔으로 초등학교 벽면에 둘이 데이트한 사진을 편집해서 영상을 돌리는 이벤트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동네 초등학교 애들도 놀다가 다 축하를 해주는 자리에 너무 쪽팔려서 그만 하니는 호통을 친 후 뛰쳐나와 버린 일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프로그램 첫 촬영도 하기 전에 출연자에게 화를 낼 수는 없고, 더군다나 오희우와는 연애하는 사이도 아닌 데이트 세 번만 눈 딱 감고 응해주면 된다. 웃자. 화 내지 말자. 하니는 속으로 그렇게 다짐을 하면서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으로 오희우에게 물었다.


“그럼 다음 코스로 준비한 것은 뭐에요?”

“자! 이제 와인을 한 잔 하면서 영화를 볼 겁니다.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어떤 영화가 있는데요?”

“로맨스 영화, 히어로 영화, 뮤직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취향대로 고르십시오.”

“오대표님 취향이 궁금한데요?”

“저는 하니 피디님이 고르는 게 무조건 내 취향입니다.”

“그런 게 어딨어요?”


하니는 로맨스 영화를 골랐고, 쇼콜라 가게 벽면 프로젝트 빔이 켜지자 <라라랜드>가플레이 된다.


“로맨스 영화도 여러 스타일인데 저랑 취향이 같아 다행이네요.”

하니는 <라라랜드>를 보면서 반가워서 이야기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혹시나 진도가 더 나가는 건 아니겠지? 하니는 좀 의뭉스런 분위기가 썩 편하지는 않지만 또 완전 불편한 것도 아닌 어쩡쩡한 어색함과 약간의 설렘을 느끼고 있다.


영화가 끝나자 오희우는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차 가지고 왔어요. 대리 부를 꺼에요.”


와인을 한 잔 한 하니는 차를 놔두고 올 걸 그랬다 싶지만 늘 부르던 대리 운전사를 불렀다.


“대리보다는 내 차가 안전할텐데.”

“아니에요. 내일 첫 녹화 준비라 아침에 차가 없으면 불편해요.”

“그래요. 그럼. 오늘 데이트 즐거웠습니다. 다음을 또 기대하죠.”

“저도 오늘 즐거웠어요. 참 첫 녹화 대본은 내일 서현 작가가 보내줄 거예요.”

“네 고맙습니다.”


‘뭐지? 이 남자 바람둥이처럼 굴더니 진도가 나가는 분위기에서는 엄청 젠틀하네.’


하니는 쇼콜라 가게에서 둘만의 데이트를 하자고 할 때, 혹시 너무 무례한 진도가 나가면 브레이크를 걸어야지 생각하고 왔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기도 하고 좀 허전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제이에게 전화가 왔다.


제이: [하이~ 마이 프렌드! 별 일 없지?]

하니: [프로그램 세팅 이제 끝나서 첫 촬영 들어가. 내일.]

제이: [축배를 들자. 우리.]


그렇게 하니는 집으로 와서 제이와 와인 한 잔을 더 한다. 슬플 때는 슬픔을 안주 삼아 기쁠 때는 기쁨을 안주 삼아 친구와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이 저녁 시간이 좋다.


“그나저나 너의 썸남들은 어떻게 되고 있어?”


하니는 제이의 썸남 1,2,3호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을 알기에 이쯤에서 또 바뀌었을 거라 생각하고 물었다.

“새로운 뉴 페이스가 등장했잖아.”

“누구?”

“강민!”

“강민?”

“너 정말 썸 타 볼려고?”

“니네 출연자라 내가 조심스럽긴한데...오케이 해주라.”

“썸 넘버 1이야? 3이야?”

“넘버 1로 등극했어. 이 정도면 내 마음이 확 기울었단 뜻 아니겠니?”

“헐. 그렇군! 위험한데.....”

“지켜봐봐.”


제이는 제일 마음에 드는 썸남을 1호로 두고 집중공략을 해서 연애를 해왔다. 그런데 제이가 강민을 마음에 들어 하는데 하니가 왜 심란해지는 걸까?


***


드디어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위로> 첫 녹화날이다.

하니는 이제 베테랑 연출자가 되었지만 언제나 새로운 프로그램 첫 녹화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 녹화 스튜디오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세팅되었다. 출연자들도 리허설 할 때 첫 출연하는 사람 티도 안 나게 말을 잘 한다 싶다. 첫 방송 녹화 리허설에서 대충 감이 온다. 이 프로그램이 반응이 좋을지 안 좋을지. 하니는 분명 또 하나의 임팩트 넘치는 프로그램이 탄생할 거라고 믿고 녹화에 들어간다.


“스탠바이~ 큐!”


하니의 큐 사인에 따라 MC가 오프닝 멘트를 말한다. 카메라 방향, 스튜디오 컨디션, 출연자들의 제스처 하나까지 예리하게 포착해야하기 때문에 하니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게 빛난다.


“네. 오늘 사연은 옛날 애인과 했던 연애를 그대로 재연하는 애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사연입니다.”


진행자 신동수의 멘트가 시작되자 첫 방송 출연을 하는 강민도 오희우도 긴장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애인은 달콤한 사랑 표현을 잘 합다. 저를 ‘우리 꽃사슴’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머리 끈 이렇게 매는 모습이 좋다고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요. 매일매일 사랑의 쪽지를 써주는데 쪽지 문구도 달콤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남자 친구의 오래된 미니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자신에게 해준 달콤한 말과 행동을 모두 몇 년 전 연인에게 똑같이 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옛사랑의 아바타가 된 느낌이 들었어요.”


하니는 진행자 위주로 잡았던 카메라를 와이드 샷으로 돌려 출연자들을 비춘다. 카메라에 강민의 얼굴이 잡힌다. 진행자가 강민을 향해 물어본다.


“바텐더 강민님! 오늘 <맛있는 위로>에서 이 분께 전해줄 칵테일은요?”


강민의 테이블 앞에 마가리타 한 잔이 클로즈업 된다. 그리고 강민이 조금은 떨리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한다.


“제가 추천할 칵테일은 마가리타에요. 미국 칵테일 콘테스트에서 1949년 입상한 칵테일인데요 창작자 장 듀레서의 연인 이름이 ‘마가리타’였다고 합니다. 옛 연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애정법을 그대로 하는 남자친구. 하지만 돌이켜보면 지금 사연 주신 분과 또 다른 새로운 추억도 많이 쌓였을 겁니다. 물론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은데요.”


하니는 카메라에 담긴 방청객들을 얼굴을 본다.

방청객들 반응 나쁘지 않다.

진지하고 흥미로운 표정이다.


“자신의 이름, 자신의 색깔,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을 애인에게 더 어필하고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십시오. 강민 남자친구가 사연 보내주신 분과 추억을 더 깊게 새길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아요.”


강민은 자신의 방송 멘트를 마치고 하니를 쳐다본다. 하니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하니의 오케이 사인을 본 강민은 그제야 안도를 하면서 긴장을 푼다. 얼굴에 살짝 미소가 보인다.


하니는 작은 목소리로 조연출 민희에게 말한다.


“첫 방송이라 걱정했는데 괜찮게 하네.”

“다행입니다.”


민희도 어지간히 첫 방송을 고대하고 기대하고 걱정했나보다. 강민이 출연자로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니도 긴장했는지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프로그램 녹화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첫 녹화 때는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있게 마련인데 아주 순조로운 녹화다. 사회자 신동수가 마무리 멘트를 한다.


“<맛있는 위로> 오늘 첫 시간이었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더욱 맛있는 이야기로 더욱 위로가 되는 디저트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카메라 앵글이 돌아간다. 방청석은 박수를 치고, 출연자들은 모두 환한 웃음으로 수고했다고 인사하는 모습이 잡힌다. 하니는 그 모습을 쭉 담고나서 이제쯤 오케이컷 신호를 보낸다.


“컷! 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하니의 컷! 소리가 떨어지자 스텝들은 그제야 긴장을 놓는다. 하니는 옆의 스텝들에게 인사를 나눈다. 녹화를 지켜보던 국장과 부장이 박수를 친다. 강부장이 한 마디 보탠다.


“자! 모두 수고하셨고, 훌륭하셨습니다. 수고했어. 하니! 이제 세련되게 편집해봐! 하니 피디!”


출연진들 모두 옆 사람과 악수를 나눈다. 하니는 방송을 만들면서 보는 시청자가 재미와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그런데 오늘은 하니가 약간은 위로를 받았다. 강민이 의외로 방송을 잘 하고, 진심 어리게 카운슬링을 해줬기 때문이다.현장에서 방송을 같이 만드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는 경우는 오랜만의 일이다. 명쾌하고 유쾌하게 첫 녹화를 마치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하니는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한다.


“오늘 녹화도 잘 끝났는데 다 같이 시간 되시는 분들 저녁 함께 하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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