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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님의 서재입니다.

맛있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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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0kim
작품등록일 :
2019.08.21 19:57
최근연재일 :
2019.08.25 15:16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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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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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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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화 칵테일과 초콜릿

DUMMY

하니는 회의를 마치고 휴게실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 바로 강부장이 따라 들어온다.


“우리 하니 피디 또 한 건 했어. 기획 통과!”

“고맙습다. 부장님.”

“이후 스케줄 어떻게 돼?”

“일요일에 불려나왔는데 들어가서 못 다한 휴식이나 취해야죠.”

“나랑 어디 좀 가자. 보여줄 사람이 있어.”


또 누굴? 한 번 자신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사람이면 단 시간 내에 학벌, 이력 등 이력서에 쓰이는 스펙은 물론 가족관계,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트라우마, 때로는 비밀연애까지 털어내 데이터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강부장이다. 또 누가 걸려들었을까?


“가보면 하니 피디도 엄청 좋아할 걸?”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일인데 하니는 또 걸렸구나 싶다. 거절 할 수 없는 강부장의 추진력에 말이다. 한 번 꽂힌 일은 그날 끝장을 봐야하는 강부장의 성격을 잘 알기에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다.


홍대에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는 루프트바 ‘첨밀밀’은 새로 생긴 칵테일 바였다. 감미로운 재즈 음악이 흐르고 한 쪽에는 바텐더들의 쇼도 볼 수 있는 고급 칵테일 바였다. 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알록달록한 조명과 모던한 음악,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 이런 곳에 노처녀이자 일중독자 강부장과 오다니!

강부장은 바텐더를 눈짓으로 지시하며 하니에게 말한다.

“어때? 그때 공항에서 본 내 조카!”


180cm정도로 동양 남자치고는 큰 키, 긴 다리, 컬이 들어간 헤어스타일, 세미 정장 재킷에 청바지. 바텐더의 예를 갖춘 멋을 냈지만 분명 하니 보다는 어려 보인다.


“저 분...그때 상하이 출장 때 인사시켜줬던 바텐더 아니에요? 공항에서도 봤던?”

“기억하는구나?”

“부장님 조카라고 거짓말 하셨잖아요.”

“거짓말 아닌데?”


바텐더 강민이 강부장을 보고서 웃으며 목례를 한다. 하니도 그 인사를 보면서 목례를 살짝 하고 말았다. 얼떨결에.


“어때?”

“뭐가요?”

“바텐더 강민”

“맞선 시켜주는 거에요?”


강부장은 말끼를 왜 못 알아듣느냐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 게스트로!”

“프로그램이요?”


강부장은 고개를 끄덕하더니 민을 향해 손짓한다.


“바텐더 민~ 이리 와봐.”


바텐더 강민이 자리로 온다.

“안녕하세요?”

“그때 공항에서 봤지. 우리 하니 피디!”


강부장은 다시 민과 하니를 인사시켜준다.


“민아. 칵테일 하나 추천해봐.”


민은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 있게 칵테일을 권한다.


“제가 바텐더 경연대회 나가서 수상했던 창작 칵테일 한 잔 드릴까요?”


하니는 첫 칵테일 추천부터 자기 자랑질을 하는군 싶다.


“첨밀밀이라고. 달콤한데 독한 술이에요.”


하니는 자신이 진욱과 엄청 자주 보던 영화 ‘첨밀밀’이 생각나 기분이 좀 나빠졌다.


“첨밀밀? 그 좋은 영화 이름을...됐고요. 코스모폴리탄 주세요.”


강부장은 속도 모르고 다시 하니에게 그 칵테일을 권한다.


“왜? 한 번 마셔봐. 첨밀밀.”

“부장님 전..당분간 추억이 생각나는 것은 외면하기로 했사옵다.”

“옛사랑?”

“그 놈이랑 봤던 영화거든요. 첨밀밀.”

“지랄한다.”


하니는 고민한다. 어떤 칵테일을 시킬까?

이럴 때는 만만한테 ‘코스모폴리탄’이다.

알코올 도수도 그리 높지 않고, 어디서나 어울리니까.

<섹스 앤 더 시티>에 캐리가 즐겨마셨던 술이기도 해서 더 좋아하는 칵테일이다.


“아. 네. 코스모폴리탄으로 준비할게요. 그리고...새로운 사랑이 꼭 나타나길 바랄게요.”

하니는 바텐더 민이 보기보다 오지랖이 넓은 거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타인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꼭 새로운 사랑이 나타날 것 같은 희망이 조금 생긴다. 그러다가 문득 상하이 출장 때 상하이 호텔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여자친구가 민에게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아 맞다. 상하이 호텔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여자 친구와는 어떻게 됐나요?”

“헤어졌어요.”


강민의 눈빛이 순간 아련해진다.


“한국에서 새 연애 하시면 되겠네요.”

하니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위로를 건넸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바텐더 자리로 가서 칵테일을 만드는 강민을 하니는 바라본다. 정장 연회복으로 차려 입은 모습이 젠틀하다.


빛깔이 예쁜 코스모폴리탄의 맛은 수준급이었다. 호텔바에서 오래 근무하고 각종 칵테일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더니 이제껏 먹어본 칵테일 중에서도 맛이 인상적이었다.

하니는 강부장이 왜 여기로 데려왔는지 짐작 갔다.


“저 바텐더님 방송 출연해도 비주얼이 꽤 좋을 것 같아요.”

“숫기가 없어서 그런 건 좀...”

“저 이번에 새로운 프로그램 들어가는데...출연 제의 하면 응해주실건가요?”

“글쎄요.....”


민은 사실 아무런 뜻이 없었고, 하니는 검증이 안 된 초짜 일반일을 순발력 넘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게 맞을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웬지 모르게 민이 제격일듯했다.


***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혼밥남녀>가 막을 내리고 <맛있는 위로>를 새롭게 선보이기 위해 연출팀은 매일매일 회의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반인 사연이 재미있어야겠네. 고정 게스트들 섭외 리스트 뽑아 봤어?”


강부장은 또 잔소리를 한 바가지 쏟아 놓으며 하니를 쫀다.


“파티쉐는 미엘호텔 파티쉐님 요리 방송 출연 경험 많은 분 컨텍 해보려 하고요. 바리스타는 몇 명 한 번 사전 인터뷰 해서 방송에 적합한 분 컨텍 하려고 합니다.”


“쇼콜라티에는?”

강부장이 하니를 쪼자 이번에는 서현이 대답한다.


“지난 번 디저트 특집 때 나오셨던 오희우 대표님 연락했어요.”

“오희우? 난 처음 듣는데?”


하니가 이번에는 왜 모르는 이름을 거론하는지 방송작가 서현을 본다.

그 표정을 보더니 강부장은 말한다.


“하니 피디는 잘 모르나? 여기 명함.”

강부장은 쇼콜라티에 오희우의 명함을 지갑에서 꺼내서 하니에게 준다.


“이 사람이 누군데요?”

“쇼콜라 장인 출연은 방송에서 처음이야. 놓치면 안 되는 사람!”

강부장은 빨리 나가서 섭외를 확정하라는 표정으로 새를 쫓듯 훠이훠이 손직을 하며 스텝들을 내몬다.


하니는 메인작가인 서현을 데리고 마녀의 지시를 받고 명함에 적힌 주소로 향한다.


****

청담동의 언덕 위, 마치 유럽풍의 가게처럼 꾸며진 쇼콜라 가게 '오초콜릿' 앞에 오자 달콤한 초콜릿 향이 잔잔하게 전해온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과 어여쁜 초콜릿들이 진열된 가게는 스윗하다.


“인생에는 초콜릿이 필요한 순간이 있지요. 초콜릿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선물이라는 것입다.”


초콜릿을 고르는 손님을 향해 중저음의 목소리로 상품을 설명하는 신사. 오희우 대표다. 작고 아기자기한 초콜릿 가게에서 일하지만 그는 정장 수트 차림과 나비 넥타이로 예의를 다 갖췄다. 조금은 느끼한 이태리 남자 같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오희우 대표님!”


하니는 다가가서 명함을 내밀면서 인사를 한다.


“네, 반갑습니다. 저희 가게는 처음이신가요?”


명함을 살펴보려던 오희우가 서현을 보더니 표정이 환해진다.


“이서현 작가님 아니십니까?”


서현은 반가운 듯 대답한다.


“저를 기억하시네요?”

“그럼요. 지난 번에 촬영 도와주셨잖아요. 제가 왜 잊겠습니까?”


하니는 자신은 본 적이 없지만 서현의 안목을 믿고 따라왔는데 너무 느끼한 사람이 아닌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본 적은 없지만 종편 편집으로 자신이 자막을 넣은 것은 기억이 났다. 하니는 장난을 친다.

“안녕하세요? 전 기억을 못하시겠어요? 제가 그때 대표님 가게 촬영한 후에 자막 예쁘게 넣으라고 그래픽 팀에게 얼마나 푸쉬를 했는데...이런!”

“아...그래서 자막이 그렇게 예쁘고 재미있게 빠진 겁니까?”

“그럼요!”

“전 작가님이 자막을 정말 센스 넘치게 붙이셨다 싶었지요.”


서현은 센스 짱이라는 표정으로 희우를 쳐다본다.

하니는 억울하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 모든 디렉션은 접다. 저.”

“아 그랬군요!”

하니는 유쾌한 장난에 이쯤 받아주자 싶으며 핀잔을 줬다.

“반가워요~ 봉주르~”


방송으로 본 후 첫 만남인 오희우 대표와의 만남은 이렇게 장난끼 넘치게 시작된다. 하니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한다.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을 좀 부탁드리려고 왔어요.”

“안 그래도 통화로 이야기를 잠깐 듣기는 했습니다.”

“어떻게 시간이 괜찮으시겠어요?”

“시간이야....만들면 되는 거고.”


서현은 화색이 돌면서 다행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럼 출연해주시는 겁니까?”


오희우는 서현과 하니를 보다가 하니에게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는 액션을 취한다.

“왜요? 시간이 안 되나요?”

“그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이요?”

마음이 급한 서현이 물었다.

오희우 대표는 장난끼 가득한 눈빛으로 하니를 쳐다본다.


“하니 피디님?”

“네”

“저와 세 번 데이트에 응해주시면 출연을 해볼까 하는데요?”

“데....데이트요?!!!”


이건 무슨 이상한 제안인가!


상하이에서 서울로 온 바텐터, 그는 사랑이 무력하다는 걸 느끼며 방송은 관심 없다. 서울의 싱글녀 예능 피디 하니. 하니는 사랑에 정답이 없다는 걸 느낀다. 쇼콜라티에 오희우는 출연을 조건으로 하니에게 세 번의 데이트를 요구한다. 누군가는 상처만 남은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게임 같은 건가? 하니는 과연 새로운 연애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시점에 가짜 연애 데이트를 제안 받는다. 이 도시의 사랑법은 왜 이렇게 여러 가지 색깔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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