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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님의 서재입니다.

맛있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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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0kim
작품등록일 :
2019.08.21 19:57
최근연재일 :
2019.08.25 15:16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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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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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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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칵테일, 좋아하세요?

DUMMY

강민은 도쿄에 아는 형을 만나고 한국으로 들어가는 길이고, 하니는 도쿄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탔다. 둘은 같은 비행기에 앉아서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애의 끝을 문득 문득 생각하고 있다. 보라카이에서 옛 애인의 약혼녀를 본 하니는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히려고 심호흡을 한다. 우울하게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있는 강민도 심호흡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서는데 하니는 여권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강민은 앉아 있다가 그 여권을 줍는다.


"저기요...저기요.."


하니는 그 소리를 못 듣고 비행기 끝 쪽으로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민은 하니를 향해 다가온다.


"이거...떨어뜨리셨어요."


하니가 돌아보자 민은 그녀를 향해 여권을 내밀다 여권이 펼쳐진다.


"어머. 이걸 떨어뜨렸군요. 고맙습니다."


그러다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한 하니는 여권이 펼쳐져 있는 걸 보고 아니 뗀 굴뚝에다 역정을 내고 만다.


"그런데 여권을 왜 펼쳐보세요?!!"


물 속에서 구해주니 가방 내놓으라는 격이다.

강민은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 당황한다.


"가방이 조금 열리셨어요."


하니는 가방을 살피기 시작한다. 뭐가 더 없어진 건 없는지.

민은 하니의 가방을 잠궈주면서 시크하게 말한다.


"잘 여미고 다니세요."


자상한 강민의 손길 끝에 보이는 미소.


"동양 여자, 특히 한국여자, 님 같이 동양적인 미인은 소매치기 당하기 딱 좋아요. 가방 관리 잘 하세요."


'미...미인?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하니는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자리로 가서 앉는다. 자신의 여권을 보니까 여권 사진과 지금 화장을 거의 지운 채 장시간 비행에 지친 하니는 정말 다른 얼굴의 여인이긴 하다.


***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하니가 휴대폰 전원을 켜니 문자가 와르르 쏟아진다.


강부장 문자: [포상휴가 잘 다녀왔지? 내일까지 기획서 하나 만들어 와.]


그 문자를 보며 하니는 투덜대고 있다.


"내가 무슨 기획서 기계야?"


그때, 서현이 그녀를 콕콕 찌르면서 눈치를 준다.

뒤돌아보니 강부장이 떡 하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엇! 부장님!"

"그래. 기획서 기계 취급해서 미안한데...기획서는 비행기에서 썼어? 쉬었으면 일을 해야지?"

"아 넵...이번 주 안에..."


강부장은 특유의 호랑이 표정을 짓더니 말한다.


"그래. 오늘은 나도 바빠서 이만 갈게. 공항에서 만나니 새롭네."


그때, 멀리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모!"


민을 공항에 마중을 나온 고모, 강부장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호랑이 여우 늑대 강부장은 세상 자상한 표정으로 두 팔을 벌리며 청년을 맞이한다.


"어! 민아! 어서와~ 웰컴~"

"고모는 하나도 안 변했어요. 정말 그대로네요."

"보고싶었다. 우리 민이!"


하니는 이렇게 친절한 강부장의 모습을 처음 본다. 회사에서는 히스테리 대마녀로 불리는 그녀니까. 오지랖 넓은 강부장은 서로 인사를 시키기까지 한다.


"인사해. 여기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바텐더 강민. 여기는 <별이네 민박집> 연출한 이하니 피디."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그런데 <별이네 민박집>이 뭐에요?"


'아니, 이 일자무식이 내 프로그램을 모른단 말인가?'

하니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대한민국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모르시다니. 바텐더라면서 너무 트렌드 모르는 거 아닌가요?"

"아. 제가 TV를 잘 안 봐서요."


강부장이 소개시켜주는 사람이라는 것도 못마땅한데 방송 피디에게 TV 시청을 안 한다는 뻔뻔함이라니! 하니는 강민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그래도 정중하게 인사는 하고 헤어져야지 사회인의 기본 아니겠는가.


"해외에서 오시는 길인가봐요."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완전 들어왔습니다."


강부장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을 덧붙인다.

"인연이 있는지 두 사람이 어째 공항에서 딱 마주치네."


'인연은 무슨 인연 또 뭘로 엮으려고 저 거미줄 대마왕 부장님이!'

그녀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뭔가 계략에 휘말린 느낌도 든다.

강부장의 저런 웃음 뒤에는 늘 많은 계획들이 숨어 있었다.


***

휴가를 다녀와 모처럼 쉬고 있는 하니의 업무 카톡 창에 불날 듯이 공지 사항이 뜬다.


[모두 집합! <혼밥남녀> 대형 사고!! 5시까지 국장실로 집합!]

국장이 남긴 카톡. 그저 늘 업무 이야기를 보기만 하던 국장이 직접 카톡을 남기는 때는 몇 번 없다.

하니는 방송국으로 달려갔다. 사무실에는 국장, 강부장, 진욱 피디, 서현 작가가 앉아 있다.


“다들 일찍 모였네요? 갑자기 <혼밥남녀>에 무슨 사고요?”

“기사 안봤냐? 한가롭게 쉬니까 감도 잃은 거 아냐?”

진욱은 이때다 싶게 하니를 깎아 내렸다.


“어제 서호 열애설 떴어.”

강부장이 설명을 했다.


“그건 봤어요. 루나랑 결혼한다면서요? 근데 그게 왜···?”

“그런데! 결혼과 함께 파혼! 룸살롱에서 노는 장면 몰카가 공개됐지. 그래서 서호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모두 폐지!”


강부장은 특히나 요즘 남자 연예인들 섭외하기가 어렵다며 투덜댔다. 여간 깨끗한 친구로 결정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고. 기존에 좀 떴다 싶은 남자 연예인들은 뭐든 하나씩 걸릴 거라고 불평을 토로했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국장이 하니를 보며 말한다.


“하니 피디 그때 기획안 냈던 것 좀 가지고 와 봐.”


국장이 말하자마자 진욱은 아니꼽다는 듯이 역정을 낸다.


“다시 완전 새롭게 프로그램 기획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때, 하니 냈던 거 괜찮았어.”


국장이 괜찮다는데 뭐람? 하니는 진욱이 원래 밴댕이 속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헤어지고 그 꼴을 보자니 더 못마땅해진다.

하니는 보라카이에서 약혼자와 있던 진욱에게 한 마디 한다.


“이피디! 니 실력으로 새 프로그램 기획하려고? 결혼 준비는 잘 되가냐?”


하니의 도발에 진욱은 씩씩댄다.


“넌 이번 텀은 좀 쉬지?”


진욱은 괜히 걱정하는 척 하니를 배척하려한다.


“나도 쉬고 싶은데 너 봤지? 국장이 또 내 기획안을 찾네?”

“잘 났어. 아주.”

“이별한 지 한 달 만에 새로운 연인이랑 청첩장 찍는 너만큼 잘났겠어?”


하니가 비아냥거리자 진욱이 변명 아닌 변명을 말한다.


“사정이 있었어. 그 친구는 나 없으면 안 돼.”

“너 정말 구제불능이야. 사귀는 여자가 본인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니? 너 없이 삼십년 넘게 잘 살던 여자가.”


사실 하니는 정말 궁금하다.

자신이 없으면 여자 친구가 제대로 살지 못 할 거라 생각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말이다.

하니는 그의 톡에 'true love'라고 되어 있던 반지가 떠오른다.

“반지 사진 걸어놓고, 동네방네 떠들면 좋냐? 나랑 사귈 때는 한 번도 안하던 짓하고? 이 나쁜 놈아!”

“우리는 비밀 커플이었잖아. 너한테 불리할까봐 그랬지.”

“비겁한 놈!”


하니는 지난 3년 동안 진욱과 함께 한 시간이 모두 아까워진다. 서로에 대해서 이렇게 몰랐다가 이별을 하고서야 알게 되는 연인이라니. 사랑은 여전히 지상 최대의 어려운 문제다.


“그러지마. 넌 능력 있잖아. 새 프로그램도 니 기획안으로 편성될 것 같네.”

“그래서 또 억울하냐?”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일이라도 있어야지. 너한테.”

“뭐?!!”


하니는 자신도 모르게 진욱의 등짝을 한 대 퍽! 치고 만다.

그때, 강부장이 회의실로 들어온다.


“기획안 가지고 오라했는데 니네들 노닥거리고 있냐?”


하니는 자리를 빠져나와 기획안을 가지고 회의실로 간다.

빔 프로젝트로 기획안이 띄워져 있고 여러 명의 피디들, 작가들이 모두 모였다.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시청자들의 사연을 재연합니다. 그 사연에 맞는 위로가 되는 음식을 프로페셔널한 요리전문가들이 직접 시연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먹방, 쿡방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출연자들은 어떻게 구성할 거야?”


강부장이 기획 다음 단계의 질문을 한다. 기획은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다.


“바리스타는 라떼 아트로 그날의 사연에 맞는 커피를 선보이고요, 파티쉐는 케이크로, 쇼콜라티에는 초콜릿을 만들면 음식과 아트가 살아 있는 새로운 위로가 되겠지요?”


강부장이 고민하는 듯 턱을 쓰다듬는다.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칵테일은 어때? 바텐더 한 명 넣으면 안 되나?”


바텐더를 넣는다고? 하니는 의도치 않은 출연 멤버라 고민을 좀 한다.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생각을 해본다는 하니의 말에 강부장의 눈빛에서 레이저가 나온다.


“넣어. 바텐더! 그래야 구색도 맞춰질거야.”

강부장이 저렇게 말하는 거면 무리가 되지 않은 이상 의견을 반영해야한다.

하니는 생각지 못했었던 아이디어가 있다는 뜻이다.


“네! 알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강부장은 그제서야 ‘아'하면 '어'하고 받아치는 하니을 흡족하게 바라본다.


“맛있는 위로? 이제 가제목이야?”

“네!”

“빨리 추진해!”

국장은 강부장과 하니 피디가 의견을 조율하자 빨리 새 프로그램 제작을 추진하라고 엄명을 내린다.

새로운 프로그램 <맛있는 위로>는 그렇게 탄생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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