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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님의 서재입니다.

맛있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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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0kim
작품등록일 :
2019.08.21 19:57
최근연재일 :
2019.08.25 15:1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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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756

작성
19.08.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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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4화 사랑도 대리운전이 되나요?

DUMMY

쇼콜라티에 오희우를 섭외하러 간 쇼콜라 가게에서 하니는 색다른 제안을 받는다.

“저와 세 번 데이트에 응해주시면 출연을 해볼까 하는데요?”


세 번의 데이트를 하면 프로그램 출연을 하겠다는 희우.

농담 같이 말하는 희우의 얼굴을 보며 하니는 불쾌한 듯 말을 한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제안이세요?”

“에이...선배 뭘 그리 발끈하세요? 오대표님 농담이신 거 같은데···”


하니가 놀라서 되묻자 분위기가 싸해지는 틈을 타서 조연출 민희가 분위기 무마를 시키려 한다. 하지만 오희우 대표는 농담이 아닌 듯 말한다.


“농담이라니요?”


하니가 또 어떤 능구렁이 같은 말로 프랑스 유학파 출신 희우가 능글맞게 대할까 뚫어져라 본다.

“담당 연출자가 출연자 성향도 잘 파악하고 세 번의 데이트가 뭐 그리 어렵습니까?”

다시 정색을 하며 말하는 희우.

“전 농담이 아닙니다.”


하니는 좀 당황스럽지만 섭외는 꼭 성사시켜야하는 승부근성이 발휘된다.


“여자 연출자한테 좀 무리한 요구 같은데요?”

“그런가요?”

“그래도 데이트라...까짓 세 번 하지요?”

“역시, 연출을 잘 하시는 이유가 있군요. 과감하세요.”

“전 오희우 대표님 그 엉뚱함이 마음에 드네요.”


조연출 민희가 작은 목소리로 괜찮겠냐고 묻는다.

하니는 민희를 향해 찡긋 윙크를 한다.


“오늘이 첫 번째! 다시 한 번 인사드릴게요. 반갑습니다, 이하니입니다.”

“계산이 빠른데요?”

“두 번째 데이트는 대본 미팅 겸 하지요?”


오희우는 그런 계산이 어디 있는가? 하는 표정으로 하니를 본다.

“어차피 프로그램 일로 세 번은 만나야 될 것 같아서요.”

“아, 제가 말린 느낌인데요?”

“왜 싫으세요?”

“아닙다. 뭐 데이트하면서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다.”


희우는 하니를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봅다.


***

예능 프로그램 <혼밥남녀>가 막을 내리기로 결정하고 최종회가 방영 중이다. <맛있는 위로>를 새롭게 선보이기 위해 연출팀은 매일매일 회의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강부장은 후배들에게 연출을 맡겼지만 기획 세팅 때는 또 발 벗고 나서서 참견이다.


“일반인 사연이 재미있어야겠네. 고정 게스트들 섭외 리스트 뽑아 봤어?”


강부장이 체크하자 하니가 대답한다.


“파티쉐는 미엘호텔 파티쉐님 요리 방송 출연 경험 많은 분 컨텍 해보려 하고요.”

“바리스타는 몇 명 한 번 사전 인터뷰해서 방송에 적합한 분 확정 지을 예정입다.:

“쇼콜라티에는?”


이번에는 민희가 대답한다.


“지난 번 디저트 특집 때 나오셨던 오희우 대표님 연락했어요.”

“바텐더는 물색 중이에요. 근데 꼭 필요하세요?”

“사람들 취향은 다양하니까. 하니피디, 바텐더는 국제급으로 내가 추천했잖아.”


다시 한 번 바텐더 섭외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하니를 향해 쐬기를 박는다.


“강민 씨 말씀하시는 거죠? 한 번 오디션을 봐야겠어요.”


꼼꼼하게 체크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하니의 태도는 강부장에게 나쁘지 않다는 신뢰를 주긴 하지만 사람들 많은데서 늘 핀잔 먼저 나가는 강부장이다.


“까다롭게 굴긴!”

“부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예능 아무나 하는 거 아닌 거요.”

“아무나가 아닐 거야.”


강부장이 왜 그렇게 바텐더 강민을 추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니는 못마땅하다. 정말 예능 방송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부장은 핸드폰을 뒤적이더니 카톡을 하나 날린다.


“자! 강민 전번!”

“네. 연락은 해볼게요. 그런데 만약 안 한다고 발뺌하면 다른 바텐더 바로 알아보겠습다.”


전화번호를 받은 하니는 강민에게 전화를 해야할지 망설인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한 통 온다.


[안녕하세요. 첨밀밀바 바텐더 강민입니다. 오늘 저녁에 저희 바에서 무료 칵테일 한 잔 서비스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오셔서 즐겁게 놀다 가시기 바랍다.]


‘엇! 이 사람 봐라? 선수 치는데? ’


“하니 피디 프로그램이니까 내가 더 이상 푸시는 하지 않겠지만 비주얼 괜찮지 않아?”

“예능이 비주얼로 됩니까? 말빨이 되야죠.”

“말빨은 아직 다큐지만 진정성이 있다니까.”

“마침 초대 문자가 왔는데요, 칵테일 서비스 행사한다고. 부장님 같이 가실래요?


강부장은 예상했다는 듯 웃는다.


“거봐! 타이밍도 잘 맞잖아?”


****

‘첨밀밀 바’로 강부장과 하니는 바텐더를 섭외하기 위해서 왔다. 이미 두 사람은 서비스 한 잔 상술에 넘어가서 만취인 멜로디가 된 상태다. 만취한 강부장은 엎드려 자고 있다. 하니도 조금 취했지만 열심히 칵테일에 대해서 설명하는 강민의 말을 고개를 끄덕거리며 듣는 척 한다.


“이건 스팅어라는 칵테일이에요. 가시 돋친 말이라는 뜻 이에요.”

“스팅어? 민트향이 강한데요? 민트향이 톡 쏘아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나?”

“톡 쏘는 맛! 오늘 하니 피디님께 어울리는 술입니다. 서비스로 드릴게요. 화 푸십시오.”

“제가 화 난 것 같아요?”


민은 지금 출연 제의를 고사하고 있다.

하니는 그런 민을 설득하다가 취해서 혀가 살짝 꼬부라졌다.


“아니 그래서 출연하겠다는 건가요? 말겠다는 건가요?”


강민은 슬쩍 미소만 짓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하니 살짝 약이 오르려고 한다.

그때, 강부장의 대리기사가 와서 강부장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니가 대리기사를 부르려고 하는데 늘 대리운전을 해주던 기사가 전화 연결이 안된다.


취해서 고개를 못 가누는 하니가 풀썩 엎드린다.


“나의 대리기사님이 오늘 왜 전화 연결이 안 되실까나?”


민은 다른 대리 운전을 불러 주겠다며 전화를 해본다.


“아니 아니 다른 사람은 싫어요. 제가 사람 고르는 기준이 좀 높아서요.”


하니는 강부장이 사라지자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술이 더 취했다.

이제 가게 문 닫을 시간. 사장이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엎드려 졸고 있는 하니를 보며 강민은 사장에게 말한다.


“사장님 이 분 오늘 제가 데려다드려야겠어요. 내일 뵙겠습다.”


김봉남 사장은 알았다며 가게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강민이 하니를 부축해서 나가려고 한다.

쓰러져 있던 하니가 강민을 본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술 취한 하니. 강민을 대리기사라고 착각한 것이다.

강민은 피식 웃으며 말을 한다.


“하...저...기사님이라고 생각하세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수고가 많으세요.”


하니는 180도로 허리를 꺾어 대리기사처럼 보이는 강민에게 인사를 한다.


***

겨우 하니를 부축해서 차에 앉힌 강민은 땀이 뻘뻘 나고 좀 당황스럽다.


“수고가 많으십니돠~ 기사뉨~”


하니는 완전하게 강민을 대리운전기사로 알고 있는 눈치다.


“집으로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넵! 저는요...니 기사님이 제일 안전해요. 제가 딴 사람 안 부르잖아요.”


강민은 뭐 이런 술주정뱅이를 봤나 싶지만 ‘지금 나는 대리운전기사다’라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세뇌를 하고 있다.


“기사님. 우리 기사님~ 물 드실래요?”


하니는 차에 있던 생수를 민에게 건넨다.


“고...고맙습니다.”


민은 하니까 따주는 생수를 받아 마신다.


“우리 기사님 운전할 때 춥지 않게 엉따를 제가 틀어드려야지~”


하니는 시트 히타 전원을 켜고, 씨익 웃는다.

민은 약간 코믹하기도 하지만 좀 공포스럽기도 하다. 이 상황이.


“그럼~ 안전 운전해주세요~ 멋진 우리 기사님~ 아참 껌도 있다.”


껌을 주섬주섬 까더니 자기 입에 먼저 하나 넣고, 하니는 민에게 껌을 권한다.


“껌도 하나! 아니 두 개 씹으시고요.”


‘아휴 꼴통인데 속 까지 여린 꼴통인가?’

하니가 꼼꼼하게 기사님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강민은 하니가 거침없이 쎈 여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바에서 하니의 집까지는 멀지 않다.

차 안에 오른 강민이 차 안에 있는 순정 내비게이션을 키고 하니의 집으로 설정한다.

그때, 뭐가 문제였는지 갑자기 블랙박스가 리와인드 된다.

거기에 울면서 운전하는 하니 음성이 나온다.

블루투스로 전화를 연결하면서 대화하는 소리다.


강민은 영상을 끄려다가 계속 보게 된다.


-애 있는 이혼녀더라? 약혼녀?

-사기꾼! 나랑 헤어질 때 양다리 걸친 거 아냐?


하니의 옛날 남친인듯한 남자 목소리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타고 나온다.


-아니야. 그 즈음에 이 사람이랑 자주 만나서 연애 상담하다보니 이렇게 됐어.

-그러니까 양다리 걸친거나 마찬가지네

-지금 와서 그게 뭐가 중요해!

-그 사람은 애도 있고 혼자서 어떻게 헤쳐 가니? 이 험한 세상.

-그냥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떠난 거라 말해. 이 비겁한 놈아!

-너...더 좋은 사람 만날 거야.


블랙박스에 눈물을 훌쩍이며 말하는 하니가 리와인드되자 민은 당황스럽지만 하니는 세상 모르고 차 시트에 기대 자고 있다.

민은 자신도 모르게 블랙박스를 조금 더 놀려본다.


혼잣말을 하면서 운전을 하는 하니의 음성이 들린다.


-뭐? 그 사람은 니가 필요하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했다고 말을 하라니까. 그냥. 비겁한 자식! 넌 나를. 넌 내 시간...기만한 거야!


민은 그쯤해서 블랙박스를 끄고 밤의 강변북로를 달린다.

민의 애인 웨이는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 민을 떠났다.

하니의 옛애인 진욱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하니를 떠났다.

민은 이런 허무한 이별이 인생에서 마지막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늘 누군가를 떠나야하는 것이 인생 길일지도 모른다고. 떠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떠나는 게 인생인가? 민은 운전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하니는 코를 골기 시작한다.


강민은 웨이와 행복했던 한 때가 생각난다. 분명 민에게도 그러한 때가 있었다. 웨이를 처음 봤을 때, 그때 말이다.


“바텐더님! 어디 출신이세요?”

“전 출신지 없어요.”


휴양지에서 웨이가 동양인 남자 바텐더 민을 보고 출신지를 물었지만 민은 사실 자신의 정확한 출신지를 알지 못한다. 그저 한국에서 태어났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기억은 많이 않았다.


“망명자에요. 현재 있는 곳이 제 고향입다.”

“부모님은?”

“부모도 없어요. 할아버지가 절 키우셨죠.”

웨이는 민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었다.


“저랑 비슷한데요? 우리 서로에게 고향 가족이 되어주는 건 어때요?”

민은 웨이에게 데낄라 한 잔을 따라주면서 말했었다.

“전 가족이 어떻게 좋은 건지 알지 못해요.”

“제가 알게 해줄게요. 가족이 어떤 건지.”


민은 웨이의 그 말을 지금도 떠올리면 가슴에 따뜻한 화롯불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가족은요.....해질녘 따뜻한 모래사장보다도 더 따뜻한 그 무엇이에요.”


그때 민을 보면서 민의 머리를 쓰다듬던 웨이의 손길을 민은 아직도 생생히 느끼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Pale Blue Eyes'가 흐르고 민은 음악을 들으며 곧게 뻗은 밤의 도로를 달린다. 민은 생각한다. 옆에서 넉 다운이 된 하니도, 그리고 떠난 웨이를 생각하는 자신도 조금 쓸쓸한 인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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