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 님의 서재입니다.

맛있는 위로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writer0kim
작품등록일 :
2019.08.21 19:57
최근연재일 :
2019.08.25 15:1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53
추천수 :
0
글자수 :
51,756

작성
19.08.21 20:00
조회
18
추천
0
글자
9쪽

제 1화 이별의 방식들

DUMMY

에메랄드빛 바다. 푸른 수평선, 뭉게구름. 반짝이는 햇살.

방송사 간판 예능 프로그램 피디 하니는 상반기 최고의 시청률을 올려 보라카이로 포상 휴가를 왔다.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은 보라카이 해변에 연예인들이 민박집을 하며 손님을 맞고 서로 의기투합하며 장사를 하는 콘셉트였다.

프로그램 촬영으로 왔던 보라카이와 지금, 포상휴가로 온 보라카이가 같은 곳인가?

하니는 극과 극으로 다른 기분이 든다. 일 때문에 왔을 때와는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법. 하니는 분홍색으로 물들어가는 해질녘의 하늘을 보며 한 조각 파스텔화 그림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일이 아니라 휴식으로 오니 너무 좋네."


<별이네 민박집>을 같이 기획하고 일했던 작가 서현에게 하니는 말한다.

서현은 그녀가 쭉 같이 일 해 온 베테랑 방송작가다.


"하니 피디 고생 많았어."

"작가님이 더 수고 많았죠."


5년 넘게 같은 프로그램을 한 피디와 작가는 서로의 얼굴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간파하는 사이가 되었다.


"언니, 근데 다음 프로그램도 같이 할 거지?"


두 살 많은 방송작가 서현이지만 하니는 사석에서는 '언니'라고 부른 지 오래됐다.


"이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걸로 좀 하자. 해외 촬영 너무 힘들어."

"나랑 생각이 똑같네. 안 그래도 스튜디오물로 기획안 올려놨어."

"굿 잡! 그나저나 진욱 씨랑은 진짜 끝난 거야?"

"응. 완~ 전!"

"니네 끝났다고 말하면서 다시 시작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잖아? 이젠 안 속아."

"이번에는 진짜야."


서현은 못 믿겠다는 눈빛을 레이저처럼 쏘며 말한다.


"너한테 새 남친 나타나야 끝나겠지."

"저 홀 매니저나 바텐더랑 오늘 썸 좀 질러 볼까?"

"제발 그래주시겠습니까? 하니 피디님!"


하니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다음에는 우리 커플로 왔으면 좋겠다. 그치? 언니?"


그녀와 서현이 모처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데 지나가는 남녀 커플이 보인다. 서현도 그 커플을 보면서 말한다.


-내 말이. 저 커플 진짜 사이 좋네··· 그런데.....!!


서현의 표정이 바로 얼음이 되어버린다.


"저...저...사람 진욱씨 아니니?!!"

"뭐?!!"


사색이 되는 하니.

리조트 파티장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가는 남녀...분명 진욱이다.

한 달 전만해도 하니의 팔짱을 끼고 가던 사람.

하니의 오피스 비밀 커플 이진욱.


"야 이진욱!!!!"


진욱은 놀래서 하니를 쳐다본다.


"너 뭐야?"

하니는 옆에 있는 여인과 진욱을 번갈아 쳐다본다.

진욱은 어벙한 표정으로 당황하며 변명하듯 말한다.


"여...여행 왔어. 인사해..여자친구야."

"뭐? 여...여자친구?"

"아니..약혼자"

"약...혼자?"

"너 비혼주의자라며!!"

"그게...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더라."


사랑? 하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본다.

진욱은 팔짱을 끼고 있던 여인에게 말을 한다.


"인사해. 여긴 내 직장 동료 하니 피디! 전에 한 번 이야기한 적 있지? 연출 맡았다 하면 시청률 고공행진이라고..."

"반갑습니다. 저희 결혼식 때 동료 연예인들 많이 데리고 와주세요."

"결혼식요?"


여자가 결혼식이라고 말하자 하니는 하늘이 갈라지듯 현기증이 났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추스린다. 진욱은 그런 하니를 보고 말한다.


"조만간 청첩장 돌릴게."


하니는 쿨한 척 서현 앞에서 웃지만 속으로는 울화통이 터진다.

자신도 모르게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에 부채질을 하다가 그만 서현의 얼굴을 치고 만다.

"뭐냐?"

"미안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조심해. 엄한 곳에 화풀이 하지 말고"


하니에게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여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진욱의 모습을 보라카이에서 보게 되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하니는 진욱의 그 해맑던 표정이 떠올라 또 울컥한다.


"언니. 내가 그 인간 회사에서 완전 밟아줄 거야."


서현은 괜히 씩씩한 척 하는 하니의 등을 토닥이며 말한다.


"그래. 응원한다. 완전 니 편이야. 난."

"그치? 언닌 내 편이지?"


하니는 자신도 모르게 비행기 안내 용지를 구긴다.


"아니. 그렇다고 죄 없는 종이한테 화풀이하지 말고."


하니가 정신을 차려보니 용지가 다 구겨지고 갈기갈기 찢겨졌다.

자신도 모르게 앞 좌석을 한 방 치고 만다.

앞좌석의 외국인이 돌아보자 고개를 푹 숙이는 하니.


"스미마셍."


그녀는 괜히 일본인인척 하고 있다.


****

한편, 상하이의 샹그릴라 호텔에는 아시아에서 제일 우수한 바텐더가 근무하고 있다.

바텐더 강민은 상하이, 필리핀, 일본, 한국 등을 돌아다니면서 바텐더로 일을 하며 방랑 생활을 하고 있다.

샹그릴라 호텔에서 제일 인기가 많고 무대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가수 웨이는 그의 여자 친구다.

새벽 늦은 시간 바가 문을 닫을 때, 바 위에 못 보던 종이쪽지가 놓여있다.

삐뚤 삐뚤 쓰여진 한국 말로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꿈을 찾으러 한국으로 가. 한국으로 가서 당분간 작업해야해. 잘 지내.]


민은 슬픈 표정으로 쪽지를 구긴다.

민과 웨이는 상하이에서 함께 동거 중이었다.

민은 왜 웨이가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자신을 떠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날 사랑하긴 했니···


운전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민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다.

그는 웨이와 있었던 일을 지난 밤 일을 회상한다.

침대에 누워 쉬고 있던 민의 귀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은 웨이가 무슨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하는 가 싶어서 웃으며 거실로 나갔다.

그런데 웨이는 커다란 박스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웨이! 그게 다 뭐야?"


웨이는 아무말 없이 짐을 쌌다. 그 짐을 내려놓고 한숨을 한 번 쉰다.


"나...이사가려고."

"이사?"

"한국 기획사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래. 녹음 스튜디오랑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해줬어."

민은 웨이의 말을 듣고는 웨이가 당연히 자신과 함께 이사를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나랑 같이 이사해야지."

"회사에서 연애하는 거 당분간 멈추래. 나 음반 나오고 방송 데뷔할 때까지만 조금 헤어져."

"뭐? 당분간? 조금?"


당분간이라니. 조금이라니. 이별에 그런 것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웨이는 민의 눈을 못 마주치고 말을 하고, 민은 정신이 아득해진다.


"나 데뷔할 때까지만이야. 좀 부탁해."

"헤어지는데 당분간. 조금이 어딨니? 헤어지면 끝이지. 그리고 너 한국에서 콜하는 기획사...그거 아휴..."

"미안해....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건.....그건 사랑이 아니야. 웨이!"


민은 웨이의 손을 잡아 싸던 짐을 내려놓았다.

"가지마.."

웨이는 조금 냉정해진 표정으로 말을 했다.


"민. 당신이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웨이가 원하는 게 뭔데?"

"민이 내 음반을 내 줄 수 있어? 데뷔를 시켜줄 수 있어? 난 가수가 되고 싶다고."

"가수하고 있잖아. 내가 있는 바에서 노래 실컷 부르라고. 우리 그렇게 살아왔잖아."

"바? 그 작은 무대에 만족하라고?"


강민은 상하이에서 제일 크고 무대가 화려한 호텔의 스테이지를 작다고 말하는 웨이를 어찌할 수 없다.


"뭐? 작은 무대?"

"내 꿈은 그런 게 아니야. 월드 무대에 서고 싶다고."

"월드 무대? 상하이도 글로벌 메트로 도시야."

"내 쇼를 하고 싶다고.”

"웨이. 제발. 그래. 내가 도울게. 이런 걸로 헤어지진 말자. "


묵묵부답인 웨이를 보며 다시 애원하듯 강민은 말한다.


"우리 서로 사랑하잖아."

"민....회사에서 하라는대로 하고 가수가 된 뒤에 봐. 난 그 길을 택했어. 미안해. "

"웨이. 내가 돕겠다니까?"


답답한 민은 계속 웨이를 설득하려 한다.


"난...너...못 떠나..."


웨이는 단호하게 말한다.


"헤어져 줘....민..."


웨이는 울면서 나가 버렸다.

민은 웨이의 거창한 꿈들이 자신에게 좀 버겁다고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맛있는 위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제 12화 그 사연의 주인공은 누굴까? 19.08.25 11 0 9쪽
11 제 11화 해장은 레드 아이 19.08.25 12 0 7쪽
10 제 10화 소맥 제조기 하니 19.08.21 11 0 12쪽
9 제 9화 <맛있는 위로> 첫 방송 19.08.21 13 0 10쪽
8 제 8화 칵테일 페스티벌 19.08.21 11 0 9쪽
7 제 7화 한강 치맥 19.08.21 13 0 10쪽
6 제 6화 데킬라 파이팅! 19.08.21 13 0 8쪽
5 제 5화 초콜릿 열쇠 19.08.21 13 0 11쪽
4 제 4화 사랑도 대리운전이 되나요? 19.08.21 12 0 11쪽
3 제 3화 칵테일과 초콜릿 19.08.21 11 0 10쪽
2 제 2화 칵테일, 좋아하세요? 19.08.21 15 0 10쪽
» 제 1화 이별의 방식들 19.08.21 19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