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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Drago 님의 서재입니다.

단편 엮음

웹소설 > 일반연재 > 중·단편, 팬픽·패러디

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6.12.24 02:36
최근연재일 :
2021.10.23 18:28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298
추천수 :
0
글자수 :
32,485

작성
21.10.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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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단편] 6. 마기

우선 당연하게도 비영리 목적입니다. 팬픽이나 패러디의 일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적인 삭제 조치하겠습니다.




DUMMY

북방의 주민들은 바다 건너 어딘가에 거인의 나라가 있다고 믿었다. 서리 거인들이 내뱉는 입김이 산맥을 타고 넘어와 사시사철 날이 추운 것이라고 말이다. 그들의 입김은 짙은 안개가 되었고, 하늘에 얕은 구름이 되었다. 구름에서는 온종일 비가 떨어졌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대신 눈이 내렸다. 눈은 몰아치는 일 없이 알갱이를 떨어뜨리듯 소복이 쌓였다.

밀도 높은 한기와 성긴 수분이 만나 대지에 항상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 토양은 척박했다. 걸음걸음마다 깨어진 얼음이 버석거렸고, 채 얼지 못한 진창은 많은 것들의 발길을 그곳에 가둬두었다. 태양은 벌판을 달리다가 발이 잡혀서, 여름이면 산등성을 넘지 못하고 지평선을 따라 힘겹게 맴돌기만을 반복했다. 자유로이 흐르는 것은 한 줄기 바람뿐이라 시린 삭풍에 풍경은 야위었고, 식물은 알곡을 맺지 못했다. 척박함은 손에 잡힐 듯 뚜렷해져만 갔다.

대신 그곳에는 자작나무숲이 빼곡히 우거졌다. 하얀 몸뚱이를 곧추세우고, 앙상한 가지를 비쭉 세운 침엽수는 너른 잎을 덜어 추위를 견뎌내었다. 그 껍질은 기름기를 품어서 습윤한 기후에도 불이 쉬이 옮겨붙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것을 그러모아 한 줌 불꽃을 피워 그 온기에 몸을 의지하며 살아갔다.

그런 살풍경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니 앞으로 나아가는 건지, 뒤로 물러나는 건지를 쉬이 분간할 수 없었다. 낮과 밤, 앞과 뒤를 몰랐기에 바람의 흐름을 따라 혹은 밤하늘 별자리를 따라 길을 나서야 했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높은 곳 바람에 닿기 위해 자작나무처럼 하야 멀겋게 키를 늘렸고, 하늘을 눈에 담아 푸르게 물들였다.

그곳은 분명 눈의 나라였으나 누군가의 회고록이 전하기를, 종말 후 불에 타고 남은 잿가루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세상 같았다고 한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사냥꾼은 그가 이야기 속 드워프(전설 속 난쟁이)인 줄로만 알았다. 이제 갓 성년은 되었을까. 키는 사냥꾼보다 다섯 뼘이 작았고, 그가 너끈히 셋은 있어야 사냥꾼 하나만큼의 덩치와 무게에 견줄 수 있을 터였다.

깡마르고 누런 피부. 그에 비해 날카로운 턱선이 아울러 그를 사나워 보이게 했다. 사냥꾼은 드워프의 괴팍함을 알고 있었기에 혹여나 해코지를 당할까, 그를 냉큼 집으로 들였더랬다.

난롯가에서 몸을 녹인 그가 겨우 말문을 터서 어눌한 발음으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태도도 바르고 인간 말도 유창한 편이었지만, 심술 궂은 드워프가 자신을 시험하는 거라 여겼다.

그는 자기를 나그네라고 소개했다. 이름을 물어도 나그네 말곤 다른 말로 자신을 부를 줄을 몰랐다. 댈 수 있는 이름은 얼마든지 있어도 그중 어느 것도 자기를 완벽히 대변하는 말은 없다는 게 그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였다.

사냥꾼에게는 그게 한참 아리송한 말로 들렸다. 이 괴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깊게 고민도 해 봤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룻밤 잠자리를 내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군식구를 데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내일 낮에 떠나 달라 그에게 청했다. 그러자 나그네는 겨울이 지날 때까지만이라도 이곳에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겨우내 당신의 지루함을 덜어드리겠습니다. 나는 세상을 여럿 돌아보았고, 당신에게 들려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지혜를 담은 주머니도 가지고 있지요. 혹여 내 이야기와 지혜에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끼시거든 저를 내쫓으십시오.”

사냥꾼에게 나그네의 이야기는 퍽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다. 겨울은 길고 지루했다. 이야기 몇 줄로 그 무료함을 달랠 수만 있다면 비좁음 정도는 견딜 만하다. 가을에 충분한 채비를 갖췄기에 식량은 부족하지 않았다. 한 입 더 들이는 거로 거덜 나진 않을 것이다.

그에 반해 지혜를 빌려주겠다는 말은 실속이 없었다. 사냥꾼은 이미 사냥하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지혜란 그거면 충분한 것이었다.

사냥꾼은 당신의 첫 이야기를 듣고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어디서 왔고, 왜 여기까지 왔고,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들려달라고 나그네에게 물었다. 이곳은 끝자락에 세워진 작은 오두막.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수백 야드는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이 숲에는 여행객은커녕 토박이조차 쉽게 발을 들이지 않는다. 마당처럼 돌아다니는 사냥꾼에게도 겨울 숲은 위험했다.

하물며 이날은 눈보라 치는 그믐이었다. 달빛은 발밑조차 비추지 못하니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오두막에서 새어 나오는 흐릿한 불빛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 그대로 얼어 죽었을 것이다. 나그네는 그리 특별할 것은 없다면서 여기서 동남쪽에 너른 황무지가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먼저 모래가 눈처럼 덮였다는 나라에서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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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단편] 6. 마기 21.10.23 13 0 10쪽
» [단편] 6. 마기 21.10.23 12 0 5쪽
12 [단편] 5. 홈스테이 18.12.30 44 0 6쪽
11 [콩트] 4. 무스탕 18.09.10 63 0 5쪽
10 [콩트] 3. 나 -完- 17.04.25 172 0 6쪽
9 [단편] 2. 러브레터 -完- 16.12.26 229 0 4쪽
8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96 0 4쪽
7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50 0 5쪽
6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75 0 3쪽
5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56 0 4쪽
4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完- 16.12.24 233 0 2쪽
3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463 0 11쪽
2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348 0 6쪽
1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1,840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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