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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Drago 님의 서재입니다.

단편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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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6.12.24 02:36
최근연재일 :
2021.10.23 18:28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279
추천수 :
0
글자수 :
32,485

작성
16.12.24 03:09
조회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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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우선 당연하게도 비영리 목적입니다. 팬픽이나 패러디의 일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적인 삭제 조치하겠습니다.




DUMMY

원작: 彼女は今際に怪物の夢を見る。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막. 소녀는 괴물과 만났다.


소녀는 괴물을 보았다. 한 쌍의 날개에서 떨어진 검은 깃털이 침상에 앉은 소녀의 손에 닿았다. 놀랍도록 빳빳한 짐승의 깃털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소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괴물은 머리가 소의 머리뼈였다. 검은색으로 이상한 무늬가 그려진 소머리뼈에 커다란 산양의 뿔이 자라있었으며 상반신은 고르지 못한 황토색 털로 덮여 있었다. 날갯죽지에는 한쌍의 검은 날개를, 엉치에는 불타오르는 사자의 꼬리가 나 있는 괴물.


너무나도 괴물 같은 모습의 괴물은 소녀가 몸을 뉜 침상으로 다가온다.


“이름은 니나 하이네만. 나이는 일곱. 성별을 여성. 틀림없군. 나나 하이네만, 앞으로 하루, 즉 스물네 시간 뒤에 너는 죽는다.”


괴물은 그 사실이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듯 턱뼈를 덜그럭거리며 웃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황금 십자가가 달린 관 모양의 검은색 탁상시계가 들려있었다. 그는 그것을 소 소녀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하지만 너는 운이 좋군. 이 나를 만났으니 말이야. 특별히다. 남은 수명을 나에게 바치면 어떠한 소원이든 이루어주도록 하마. 자······ 니나 하이네만. 너의 소원은 무엇이냐?”


“너는······. 누구야?”


나나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색이 옅은 황금빛 괴물의 모습을 담아 검게 반짝였다.


“나는 사신死神의 사자 이름은 요한. 죽은 자의 영혼을 명계로 이끄는 게 내 주된 일이지. 아까 말했듯이 너는 24시간 뒤에 병이 악화되어 죽는다. 다음 생에 힘내도록 하고, 미리 명복을 빌······.”


“그렇구나.”


니나는 요한이 말을 도중에 끊고는 그렇게 긍정했다. 더없이 태연하게, 요한이 자신의 말을 끊어먹은 것에 분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나, 알고 있었어. 이런 느낌은 왠지 모르게 전부터 있었는걸? 다른 사람들한테는 보이지 않는 악마가 나한테만 보인다는 건, 마중을 나왔다는 의미잖아? 그럼 이만······ 졸렵기도 하고 소등시간이니까.”


니나는 작은 손으로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당겼다. 그 태연함에 말을 잃은 요한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중요한 이야기라고! 들어! 이제 남은 시간은 23시간 45분이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네 수명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거거든? 그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맞바꿔서 평생 바라마지 않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라고! 이해하지 못했나 본데, 예를 들면 말이야 지금까지 만나본 인간들은 말이야······.”


요한은 니나를 침상에 도로 앉히고 각자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사람은 20시간의 수명을 바쳐 남은 4시간동안 흥청망청 돈을 써댔다.

한 사람은 15시간의 수명을 바쳐 남은 9시간동안 호화로운 식사와 유흥을 즐겼다.

한 사람은 22시간의 수명을 바쳐 짝사랑을 이루었다.

한 사람은 24시간의 수명을 바쳐 증오하던 인간을 찢어죽여달라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소원은 이뤄줄 수 없었지만 말이지. 나에게 바치는 시간에 따라 이뤄줄 수 있는 소원의 범위가 넓어지긴 하지만 결국에는 한계가 있어. 이루어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네가 나에게 바친 수명의 대가와 걸맞은 범위 내에서다. 그래도 소원을 빌어 마음에 얹힌 응어리 정도는 풀 수 있겠지. 자, 나나 하네이만. 이제 말을 할 때다. 네 남은 23시간 40분을 어떻게 쓸 수 있으면 좋겠지? 네 ‘마지막 소원’은 무엇이냐?”


하지만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니나의 태도는 아까하고 다를 게 없었다. “딱히 아무것도 없어.” 라며, 쾌활한 그녀의 대답에 요한이 자신도 모르게 ‘응?’이라고 소리를 내버렸을 정도다. 나나는 이해하지 못한 요한을 보다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금 말했다.


“그렇다기 보다는 떠오르지가 않아. 난 있잖아 태어나면서부터 병으로 걸을 수가 없었고 입퇴원만 반복해와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지만 매일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휠체어로 산책시켜달라고 말하거나 해서 오늘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지금까지 해왔으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만족스럽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요한은 웃기는 이야기라며 그녀를 비웃었다.


“크크, 이루고 싶은 소원이 떠오르지를 않는다고? 허울 좋은 소리를 잘도 늘어놓는구나. 사사로운 욕심이 없다고? 그럴 리가!”


요한은 침상으로 올라가 뼈만 남은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나나의 얼굴에 닿을 것처럼 가까워진 요한의 눈동자에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엿보였다.


“넌 인간이잖아? 사리사욕에 심취한 자만의 괴물! 흉측한 괴수! 난 너희들의 그런 모습이 아주 맘에 들거든······ 욕망에 가득 찬 추악한 너희들이 아주 좋다고! 그래서 하는 제안이다. 특별히 인간에게만 그 욕망을 드러낼 기회를 주러왔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지. 이 마지막 순간에 너는 무엇을 바라고 있지?”


창 밖으로 조용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검은 탁상시계는 바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번역본: http://wlgnsggg.blog.me/220724786333

원본: http://bzland.net/?topic=52445.0 (* 들어가셔서 광고를 건너띄어야 합니다.)


작가의말

 우리는 언제나 삼류 소설을 읽고 열광하죠. 틀에박힌 스토리, 틀에박힌 관념적 상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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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콩트] 3. 나 -完- 17.04.25 17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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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95 0 4쪽
7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49 0 5쪽
6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74 0 3쪽
5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54 0 4쪽
4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完- 16.12.24 232 0 2쪽
3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462 0 11쪽
2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347 0 6쪽
»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1,834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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