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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Drago 님의 서재입니다.

단편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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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6.12.24 02:36
최근연재일 :
2021.10.23 18:28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288
추천수 :
0
글자수 :
32,485

작성
16.12.24 20:28
조회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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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우선 당연하게도 비영리 목적입니다. 팬픽이나 패러디의 일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적인 삭제 조치하겠습니다.




DUMMY

2. 소녀는 소원을 말한다.


니나는 조식으로 나온 자신 몫의 푸딩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고 있는 캐릭터가 그려진 비닐 포장을 벗겨 플라스틱 스푼으로 푸딩의 감색 부분을 한 입 떠먹어본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자 나나는 작게 감탄했다.


“굉장하다······ 바라던 대로 됐어.”


아이들만 따로 모인 병실. 이곳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니 활기차지만 오늘은 더더욱 활기찼다.


“디저트가 나온 건 오랜만이다!”

“응! 매일 이러면 좋을 텐데!”

“맞아맞아!”


니나는 맛있게 푸딩을 먹으면서 말했다.


“요한! 너의 힘은 진짜였구나······!”


요한은 나나의 그런 모습조차 못마땅한 것인지 짜증을 낸다.


“소원이 소박해! 작아도 너무 작다고! ‘병원식에 디저트가 필요해’라니, 너무 조촐하잖아! 이딴 거 대가로 3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에헤헤, 다들 기뻐하니까 그걸로 됐잖아?”

“되기는 개뿔! 알아 듣긴 한 거냐? 너 곧 죽는다고,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니까? 내게 수명을 바치기만 하면은!”


푸딩을 다 떠먹은 니나는 요한의 말에 적당히 답하면서 휠체어를 끌었다. 어젯밤부터 내린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했다. 예정돼 있던 바깥 산책은 뒤로 미루어졌다. 나나는 이런 날이면 병원 내부 산책을 즐겨했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지나치기를 몇 번. 평소에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할아버지의 인사에 마주 인사하면서 지나치려던 니나는 무언가 생각이 난건지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벤치로 다가갔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나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니, 니나야.”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무엇이든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뭘 하고 싶어요?”

“음? 재미있는 얘길 하는구나, 니나야. 그래······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말이지? 그럴 수 있다면 이 할애비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손주 녀석들 얼굴 좀 보고 싶구나. 가끔은 면회를 와줬으면 좋겠는데 통 오질 않으니······.”

“할아버지, 가족 분들이 꼭 면회를 와줄 거예요.”

“허허허, 그래, 분명히 그럴 게다. 니나는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이 있니?”

“저는 할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니나는 싱긋 웃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니나의 등을 몇 번 토닥이고는 병실로 향했다. 니나는 멀어져가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요한에게 말했다.


“요한, 부탁할게. 할아버지의 가족 분들이 면회를 왔으면 좋겠어.”

“······대가는 2시간이다.”

“응.”

“‘영감의 가족이 면회를 온다.’ 이거면 되겠지?”

“응. 분명 좋아하실 거야.”


그렇게 니나가 잠시간의 산책을 마치고 병실로 향할 때였다. 니나 또래의 아이 두 명이 부모님의 뒤를 따라 병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따라가 보자.”


할아버지의 병실로 향하니 마침 손주들이 할아버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밝았다. 니나는 문 밖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한은 그것이 못마땅했는지 화를 내며 말한다.


“네 수명이야. 좀 더 유익하게, 너를 위해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지!”

“보고 있으면 나도 좋은 걸, 뭐.”

“그러니까 네 사욕을 위해 사용하라고! 너는 가족과 만나고 싶지 않은 거냐? 똑같이 2시간을 대가로 만나게 해주랴?”

“아빠도 엄마도 일 때문에 바빠. 병원비도 많이 나갈 테고, 이 이상 패를 끼칠 순 없는걸?”

“후우, 계속 말하지만 너 정말 상황을 이해하고는 있는 거냐? 내일이면 죽는······!”


그때 반대편에서 날아온 공이 요한의 말을 끊었다. 두 남자아이가 간호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얘들아! 병실에서 공놀이 하면 안 된다고 말했지!”

“네에······.”

“그치만, 오늘은 밖에 못 나가서 심심한 걸요!”

“비 오는 날에만 실내에서 얌전히 놀기로 약속했잖니. 자, 착하지 방으로 돌아가렴.”

“알겠어요······.”


두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공을 줍더니 터덜터덜 걸어 사라졌다. 나나는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말했다.


“요한. 비를 그치는 것도 가능해?”

“이런 일에 네 수명을 쓰겠다고?”

“가능한 거지? 그러면 부탁할게. 애들이 심심할 테니까.”

“······대가는 5시간.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건 비싸지만 이 일대에 일시적으로 비를 멎게 하는 정도라면 이 정도겠지. ‘○○병원에 내리는 비가 그친다.’ 이거면 되겠지?”

“응. 부탁할게. 이제 병실로 돌아가자.”


니나가 병실에 향하는 동안 어느덧 비는 그쳐있었다. 니나는 살짝 물기 어린 창가에 기대 턱을 괴었다. 방금까지 시무룩하던 남자아이 두 명이 공을 가지고 바깥으로 뛰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웃고 있는 나나에게 요한은 물었다.


“넌 밖에 나가지 않는 거냐?”

“응······ 다리가 조금, 욱신거리니까.”

“엥? 너, 다리에 감각이 없다면서?”

“그런 게 있어. 환지통이라고. 팬텀 페인이라고도 하는데, 감각이 없는, 죽었어야 할 다리가 가끔 아파와. 몸은 이미 고장 났는데도 뇌가 기억하고 있대. 다리가 움직였을 적의 감각을. 그래서 모처럼 날씨가 맑아졌는데도 휠체어 산책은 연기! 모두가 즐거워하니까, 그걸로 됐어!”


요한은 물내음을 맡았다. 비릿해야 할 터인 그 냄새가 썩 괜찮게 느껴졌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 나나의 금발이 흩날렸다. 요한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지루한 인간은 난생처음이야.”

“나도. 이렇게 즐거운 하루는 난생처음이야!”


작가의말

 그녀는 괴물을 만나 최고의 하루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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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콩트] 3. 나 -完- 17.04.25 17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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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95 0 4쪽
7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49 0 5쪽
6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74 0 3쪽
5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55 0 4쪽
4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完- 16.12.24 233 0 2쪽
3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462 0 11쪽
»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348 0 6쪽
1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1,839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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