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ewtDrago 님의 서재입니다.

단편 엮음

웹소설 > 일반연재 > 중·단편, 팬픽·패러디

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6.12.24 02:36
최근연재일 :
2021.10.23 18:28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289
추천수 :
0
글자수 :
32,485

작성
16.12.26 07:30
조회
228
추천
0
글자
4쪽

[단편] 2. 러브레터 -完-

우선 당연하게도 비영리 목적입니다. 팬픽이나 패러디의 일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적인 삭제 조치하겠습니다.




DUMMY

5막. 살아간다는 것은······.


점심으로 싸 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반찬은 엄마가 해주었지만 계란프라이만큼은 내가 요리해 내가 얹어놓았다. 완벽한 반숙으로 익은 프라이의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콕 찌르자 푸슛하고 노오란 액체가 흘러나왔다.


직장 동료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한창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작은 브라운관 TV에, 일분도 채 되지 않을 길이로 지나가는 기사 한 편.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된 ○모 씨.’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내리깔아야만 했다.


가끔 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 내가, 이렇게나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게 떠오를 때면 마음속에 죄악감이 가득 찬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의 손을 붙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의 웃음은 눈에 띄게 밝았다. 빨간 불이 되어 멈춰 서 있는데 흐릿하던 하늘이 기어코 비를 쏟아내었다.


*


그 순간 저는, 한 방울의 빗방울이 되어 그녀를 향해 내렸습니다. 초록불이 되자, 우산도 쓰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빗물에 뒤섞인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 턱 끝에 맺혀 떨어집니다. 저는 그녀의 귓가를 스쳐지나가며 말했습니다.


“울지 마.”


저의 목소리가 닿은 것일까요? 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에 힘을 풀고 만 모양입니다. 줄무늬 가방이 제가 섞인 진창에 떨어졌습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늘을 우러러 봅니다. 어느덧 비는 그쳐 있었고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보였습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무지개가 담겨 무척이나 보기 좋았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그녀는 울고 있었습니다. 위로의 말을 들은 어린아이처럼 말이죠.


종막. 내가 인간이었을 적에


슈퍼에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나왔었는데, 너무나도 맛있어 보이는 초코바 두 개를 손에 쥐었더니 엄마의 손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울먹이면서 엄마를 찾아 이리저리 헤맸습니다. 그랬는데 어째서인지 저는 모르는 사람들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물었습니다.


“엄마는 어디있니, 아가야?”


하지만 저는 저를 내려다보는 낯선 눈동자들이 너무나 무서워서 울고불고 엄마를 찾았습니다.


“얘야, 괜찮단다. 울지 마렴.”


아주머니는 그런 말을 하면서 저를 품에 안으려 했습니다. 싫어! 이 사람들이 아니야! 이 사람들은 싫어! 엄마가 아니면 싫어!


그랬는데 엄마가 제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는 진열대의 끝에 쪼그려 앉아 두 팔을 벌리고는 제 이름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엄마다! 단숨에 엄마에게 달려간 저는 엄마의 품에 안겼습니다.


엄마는 제 머리를 헝클이며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그렇게 울면 부끄럽잖아.”


저는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습니다.


“엄마! 나는 엄마가 엄마여서 정말 좋아.”


퉁퉁 부운 내 눈을 바라보며 엄마는 말했습니다.


“놀이터에 그네 타러 갈래?”

“응!”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사랑, 용서, 위로.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그것들.


-完-


작가의말

 아마도 유령은 이후로도 그녀의 곁을 맴돌았을 것입니다. 몇 년동안이었을지는 모릅니다. 그녀의 임종을 지켜보았을 수도, 아니면 그 전에 다른 삶을 택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분명한 건 두 사람은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나의 곁에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언제나 함께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축복받을 일일는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단편 엮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작품 목록 (* 수시 업데이트) 16. 25. 25. 16.12.25 306 0 -
공지 [공지] 가벼운 작가의 말 16.12.24 330 0 -
14 [단편] 6. 마기 21.10.23 12 0 10쪽
13 [단편] 6. 마기 21.10.23 11 0 5쪽
12 [단편] 5. 홈스테이 18.12.30 44 0 6쪽
11 [콩트] 4. 무스탕 18.09.10 62 0 5쪽
10 [콩트] 3. 나 -完- 17.04.25 172 0 6쪽
» [단편] 2. 러브레터 -完- 16.12.26 229 0 4쪽
8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95 0 4쪽
7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49 0 5쪽
6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74 0 3쪽
5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55 0 4쪽
4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完- 16.12.24 233 0 2쪽
3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462 0 11쪽
2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348 0 6쪽
1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1,839 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