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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Drago 님의 서재입니다.

단편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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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6.12.24 02:36
최근연재일 :
2021.10.23 18:2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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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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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485

작성
16.12.2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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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우선 당연하게도 비영리 목적입니다. 팬픽이나 패러디의 일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적인 삭제 조치하겠습니다.




DUMMY

3막. 그녀는 잊지 않는다.


“오늘은 고마웠어. 난 이만 잘게.”


이불 밖으로 머리만 내민 채 니나는 말했다. 요한은 그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검은 탁상시계는 쉬지 않고 움직여 어느덧 24시간에 근접해 있었다.


“나머지 약 10시간······. 이대로 잠들면 너에게 내일은 없을 테지만 말이지.”

“우아, 그게 뭐야. 아까워라~~~! 정말이지, 이해가 안 돼. 아프지 않게 죽었음 좋겠는데.”

“너도 정말 어지간하구나. 수많은 인간을 만나왔지만, 이런 욕심······ 사욕이 없는 인간은 처음이야. 너 결국에는 타인에게 목숨을 바친 거잖아.”

“하지만 기뻤어.”


니나는 그렇게 운을 떼었다. 언제나처럼 맑은 웃음을 지은 채, 그녀는 말을 잇는다.


“병 때문에 몸이 안 움직여서 맨날 남에게 도움만 받았던 내가, 이런 내 목숨이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게, 정말로 기뻤어.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게 정말정말 기뻤어. 요한, 너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고 했던 거지?”


나나는 가만히 고개를 기울여 옆에 앉은 요한을 바라보았다. 흉측한 괴물.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나의 눈동자에는 그 어떠한 혐오의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요한은 그런 눈동자를 마주보며 비웃는다.


“하!”


날개를 펄럭이며 나나의 침상에 올라 그녀의 목을 한 손으로 틀어쥐고, 검은 탁상시계를 그녀의 눈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난 너에게서 있는 대로 수명을 갈취하고 싶을 뿐이다, 나나 하이네만.”

“······넌 어째서 사람의 목숨을 원하는 거야?”

“어째서냐고? 그건 기밀······. 하, 뭐 이제 곧 죽을 몸이니 말해줘도 상관없겠지. 내가 이렇게 수명을 얻고자 하는 이유는 내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다. 말했듯이 나는 사신의 사자 즉, 죽음의 신의 수하다. 어디까지나 신이라는 존재에게 굴종해야만 하는 존재로 결국은 꼬봉이야! 솔직히 말하면 지루해 죽을 지경이라고! 억지로 일하고 있단 말이다! 나라는 놈도 생각이 있어, 욕심이 있다고. 신 따위, 죽은 사람의 영혼 따위 알까 보냐! 그딴 건 내 알 바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이 흑시계黑時計에 모은 수명의 대가와 맞바꿔서 인간이 된 다음 명계에서 탈출할 거다.”


요한은 나나에게 바싹 붙였던 몸을 일으켰다. 조금은 흥분이 가라앉은 얼굴로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한 명의 인간에게서 얻을 수 있는 수명은 최대 24시간이지만 그것도 거즘 100년이 채워졌거든. 크크크, 완전 꽃미남 갑부로 태어나서 이런 일 저런 일 다 해볼 테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내 야망은 이루어진다고!”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는지 요한은 나나에게 소리쳤다.


“핫! 맞아, 너 죽고 나서 이 일에 대해 사신에게 떠벌리거나 그러지 마라?! 그런 짓 하면 묵사발을 내······. 아, 곧 죽지, 너.”


털썩. 요한은 쳇 혀를 차며 침상에 주저앉는다. 그런 요한을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던 나나는 말한다.


“요한, 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해봐도 될까?”


그렇게 두 사람은 옥상으로 향했다. 소등을 마친 병원 일대는 깜깜하다. 쏟아질듯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이 유독 돋보인다. 노오란 보름달 아래서 니나는 달리고 있었다.


“우와아아, 이것 봐! 요한! 별님이 손에 닿을 것만 같아! 굉장해, 나 달리고 있어! 발바닥이 차가워!”


요한은 흑시계를 들여다보며 나나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제 곧인가······. 몸이 자유를 얻는다. 대가는······ 10시간.”


그리고 거짓말처럼, 나나는 달리던 모습 그대로 옥상 바닥에 쓰러졌다. 조금도 말을 듣지 않는 몸. 나나는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요한은 그녀에게 다가간다.


“시간 다 됐다. 남은 시간은 1분. 어중간한 소원이야, 정말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마지막이군. 니나 하이네만 넌, 이걸로 만족하냐?”


니나의 금발이 물에 젖어 반짝였다. 그 위에 몸을 눕힌 채로, 그녀는 눈을 살포시 감는다.


“······응. 생각해낸 커다란 ‘소원’이 이것뿐이었어. 그래도······ 나 따위보다 요한, 네가 내 수명을 더 유용하게 써줄 테니까. 이걸로 너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거지?”


어째서인지 그녀는 다시 한 번 웃는다.


“너······.”


요한은 그녀의 웃음에 분노했다. 그녀의 말도 안 되는 소원에 기어코 격노하고 말았다.


“너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바보냐?! 어째서 네 ‘소원’에는 항상 남이 있는데, 기분 나쁘게! 네 스스로가 어떻게 되고 싶다느니, 그런 건 없는 거냐?! 내가 묻고 있는 건 네가 원하는 게 아니라 네 자신의 ‘소망’이라고!!”


요한의 분노에 나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리고 조금씩 고여들더니 결국에는 흐르기 시작한다. 도저히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을 수도 없어, 나나는 그냥 그대로 마음속의 말을 외쳤다.


“학교에 가고 싶어.”


처음에는 조용하게······ 읊조리듯.


“친구랑 놀고 싶어.”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열하며.


“좀 더 바깥세상을 누비고 싶었어! 하지만······ 하지만, 내 몸으로는 바랄 수 없는 일인걸! 무엇 하나 해낼 수 없는걸! 내 목숨을 깎아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분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랬지만! 그거를 대신해서 사람들이 내게 행복을 나누어주었어.”


요한은 니나를, 니나라는 인간을 보았다. 나나는 눈동자를 굴렸다. 옅은 색의 금안이 괴물의 모습을 비췄다.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내 목숨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를 만들어주었어. 미소를 봤는걸. 그거면 충분해. 그거면······ 그걸로 충분해. 그게 가능했던 건 다 네 덕분이야, 요한. 넌 마지막에 나를 살게 해줬어. 정말 고마워 요한. 정말로.”


숨은 가팔라지고 그 틈으로 나나는 마지막 말을 뱉듯이 말한다.


“잘 있어.”


······흑시계는 바늘을 멈췄다. 정각에 바늘을 멈춰 세운 흑시계는 니나에게서 뿜여져나온 빛을 받아들여 밝게 빛난다. 소녀의 영혼, 그녀의 시간······. 요한은 흑시계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구름이 완전히 개지 않은 하늘. 요한은 이상한 기류를 느끼고 그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어디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나 했더니만, 요한 네 이놈. 그 흑시계는 어디서 난 것이더냐? 인간의 수명을 훔치고 있었다니······ 불길한 놈.”


검은 손톱이 하늘을 비집어 틈을 만든다. 요한의 손톱과 비슷한 생김새. 하지만 그 크기의 궤가 다르다. 더더욱 넓어진 틈을 비틀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촉수괴물. 문어를 닮은 얼굴에 세 개의 눈이 뒤룩뒤룩 구르고 우람한 산양의 뿔이 한 쌍 자라있다.


요한은 그 괴물을 올려다본다. 그것이 들고 있는 거대한 낫. 생명 있는 자의 목숨을 거두는, 수확하는 낫. 저것이야말로 사신의 상징. 요한이 섬기는 자에 대한 증표.


“······여어, 주인.”

“네놈의 사명은 죽은 자의 영혼을 명계로 끌고 오는 일일터. 그 흑시계와 여자의 영혼을 내게 넘겨라. 그러면 특별히 지금까지의 만행을 용서해주마.”


사신은 자신의 수족과 같은 촉수를 뻗는다. 요한의 뒤에 늘어진 소녀의 육체를 향해. 요한은 그것을 잘라내었다.


뒤룩뒤룩 구르던 사신의 세 눈이 희번뜩 뜨여졌다.


“뭐라?!”


요한은 흑시계를 손에서 놓지 않고 말했다.


“거절하도록 하지. 이건 내가 모은 내 거야. 뭘 하든 내 마음이지.”

“무엇을······ 신의 종이라는 녀석이 하찮은 자아에 눈을 뜨다니. 어리석구나, 요한! 네 녀석은 인간과 너무 오래 접해 있었다. 어서 명계로······.”


요한은 사신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는 사신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사신의 명에 따라 흑시계와 나나의 영혼을 넘기고 명계로 향했다면 질책을 받을지언정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소녀의 육체. 영혼의 빠져나간 껍데기 위에 흑시계를 떨어뜨리길 주저하지 않았다. 100년의 수명이 모인 흑시계는 소녀의 몸에 스며들어 인과를 뒤튼다. 신의 힘으로도 이것을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걸 알고 있기에 요한은 뒤틀린 웃음을 짓는다.


사신은 경악에 차 고함을 질렀다.


“네 녀석!!!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이해하고 있느냐! 행해져서는 안 될 금기이니라!”

“시끄러, 난 이제 당신 꼬봉 짓은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냅둬. 그럼 이만.”


검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르는 요한에게 사신은 말한다.


“타락의 길을 걷고 만 것인가······.”


우둑, 그 거대한 손가락이 소리를 내었다. 한 손으로 잡았던 사신의 낫을, 두 손으로 움켜쥔다. 그것을 치켜들고······


“웃기지 마라. 네놈에게는 타락조차도 과분하다! 지금 여기서 그 존재를 멸해주마!”


내려친다.


요한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나 바닥으로 추락했다.


“거기서 추하게 흐트러져라. 명복을 빌어줄 가치도 없는 녀석이군. 지금은 이름도 없는 어리석은 존재여. 잘 있어라.”


사신은 다시금 손톱으로 하늘을 갈라 명계로 모습을 감췄다.


요한은 반 토막 난 몸을 추스른다. 짝이 맞지 않는 날개를 퍼덕여 니나에게로 다가간다.


“제기랄······ 그건 아니지.”


요한은 그녀에게 하소연했다.


“전부 너 때문이잖아. 자고 있지 말라고.”


손목에 손을 대 본다. 심장이 분명하게 맥동한다.


“니나, 너는 여기서 죽어서는 안 된다.”


요한의 몸이 바스러지고 있었다. 검을 날개가, 소머리뼈를 닮은 얼굴이, 뿔이, 손톱이, 상반신이, 하반신이······ 천천히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진다.


“네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주마.”


요한은 잠시 동안, 아주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듯 니나의 머릿결을 쓰다듬는다.


“······살아라.”


잠시 뒤, 그곳에 요한의 모습은 없었다.


작가의말

 사신 네이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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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단편] 5. 홈스테이 18.12.30 44 0 6쪽
11 [콩트] 4. 무스탕 18.09.10 62 0 5쪽
10 [콩트] 3. 나 -完- 17.04.25 172 0 6쪽
9 [단편] 2. 러브레터 -完- 16.12.26 229 0 4쪽
8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96 0 4쪽
7 [단편] 2. 러브레터 16.12.26 149 0 5쪽
6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75 0 3쪽
5 [단편] 2. 러브레터 16.12.25 255 0 4쪽
4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完- 16.12.24 233 0 2쪽
»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463 0 11쪽
2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348 0 6쪽
1 [단편] 1. 그녀는 마지막에 괴물의 꿈을 꾼다. 16.12.24 1,839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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