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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9,161
추천수 :
2,548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28 11:10
조회
852
추천
65
글자
12쪽

타임 029. 세상 밖으로

DUMMY

그래도 뭔가 물어보려면, 이서연이 그나마 났겠지.


정신없는 이서연이 어디까지 대답을 하고 반응할지 모르겠지만, 이곳을 떠나기 전 인벤토리 사용법과 스테이트에 대한 정보는 얻어야 했다.


그래서 이서연이 추락을 해도, 즉사하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공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쿠션 역할을 할 물건을 뒤적거리다 창고로 보이는 곳에서 빈 박스를 발견했다.


시간이 다 됐는지 천장이 흔들거린다.


롤백 시간이다.


박스를 옮기는 데까지 꽤 많은 죽음을 반복했다.


최소 스무 개는 있어야 하는데, 박스가 있는 장소와 이서연이 추락하는 장소가 생각보다 꽤 멀었다.


인저리타임 5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낙하 지점에 박스를 쌓는데, 베이어가 나타났다.


아직 시간이 부족하다.


*


인저리타임 10분.


박스를 옮기고도 1분 정도 여유가 생겼다.

잠시 숨을 고르며 이서연을 기다렸다.


베리어가 사라지고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이서연이 보인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라지만, 다 큰 여자의 알몸을 밑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가 오묘했다.


퍽!


빈 상자에 떨어져 내린 이서연이 신음을 흘리며 바둥거렸다. 곧바로 잡아 끌어 공장 귀퉁이로 뛰었다.


“한상진···. 뭐야?”


“닥치고 달려!”


공장 귀퉁이에 다다르자, 천장 붕괴가 시작됐다.


이서연이 놀란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는데, 얼굴을 잡아당겼다.


“뭐야.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건데?”


“시간이 없어. 묻는 말에 답부터 해! 인벤 사용법.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뭐?”


“씨발! 죽기 전에 좀 알려주라고!”


이서연도 상황이 급박함을 눈치챘는지, 인벤토리 사용법에 관해 설명을···. 하기도 전에 머리가 깨져 죽었다.


“젠장!”


다시 박스 쌓기가 시작됐다.


이서연이 떨어지자, 손을 잡아 끌며 소리부터 질렀다.


“인벤토리 사용법!”


“뭐? 당신이 왜 여기에···.”


“닥치고 사용법부터 내놔!”


와드드득!


천장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헉!”


이서연이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벌렸다.


“야! 인벤토리 사용법 좀 알려 달라고!”


“NG 수치가 50이 되면···. 악!”


오케이. NG 수치 50. 좀 있다가 다시 보자.


박스를 쌓고 이서연이 떨어지자, 곧바로 물었다.


“인벤토리 사용하는데 NG 수치가 50이 필요하다는 건 알아. 그런데 이걸로 어떻게 한다는 거야?”


“뭐야. 왜 당신이 여기···.”


“인벤토리 사용법부터!”


“어? 어···. 수치가 50이 되면 스테이트에 정보가 뜨···. 캑!”


“제기랄! 그냥 좀 바로바로 이야기해 주면 좋잖아!”


다시 박스를 쌓고 이서연을 기다렸다.


변함없이 팔다리 허우적대며 떨어진 이서연을 재빨리 낚아 챘다.


“이서연! 스테이트 사용법 좀 알려줘!”


롤백!


이서연이 떨어졌다. 손을 잡아끌며 공장 귀퉁이로 달렸다.


“스테이트.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뭐라도 알아야 써 먹지!”


“NG 수치가 100이 되면 스테이트가 자동으로 인식이···. 억! 컥!”


“......지랄!”


롤백이 시작됐다.


이번엔 박스를 쌓지 않았다.


스테이트든 인벤토리든 NG 수치가 없으면 써먹지 못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이서연이 떨어진다. 지쳐서 말도 나오지 않아 그냥 손을 흔들어줬다.


“당신이 왜···.”


퍽!


이번엔 평소처럼 머리가 깨져서 죽었다.


롤백이 시작됐다.


이번엔 이서연이 아니라 정진아 앞에서 대기를 했다. 아무래도 이서연은 추락에 의한 충격 때문에 빠르게 대화를 잇기가 어려웠다.


베리어가 해제되고 정진아가 나타났다.


“아악!”


정진아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느닷없이 비명부터 질렀다.


“뭐? 왜?”


어차피 죽으면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니, 비명을 지른 이유라도 알자.


“왜 벗고 있는 건데-요.”


“어쩌라고. 입을 게 있어야 입고 있지.”


천장이 무너지고 정진아와 마주 보면서 죽었다.


롤백이 시작되고 다시 정진아와 만났다.


비명을 지르기 전에 먼저 이야기했다.


“나, 옷 없다. 보기 흉하면 고개 돌려.”


“.....”


어라, 이번엔 비명을 안 지르네.


“저기 천장 보이지? 저거 몇 초 뒤에 무너지는데, 그 전에 NG 수치 올리는 법 좀 알려주라.”


“에?”


정진아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다가 다시 사이좋게 깔려 죽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이서연도 그렇고 정진아도 그렇고. 매번 나를 처음 보는 반응인 걸 봐서. 롤백과 리와인드는 온전히 나만 하고 있는 게 확실해졌다.


“그래서 더 힘들다고! 매번 처음부터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걸 언제 다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냐!”


롤백이 다시 시작됐다.


조각 정보라도 좋다.

아쉬운대로 한 조각씩 단어를 끼워 맞추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롤백이 시작됐다.


박스를 쌓고 이서연이 떨어지자, 이서연의 손을 잡고 정진아가 있는 쪽으로 뛰었다.


“뭐···.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나만 있는 게 아니야. 다들 여기로 와서 지금 공장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뭐!”


눈치가 없진 않은지 이서연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아니, 눈치가 없어도 천장이 죽겠다고 소리치는데 모르면 병신이겠지.


“우리 곧 죽는다. NG 수치 올리는 법. 그것부터 말해!”


“.....”


곧 죽는다는 말에 이서연이 우뚝 멈춰 섰다.


“야! 뭐 하는 거야?”


“죽는다며···.”


“그런데 나는 안 죽어! 그러니까, 빨리 말을 해!”


“그건 또 무슨 소리···. 컥!”


니미랄! 다시 롤백해!


이번엔 어디로도 이동하지 않고 이서연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상황 설명부터 했다.


“우린모두같은장소에도착했고시간선이공장을무너트려서죽이려고해그러니까내가묻는말에바로대답부터하자.”


“뭐···. 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천천히 좀 이야기해 봐.”


젠장. 이것도 아닌가?


롤백이 시작됐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내 질문에 답부터 해.”


“....어?”


“NG 수치. 이거 어떻게 쌓는 거야?”


“NG 수치는 균열에 접속하면 자연스럽게 늘어나.”


“아, 그래? 100정도 쌓으려면 몇 번이나 접속···. 컥!”


이번엔 내가 먼저 죽었다.

다시 롤백!


“균열에 몇 번이나 접속해야 NG 수치가 100이 되는 거냐?”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닥치고 대답부터 해!”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회당 1 NG라고 보면···.”


“아, 그래? 뻔한 대답인데, 답답함은 풀었다.”


“뭐?”


“좀 있다가 다시 보자.”


“그게 무슨···. 악!”


다시 롤백!


베리어가 사라지고 바닥에 발이 닿는데, 나도 모르게 숨이 찼다.

정신적으로 짜증이 쌓여서 홧병에 걸릴 지경이다.


인저리타임 15분.


박스고 뭐고, 다 귀찮아서 그냥 바닥에 누워버렸다.


“회당 1 NG라고? 그런데 나는 왜 아직인데.”


최소 180번. 내가 죽음을 반복한 숫자다.

균열이 열렸다 닫히기도 180번은 했다는 소린데, 스테이트든 인벤이든 도무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멍하니 누워있다가 15분 뒤, 죽었다.


다시 롤백.


이번에도 뻔한 과정을 거치겠구나 싶은데, 눈앞에 메시지가 달라졌다.


● 스테이트가 열립니다.


“어?”


● 접속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명령어는 상태창 또는 스테이트 오픈입니다.


베리어가 해제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외쳤다.


“상태창!”


● 한상진

● 컨디션(확인불가)

● NG point : 101

● 인벤토리 : 0


뭔가 대단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상태를 조망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졌다.


“인벤은 인벤토리 오픈이려나?”


스테이트가 열렸으니, 인벤도 확인해 보려는데. 명령어 비슷한 말을 뱉어도 인벤이 작동하는 기미가 없다.


“뭐야. 이건 또 다른 방법을 써야 해?”


정진아가 옆구리에 손을 가져가 칼을 빼던 게 기억이 났다.


“이렇게 하면 되려나?”


왼손 손목 부위를 슬쩍 만져봤다.

그러자 인벤토리 관련 메시지가 떴다.


● 비어 있습니다.


당연히 비어 있겠지! 그걸 말이라고!


있으나 마나 한 정보에 화딱지가 났다.

이 안에 물건을 넣고 빼는 방법은 따로 있는 것 같다.


*


이서연이 박스에 떨어지자, 곧바로 손을 잡아당겼다.


“인벤토리에 물건 넣고 빼는 법!”


“뭐? 아니, 당신이 왜 여기에···.”


“그 말 좀 그만하면 안 되냐?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고.”


“무···. 무슨 소리야?”


“인벤토리 사용법이나 내놔! 빨리!”


“갑자기 그게···. 악!”


이젠 지겹지도 않아. 그냥 될 때까지 한다.

롤백!


“인벤토리 사용법? NG 수치가 200이 되면 스테이트를 이용해서 사물 정보를 저장하고 압축할 수···. 악!”


아,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도 더 죽어야 한다는 소리네.


이서연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젠 끝물이라, 탈출로 정비에 들어갔다. 괜히 말을 섞어봤자 기분만 싱숭생숭해진다.


여길 빠져나가는 데는 여럿이 아니라 혼자서 움직여야 생존 가능성이 높으니, 버려두고 가야 하니까.


괜히 얼굴 마주 보며 죽는 모습 지켜보는 것 보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정을 떼는 게 좋기 때문이다.


다시 롤백이 시작됐다.


꽈드득!


손에 힘을 주자, 선반 귀퉁이가 뚝 부러졌다.


“쇠사슬만 끊어내면 탈출 준비 끝!”


롤백, 롤백, 롤백, 롤백....


마지막 관문을 넘기 위해서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로 롤백을 거듭했다.


이젠 인저리타임도 30분에 달한다.

남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이젠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가 됐다.


“떠날 시간이 다 됐네.”


쇠사슬 끊기도 성공을 한 마당이고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급박하게 입구를 향해 뛰지 않아도 된다.


동네 마실 나온 것처럼 설렁서렁 걸어가도 시간이 충분하다.


우두커니 서서 빈 공간을 바라보는데, 그래도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가는게 맞지 않나 싶다.


베리어 생성 시간이 되자, 이서연이 떨어질 위치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아앗!”


이서연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떨어지자, 슬쩍 뛰어올라 가뿐히 몸을 받아 들었다.


“뭐...뭐야. 당신이 왜?”


일단 공장 귀퉁이로 자리를 피했다. 그나마 붕괴 상황에서 10초 정도 시간을 벌어주는 공간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서연.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지만, 너도 나도 다른 사람도 모두 이곳에 좌표가 찍혔다.”


끼이이익-


“그래서 보다시피 공장이 무너지기 직전이야. 알지? 시간선이 지랄 떠는거.”


“어..어쩌다가...”


쿵! 콰쾅!


“아무튼, 그렇게 됐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라.”


“방법을 찾아보면...”


“그런거 없다. 내가 이짓저짓 해 봤는데, 같이 여길 나가는 방법은 없더라.”


“그게 무슨....”


와지직! 끼이이이익!


“무너진다. 진짜 할 말 없어?”


“미안해... 이렇게 될거라곤 생각지 못했어.”


“나도 미안하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되면 그땐 옛일은 잊어버리고 웃으면서 보자.”


“그래. 우리에게 다음이 있다면....”


와르르르르르! 쿠앙! 쿵!


*


부서진 캐비닛에서 버러진 작업복을 찾아 걸쳤다. 냄새가 나긴 했지만, 공장 밖을 알몸으로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끼리릭. 깡!


철문을 굳게 잡고 있던 쇠사슬이 힘을 버티지 못하고 뜯겨 나갔다.


덜컹. 철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맑고 푸른 하늘. 저쪽 세상에선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광이다.


공장에서 벗어나 5분 쯤 지나자, 우르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언제고, 내가 방법을 찾으면... 그때 다시 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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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타임 021. 뒷구멍 +5 24.08.20 1,389 8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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