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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9,169
추천수 :
2,548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06 14:30
조회
3,163
추천
110
글자
8쪽

타임 008. 죽는 맛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삽화)

DUMMY

아, 진짜. 이건 예의가 아니지!


소변 누는 데 따라 들어오는 건 또 뭔데?


폭포수처럼 힘차게 흘러야 할 오줌 줄기가 긴장감 때문에 질질 센다.


“저기, 어르신.”


“어.”


“오늘 접속은 여기까지만 한다는 거죠?”


“그래야지. 뭐든 무리하면 좋지 않거든.”


뻔뻔하기는. 사람을 세 번씩이나 죽음에 몰아넣고 그런 소리가 잘도 나오시네.


“그렇군요.”


“왜? 한 번 더 해 보고 싶어?”


미쳤냐?


“아니요. 가서 방세도 내야 하고. 저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렵니다.”


대머리 노인은 편한 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철문 너머 접속기 옆에 묶어 놓고 감금 사육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거기까지 미친놈들은 아닌 듯싶다.


다음에 보자는 의례적 인사를 주고받고 방화벽 너머 지하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방화벽 옆 비상문에서 대머리 노인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든다.


"또 보자고~."


내가 미쳤나? 다시는 보지 맙시다!


어우, 저 뻔뻔한 면상. 꿈속에서 볼까 두렵네.


속도를 높여 복도를 가로지르고 계단에 올라서자, 그제야 긴장감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후! 말도 안 되는 경험이긴 했지만.”


데이터폰 뱅크 어플을 열었다.


“600만 포인트! 크···.”


건물 밖으로 나서는데, 후드 티에 모자를 눌러 쓴 사람과 지하 입구에서 마주쳤다.


죽는 맛을 잊지 못해 재접속하는 미친놈들이 있다더니, 그중에 하나인가 싶다.


행여 재수 옴 붙을까 봐, 시선을 피한 채 상대를 피해 스쳐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지상에 발을 딛자, 상쾌함이 밀려 들었다.


“아, 600만 포인트짜리 꿀맛 공기란 이런 맛이로구나."


행여, 이 맛에 방해를 받을까 RS 소프트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멀어지기 위해 미친놈처럼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다시는 근처에도 가지 않으리라!


단단히 마음먹고 달려가는데, 데이터폰에서 연신 알림이 터져 나왔다.


“뭐? 뭔데?”


급히 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띵동!

-출금 : 데이터 월 이용료 / 10만 포인트

-잔액 : 590만 포인트


띵동!

-출금 : 나이스 캐피탈(2회분) / 220만 포인트

-잔액 : 370만 포인트


띵동!

-출금 : 전기 월 이용료 및 미납금 / 12만 포인트

-잔액 : 353만 포인트


띵동!

-출금 : 수도 월 이용료 및 미납금 / 6만 포인트

-잔액 : 347만 포인트


띵동!

-출금 : 방위세 / 2만 포인트

-잔액 : 345만 포인트


띵동!


“그···. 그만! 그만 좀 가져가!”


-출금 : 맑은 공기세 / 1만 포인트

-잔액 : 344만 포인트



띵동!

-출금 : 월세, 관리비(자동이체) / 120만 포인트

-잔액 : 224만 포인트


밀린 월세와 관리비가 기다렸다는 듯 단 번에 빠져 나갔다.


“헉. 헉···. 그만. 그만!”


띵동!

띵동!

띵동!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통장 잔고에 호흡곤란이 일었다.


데이터폰을 꽉 움켜잡고 더는 잔고가 줄지 않기를 하염없이 기도했다.


“제발···.”


간절한 기도 때문이었을까?

요란하게 울려대던 잔액 알림이 한순간 뚝 끊겼다.


조심스럽게 잔액을 확인했다.


-잔액 : 44만 포인트


“빌어먹을···.”


이자에 세금에 그간 연체된 부분까지 깔끔하게 털어가 버렸다.


이게 진실인가 싶어 다시 한번 잔액을 확인했다.


-잔액 : 44만 포인트


재수가 없으려니까.

하필이면 남은 잔액도 4(死)4(死)다.


아니. 좋게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내야 할 돈이었잖아.

세금이든 공과금이든 이것도 밀리면 다 빚이잖아.

연체금 붙고 강제 이행 당하느니... 이게 맞는 거다.


그래도 44만 포인트나 남았잖아. 이 돈이면 쌀도 사고 반찬도 사고···. 아껴 먹으면 한 달은 버틸 수 있는 돈이라고.


다음 달 나갈 돈이 걱정이긴 하지만,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어?


띵동!

-출금 : 나이스 캐피탈(연체이자) / 40만 포인트

-잔액 : 4만 포인트


“4···. 40만 포인트? 나이스 캐피탈 개자식들이!”


이런 제기랄···.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먹고살 정도는 남겨놔야 하는 거 아냐?


너무한 거 아니냐고!


꾹 움켜쥔 데이터폰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삐걱거렸다.


그때 ‘애애애앵-’ 사이렌이 울리며 경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삽화6-시간 여행자의 생존법.jpg

-주민 여러분. 태양 흑점 정기 폭발로 인해 대량의 우주선이 방사됩니다. 피폭에 의한 피부암, 시력 저하, 불임, 탈모 등의 위험이 있으니, 외부 활동을 자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후, 날씨까지.

진짜, 아주 염병을 한다.


지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아 황톳빛이 된 스카이 돔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보던 익숙한 풍경이건만, 오늘따라 답답함을 배가시켰다.



*



쌀과 반찬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번들 포장된 라면을 구해 집에 돌아왔다.


쪼르륵 개미 오줌처럼 흐르는 수돗물을 받아다 라면을 끓였다.


뱃가죽이 척추에 붙어 아사할 지경이라, 라면수프 냄새가 황홀하게 느껴졌다.


그래. 그래도 어제보단 낫잖아.


완전히 딸딸 거지 상태라 굶어 죽거나 장기 떼여 죽을 판이었는데, 이 정도면 끼니도 해결됐고 콩팥 보관 기간도 최소 한 달은 벌었다.


통장 잔고를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잔액 : 2만 포인트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잔액 포인트를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니야. 그래도 거긴 아니야. 벌이는 부족해도 죽는 맛을 또 느끼느니 몸이 고대더라도 노가다를 열 번 하고 만다.”


테스트 비용 건당 백만 포인트가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때 데이터폰에 안전 문자가 날아들었다.


-흑점 폭발이 2등급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우주선 여파가 일주일간 지속될 걸로 예상됩니다. 안전을 위해 스카이 돔 외부의 생산 활동이 전면 금지될 예정이오니 주민 여러분의 적극적 협조 부탁드립니다.


“뭐! 일주일?”


내일부터 다시 막노동이라도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이러면···.


눈앞이 캄캄해졌다.



*



손바닥만 한 RS 소프트 간판을 보며 한참을 망설였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그렇지, 이걸 다시 하는 게 맞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계단에 발을 올렸다.


세 번!

많이도 말고 딱 세 번만 죽자.


300만 포인트.


나이스한 개새끼들이 뜯어가는 월 이자 110만.

방세, 생활비, 자잘한 세금까지 140만.

이렇게 쓰고도 무려 50만 포인트가 남는다.


콩팥 보관 기간을 한 달간 벌어둔 상태니, 딱 세 번만 죽고 나오면 보관 기간도 두 달로 늘어난다.


하루하루 쫓기는 신세에서 두 달의 여유를 벌 수 있다면, 그 안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그게 힘들다면 돔 외부 세척 일이라도 해서...


“어, 상진 군 아닌가.”


비쩍 마른 노인네가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아. 네.”


“챙겨 간 돈도 있고 해서. 최소 며칠, 길면 한 달은 있다 볼거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다시 보네.”


X발. 나도 그러려고 했지. 아니, 다시는 올 생각이 없었는데···.


“어르신들 말이 맞더라고요. 한 번 접속하고 나면 자꾸 생각날 거라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크크크. 그렇지? 우리 게임이 죽여주긴 하지.”


진짜 죽여주는 게임이라서 그게 문제죠.


“들어와.”


“어디 가시는 길 아니셨습니까?”


“아니야. 복도 등이 나가서 그거 갈아 끼운 참이었어.”


“아. 네.”


나는 그렇게.


비어 버린 통장 잔고와 콩팥 보관 기간을 늘릴 생각으로.


방화벽 너머 방공호를 개조한 RS 소프트에 다시 발을 디뎠다.


그리고 전날 보았던.

후드티 놈과 아니 ‘년(女)’과 안면을 텄다.


“네? 경쟁자요?”


접속만 하면 백퍼센트 확률로 죽어 나가는 이런 괴랄한 게임에 경쟁자가 있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릴까요.


저기요. 이게 끝내주는 고깃 국물도 아니고 죽는 맛 따위에 왜 경쟁을 하냔 말입니다.


대머리 노인이 구정물 커피를 원샷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설명을 해 주겠네. 이게 왜 그러냐면 말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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