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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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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9,146
추천수 :
2,548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17 00:30
조회
1,811
추천
70
글자
9쪽

타임 017. 능력자가 되는 겁니다.

DUMMY

상진을 바라보는 참석자들 눈빛이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백수에 별것도 없는 놈이 왜 이런 자리에 와 있나 싶었는데, 말 몇 마디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입증해 버린 것이다.


상진은 사람들 시선에 뭔 일 있냐는 듯, 시큰둥한 표정이다.


정진아는 상진 특유의 표정을 보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또 저 표정이네.'


자신이 느낀 상진의 저 표정은 전형적인 게으름, 귀찮음, 노동 회피적 무상임금이나 바라는 삼류 타입의 것이었다.


‘이것저것 만사 귀찮아서 짓는 표정이 아니라, 이미 알 것 다 알았으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그런 표정이었던 건가?’


정진아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상진을 바라봤다.


상진은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그 멸망 언제쯤인데?”


“날짜까지 확정하진 못했지만, 최소 10년, 멀리 잡아도 20년 사이입니다.”


“아, 20년. 아직 멀었네. 오케이. 다음은 뭐야?”


이서연은 상진의 무던함에 자신도 모르게 포커페이스가 깨질 뻔했다.


‘확정적 멸망이 정해져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너는 예나 지금이나···. 정말 태평하구나.’


함께 있으면 두려움도, 어려움도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것도.

상진의 이런 성격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일만 아니었다면···.’


이서연의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진은 잔뜩 귀찮은 표정으로 데이터폰을 흔들었다.


“이봐요. X씨. 그렇게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요.”


“....?”


“어디 보자, 어이쿠. 몇 마디 안 했는데 벌써 40분이나 지났네?”


이서연은 ‘아! 벌써?’ 하는 표정이 됐다.


“네가 나에게 사간 시간은 끽해야 두 시간이었다는 걸 잊지 마라. '땡' 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거니까.”


이서연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맞다. 저 남자는 1분 1초도 아깝다는 듯, 약속된 시간이 되면 자리를 박차가 나가 버릴 그런 인간이다.


“정국영 박사는···.”


“아아, 미안한데.”


“네.”


“아까 마지막에 세상을 복사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뜻이지?”


“시공간 접속엔 성공했지만, 특정 시간, 공간을 임의로 들여다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균열을 통한 시공간 접속은 매회 불규칙했고 불안했으니까요.”


“정국영 박사는 그걸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고?”


“네.”


“시공간을 매번 특정할 수는 없으니, 일정 시공간을 통째로 복사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러니까, 시료를 제작했다는 말이군.”


“네. 정확합니다. 덕분에 엄청난 데이터 장비가 필요했죠.”


상진은 턱 끝을 만지작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죠?”


"시공간을 카피하기 위해 엄청난 데이터 장비가 필요했다면서. 그런데 여기 어디에 그런 장비가 있다는 거야?"


"상진 씨가 아직 보지 못한 공간이 많습니다."


"그런가? 좋아. 계속 이야기 하자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시료를 연구 관찰하는 것까진 이해했어. 그런데 접속기는 왜 만든 거야?”


“그건···.”


이서연이 대답을 하려는데, 상진은 잠시만 기다려 보라는 듯 손바닥을 보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접속한 그 게임. 아,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뭐하네. 복사된 세상에 들어가는 것 말인데.”


“네.”


“현실 구현. 동기화 100%라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해 놨더라고.”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들여다보는 것만으론 만족을 못 해서 직접 들어가 이것저것 확인해 보려는 건 알겠는데. 고통까지 그대로 연계하는 건 쓸모없는 짓 같아서 말이지.”


이서연은 그런 질문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상진 씨 말대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론 원하는 정보를 구하기 어렵더군요. 접속기를 만든 이유는 고대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확인하기 위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문제?”


“네. 접속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흠. 하긴, 나도 정신이 나갈 뻔하긴 했어. 들어가자마자 비참하게 죽어버렸으니.”


“죄송합니다만, 그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서연은 추측이 잘못됐다는 듯 상진의 말을 잘랐다.


“그게 아닌 다른 문제였다고?”


상진의 질문에 정진아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 소령님. 그건 제가 이야기해도 될까요?”


“네. 그러시죠.”


이서연이 자리를 비켜섰다.

앞으로 나선 정진아는 회의용 탁자 귀퉁이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짧게 기합을 흘리자, 탁자 귀퉁이가 비스킷처럼 와사삭 부서져 버렸다.


“......”


상진은 회의 탁자와 정진아를 번갈아 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자신이 앉은 쪽 탁자 귀퉁이를 바라봤다.

상진은 톡톡 건드리기도 하고, 손으로 잡고 흔들어 본 뒤, 다시 정진아를 바라봤다.


“접속자에게 발생한 문제라는 게···.”


“육체적 또는 정신적 능력이 눈에 띌 정도로 확장이 됐습니다. 접속 횟수가 많을수록 더 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됐죠.”


“어떻게···. 그런.”


상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


이영환 박사가 그런 상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정국영 박사는 이 현상을 시공간 중첩에 의한 균열 에너지 증가 현상이라고 불렀네.”


“시공간 중첩···. 균열 에너지 증가?”


"좀 길지? 그래서 우린 이걸 next generation 이라고 부르네. 능력의 정도에 따라 NG 수치라고도 하지."


차세대(next generation)라는 말은 그럴 듯 했지만, 이를 이니셜로 바꾼 'NG 수치'라는 용어는 어딘지 모르게 거북했다.


자신만 그렇게 들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치스러운 실수를 얼마나 하는지 숫자로 나타냈다는 의미로 들렸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학자들의 작명 실력은 정말 최악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는 이쪽 전문이 아니라서 NG 현상이 어떻게 어떤 이유로 일어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네. 정국영 박사가 이 자리에 있다면 잘 설명을 해 줬을텐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설명을 해 보자면, 균열을 유지하는 다크 메터의 흡수성을 들 수 있는데.... 셀티언 방정식과 안타테론 원리에 의하면....”


도대체 뭐라는 건지....

설명을 들어도 무슨 소린 지 모두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이 박사 표정을 보니 이대로 두면 밤새 떠들 분위기다.


혹시 나만 못 알아 듣나 싶어, 슬쩍 주변을 둘러봤는데.

다들 딱히 다를 바 없는 표정이다.


특히, 군인 넷은 각 잡힌 자세를 유지하고 어떻게든 이 박사 말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식은땀까지 흘리는 걸 보니.


한 눈에 봐도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란 건 알겠다.


"박사님. 설명은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보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정국영 박사는 어떻게 된 겁니까? 혹시 총독부에서 죽였습니까?"


"정국영 박사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하겠네."


“뭐, 좋습니다. 그래서 이게 왜 문제라는 거죠? 요즘 같은 세상에 강한 인간은 그야말로 최적의 인적 자원 아닙니까.”


“상진 군 말이 맞네. 비간과의 전쟁만 봐도 그야말로 엄청난 전력감이지. 그런데, 총독부는 이 기술과 정보를 독점하길 원했네.”


“독점이라면. 자기들만 쓰겠다. 이런 겁니까?”


“보통의 인간을 넘어선 힘이네. 이런 힘이 민간에 풀리면 혼란만 가중될 거라더군. 뭐, 이 부분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접속기가 데이터폰처럼 널린 것도 아니고. 시공간 카피 기술이 요리 레시피처럼 아무나 가져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저 핑계를 위한 핑계였네.”


“지금보다 권력을 집중시키고 싶다는 그런 의미겠군요.”


이영환 박사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어이가 없네. 세상이 멸망한다면서요. 그깟 권력이 뭐가 중요하다고.”


“세상의 멸망은 지상에 국한되어 있네. 지저 세계에 있는 본국 정부는 지상이 망해도 별 상관이 없지.”


“뭐 그런···.”


“오히려 반기는 자도 있었네. 이번 기회에 비간들은 물론이고 중앙 정부에 반하는 자들까지 한 번에 일소해 버릴 수 있지 않냐는. 깨끗하게 청소 된 지상은 다시 재건하면 그만이니까.”


상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지저 정부엔 별다른 피해가 없으니. 이번 기회에 불편한 것들도 치워버리고 겸사겸사 힘도 독점, 정보도 독점하겠다. 이런 이야깁니까?”


이영환 박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국영 박사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 의사를 냈지만, 결정엔 변함이 없었네.”


“어이가 없네요.”


“아무튼, 그 때문에 정국영 박사는 총독부와 관계가 소원해졌지.”


“RS 소프트가 만들어진 이유가···.”


“정국영 박사가 이를 막아보려고 만든 회사네.”


“총독부에서 RS 소프트를 보고만 있을 리 없었을 텐데요.”


“당연히 비밀로 했지. 장비도 빼돌리고, 자금도 횡령하고···. 총독부 산하 연구소에서 최대한 버티면서.”


이영환 박사는 RS 소프트가 왜 만들어졌는지 그간 어떻게 운영해 왔는지 설명했다.


“잠깐만요.”


작가의말

전조가 좀 길었나요. 차후 이야기와 관련된 세계관이다보니...

곧, 본격적으로 제목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펼쳐질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46 행인.3
    작성일
    24.08.17 01:03
    No. 1

    next generation 이 ng니까, rs는 real shock(죽으면 ㄹㅇ죽는 충격)일까요?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5 울프21
    작성일
    24.08.17 01:30
    No. 2

    어쩌면.... 그렇게 될지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태란
    작성일
    24.08.21 05:33
    No. 3

    죽을수록 쎄진다는건데
    계속 죽는걸 반복하면 무한대로
    강해지는건가요? 그러면 발버둥 칠
    필요없이 수천번 죽고 나서
    초인된뒤 문제해결하면되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태란
    작성일
    24.08.21 05:34
    No. 4

    동숲에서 코리안들이 하는짓 똑같이 하면..

    찬성: 0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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