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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9,158
추천수 :
2,548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03 14:00
조회
3,894
추천
119
글자
10쪽

타임 004. 입금 했네. (삽화)

DUMMY

“위약금이 열 배네.”


“열 배요?”


“그래. 우리가 이거 만든다고 십 년을 여기 박혀 있었어. 그런데 자네가 입을 함부로 놀려서 박살이 나면 우린 그냥 망하는 거네. 우리가 지급한 테스트비에 곱하기 십을 해서 받아 낼 거네.”


“아아. 네. 뭐. 그건 그렇겠네요.”


건당 백만 포인트짜리 아르바이트다.


닥치고 게임만 하면 돈이 굴러 들어오는데, 미쳤다고 입을 놀리겠는가.


태블릿 하단에 지문을 눌러 찍자, 계약 완료 메시지가 떴다.


태블릿을 받아 간 노인은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따라 오라며 손짓했다.


“지금 바로 시작하는 건가요?”


“놀면 뭐 하나. 일은 할 수 있을 때 하고 돈은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하는 거네.”


삐쩍 마른 노인이 조언하듯 말을 던졌다.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섰다.


안쪽으로 따라가자 단단한 철문이 하나 나타났다.


“여긴 기본이 철문이네요.”


“여기가 원래 방공호 비슷한 용도였다더군.”


“아. 방공호.”


지하 공간이 그런 용도로 만들어졌다면 방화벽에 철문까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치과에서 사용하는 눕는 의자 비슷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뭔가요?”


“접속기.”


“접속기요? 고글을 쓰는 거 아니었나요?”


“우리 게임이 좀 특별해서 기존 게임과 방식이 달라.”


대머리 노인이 장비를 체크하며 접속기를 가리켰다.


“여기 앉게.”


아무리 봐도 접속기가 아니라 콩팥 떼는 수술대 느낌이다.


“아, 아르바이트비부터 넣어줘야지.”


대머리 노인은 깜빡했다는 듯 이마를 치더니 태블릿을 조작했다.


띵동-!


데이터폰에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 떴다.


-입금자 : RS 소프트 / 100만 포인트

-잔액 : 100만 포인트


“돈 들어왔나?”


“네.”


“오케이. 그럼 시작하지.”


백만 포인트 입금을 확인해서인가? 수술대처럼 보이던 접속기가 신상 게임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에 백만. 두 번에 이백만···.


그래. 이건 기회다.


여기서 물러서봤자, 사채업자 놈들에게 장기 떼이는 것 말곤 달라질 미래가 없잖아.


성큼. 접속기 위에 몸을 던졌다.


비쩍 마른 노인이 전선 다닥다닥 붙은 헬멧을 가져와 머리에 씌우고 대머리 노인이 팔다리에 벨크로를 감아 몸을 고정했다.


그리고 심박수 그래프가 뜨는 기계를 가져와 가슴 부위에 측정용 전선을 가져다 붙였다.


이런 건 병원에서 몸에 문제 생겼을 때 붙이는 그런 거 아닌가?


백만 포인트 입금이 현실이 되자,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데, 다시 불안감이 치솟았다.


“이건 뭔가요?”


“아, 내가 설명을 안 했었나?”


“네? 뭔 설명요?”


“우리가 만든 게임. 이거 게임 속에서 겪는 감각이 현실과 거의 일치한다고.”


“네? 그런 말은 없었는데요. 아니, 그리고 게임을 한다는 건 즐기려고 하는 건데. 게임에서 느끼는 감각을 현실에서 그대로 느끼면···.”


리셋 라이프의 설정, 세계관이···.


게임에 들어가면 기존 시간선이 게이머를 오류, 노이즈, 불순물로 생각하고 삭제하려 든다는 말이 떠올랐다.


“잠깐만! 잠깐만요!”


“왜 그러나?”


“게이머를 노이즈 취급하고 삭제하는 설정이라면서요.”


“그렇지.”


“그러면 게임 속에서 죽는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기록이 장기화되고 얼룩이 묻기 전에 삭제하려 들겠지.”


“아니! 그러면 그 삭제···. 아니, 죽을 때! 고···. 고통은 없겠죠? 이건 게임이니까.”


“.....”


“뭡니까. 그 표정은?”


“이것 참. 내가 말하지 않았나. 우리 게임은 현실을 백 퍼센트 반영했다고.”


“그러니까요. 그 백 퍼센트가 고통까지 백 퍼센트라는 건 말이 안 되죠. 이러면 누가 이 게임을 합니까! 미션 페일이 뜰 때마다 죽을 것처럼 아프···. 아니, 죽음을 겪게 될 텐데.”


“그래서 테스트 비용을 백만 포인트나 주는 거라네.”


“네?”


“상식적으로 게임 한 번 접속하는데 누가 백만 포인트를 주나?”


“아니,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주···. 죽는 건.”


“게임에서 죽는 거지. 현실에선 죽지 않는다니까.”


“고통은 똑같이 느낀다면서요!”


“그래서 백만 포인트나 주는 거라니까!”


“아니, 뭐 이런!”


“아, 됐고. 한번 해 봐. 우리 게임이 얼마나 엄청나고 대단한 게임인지.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재접속하고 싶어서 안달일 테니까.”


미친! 죽음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게임을 누가 또 접속하냐고!


당신들 미쳤어? 사이코패스야?


“로딩이 완료됐네. 10초 뒤, 게임에 접속하게 될 거니까, 마음 단단히 먹게.”


“.....”


“자네의 접속이 인지되는 시점부터 세계는 자네를 지우려고 노력할 거네.”


“저기요. 삭제 당하지 않으려면···.”


“오류를 수정하는 것보다, 새로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최대한 노력해서 위기를 피해내게.”


“그러니까, 그걸 어떻···.”


힌트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려는데, 눈앞이 캄캄해지며 세상이 뒤집어졌다.


*

삽화1-시간 여행자의 생존법.jpg

*


“커어어어억~!”


눈앞이 빙빙 돌고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침침해졌던 시력이 조금씩 돌아오자 급히 주변을 살폈다.

건물 사이 조그만 뒷골목 풍경이다.


“미친···. 이게 어떻게.”


고글을 쓰고 메타 월드에 접속하는 것도 꽤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이건 그냥 미쳤다.


“현실 구현 백 퍼센트···.”


게임에 접속을 한 건지, 아니면 다른 세상에 온 건지 구분을 할 수가 없다.


시각적 충격은 뒤로하더라도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과 서늘하고 허전한 느낌까지.


“뭐···. 뭐야,”


왜 옷이 없어?


서늘하고 허전한 느낌이 든 이유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헐벗은 채 서 있어서 든 감각이었다.


허접한 게임도 아랫도리 가릴 헝겊 정도는 주고 시작하는데!


이렇게 그냥, 아무것도 없이 알몸으로 시작한다고?


그때 골목 안쪽 쪽문이 열리며 누군가 걸어 나왔다.


여자다.


여자는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고장 난 가로등처럼 눈을 깜빡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벼···. 변태다!”


여자는 골목이 터져 나갈 정도로 뾰족하게 비명을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집어 던졌다.


퍽! 봉투가 터지며 안에서 오물과 쓰레기들이 흘러나왔다.


“큭!”


여자의 비명에 ‘뭐야? 뭔데?’ 하는 소리가 났고 골목과 연결된 문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이런 씨X! 밝은 대낮에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험악한 인상에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밀대 비슷한 모양의 몽둥이를 들고 몸을 날렸다.


저거 한 대라도 맞았다간 그냥 뼈가 부러질 것 같다.

삽화01-시간 여행자의 생존법.jpg

허겁지겁 도망쳐 골목을 빠져나왔는데, 빠아아아아앙! 하는 경적과 함께 자동차 한 대가 옆구리를 들이박았다.


꽝!


“크아아악!”


고무공처럼 튕겨 나간 몸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다 도로에 퍽!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의식이 끊겼다.



*



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충격과 고통에 몸을 비비 꼬며 비명을 터트렸다.


“아파. 아프다고!!!”


“진통제!”


“주입했네.”


“강심제는?”


“꽂았어.”


죽을 것처럼 아파서 꽥꽥 비명을 지르는데, 노인네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태 체크하는 말이 귀에 흘러들었다.


“커어···. 커. 커···. 컥.”


“정신이 좀 드나?”


대머리 노인이 반짝이는 이마를 들이밀며 눈을 까뒤집었다. 그리고 조그만 손전등으로 동공을 확인했다.


“오케이. 충격은 있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정상이야.”


충격은 있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정상?


야, 미친 노인네야.

나 방금 차에 박혀서 허공을 날았다고!


갈비뼈가 와드득하고 부러지고 도로에 떨어졌을 때 목뼈도 부러졌어!


“심박수는 안정됐고. 좋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삐쩍 마른 노인이 흐뭇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다독였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최악으로 나쁜 거라고.


팔다리가 자유롭다면 당장이라도 노인네들 뼈다귀를 부러트려 놓고 ‘이게 나쁘지 않아? 진짜?’라고 물어볼 텐데!


“자, 다시 시작해 보자고.”


뭐? 뭘 시작해!


“상진 군. 두 번째 접속에선 1초라도 좋으니 조금 더 오래 버텨봐.”


“자···. 잠깐만!”


“오래 버틸수록 위험도가 올라가긴 하겠지만, 알지? 수정보다 새로 쓰는 게 낫다 싶으면 새로운 기록으로 인정한다는 거.”


“삭제건, 새로운 기록이건, 됐어요. 나 그만할 거니까···.”


띵동-!

-입금자 : RS 소프트 / 100만 포인트

-잔액 : 200만 포인트


“입금했네.”


“에?”


“접속 회당 백만 포인트.”


“에?”


“입금했으니까, 자네도 일을 해야지.”


“에?”


이런 미친···!

그냥 계약이고 뭐고 없었던 일로···.


“2회차 접속 준비 완료.”


“저기요, 어르신들. 잠깐만···.”


“접소옥!”


“아니! 이건 아니지! 뭐라도 좋으니까, 힌트라도 좀 주면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결사반대를 외치는데, 눈앞이 캄캄해지며 다시 세상이 뒤집혔다.



*



“커억!”


허파에 든 바람을 빼내고 급히 주변을 살폈다.


좀 전에 접속했던 바로 그 골목, 그 위치다.


아랫도리라도 가릴 게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무것도 없다.


“젠장, 뭔 골목이 이렇게 깨끗해!”


그때 쪽문이 열리며 아까 그 여자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비명이 터지고, 앞치마 두른 험악한 남자가 밀대를 들고 나타났다.


반사적으로 골목을 튀어 나가려다 급히 몸을 멈췄다.


시간차···. 시간차!


이대로 나가면 옆구리 결딴나고 목 부러지면서 사망이다.


몸에 떨어져 내리는 밀대를 피해 몸을 이리저리 피하는데, 옆구리를 박았던 자동차가 휙 지나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됐다!


밀대든 남자를 밀쳐내고 골목을 빠져나가는데.


빠아아아아아아앙! 매서운 경적이 울리며 이번엔 트럭에 치였다.


“카악!”


퍽! 소리를 내며 옆 차선으로 튕겨 나갔는데, 버스가 빠아아아앙! 경적을 울리며 달려들었다.


아···. 안돼. 피···. 피해야···.


꽈드득! 꽈득!


버스 바퀴에 목이 부러지고, 갈비가 부서지고 정강이뼈가 반토막 나는 고통을 느끼며 시야가 암전됐다.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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